록키를 다니기 시작한지 만 12년이 되었습니다. 맨처음 갔던 곳은 브래그 크릭의 Allen Bill Pond 건너편의 Fullerton Loop 라는 곳이었죠. 지금은 수해로 다 망가진 예쁜 이 폰드 일대를 건너편 능선에서 바라볼 수 있는 6.5km 정도의 아담한 하이킹 트레일이었습니다. 


그후 카나나스키스와 밴프의 유명한 곳들을 하이킹으로 소소히 다니며 소박한 즐거움을 맛보다가 2008년 6월에 처음 하링 픽을 오르고 난 후 `산꼭대기 병`에 걸려 하이킹은 멀리 귀양 보내버리게 됩니다. 


그후 몇년간을 '스크램블링만이 산행이다` 라는 몽매한 확신 속에 픽헌팅에 미친듯이 빠져 들어 높이와 거리와 걸린 시간 및 난이도 등에 주목하며 록키의 험산들을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스펙에 차곡차곡 쌓아갔죠. 물론 스크램블링 산들이 주는 놀라운 감동은 말할 필요도 없고 그리고 그 산들 중에는 하이킹 코스를 담고 있는 곳도 많아서 스크램블링 산행의 즐거움이 더하였다는 것도 부인할 수가 없습니다.


그런데 또 많은 하이킹 코스들 중에는 산꼭대기를 오르는 것과는 무관한 곳도 많거니와 하이킹은 하이킹대로의 특별한 묘미와 즐거움이 있는 것이어서 꼭대기병에 걸려 이들을 다소 소홀히 해온 것은 록키산신에게 심히 불경스러운 일이었음을 고백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이곳 여름이야 봄꽃 지듯 후다닥 지나가버리기에 늘 산행이 아쉬운 것처럼 우리 인생 또한 하고 싶은 것은 많은데 힘들게 찾아오는 이 귀한 토요일을 산에만 갖다 바치는것도 인생의 도리가 아니라는 깨우침이 들어( 그래서 요즘은 걍 빈둥거리기만 하는 토요일이 많아졌지만 ㅋㅋ) "가끔씩 소소한 하이킹도 다니자 "  라며 귀양보냈던 하이킹님을 다시 조정에 불러 올렸습니다. 


그 일환으로 이번에는 한 번도 안가본 곳, 로손 호수 위의 사레일 능선을 다녀왔습니다. 그런데 누구말마따나 여기 갔다 온 다음 템플 다녀온 것처럼 허벅지가 뻐근하고.. 하이킹도 만만찮다는 것이었어요^^ 



Travel Alberta  잡지의 표지 풍경같은 느낌... 하이킹의 묘미 중 하나죠. Rawson lake 는 멋진 산중호수라는 것에 참 많이 감동한 하루였습니다. 


이제 출발해볼까요..



산행 출발은 이 호수, 나중에 산위에서 전체 모습을 보게될 Upper Kananaskis Lake 주차장에서 시작합니다.  호수 왼쪽으로 살짝 보이는 산이 Sarrail Mt. 이구요.. Sarrail Ridge는 산 바로 앞에 나무로 덮여있는 부분이죠. Rawson Lake는 그 왼쪽 바로 아래에 자리하고 있습니다. 



아침의 호수는 가장 아름다울 때입니다. 호숫가에서 피크닉도 가능합니다. 가을에 다시 올까합니다. 

 

 

이 사진은 산행을 마치고 내려와 만난 모습인데 이 호수와 주변처럼 또 멋진 곳이 있을까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Upper Kananaskis Lake 와 주변 산들, valley는 정말 ultimate place to visit  같습니다. 이곳이 관광객들의 일반적인 코스가 아닌 것이 저로선 다행이란 생각도 듭니다. 

 

그냥 바라만 보고 있어도 마음이 평안해지는 그런 느낌.. 



Rawson Lake 는 주차장에서 약 3.5km 정도 떨어져 있구요. 300m 의 elevation gain 이 있습니다. 울창한 숲길을 걸어 올라가는 즐거움이 있어요. 아침이라 반영이 좋군요. Sarrail Mt. 이 병풍처럼 드리워 있네요. 


McDonald Rawson은 토론토대학에서 호수학을 공부한 학자입니다. 왜 이 호수에 그의 이름을 갖다 붙였을까요. 


 

Sarrail Ridge를 오르기 위해서는 호수 왼쪽을 따라 뒤로 걸어갑니다. 앞에 보이는 ridge 가 우리가 오늘 가는 곳입니다. 그리 높아 보이진 않지만 경사가 제법 가파릅니다. 오늘 저는 능선에 다다른 다음 오른 쪽 중간쯤에 있는 ridge peak을 스트램블링 했구요 다시 왼쪽 끝에 있는 Sarrail Mt. 을  조금 오르려다가...  그만두었어요^^



호수 뒷편에서부터 본격적으로 오르막입니다. 여기서 바라본 로손 호수는 정말 serene 했습니다. 평화로웠고 calm 했으며 모든 고통이 사라지는 듯한 안정감을 선사해주더군요. 정녕..자연은 우리 영혼의 안식처입니다.



약간 다른 앵글로 잡았는데 색감과 분위기가 달라지는군요. 근데 이게 제 색깔이에요. 카나나스키스 호수에 비해 이 호수는 greenish 합니다. 



Western Anemone 가 정말 그의 별명, 히피처럼 여름을 마음껏 구가하고 있군요... 



정원에나 있어야 어울릴 듯한 이 식물은 어떻게 이 춥고 혹독한 겨울을 버텨낼까 궁금했습니다. 물론 뿌리가 말이죠 ㅎㅎ 군락을 이뤄 자라고 있는 모습으로 인해 마치 정원에 나와 있는 듯 정겨운 느낌이었습니다.



비가 오지 않은 올해.. 트레일은 바짝 말라 먼지가 폴폴 날리고.. 그래서 무척 미끄러웠어요. 지팡이와 좋은 신발이 중요한 필수품. 화창하고 좋은 날씨라 참 많은 하이커들이 몰려 평소와 달리 매우 시끄럽고 복잡했어요. 이정도에도 산행이 성가신데 한국의 단풍 산행.. 생각만해도 ㅎㅎㅎ 



앉아서 풍경 바라보고 싶은 곳엔 어김없이 자리잡고 있는 누군가가 있죠. 따뜻한 여름 오후의 산 허리에서 호수를 바라보며 무념무상 쉬고 있는 모습을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기분이 한결 나아집니다



록키산에는 이미 가을이 내려 앉아 있지요. 더운 공기에서조차 뭔가 다른 기운이 느껴지는 것을요.. 바라보는 눈이 정말 말그대로 시리도록 푸른 하늘.. 이 쪽은 BC 산불 스모크의 영향을 덜받았는지 청명한 가을 하늘을 있는 그대로 볼 수 있었습니다.



능선에 다 올라왔어요. Kananaskis Lake 가 한눈에 들어옵니다. 정말 멋진 경치네요. 이만한 곳이 또 어디 있을까요. 



오늘은 정말 많은 하이커들이 곳곳에 포진.. 위험한 spot 에도 많이들 있더군요. 바닥이 미끄러운데 보는 제가 다 불안하더군요. 

여성 하이커로 인해 사진은 멋지게 나오네요.



선명했던 분홍색의 Fire weed 역시 지고 있었어요.. 가을은 시러요.. 호수는 아름답지만..



카나나스키스 호수의 비현실적 색감은 신비로움 그자체입니다. 이 호수와 주변 밸리의 풍경은 산 위가 아니면 진면목을 만나기 어렵기에 이렇게 힘들여 올라오는 이유가 충분한 것이지요.



릿지의 왼쪽 중간 쯤에 있는 가장 높은 봉우리입니다. 거의 직벽인데 difficult rate 로 기어오름이 가능하다고 나와 있어서 도전해보았어요. 과연.. 거의 직벽이긴 한데 디딤돌과 홀드가 나름 괜찮게 있었어요. 오랜만에 옛추억을 살려 시도해 보았는데 꽤 스릴있고 긴장되었어요. 


무사히 올라갔다 내려온 다음.. 뒤따라 몇몇 사람들이 하는 것을 보니 ㅎㅎ 근데 이런 거 안해본 듯한 한 커플이 어떻냐고물어보길래.. "no experience ? then don`t do it !!" 하니까 바로 돌아서더군요..



올라가는 중에 사진 한장도 찍었어요. 완전히 직벽은 아니죠?



그 정상에서 바라본 모습.. 로손 호수가 저아래에 있고.. 저와 함께 온 일행이 능선에 있네요.. 



왼쪽에 있는 호수가 히든 레이크 입니다. 큰 호수 뒤로 들어가 숨어 있는 듯한 호수는 다 히든 레이크.. ㅎ 



내려와 점심을 먹고 하산하기전 반대편의 Sarrail Mt. 쪽으로 올라가봅니다. 탐험심.. ㅎ 바위벽을 오르진 않고 바로 그 아래에서 원래 있던 쪽을 바라보았어요. 



호수 건너편의 오팔레인지와 그 사이 카나나스키스 밸리가 호수와 함께 그림같이 아름다운 풍경을 보여주고 있었어요. 하늘과 호수는 같은 색.. 정말 좋은 뷰 포인트네요.



그동안 다녔던 록키산 일대가 한눈에 들어오는군요. 지난 12여년의 산행 여정이 바로 저의 이민 역사죠. 많은 변화가 있었지만 산과 호수는 그냥 그대로군요. 




카나나스키스 호수의 한쪽면 쇼어라인은 마치 리아스식 해안처럼 들쭉날쭉 아름답더군요. 호안선이 아름다워요.. 물부족으로 쇼어라인이 하얗게 드러난 것이 오히려 호수를 아름답게 만들고 있네요. 그나저나 걱정입니다. 비가 와야할터인데.



아쉽지만 가을을 즈려밟고 하산합니다. 물론 트레일로 내려가죠 ㅎㅎ


 

내려와서 다시 올려다보니 이게 그리 만만한게 아니군요. 주차장에서 여기까지 300m 높이를 올라온 다음이니.. 계절이 공존할 때 록키는 가장 아름답습니다. 겨울과 여름.. 여름과 가을.. 가을과 겨울.. 


 

로손 호수에서는 꽤 많은 분들이 낚시를 하더라구요.. 송어를 잡으려는 것인데 이분은 플라이 낚시를.. 뒤에 여친이 앉아 있는 것이 뭔가 보여주려는 듯.. 그런데 조금 초보 같았어요^^


(에필로그)


오랫만에 좋은 하이킹을 하고 왔습니다. 이곳은 가족과 함께 와도 충분히 좋은 곳이에요. 어린 아이들도 약간의 체력과 인내심이 있다면 같이 와도 좋겠지만 아이들은 이런데 그리 흥미를 가지지 못하죠. 어른 시각으로 데려와봐야 고생만 시킵니다. 연인들이 함께와도 좋을 것 같고.. 여행객들도 밴프같은 잘 알려진곳보다는 이런 곳을 하루 다녀오면 그것으로 록키의 절반은 본 것이니 시도해볼만하죠.



앞으로 좀더 자주 이런 곳으로 하이킹을 다녀야겠어요. 록키 산신에게도 잘 보일겸.. 모두다 사랑스런 자식같은 곳인데 ㅎㅎ  


 

바로 앞 왼편의 로렛 마운틴과 저멀리 우뚝 솟은 마리 바클레이 마운틴의 이 풍경은 언제나 감동을 안겨주죠.

잘생긴 록키산은 좌우 균형과 조각미, 그리고 봉우리 부분의 도드라진 석회암의 빛깔이 한데 어우러져 만들어 내는 것 같아요.


읽어주셔서 감사드리고... 

캐나다에서 사는 즐거움 중의 하나로 야외 바베큐를 빼놓을 수 없습니다. 맑은 물가 수려한 경치 속에서 자연에 흠뻑 취한 채 맛난 음식을 나눠 먹는 것은 아마도 거의 모든 사람들이 좋아하는 것 중의 하나가 아닐까요. 음식을 먹고 나서 주변에 방해되지 않게 음악도 들으며 모닥불 앞에 앉아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며 시간을 보내는 것은 매우 낭만적일 뿐 아니라 평화로운 휴식의 기회이며 특히 여름이 귀한 캘거리 시민들에게는 소중한 일상 중의 하나입니다. 


오늘은 집에서 30분 정도 운전하면 다다를 수 있는 곳, 카나나스키스의 Mt. Lorette Pond (로렛트 연못)라는 곳에 아내와 둘이서 나왔습니다. 수정처럼 맑고 고요하며 예쁜 자연 연못인데 주변엔 수려한 산들이 있고 빼곡한 숲이 있어 제법 많은 사람들이 찾는 곳입니다. 낚시도 가능하고 연못 주변의 산책로를 따라 꼬마들은 자전거도 타고 어른들은 고요한 명상의 시간을 갖는 곳입니다. 






로렛트 폰드는 저녁 시간이 특히 아름답습니다. 물은 언제나 맑고 고요하죠. 너무 맑아서 고기가 살 수 있을까 싶죠. 숨을데가 없을 듯 해서 말이죠. 올해는 전체적으로 록키의 물이 많이 줄었는데 여기도 수위가 많이 낮아 졌습니다. 




폭염에 웬 모닥불? 그러나 캘거리는 여름이 무덥지 않습니다. 올해 유난히 덥긴 했지만 록키로 들어와서 그늘이 있는 곳이며 서늘하기까지 하기에 여름이더라도 모닥불은 피크닉에 안성맞춤이죠. Fire pit이 설치된 곳에서만 저렇게 불을 피울 수 있습니다. 




피크닉 테이블에 오늘의 음식들이 차려졌습니다. 모닥불에서 고기를 굽고 부루스타로 라면을 끓입니다.

원래 술은 마시면 안되지만 스파클링 와인을 한잔 마시기로 합니다. 술은 이게 전부. 애교로 ㅋ 





요즘 이 라면이 떠서 삼* 에서 갈아타기로 합니다. 사실 이라면은 옛부터 맛이 좋았습니다. 



평소 육류를 잘 먹지 않는데 오늘은 그런 날이니만큼 안창살로 오랜만에 고기맛을 보았습니다. 맛이 좋았어요. 

요즘 인류학에 대한 공부를 좀 했는데 육식은 역시 현생 인류의 생존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더라구요. 

많은 자연주의자들과 일부 베건들은 육식 자체가 나쁜 것이 아닌데 지나치게 터부시하는 경향이 있는 것 같습니다. 



라면의 매력은 꼬불꼬불한 면발에 있죠. 약간 노란끼가 도는 것과 함께.  원래 야외에서 먹으면 더 맛있는게 라면입니다. 




국립공원, 주립공원은 어느 나라나 마찬가지지만 엄격한 법으로 보호되고 통제되고 있죠. 취사 구역이 정해져 있어 함부로 음식을 해먹지 않으며 쓰레기 관리도 철저하여 자신의 쓰레기는 반드시 자신이 치워야 하기에 늘 주변이 깨끗합니다. 공원에는 피크닉 시설들이 깔끔하고 편리하게 조성되어 있고 그것을 이용하는 시민들은 높은 의식으로 규정에 맞게 잘 이용하기에 공원에서 눈살 찌푸리는 일같은 것은 거의 본적이 없습니다. 


음주에 관한 규정도 엄격해서 시내 및 자연 공원에서 음주가 허용되지 않아 과음으로 인한 소란스러운 일이 전혀 없습니다. 바베큐하며 술한잔도 못하는 규정이 다소 지나친 면도 있지만 공공의 행복을 위해서는 매우 당연한 조치인 것이 공공장소에서 음주로 인한 불상사가 전혀 없다는 것이 주는 장점이 매우 크기 때문입니다.  


이럼에도 아내가 좋아하는 프로세코 스파클링 와인을 딱 한잔 분량만 가져와서 서로 나누어 마셨는데 이정도는 불문율로 허용될 수 있지 않을까요. 혼자 생각입니다 ^^





경치좋은 곳에서 조용하게 즐기는 피크닉은 참으로 캐나다다운 일상이라는 생각을 해봅니다. 




버팔로 베리. 곰들이 가장 좋아하는 음식이죠. 이게 빨갛게 익는다는 것은 가을이 스며들어오고 있다는 뜻이죠. 세상은 이렇게 자기만의 시간표를 가지고 바쁘게 움직이되 그것들이 서로 잘 조화되고 있다는 것에 경외감을 가집니다.



aster flower 입니다. 로렛트 폰드에 지천으로 피어 있습니다.  



선명한 보라색이 연정을 불러 일으키는.. 



이 고운 분홍 빛의 야생화는 fireweed.  불난 곳에 가장 먼저 자란다는  꽃입니다.  행운을 가져다주는 꽃이겠죠. 



로렛트 폰드의 반영은 유명합니다. 물이 하도 고요해서 명경지수죠. 낚시데크입니다. 송어가 잡힌다고 하는데 한 번도 본적은 없어요.




호수의 이름이 된 Mt Lorette 입니다. 정말 아름다운 산이죠. 




역시.. 오는 길에 본 곰입니다. 흑곰 같은데 어깨 쪽에 hump 가 있는 것으로 봐서 회색곰, Grizzly Bear 같기도 합니다. 



캐나다 알버타의 저녁 노을 역시 세상 여느곳처럼만큼 아름답고 경이롭죠. 사방이 뜷려 있는 탁트임으로 인해 더욱 장관이죠. 


캐나다의 피크닉 일상에 관한 이야기 어떠셨어요?


카나나스키스는 원주민 Cree 족의 용맹한 전사였습니다. 전투중 도끼에 이마를 맞아 쪼개졌지만 살아 남았고 전사로서 계속 살았습니다. 그가 싸운 것은 어떤 여인을 위한 것이었다는 이야기도 있지만 아무튼 그가 용맹한 전사였음에는 틀림이 없는 듯 합니다.


다만 그의 이름을 놓고 다소 논란이 있는데 카나나스키스는 meeting of waters 라는 뜻이라며 원주민 Stoney 족이 수백년전 이일대를 탐험했던 Palliser 탐험대장에게 알려줬다고 합니다. 그러나 카나나스키스는 Cree말로 감사하다는 뜻이랍니다.  도끼에 맞았는데도 살았으니 그가 감사함은 당연한 것이겠죠. 그런데 Stoney 족은 이를 왜곡해서 전달한 것 같습니다. Cree 족이 발끈한 것도 일리가 있겠네요. 스토니족은 Sioux 족의 한갈래로 Cree 족과는 호의적 경쟁관계였다고 합니다. 호의적이라 함은 둘이 때론 힘을 합쳐 Blackfoot 족에 대항하였기에 그러합니다. (아마도 blackfoot 족이 대단한 부족이었던 것 같군요)


아무튼 이런 종류의 전설은 록키산 곳곳에 요묘한 흔적으로 남아 있고 사람들은 재미삼아 각색을 하기도 하죠.  엑스칼리버는 아서왕을 강성케한 보검입니다. 오늘 우리가 오른 산 위엔 그 엑스컬리버가 꽂혀 있습니다. 아서왕이 여기를 왔다갔을리는 만무하고 아마도 이 칼은 카나나스키스의 보검이 아니었을까.. 그래서 그가 죽지 않았던 것은 아닐까.. 어차피 둘다 전설입니다.


오늘 산행을 몇가지 포인트로 나누어 소개하려고 합니다. 

첫째는 카나나스키스의 전설인데 이미 말씀드렸고, 그리고 자연의 꽃들과 야생동물에 대해, 그리고 록키의 자연에 대해서 입니다.



누군가 일부러 꽂아 놓았음에 틀림이 없는 엑스컬리버를 저는 오래전 저혼자 이곳을 산행했을 때 이미 어루 만져주었더랬습니다. 

칼집을 만져야 불사신이 된다고 해서 거기다 칼집을 만들고 충분히 만진 다음 마음에 담아왔었죠. ㅎㅎ  저는 대부에서 말론브란도가 말햇던것처럼 "I`m a superstitious man" 이거든요^^ 오늘 산행에서는 그저 이렇게 카나나스키스의 전설을 덧입혀 제 맘대로 상상을 해보았습니다.  




오늘 산행은 몇년 전 혼자 가본 곳을 다시 찾는다는 설레임이 있었는데 과연 그 때처럼 Raw한 느낌이 압권이었습니다. 그중에서도 혹독한 환경 속에서 곱고 우아한 자태를 마음껏 뽐내고 있는 많은 야생화들을 발견하여 마음에 담아내는 것은 가히 록키 산행의 최대 보람 중 하나라고 해도 지나치지 않습니다. 



그리고 야생동물들.. 대자연이 살아있는 증거들이죠. 그들이 주인입니다. 우리는 방문자죠.  카나나스키스는 Big horn ship의 좋은 보금자리입니다. 



록키의 여름은 정말 아름답습니다. 설경이 제아무리 놀랍다한들 여름의 그것에 비할바는 아니지 않나 생각합니다. 오늘 이 여름 록키의 찬란한 풍경을 사진으로 담아올 수 있음에 '카나나스키스 !'  감사할 따름입니다. 




록키 산행의 즐거움 중 하나죠. 적당한 스크램블링은 스스로를 뿌듯하게 하기도 하죠. 긴장 속에서 재미를 느낄 수 있는 등산의 좋은 요소 중 하나입니다. 이전에 비해 난이도는 확실히 낮은 곳을 선호하게 된 것을 보면 과연 세월이 느껴집니다. 



겨울의 눈이 채 녹지 않은 채로 여름을 맞았습니다. 산빙고인 셈이죠. 록키의 여름 산에는 이렇게 겨울이 곳곳에 남아 있죠.  그 눈이 녹아 산정에서 첫 내를 이룬 것이 흐르고 흘러 바다를 이룬다고 생각하니 대견하고 장하군요. 

  


그러나 록키의 여름은 이 시리도록 푸른 색감에 있지요. 은둔자의 모습이 아닌 마음껏 자신의 최고조의 모습을 드러내는 존재들.. 



산행의 큰 즐거움은 역시 친구들과의 동행이죠.  


이제 본격적인 오늘 록키 여행을 따라와 보실래요?

Highwood  Pass 는 #40 도로상에 있는 해발 2206m 의 고개로 주변에 절경이 펼쳐져 있습니다. 밴프같은 관광지는 보여주는 아름다움을 보는 곳이라면 이런 곳은 찾아가 발견하는 아름다움이 있는 곳이지요. 



산행의 시작은 숲길 하이킹입니다. 숲을 지나 개활지로 나오면 길 양쪽으로 작은 관목들과 함께 수많은 야생화들이 우리를 반깁니다.  산행 초반에는 구름이 끼어 차분한 하이킹이 되었어요. 이런 분위기 참 좋죠.  여기 사람들이 흔히 I`m grounded 라고 말하는 것. 그 동기를 얻을 수 있는 기회죠. 


 

먼저 비교적 아래쪽에 사는 꽃들을 보자구요. 습기도 있고 나무 그늘도 있는 곳.. montane 지역이라고 하지요. 



키가 큰 알파인 포겟미낫입니다. 키가 낮은 녀석은 더 높은 곳에 있어요.



Cow parsnip 이라는 멀대같이 키큰 꽃입니다. 이런 것들이 당근과라고 하더군요. 소가 먹는지는 모르겠지만 곰이 먹는다는 것은 알아요. 그러니까 요녀석들이 많은 곳이라면 얼른 자리를 피하는 것이 좋겠지요. 



포겟미낫이 싱그러운 느낌의 young lady 같다면 이 분은 성숙하면서도 우아한 자태가 있는 미시같습니다.  이녀석의 이름은 다소 찾는데 어려움이 있었습니다. 비슷한 모양의 꽃이 많고 같은 이름으로는 노란꽃이 다수여서 말이죠. 그러나 제 아마추어 지식에 의해, 꽃잎의 수와 잎사귀 모양으로 내린 결론은 White Globe Flower 입니다.  다소 습기가 많은 그늘진 곳에서 볼 수 있는 예쁜 꽃입니다. 

 

 

Hippie on a Stick 이라는 닉네임을 가진 녀석, Western Anemone,Anemone occidentalis 죠.  히피족처럼 머리칼을 흩날리는 이녀석은 봄에 일찍 꽃을 피웠다가 씨를 품은 채 머리카락으로 변하죠. Shaggy heads, blond wigs 등으로 불리기도 합니다. 아네모네 홀씨~~ 

 

이제 산 중턱을 지나 고개(pass, Col) 를 향해 갑니다.

 

 

오늘의 일차 분기점인 Grizzly Col 을 향해 오르막 경사를 오르기 시작합니다. 뒤로 포카테라 릿지가 보이는군요. 저곳도 좋은 하이킹 코스라고 하더군요. 아마 시야가 더 넓게 트여 사방을 볼 수 있을 듯해요. 오르기도 쉽고.. 가벼운 하이킹으로 딱이네요.  

 

 

록키의 여러가지 멋스러움 중에 이런 단순함이 있는데 그 특징은 오래보아도 질리지가 않는다는 것입니다. 그렇지만 기억에 오래 깊이 남는다는 것입니다. 볼수록 좋아지는 풍경이거든요. 고요하고 잔잔한 가운데 자기도 모르게 슬며시 압도당하는 느낌이죠.  


 

 

 

아마도 처음엔 animal trail 이었을 법한 길. 산 허리를 가로 질러 고개에 이르는 길. 저 언덕 넘어엔 또 어떤 세상이 있을까..

 

 

채 눈이 녹지 않은 곳을 즈려 밟고 지나갑니다.  

 

 

드디어 고개에 도착합니다. 포카테라 릿지가 눈높이 아래로 내려 앉았습니다.

 

 

작은 고개지만 충분히 성취감을 누릴만 하죠.  얼굴에 힘든 오르막의 흔적이 보기에 좋습니다. 이분 역시 전설이죠. 록키를 가장 사랑한 사람 중 한사람으로 남을 겁니다. 언제나 한결같이 새로운 발견을 한 마냥 변함없는 감동을 표현하는 그 열정과 순수한 사랑. 


 


 


우리 산행대장과 그 부인입니다.

 

 

 

Mt. Tyrwhitt  입니다. 고개에서 우리가 가는 반대편의 산이죠. 누군가 한사람이 내려오고 있습니다. 나중에 우리와 합류하게 되는 분.

사진에선 그냥 점으로 보이네요^^

 

 

간간히 햇살도 비추이니 알파인 산행 중의 멋진 여유가 느껴지는 군요. 자유로운 시간이죠..

 

 

다음에 소개할 꽃들은 산중턱과 고갯마루의 작은 grass 와 황량한 바위들 틈에서 사는 녀석들입니다.

 

 

앞에서 본 글로브 꽃과 비슷하지만 이분은 Mountain Avens 라는 꽃입니다. 흰색과 노란색이 있어요. 이 또한 우아하고 고운 자태를 뽐내는 멋진 야생화입니다. 언제나 높은 곳에서만 거하시는 분이에여. 

 

 

정말 고운 꽃.. 알파인 물망초에요. Alpine forget me not . '나를 잊지 말아요' 꽃이랍니다. 그 고운 자태는 이름이 아니더라도 잊기 힘들지요. 세월이 흐른다고 잊히리야.. 이미 처음 보았을 때부터 예사롭지 않았기에.. 이 놀라운 푸른 색은 그야말로 원초적이에요. 

 

 

버터컵 입니다. 버터를 담은 것 때문인지 때깔이 반짝반짝 좋은 꽃이죠. 


 

Prickly saxfrage 라는 꽃인데... 이녀석의 꽃말이 Stone braker 에요. 뿌리가 돌을 부스러뜨려 흙을 만들고 그게 다른 식물들의 터가 되게 한다는 거예요. 의식적으로 그렇게 하는 것은 아니겠지만 자연의 이치가 오묘합니다. 서로 영향을 주며 돕고 살게한다는 거죠.

 

 

Moss campion 이라는 이름을 가진 이녀석은 툰드라형 서식지에 사는 알파인 플라워입니다. 황량한 바위들 가운데 자리를 잡고 전혀 어울리지 않는 색으로 화려하게 꽃이 피어납니다. 생명이 살기에 적합하지 않은 환경 속에서, 그것도 지극히 화려한 색감으로 군락을 이루어 피어있는 것이 뭔가 기적이 일어난 듯한 느낌이란 말이죠. 거의 산꼭대기에 다왔음을 알려주죠. 이녀석들 보면 힘든 내색 하는 것이 사치죠.

 

 

보기에 조금 징그러운 이녀석.. 그렇다고 예쁘지 않은 것은 아니지만 뭔가 비호감.. 역시 이름도.. Scolpionweed 네요.

 

 

그런데 한송이만 따로 떼어 자세히 보면 괜찮습니다. 특이한 모양의 매력이 있어요.

 

 

이것은 common chickweed 가 아닐까 합니다. 일반적인 chickweed 완 좀 다르게생겼는데 chickenworts 라고도 부르는군요. 정말 산 정상의 칼바람 부는 곳에서도 청아하게 이쁩니다

 

 


짙은 분홍 색이 강열한 매력을 풍기는 이 꽃은 nothern willow herb, alpine fireweed 입니다.  흔히 보는 fireweed 보다는 키가 낮고 

꽃잎은 넓고 큽니다. 알파인 지역의 바위 틈에서 이런 꽃을 피워낸다는 것이 믿기지 않아요. 생명은 자체로 아름답기 그지없습니다.



해바라기과의 이 노란꽃은 Golden fleabane으로 산에서 흔히 만날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극히 일부 지역에서만 서식하기 때문인데 

오늘은 운이 좋은 날이군요. 



이제 Grizzly col 을 지나 릿지로 올라섭니다. 



열심히 우리가 갈 길을 설명하는 산행 대장님.. 무슨 특공대 같네... 



저 멀리 릴이 혼자 부지런히 우리를 쫒아 오네요. 대단한 분입니다. 오늘 원래 포카테라 일주 산행을 하려고 했다는데 바람때문에 그냥 내려왔다고.. 나이는 59세. 



그리즐리 릿지와 하이우드 릿지가 만나는 지점인가요.. 우리가 점심 브레이크를 가집니다. 존 바에즈 음악 들으며.. 수다에.. 

 


우리가 쉬는 곳에 다소 곳이 꽃피울 때만 기다리고 있던 이 야생화.. 내일이면 활짝 필 것 같아요. 



40번 도로를 따라 하이우드고개로 올라올 때 만나는 파도처럼 굽이치는 형상의 지층을 지닌 산이 바로 이 산이죠.  지층에 따라 다르겠지만 수천만년에서 1억년이상은 족히 되었겠죠. 여기가 옛날 바다였으니까요. 



건너편 Mt. Arethusa 입니다. 록키의 속살이 그대로 드러나 보이는군요. 자연이 빚은 조각품. 제가 종주했던 산입니다. 



Mt. Rae 의 어마무시한 모습입니다. 해발고도가 3200m 를 넘는 산이죠. 석탄광물인듯 시커먼 산이 매우 야성적입니다. 



산 위의 바위에 새겨진 세월의 흔적입니다. 돌이끼, lichen 이 이정도 크기가 되기 위해서는 최소 1000년이상의 세월이 필요합니다. 

우리의 삶은 그저 방금 스쳐 지나간 바람에 불과하군요. 




릿지를 타는 즐거움에 푹빠진 타고난 산꾼입니다.  산행 대장의 대장이죠. 



작은 조각들을 이어붙인듯한 모습들이 신기하기만 합니다. 



일부러 포개놓은 듯 차곡차곡 쌓여있는 암석들이 이채롭고 재미있어요. 



풍화 침식작용으로 만들어진 지형이 하나의 멋진 조각작품같군요. 예술품을 보는 듯 그 아름다움에 깊이 빠져듭니다. 



그런 바위 틈에서 자라는 야생화들은 그래서 더욱 사랑스럽고 소중합니다. townsendia ?



색종이로 오려붙여 만든 꽃 같아요. king devil hawkweed ?




산의 색깔들이 참 다양하고 서로 오묘한 조화를 이루고 있어요. 하늘이 맑았다면 어땠을까요.. 



Beardtongue 입니다. 보랏빛으로 꿈틀대는 듯한 꽃의 모습이 마치 고흐의 그림처럼 강열하더군요. 



하.. 바위들도 이렇게 아름다운 색감을 지녔어요.. 일부러 칠한 것처럼. 이것으로 지층연대를 파악하기도 하겠죠.



세월이 만든 자연의 모습이 말해주는 것은 지구는 살아 숨쉬고 끝없이 움직이며 변하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노천 석탄같았어요. 불을 붙이면 금방이라도 탈 듯.



어떻게 이런 환경에서 저리도 아름다운 모습의 꽃을 피워내며 살아가는지 말입니다.  눈물이 다 날 지경입니다. 



아마도 직업상 눈이 발달되었을 법한 우리 산행 동료께서 아까 그 나홀로 산행족, 릴과 함께 바위 언덕을 스크램블링하고 있습니다. 



카나나스키스의 엑스 컬리버는 여기를 찾는 모든 사람들에게 행운을 안겨다 주지 않을까요.  명색이 엑스 하고도 컬리버인데. 



형형색색의 바위 사이를 타고 내려오는 동안 고운 색감과 오묘한 형상으로 눈은 호강을 합니다.


 

앞에서 본 그 꽃입니다. 마운틴 파이어위드.  거친 록키의 여린 꽃잎, 묘한 대조를 이루고 있죠. 



 

하이우드 릿지의 평범한 듯 매력적인 모습. 목가적이라고 할 수 있겠네요.



어느새 주차장 바로 위까지 도달했군요. 그러나 내려가는 길이 만만치 않습니다. 



우리거 온 길 리뷰. 헐.. 저기를 우리가 왔단 말인겨.. 




하산 전 인증 사진 입니다. 역광인데... 하고 누군가 말하니 또 다른 누군가 사진을 좀 아시는 분이 

' 사진가는 역광 같은 거 상관안해 !!'  흠.. 흠..  상관이 많네요^^ 



그냥은 내려갈 수 없다 !! 열정의 왕언니가 저기 보이는 언덕에 갔다 내려가자는 반강제적 제안에 의외로..

YYSA님이 선뜻, 열렬히 찬성을 하셔서 아무소리 없이 따라 나서고 있는 나머지 분들입니다. 선두는 저 앞에 까마득히 가고 있네요.



alpine rosewort 가 돌이끼 사이에서 피어오릅니다. 피어난다기 보다는 만들어지는 느낌. 




고산의 이상하게 생긴 장미, Rosewort 입니다. 




엘로우 인디언 페인트 브러쉬에요.  




우리가 걸어왔던 릿지와 그 뒤쪽의 Mt. Tyrwitt. 산 정상에 사람들이 보이네여. 그들에게도 우리가 보일까요? 당연히 안보이죠. 




어느새 먹구름은 다 걷히고 BC 산불의 연기도 없으니 전형적인 록키의 여름하늘이 열립니다. 하늘과 땅과 산과 숲, 그리고 사람이 한데 어울려있으니 이어찌 아름답지 않을까요



이제 하산입니다. 구름이 푸른 하늘도화지에 마음껏 자신을 표현하고 있군요.  하늘이 가장 아름다울 때죠.



핑키 인디언 페인트 브러쉬군요.



고산 릿지 워킹은 오픈된 공간을 걷는 시원함에 약간은 찬기운이 감도는 서늘함, 그리고 멋진 전경을 품을 수 있음에 매우 환상적이죠.



산위에서 누우면 마치 하늘 바다에 떠 있는 듯한 느낌입니다. 




록키는 정말 아름답다..



주차장으로 돌아왔어요. 오늘 여행이 끝났습니다. 멋진 산과 지층, 암석, 꽃들, 산양, 하늘과 구름과 바람, 그리고 멋진 사람들까지.. 

정말 훌륭한 트렉킹이었어요.



"아빠, 이번 크리스마스때 우리 같이 여행갈까? "


내년이면 대학을 졸업하는 작은 딸이 크리스마스 방학을 앞두고 제게 제안을 했습니다. 


" 응? 여행? 우리 둘이서? 어디로 가고 싶은 데? "


마침 아내가 한국을 방문 중이었는데 몸 상태가 좋지 않아 돌아온 다음 여행을 하기 어려운 점이 있기도 했지만 

그런 것을 떠나 과년한 딸이 아무렇지도 않게 아빠랑 둘이 여행을 가자고 제안을 하니 처음엔 약간 당황했었죠.


(여행은 언제나 설레임이 있는 최고의 이벤트죠. 그런데 함께가는 동반자가 딸이라면 이건 정말 특별한 것입니다. 놓쳐서는 안되는)


"응.. 아빠랑 같이 뉴욕에 가고 싶어 !" 


사실 작은 딸과는 어렸을 적부터 여러가지 놀이를 같이 하며 함께 놀았고 메일과 카톡과 전화를 주고 받으며 생각과 마음을 나누고 자주 안아주며 언제나 사랑한다는 주고 받으며 충분히 가까운 사이이긴 하지만,


우선 뉴욕은 겨울보다는 가을에, 그것도 아내와 가고 싶었고 크리스마스에 아내가 혼자 있을 것을 생각하니 조금 미안했고 

등등으로 잠시 망설였는데 생각해보니 딸로부터 이런 제안을 받는 것이 그리 흔한 일이 아니어서 기꺼이 함께 여행을 하기로 했어요..


(그 유명한 타임스퀘어에서 우리는 함께 사진을 찍었어요. 이런 것을 촌스럽다고 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여러번 가본 사람들이 주로 그런 말 해요.) 


작은 딸과는 평소 자주 대화를 나누면서 생각을 주고 받는 가운데 서로의 가치관과 이념이 비슷하고 정치적 사회문화적 지향점이 비슷하다는 공통점에 성격도 비슷해서 까다로운거 없고 좋아하는 비슷하고 해서 함께 여행하는데 어려움이 없었어요

 

흔히 자녀들과 세대차이로 인해 갈등을 겪는 경우가 많은 대개의 경우 부모가 나이들어가면서 젊은세대에 비해 보수화되는 경향이 강하다는 것외에 평소 대화 부족 또는 함께하는 시간의 부족으로 공통의 관심사가 줄어든데다 상호 이해가 멀어져서 그러합니다.  

 

그리고 둘만이 있어보거나 둘이서 뭔가를 해보지 않았기에 대개는 어색해하고 둘사이의 공통된 대화주제가 없으니 같이 있는 것이 힘든거죠우선 서로가 너무 바쁘다는 것인데 가능하면 1달에 번이라도 함께 뭔가를 하는 시간이 필요합니다. 자녀가 좋아하는 것을 함께 하거나 먹고 싶어하는 것을 밖에서 함께 먹거나... 그런데 수만 있다면 가장 좋은 것은 함께 여행하는 것이 아닐까요


(밤 12시 맨해턴에서 긴 줄을 서서 기다린 끝에 그 유명하다는 shake shack 버거를 함께 먹었죠.  여행이 아니라면 결코 일어나지 않을 일 들 중 하나죠. 하루 종일 같이 돌아다녔는데 자정을 넘기면서까지 함께 버거를 먹으며 즐거운 시간을 가졌습니다.)



아버지가 딸과 여행할 때는 무조건 딸 위주로 생각하고 정하면 문제가 없습니다. 그건 아내와 여행할 때도 마찬가지죠.  이게 딸과의 여행수칙 제 1번입니다. 그래서 제가 여행을 떠나기전에 딸에게 가고 싶은 곳 보고 싶은 것 다 공부해서 알아 놓으라고 했는데 그래놓고 정작 저는 여행사상 처음으로 공부를 거의 하지 않은 바람에 여행 기간 내내 딸 뒤꽁무니만 졸졸 따라다녔습니다. 


" 아빠, 나더러 공부하라더니 아빠는 공부 하나도 안했네 !!"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은 우리 세대에게는 세계 최고의 건물, 뉴욕 제 1의 상징으로 기억되고 있었죠. 그러나 이번 여행에서 우리 방문 일정에는 없었는데 근처의 한국 식당을 방문하느라 가까이에서 보게 되었어요. '시애틀의 잠못이루는 밤' 영화를 기억하며 전망대에 올라간 수많은 사람들이 올려놓은 실망스런 후기의 영향도 컷지만 4박 5일의 짧은 일정에는 포함시키기 어려운 곳이었어요.


딸이 박물관, 미술관을 좋아한다는 것, 뉴욕 재즈를 사랑하고 브루클린의 역사에 관심을 가지고 있다는 것 그리고 오래된 것의 새로운 재발견에 멋을 느끼고 있다는 것 등.. 뉴욕 여행을 앞두고 저와 완벽하게 맞아 떨어진 취향이었죠. 여행일정을 자연스럽게 이런 컨셉으로 잡은 것은 너무도 당연했지요. 


그리고 이번에 딸과 여행을 가면서 몇가지 정한 원칙이 있었습니다. 위에서 말한 딸 중심여행이라는 것외에 자는 곳과 먹는 것에는 돈을 아끼지 않는다는 것이었는데  물론 가능한 범위내에서이지만 딸이 특히 어렸을 적부터 호텔 하나만큼은 클래시한 것을 좋아했기 때문이죠.  그리고 나머지는 뉴욕 지하철과 대중교통을 이용한다는 것, 가급적 박물관을 많이 둘러 본다는 것 등 이었습니다. 물론 딸과 사전 의논한 것들이죠. 


(사진은 우리가 묵었던 Hyatt Regency Hudson Hotel 에서 바라본 One World Trade Centre 건물이 있는 Lower Manhattan 의 전경입니다. 누구든 언급하지 않을 수 없는 911 테러. 호텔의 위치로 볼 때 그날 이곳에서는 아마도 생생하게 볼 수 있었을 테지요.) 


일단 딸이 제가 정한 호텔에 매우 만족했습니다숙소에서 점수를 엄청 많이 땄어요그런데 크리스마스 시즌의 뉴욕 호텔은 생각보다 비싸지 않았습니다크리스마스를 가족과 함께하는 미국의 전통으로 국내 여행객들의 숫자가 줄어서 인듯 합니다

 

 

       (도착한 때가 밤이어서 룸을 제대로 찍지 못해 이 사진은 호텔 웹싸이트에서 가져왔습니다. 우리가 묵었던 바로 그방입니다)

 

다큰 딸과의 여행에서는 여러가지 챙겨야할 것들이 많습니다적어도 숙소만큼은 멋진 곳에 잡는 것이 좋아요좋은 호텔에 머문다면 딸과의 근사한 분위기는 이미 보장된거죠.  베드룸과 거실이 분리되어 있다면  좋겠지만 Two double bed 정도로도 충분할겁니다



이 호텔은 뉴저지에 위치하여 공항과도 가까웠고(우버택시로 25불 정도) 상대적으로 객실료가 저렴한 편이었으며 무엇보다 호텔 바로 앞에 지하철 역이 있어서 매우 편리했습니다. 



호텔 방에서 바라본 전망인데 바로 앞에 보이는 큰 빌딩이 골드만 삭스 본사 건물이라고 하는군요.  아침의 풍경입니다.  보통 9시에 일어나 준비해서 호텔을 나갔다가 거의 자정이 지나서 돌아오는 강행군.. 제가 별로 좋아하지 않는 여행 스타일이지만 딸은 이번에 작심한 듯 저를 마구 닥달하여 우리는 결국 명소 탐방꾼이 되었어요^^ 딸도 원래 이런 여행 안좋아한대요. 그런데 뉴욕이니까...



호텔 뒷편 허드슨 강변 쪽에서는 건너편 맨해턴의 전경이 시원하게 펼쳐보였습니다. 어떤 곳이든 멋진 풍경은 그 속에서가 아니라 멀리 떨어진곳에서 볼 수 있지요. 이 호텔의 강점은 바로 허드슨 강을 따라 맨해턴의 스카이라인을 감상할 수 있다는 것이었어요. 



뉴욕 여행은 반드시 지하철을 이용해야합니다. 길이 막히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면요. 이것 만큼 빠르고 안전하며 편리하게 목적지까지 데려다 주는 것이 없으니까요. 우리는 7일권을 끊었는데 한사람당 31불인데 무제한 이용권입니다.  1회 이용권은 거리 관계없이 3불입니다.  당연히 시내버스와 환승도 됩니다. 



뉴욕 지하철은 명성 그대로 곳곳이 더러운 모습 그대로였어요. 큰 시궁쥐는 못보았지만 구정물에 쓰레기에 지저분한 벽.. 그러나 뉴요커들은 전혀 개의치 않는 모습들... 세계적인 대도시에 대비되는 듯한 낡고 지저분한 지하철은 그대로 하나의 관광 아이템인 된 듯해요. 그러나 여행객들에게는 그 이상의 의미죠. 교통 지옥이자 살인적인 주차고통에 택시비가 만만찮은 뉴욕 여행에 이렇게 싸고 이용하기에 쉽고 안전한 교통수단을 외면할 수 없기에 말입니다. 



언제나 스맛폰으로 다음 행선지를 확인하고 경로를 찾아 준 딸 덕분에 저는 룰루랄라 사진만 열심히 찍으면 되었어요.

지하철을 많이 이용하긴 했지만 결국은 또 많이 걸어야 했던 뉴욕. 뚜벅이 여행은 점점 힘이 드네요. 



도시에 어둠이 스며들면 그제서야 그 모습을 드러내는 것들이 있습니다. 모든 도시가 그러하듯 독특한 그들만의 밤이 시작되죠.

화려한 조명으로 어우러진 형형색색의 빌딩숲, 뉴욕의 야경이 그러하고 은밀하기도 하며 더욱 풍부하기도한 night life 가 그러합니다. 



석양이 내려앉는 대도시의 스카이라인은 그 자체로 로맨틱해서 누구와 있어도 사랑의 감정이 솟아날겁니다. 딸과 함께해도 마찬가지죠. 자유의 여신상을 보고 돌아오는 배안에서 바라본 맨해튼 야경은 따뜻하고 푸근한 부녀의 정을 저절로 깊어지게 할만큼 아름다웠어요.



강 또는 바다를 끼고 있는 도시의 스카이라인 야경은 여행자에게는 잊지못할 감동과 추억이 됩니다. 제 딸 역시 이 장면에 많이 감동을 받았어요. 





마침 크리스마스 시즌이었는지라 곳곳에서 펼쳐지는 성탄 쇼는 무료였지만 대단했어요. Saks Fifth Avenue  백화점의 전등쇼는 소문대로 장관이었어요. 약 40여만개에 달하는 전구라죠. 언청난 인파로 인해 좋은 자리를 찾기 힘들었지만 딸을 위한 부성은 이 마저도 거뜬하게 해치우게 했습니다^^



뉴욕의 밤은 그저 이리저리 걷는 것만으로도 즐거웠어요. 하긴 캐나다 촌동네에서 10년이상을 살다보니 그런 것도 있지만..  그럼에도 뉴욕은 뭔가 특별했습니다. 여행객들과 뉴요커들이 뒤섞여 만들어내는 밤의 모습은 현실과 이상이 어지럽게 믹스된 일종의 판타지 같았죠. 사진 초점이 맞지 않았지만 뉴욕의 밤 속을 거니는 이방인의 모습을 잘 표현하고 있네요. 


뉴욕 여행은 몇가지 키포인트가 있는 듯합니다. 월스트릿으로 대표되는 바쁜 도시 뉴욕의 일상을 마치 현지인인듯 느껴보는 것, 세계인 수억명이 다녀갔다는 타임스퀘어광장을 비롯한 도심의 유명한 명소들을 둘러 보는 것,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 혹은 롹커펠러센터에서 바라보는 뉴욕 야경, 혹은 주경, 센트럴 파크를 거니는 것 등에다 뉴욕만의 특별한 문화코드를 경험하는 것을 들 수 있습니다. 



브루클린 다리입니다. 1883년에 완성된 이 다리는 최초의 철제 와이어 현수교로 알려져 있죠. 석회암골조를 기본으로 만들어진 이 다리는 뉴욕 본섬과 블루클린을 이어주며 뉴욕의 상징 중 하나가 되었습니다. 수많은 문학작품과 영화의 소재가 되었던 이 다리는 그 이름만으로도 묘한 향수를 일어나게 해줍니다. 




cathedral of Saint John the Divine 개신교 교회입니다. 세계에서 네번째로 크다고 알려져 있어요. 다운타운의 고딕양식 성 패트릭 대성당이 더 유명하긴 하지만 주변의 할렘도 구경할 겸해서 찾았습니다. 오늘은 크리스마스 아침이라 마침 크리스마스 예배를 드리고 있더군요.  고딕 복고 양식과 로마네스크 복고양식이 혼합된 이 건축물은 뉴욕 대도시의 한켠에서 중세풍을 감상할 수 있는 멋진 기회를 줍니다. 



뉴욕엔 꼭 가보아야할 네개의 유명한 박물관이 있는데 오늘 소개할  곳 외에도 구겐하임 미술관, 현대미술관MOMA 그리고 자연사 박물관입니다. 물론 그외에도 이런저런 전시관이 매우 많았어요. 그 중에서도 엄청난 규모를 자랑하는 이곳 The Metro politan museum of Art, 줄여서 The Met 라고 부르는 뉴욕 미술관은 내가 좋아하는 유럽회화, 특히 인상파 그림이 다수 있어서 좋았고 딸이 좋아하는 현대 미술작품도 꽤 있었어요. 딸과 함께 미술관 관람.. 정말 행복했어요.



그리고 그 유명하다는 브로드웨이 쇼를 보았네요. 볼게 너무 많아 고른다는 것이 무의미. 남들처럼 타임스퀘어 광장에 약 1시간여 줄을 서서 할인 티켓을 구입하여 오페라의 유령을 관람했습니다. 둘다에게 행복한 밤이었습니다.



제가 미리 예약해두었던 유일한 일정은 바로 이것. 뉴욕재즈의 밤입니다. 이스트 빌리지 어느 동네의 반지하 프랑스요리 카페인데 

이곳에서 매일밤 라이브 재즈 공연이 있다는 것을 알고 예약을 했었죠. 딸이 평점 10점 만점을 주었던 우리 여행의 하일라이트 중 하나였어요. 와인도 함께 마시고 재미있는 이야기도 나누며 라이브 재즈가 주는 감미로운 뉴욕의 밤에 푹 빠졌더랬죠. 




뉴욕..
아내와 한번올거라고 생각한 곳을 다 큰 딸과 처음으로 오게 될 줄이야.
무엇보다 아빠를 친구처럼 여기며 함께 놀아준 딸이 고마웠어요.

처음으로 딸과 단둘이 멀리 떠나는 여행에 다소 긴장도 했는데, 지 엄마 어렸을적이 생각나며 마치 아내와 시간 여행을 온 것 같았습니다.
여행기간 내내 마치 연인처럼 두손 꼭 잡고 다녔습니다.
타임스퀘어에선 함께 쉐이크 쉑 버거도 먹고.. 뉴욕 재즈바에서 멋진 라이브 재즈도 함께 즐겼습니다.

유서깊은 성요한 성당에서의 크리스마스 예배, 딸을 깊이 안아주며 아버지의 기도를 해줄땐 나도 모르게 진한 눈물이 흘러내렸습니다.
브루클린 브릿지를 걸어보며 50년대 미국문화를 함께 이야기했습니다. 브루클린으로 가는 마지막 비상구는 아직 열리지 않았다는 말도 하며..

3개의 박물관을 다리가 퉁퉁붓도록 걸어다니며 인류자연사..인상파 그림들에 대해 이야기를 나눌 땐 우리의 여행이 정말 귀한 시간이 되었어요.

무엇보다 딸아이의 취향이 나와 비슷하다는 것이 나를 즐겁게 했습니다. 내가 아직은 청춘이구나.. 하하하 !!


여행은 우리를 새롭게 하여줍니다. 누구와 함께 가느냐에 따라 여행의 의미는 달라집니다. 자녀, 특히 딸과의 단둘이 여행, 여기서는

Father daughter trip 이라고 부르더군요. 대부분 어린 딸이거나 좀 컷어도 틴에이져 정도의 딸과 가는 여행입니다. 이렇게 대학졸업을 앞둔 딸과 가는 여행은 그리 흔한일은 아닌 듯 하지만 정말 오래도록 두고두고 감동을 남겨놓는 멋진 여행입니다. 벌써 다음 여행이 기다려집니다.



오늘 포스팅은 대부분의 관광객들이 그렇게 하듯 주차장 주변의 제한된 모습만 보고 지나가는 것으로는 절대 경험할 수 없는 겨울 여행의 진수 중 하나를 소개합니다. 요호 국립공원의 대표적인 관광지인 에메랄드 호수 주변을 따라 걷는 snowshoeing trip, 눈신 여행입니다.


캐나다 겨울 여행의 참 맛은 눈과 얼음이 만들어 내는 환상의 세계를 직접 몸으로 경험하는 것입니다. 즉, 유명한 관광지의 속을 파고 들어가 대자연의 숨은 즐거움들을 느껴보는 것이죠.


습기가 없이 결정체에 가깝게 내리는 록키산의 눈은 바로 먹어도 좋을 만큼 깨끗하고 눈부시게 새하얗습니다.  맑은 날이면 시리도록 푸른 하늘과 따사로운 햇살에 반짝이는 하얀 눈이 서로 어우러져 잊지 못할 감동을 안겨주지요. 


낮은 인구 밀도와 굴뚝 산업이 없는 관계로 세계적인 청정지역을 유지하고 있는 서부 캐나다의 록키산 국립공원에서 여행의 참맛을 아낌없이 맛보기 위해서는 주차장을 다소 멀리 벗어나 주변에 마련되어 있는 하이킹 코스를 따라 트렉킹을 해야합니다. 이때 가장 중요한 것은 트렉킹 코스에 대한 정확한 사전정보와 장비를 갖추는 것입니다. 


겨울 트렉킹의 필수 장비는 스노우 슈라고 불리는 눈신입니다. 록키의 거의 모든 지역은 비록 주차장에서 가까운 곳이라도 이 것이 없이는 아예 트렉킹을 할 수 없을 만큼 눈이 깊기 때문이죠. ( 눈신을 비롯한 겨울 산행 장비의 대부분은 대여가 가능합니다) 


에메랄드 호수는 여름에는 가히 하늘아래 존재하는 천국같은 절경을 자랑하는 곳입니다. 에메랄드를 연상케하는 호수 색깔은 비현실적이리만치 아름답죠. 그리고 호수 주변의 웅장한 산세와 빽빽한 침엽수림, 수많은 야생화와 야생동물 등은 이곳이 과연 살아있는 자연 그대로의 천국임을 있는 그대로 보여주고 있습니다.


호수주변을 따라 약 5km 정도 조성된 숲길은 호수와 숲, 록키산의 아름다움을 두루 감상할 수 있는 곳이지만 겨울에는 이 길을 따라 멋지고 놀라운 설경을 경험할 수 있습니다. 한군데 눈사태의 위험이 있는 곳이 있지만 짧은 구간이라 위험도는 낮은 편에 속합니다. 



호수 전경과 뒤로 Burgess 마운틴 그리고 호수 입구에 있는 호텔, Emerald Lodge가 한데 어우러진 그림같은 풍경입니다.



이장면은 Burgess 마운틴에 올라가 호수를 내려다 본 것입니다. 보시는 대로 에메랄드 색의 호수가 환상적입니다. 오늘은 이 호수 가장 자리를 따라 겨울 눈신 트렉킹을 합니다.



첫 사진과 같은 곳에서 바라본 겨울 호수의 전경입니다. 맑은 날이었으면 아마도 더 아름다운 장면을 볼 수 있었겠지요. 



에메랄드 호수로 눈신 여행을 가는 날 밴프 국립공원을 지날 때는 이렇게 맑은 날이어서 잔뜩 기대를 했었지만 요호로 들어서자 날씨

 가 나빠져 최고의 사진을 얻을 수 없어 아쉬웠죠. 이 장면은 밴프의 명물인 고속도로위에 설치된 야생동물 통로의 모습입니다. 



호수에 도착하니 버스를 타고 들어온 관광객들이 보입니다. 꽁꽁 얼은 호수 위를 걸어보는 것도 색다른 경험이죠. 그들에게 오늘 제가 소개하는 눈신 여행을 하기엔 시간과 장비, 계획 모두가 부족하군요. 



호수 입구의 멋진 설경이 우리를 먼저 반겨주는 군요. 록키산은 사시사철 청정하지만 겨울 록키에서는 결정체와 같은 깨끗함을 느낄

 수 있습니다. 특히 공기 중에 부유물이 상대적으로 덜하기에 여름보다는 언제나 쨍하게 맑은 느낌을 맛볼 수 있습니다.



이제 본격적인 눈신 여행을 시작합니다.  바로 나타나는 애벌란쉬, 눈사태 경고문이죠. 섬뜩하지만 이 곳은 low risk 지역입니다.




이 곳인데 나무가 없고 탁 트여 눈이 쓸고 내려오기 알맞게 되어 있죠. 



이곳을 지나면 바로 다시 깊은 숲길입니다. 스노유 슈잉을 하여 길이 만들어져 있습니다. 



호수 위에는 크로스 컨트리 스키를 타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그러나 주로는 이렇게 호수 가장자리를 따라 도는 것이 안전합니다. 아무리 얼음이 세게 얼었다해도 알 수 없는 일이니까요.




요호 지역의 눈은 그 깊이가 대단하죠. 가을에 내리기 시작한 눈은 봄까지 녹지 않고 이렇게 계속해서 쌓이기만 하니까요.



호수 뒷편에 도착했습니다. 올겨울은 그렇게 심하게 춥지 않아서인지 이렇게 벌써 상류 쪽은 녹아 있습니다. 



호수 뒷편의 산풍경입니다. 



Burgess 마운틴 방향이구요. 여름에는 정말 그림같이 아름다운 곳이죠.



다시 숲길로 들어섰어요.



뭔가가 엎드려 있는 듯한 모습이군요



눈과 숲이 만드는 자연의 작품들은 곳곳에서 그 아름다움을 뽐내고 있죠.



스노우 슈잉 트렉킹은 여름과는 달리 더 많은 체력을 소모합니다.  5km 정도는 큰 문제가 안되지만 이보다 길 경우 다양한 준비물이 필요합니다.



 한바퀴를 돌아 호수 입구의 lodge를 통과합니다. 설경이 아름다운 호숫가에서 겨울 밤을 보내는 것... 정말 좋은 추억이 되겠죠?



이 곳엔 옥외 스파도 있고 객실엔 벽난로가 구비 되어 있으며 호텔 라운지도 멋져서 겨울 추억여행지론 그만입니다. 



랏지가 호수 입구 전나무 숲에 들어 앉아 있어 동화 속 집들 같아요.



겨울 에메랄드호수의 눈신 여행 어떻게 보셨어요?




록키산 자락에서 살아가는 데날리 부부의 1일 겨울 여행이었습니다. 




1916년 5월, 제 1차 세계대전이 한창 치열한 때 독일제국은 그 때까지 철옹성으로 영국 해군이 장악하고 있던 

북해의 해상권을 뺏기위해 100여척에 달하는 대 선단을 이끌고 영국 해군과의 일전에 나섰습니다.

영국은 북해 제해권을 지키기 위해 150여척에 달하는 초대형 선단을 동원해 이에 맞섰습니다.


양쪽 선단에는 Dreadnought  라고 불리는 대구경 함포 장착 전함이 수십대씩 포함되어 
역사상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이 전함들 사이에 대격돌이 일어나게 됩니다. 원거리 포격전을 
주전술로 하는 이 거함들은 그때까지의 해전 양상을 바꾸어 놓은 획기적 전함입니다. 

이 해전에 참여했던 그 수많은 전함들이 Indefatigable, Warspite, Galatea, Sparrowhawk 등등으로 그 이름들이 카나나스키스 록키의 산들에 붙어있습니다. 
이 역사적인 해전이 곧, 6000여명의 전사자를 낸 영국이 전술적으로는 패했으나 전략적으로는 제해권을 계속 지키게된 Jutland sea battle, 즉 유틀란트 해전입니다. 

1차 세계대전이 끝나자 캐나다에 애국열풍이 불어닥쳤고 그 결과의 하나로  카나나스키스의 수많은 산들에 이해전에 참여했던 전함과 군인들, 그리고 그 부속 인물들의 이름이 명명되었습니다. 당시 알버타 인구는 50만이 채 안되었지만 1차 세계대전에 참전한 군인이 5만명에 이를만큼 원래 애국열풍은 강열했습니다. 아마도 이런 분위기는 웅장한 카나나스키스 록키의 봉우리들에 영국전함들의 이름을 붙이는 것을 자연스럽게 했겠지요. 

Upper Lake 위쪽 Kananaskis Range에 위치한 Mt. Invincible 도 그중의 하나이며 그 전함을 지휘했던 제독이
바로 오늘 우리가 오를 산이름의 주인공 Hood Horace입니다. 그는 인빈서블호와 함께 북해 바다에 가라앉았습니다.  그외 주변의 산들, 크릭에서 바로 보이는 웅장한 석회암산인 Mt. Blane, 그 왼쪽의  Mt. Broc, 그리고  Mt. Hood 바로 앞의 Mt.Packenham, 그리고 Mt Evan-Thomas 등 이 모두가 Jutland 해전에 참여했던 영국해군의 전함을 지휘한 장교들이었습니다.

Mt. Hood는 근처 오팔 산군의 몇 안되는, 일반인 스크램블링이 가능한 산중의 하나로 해발 2900m / 게인 1200m / 왕복 11km 의 Moderate 코스 입니다. 
Mt. Hood 산행은 수해로 처참하게 파괴되었으나 곳곳에 그 아름다움이 남아 있는 Creek walking, 영화 속 한 장면같은 Grass ridge walking, 적당한 난이도로 즐거움을 주는 scrambling, 그리고 정상에서 맛보는 카나나스키스 벨리와 산군, 오팔산군의 놀라운 파노라마 경치까지 마치 4부작 드라마같은 산행이었습니다. 

1부 크릭워킹 



킹크릭의 초입부 멀리 보이는 산은 Mt. Blane 입니다. 날씨 좋을 땐 새하얀 석회석의 정상부분이 마치 여름에도 눈이 내린듯 하지요. 얼마나 아름다운지 모릅니다. 
이 산 이름 역시 유트란트 해전의 영국군 함장이었습니다.  그러나 그렇게 아름다웠던 킹크릭은 몇년전 수해의 상흔으로 여전히 아픔 속에 신음하고 있었어요.


수해로 인해 쓸려 내려온 나무들이 여전히 이러저리 흩어져 있고 물길도 바뀌어 있었어요. 이전에는 이 계곡이 나무 징검다리가 놓인 정말 예쁜 계곡이었는데 이제는 
걷기에는 장애물들이 너무 많아 통과하는 데 다소 성가시기까지 했습니다. 


그런 중에도 만나는 자연의 작품들은 여전히 이 계곡이 귀한 유산임을 보여줍니다. 언젠간 자연이 지닌 위대한 회복력으로 옛 모습을 찾을 것이라 믿으며..


평소라면 즐거운 마음으로 통과했을 계곡이 오늘은 가장 힘든 코스 중의 하나가 되었습니다. 안으로 제법 깊이 들어왔습니다. 


그런 중에도 이렇게 좁은 계곡에 걸쳐있는 나무 징검다리를 건너는 순간엔 어렸을 적의 추억을 떠올려 즐거움 마음이 되었습니다.


베인 베리라는 앙증맞은 빨간색의 베리 종류입니다. 먹을 수 없어요. 


계곡물가에 핀 이끼식물은 매우 선명한 채 우리 눈을 시원하게 해줍니다. 


fireweed 라는 야생화입니다. 


겨울이 매우 혹독하기에 변온동물인 뱀이나 개구리가 겨울을 넘기지 못해 살지 못한다고 알고 있었는데 두꺼비로 보이는 이녀석을 발견했습니다. 신기했어요. 캘거리와 록키산 일대에는 뱀이 없다고 보아도 무방하고 또 바퀴벌레가 없습니다. 시궁쥐도 없고.. 추운 날씨로 인해 햠오 동물 중 없는 동물들이 많은 것은 좋은 점이죠. 


하산시에 계곡에 다시 접어들자 안개비가 촉촉히 내렸어요


2부 릿지 워킹



지난 봄에 이곳을 찾았을 때는 온통 무릎까지 빠지는 눈을 헤치며 걸었었는데 어느새 풀들이 무릎이상으로 자라 있습니다.  자연은 이렇게 오묘한 변화 속에서 자신의 모습을 끝없이 지켜나가고 있어요. 


마치 자유와 평화를 찾아 넘어가던 알프스의 그 언덕처럼  관목과 잡풀로 우거진 능선을 올라가는 마음은 새로운 세상을 만나러 가는 설레임 그 자체였습니다. 


그런데 자유도 좋고 평화도 좋지만 이 경사가 장난이 아니었어요. 계곡을 지나오느라 진이 어느정도 빠진 다음이니 경사를 오르는 것은 매우 힘든 여정이었습니다.
그러나 문득 뒤를 돌아보면 놀라운 세상의 멋지고 아름다운 모습에 이내 곧 넋을 잃고 말죠. 


내려올 때는 이 장면을 가슴에 안고 내려가기에 가슴에 차오르는 감동의 깊이는 말로 다하기 어렵답니다. 숨도 차지 않고 즐거움이 가득한 순간이죠.


관목 들 역시 가을색으로 이미 변하여 아름다운 작품을 만들어 주고 있어요. 이런 예쁜 가을을 찾는 기쁨은 릿지워킹의 잊을 수 없는 매력 중 하나입니다. 


3부 스크램블링



동료들이 힘겹게 오르는 능선 바로 뒤로 보이는 가로고 길게 뻗은 언덕이 유명한 킹크릭 릿지입니다. 사계절 오르내릴 수 있는 멋진 하이킹 코스죠. 
오늘 우리와 함께 다니던 팀의 일부 멤버들이 저 산을 하이킹 중에 있습니다. 


록키산 등산의 빼놓을 수 없는 매략중의 하나가 바로 이 스크램블링에 있습니다. 손과 발을 써서 바위경사와 암벽을 넘어가는 것을 말합니다. 물론 위험한 구간도 있기에
오르는 산마다 등급을 나누어 놓았습니다. 오늘 오르는 산의 등급은 중급입니다.  경사가 다소 급한 것 빼놓고는 그리 위험하지는 않았습니다.


스크램블링 구간에서 만나는 주변의 풍경은 대개 드라마틱합니다. 그만큼 위로 오를 수록 더욱 험한 지형을 하고 있는 것이 록키산의 일반적인 모습이니까요.


이제 정상을 향한 일차 관문의 목표점인 COL 이라고 불리는 고개마루가 가까워지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 사진의 경사도는 우리가 올라가는 구간의 실제경사도와 거의
비슷하게 표현해주고 있습니다. 


잠시 주변을 돌아보니 카나나스키스 밸리의 장관이 눈에 들어옵니다. 이 장면을 처음 보았을 때의 감동만큼은 아니지만 여전히 제 가슴을 두근거리게 합니다. 
오늘은 구름이 잔뜩 끼어서 푸른 하늘 배경을 볼 수가 없는 점이 아쉽긴 하지만 대신 구름사이로 쏟아지는 빛내림이 있어 충분한 보상이 되고도 남음이 있네요.


힘든 바위 및 자갈 경사를 오른 끝에 COL 이라고 부르는 두 산 봉우리 사이의 고개마루에 올라선 동료들입니다. 대개 여기서 한숨을 돌리지만 남은 구간이 여전히 만만치 않기에 긴장을 풀 수는 없습니다. 뒤로 보이는 산은 아까 말한 Mt. Packenham 입니다. 역시 유트란트 해전 참전 장교죠.  이 산의 형태가 특이합니다.  지층이 세로로 세워져 있습니다. 이런 형태를 dogtooth  Mt. 이라고 합니다. 


이 쪽은 우리가 오늘 올라야하는 최종 목표 Mt. Hood 입니다. 


돌이끼의 색깔이 매우 요염합니다.  rock lichen 이라고 부릅니다. 


4부 on the top


어느덧 정상이네요.정상 마지막 부분은 자갈 경사가 거의 서있는 벽처럼 느껴질 만큼 가파라서 힘들었습니다. 


카나나스키스 호수가 그림같이 아름답네요.. 호수 오른편에 있는 산이 인디패티거블, 가을에 오르면 좋은 바로 그 명산입니다. 


주변 산들의 모습이 정말 멋지고 훌륭합니다. 자연의 조각이 신비롭기 그지 없습니다. 


 알파인 목초지의 초록색이 아직도 선명한 산의 모습이 정말 깊은 감동을 자아냅니다.


끝도 없이 이어지는 록키의 이 산들이 미국 남쪽의 리오그란데 강 까지 장장 4000km 를 내려간다니 놀랍기만 합니다. 


바닥을 친자만이 정상에 오를 수 있고 정상에 선자 만이 최고를 볼 수 있다. 정말 그러합니다. 


날씨가 좀 추웠습니다. 바위 벽에 숨어 식사를 하는 동료들.. 그래도 정상에 오른 보람을 느끼는 순간이죠. 그러면서도 낭만적이엇어요.  록키의 정상에서 느끼는 희열..


카나나스키스 호수 위로 내려앉는 빛내림은 오늘 산행의 화룡정점.  마운트 후드는 계곡을 통과하고 릿지를 올라 암벽을 기어오른다음 정상에 서는 과정 모두가  록키산 등산의 모든 매력을 보여주기에 아무런 모자람이 없는 최고의 산행지 중의 하나였습니다. 



어렸을 적부터 막연히 동경해왔던 삶의 모습 중의 하나는 주변에 나무와 잔디밭이 있는 곳에서 살아가는 것이었습니다. 
유달리 자연을 사랑하고 좋았던 저는 어렸을 적부터 주로 산이나 바다나 들에서 노는 것을 좋아했습니다.

외국영화를 보면서 담장이 없는 동네, 잔디밭과 나무들이 어우러진 주변환경등이 나올 때마다
저런곳에서 한 번 살아보았으면.. 하고 꿈을 꾸었지요.

그리고 나이가 들면서는 저녁이 있는 삶을 원했습니다. 이른 저녁에 집에 와 아내와, 아이들과 함께 집 주변에서 놀거나 

산책하며 삶을 소박한 기쁨으로 누리는 것은 언제나 가슴 속에 품어 온 작은 꿈이었죠. 


2014년 캘거리는 정말 축복받은 10월을 보냈습니다. Snow free 인데다 기온도 두자리수를 계속 유지해왔죠.
오늘 기온이 많이 떨어져 눈비가 올 것이라고 하지만 다음 주는 다시 회복이 되어서 아마도 늦가을 정경은
조금더 누릴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어쩌다 저녁에 이른 퇴근을 하면 집에 들어가기전 꼭 주변을 산책합니다. 
이것은 어렸을 적부터의 나의 꿈이었으니까요. 
제가 아무리 피곤하고 힘들어도 현실이 된 꿈을 누리는 것은 호사가 아니라 일종의 자기 암시같은 거죠.
사람은 욕심의 동물인지라 뭔가를 얻고나면 그것을 간절히 꿈꿀 때의 마음을 쉽게 잊어버리니까요.

 

 

우리 집앞 플레이 그라운드에 설치해놓은 눈 폭풍 막이입니다. 저를 비롯한 동네사람들이 시의원에 청원하여 이루어진 거죠. 

 

 

저녁햇살이 아직은 따사로운 시월의 어느 예쁜 날. 동네의 정경이 따뜻한 느낌이네요.

 

 

아직 노란 단풍이 아름답게 남아 있으니 행복할 따름입니다.

 

 

가을은 깊고 그윽한 계절이죠. 와인의 그것처럼..

 

 

동부 캐나다의 화려한 단풍이나 우리나라의 멋지고 훌륭한 단풍에는 못미치겠지만 저는 이렇게 소박하고 조금은 청초한 느낌의 이런 단풍이 더욱 익숙해졌습니다.

 

 

가을은 아쉬움과 미련에다 약간의 쓸쓸함, 그리고 조금은 두려움이 교차하는 계절입니다. 화려한 여름과 무거운 겨울의 사이에서 

징검다리가 되기 때문이겠죠. 그러나 이게 다 우리들이 만들어 내는 느낌일 뿐, 가을은 이 세상의 엄연한 현실 중 하나죠.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살아야 하는.

 

 

고요와 평화..이런 풍경에 익숙한 저는 복잡한 도시생활은 이제 더이상 못할 것 같습니다

 

 

사람들은 그저 이 아름다운 정경을 소박하게 누리고 살아갑니다. 인간의 행복은 결코 크고 대단한 것에 있지 않다는 것을 이런 점에서도 확인합니다. 

작고 일상적인데서 행복할 수 있어야 정말 행복한거죠.

 

 

이런 환경이면 걷고 뛰기에 아무런 부담이 없죠. 캘거리는 최근 세계에서 가장 깨끗한 도시로 선정되었다는 기사가 나왔습니다. 

아마도 인구 100만 이상의 도시 중에서가 아닐까 싶어요. 공기와 물은 말할 것도 없고 각 동네와 거리들이 정말 깨끗합니다. 

일단 쓰레기를 함부로 버리는 사람들이 없다는 것. 웬만하면 모두 가지고 갑니다. 그리고 제가 짐작하기는 캘거리의  생활자체가 

쓰레기를 덜내는 유형일 것이라는 점입니다. 

 

 

고즈넉한 분위기의 산책로

 

 

노인 부부들이 산책하는 모습을 많이 볼 수 있습니다. 해로하는 모습.. 보기가 참 아름다워요. 노년 행복의 가장 큰 것 중 하나는 돈도 아니요 

그 어떤 것도 아닌, 배우자와의 건강한 동행입니다.

 

 

작은 관목들의 잎들도 한 껏 예쁜 색감을 자랑하죠.

 

 

동네의 소박한 모습은 사진 찍기에도 편안하고 참 좋습니다.

 

 

노란 창 같네요

 

 

dogwood 라는 관목의 열매죠. 하얀 구슬같은 모습이 앙증맞습니다.

 

 

노란 색에 빨간 것들도 섞여 있어요.

 

 

우리 집이 저어기에 보이네요^^ 


 

우리 동네는 캘거리에서 가장 우수한 동네 1위에 선정되었습니다. 부자동네도 아닌데 특별히 나은 점이 뭘까요.. 정말 깨끗하고 단정한 모습의 동네죠.

짐작컨데 컴뮤니티 멤버들이 열심히 일한 듯 ^^ 사실 이웃들이 대체로 젊잖고 조용하며 나이스합니다. 범죄율도 낮고 각종 사고율도 낮고, 

주변에 큰 상업지구도 있고 지하철도 가깝고.. 등등.. 무엇보다 동네의 각종 주거 인프라가 잘 갖춰져 있는 것이 또 하나의 이유겠죠.

 

 

날씨가 따뜻하니 아직도 야생화가 피어 있네요.

 


캐나다가 그리 돈 많은 나라가 아닌데도 동네마다 이런 잔디 구장이 있다는 것이 놀랍습니다. 공공재에 대한 국가 지출이 우선 확립되어 있다.. 

결국 세금이 세다는 얘기이고 그럼에도 조세저항이 거의 없다는 것은 직접세 비율이 매우 높아서 조세와 소득간 형평성이  지켜진다는 것.. 

높은 세율의 세금을 기꺼이 내고 살아가는 캐나다인. 결국은 국가사회를 모두 함께 만들어간다는 의식이 아닐까요. 이웃과 함께 행복하지 않으면 

나혼자 아무리 잘살아도 진정한 행복이 아니라는 것.


 

앙상한 나무가지의 나무마저도 그리 쓸쓸해보이지 않습니다.

 

 

 

높은 산에서나 볼 수 있는 라르치 침엽 단풍이 이곳에 있군요. 정말 좋은 동네 ㅎㅎ

 

 

집 바로 옆은 작은 숲은 이곳의 공기를 더욱 깨끗하게 만들어주는 데 기여하는 듯 합니다.

 

 

우리 집의 늦가을 풍경입니다.

 

 

우리 집에도 아직은 가을이 머물고 있네요.. 행잉 바스켓에 물주고 관리하는 것은 제 담당인데 올해는 그게 길어지고 있습니다.

 

 

내년에는 이 현관 테라스를 페인트 칠해야합니다. 무슨 색으로 칠하는 것이 좋을까요?

 

 

해가 넘어 가면 남은 빛이 세상에 뿌려지죠. 노을이란 이름으로 물들어갑니다.

 

 

노란 가을이 더욱 짙어집니다.그러다가 노랗다 못해

 

 

샛노래지고..

 

 



 

결국은 이렇게 붉어지죠.  저녁에 집에 돌아와 주변을 가볍게 산책하고 왔더니 어느덧 온 세상에 노을이 입혀지고 있네요. 

아름다운 세상.. 마치 마지막 가을을 불태우려는 듯 세상은 아름답고 또 아름다웠습니다. 그리고 내가 이존재들 속의 하나라는 

사실이 감격스러웠습니다.

 

이민을 와서 어렷을 적 꿈꾸었던 삶의 모습 속에 있다는 것만으로도 주변에서 나를 어지럽히는 슬픔과 고통, 어려움들은 

이겨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오타쿠라고 들어보았을 것이다. 덕후라고도 하데. 그러나 이 두 말은 같으면서도 다르다. 이를 두고 혹 매니아라고만 해석하면 매우 천박하다. // 일단 오타쿠 덕후는 혼자노는 사람일 경우가 대부분이다. 집에 쳐박혀있는. 그렇다고 빈둥대기만 하는 룸펜과는 다르다. 오타쿠 덕후는 혼자 놀되 무엇인가를 찾아가는 사람이다.


즉 혼자의 힘으로 세상의 문제를 해결해가는 사람이라는 뜻. 완성된 개인주의를 말한다.  // 여기서 예술은 문화 및 교양, 스타일과 함께 개인주의를 완성하는 가장 중요한 요소다. 그런 의미에서 오타쿠, 덕후가 완성된 개인주의자의 하나일 수도 있지만 아닐 수도 있다.



개인주의는 혼자 논다. 그러나 고립을 거부한다. 부족주의나 가족주의, 집단주의 속에서 살아가는 사람들보다 오히려 무수한, 지평이 확대된 만남이 있다. 그 만남은 자유롭다. 내가 주인된 만남이다. 내가 선택하는 것이다. 만날지 말지를 내가 결정한다는  얘기. 이 얼마나 통쾌한가. 


옷차림이 단정치 못하면 윗사람에게 혼나는 그런 조직에서 눈치 보지 않고 두려워하지 않고 비위 맞추지 않는 사람, 한마디로 사회 부적격자라고 손가락질 받을 수 있는, 왕따 기질이 좀 있는 그런 까칠한 사람만이 가질 수 있는 세계다.





개인주의자는 예민하다. 소심하기도 하다. 그럼으로써 오히려 단단해질 수 있는 기초가 마련된다. 철저하게 자신과 마주하되 그렇기 때문에 소소한 주변을 물리치고 거대한 인류단위의 세상과 마주하게 된다. 신과 일대일로 맞설 수도 있게 된다. // 그러니까 진정한 개인주의는 철학도 만나고 역사도 만나며 종교도 만나고 교양과 문화와 예술을 만나게 된다. 자연과 친구가 된다. 그것이 인류의 본성이며 곧 자신의 존재이유이기 때문이다.




         열정은 신중함이 뺏어가고 창의력은 상식이 주저앉히며 예술적 감성은 잘해야한다는 강박증이 스스로 말살시킨다.


그래서 열정과 창의력, 예술적 감성과는 무관한 그런 삶이 안전할지는 모르나 너무 지루하다. 때론 신중함에서 벗어나 도전도 해보고, 상식을 뛰어 넘어 의외의 길로도 가보며, 잘 못해도 좋으니 작품도 만들어 보는거다. 그것이 실수를 만들고 좌절도 겪게 하며 엉뚱한 결과를 초래할지라도 공동체의 선을 침해하지 않는 선에서의 나의 취향과 사상과 라이프 스타일은 당연히 존중받아야하지 않나. 


                  




그런데 이렇게 해서 내가 최고가 되면, 훌륭한 개인주의를 완성하면 누구라도 알아주는가? 개뿔..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다. 주변과의 부대낌에서 달라질 것은 아무 것도 없다. 고흐를 누가 알아주었나. 미친 정신병자였다. 그런데 고흐는 그의 개인주의를 완성했다. 신과 일대일로 만났다. 세상과 늘 마주했고 인류단위로 사고하며 사색하며 그것을 예술로 옮겨 세상을 한마장 진일보시켰다.



나는? 고흐도 아니고 위대한 철학자도 아니다. 그러나 내가 일단 주변에 얽매이지 않고 나를 발견하며 나를 완성해나가는 순간, 내가 세상의 주인공이라 선언하고 인류단위로 생각하며 세상의 진보에 대해 작은 밑돌을 자처할 때 나는 고흐와 어깨를 나란히 한다. 누가 알아주고 말고는 문제가 되지 않는다. 진정한 진보주의자는 세상의 변화에 자신의 이성과 삶의 한 조각이라도 더해 기여해야 한다고 믿기에.




나는 하루를 살아도 멋있게 살고픈거다. 스타일을 중시하고 살고싶다. 기능성도 좋지만 디자인은 더욱 중요하다. // 그리고 내가 좋아하는 것, 취미, 취향이 꼭 한가지여야할 아무런 사회적, 역사적, 철학적 이유란 없다. 나는 모든 음식이 맛있고 모든 색깔이 다 이쁘다. 모든 산이 다 좋다. 그래서 나쁜가. // 나는 정답을 찾는 부질없는 허세를 그만두고 깨달음을 향한 길만을 오직 본다. 계속하여 뭔가를 시도하고 새로운 단계로 나아가며 배우고 아는 가운데 나는 완성되어져 간다. 그 속에 기쁨이 찾아 온다.


영화를 한편 보아도, 감독의 연출의도를 쫓아 보는 것이 필요하다. 스토리는 대개 그렇고 진부할 수 있다. 그러나 영화를 재미로 보면 보았지만 안 본 것이다. 커피를 한잔 마셔도 어디서 만들어진 무슨 커피인지를 알고 마시면 역사와 문화가 보인다. 전에는 맥주를 그냥 맥주로만 알았다. 그런데 맥주는 문화더란 얘기. 우리 나라 맥주가(요즘은 어떤지 몰라도) 맛없다하는 것은 문화와 예술이 수준이하라는 얘기다. 밋밋한 캘거리만도 못한. 여하튼 그렇다는 얘기.




타자의 시선을 극복하고 때론 무시하고 라이벌 이런 개념을 이겨내고 자기 스타일을 찾아 완성하는 것. 이것이 개인주의이며 이와같은 개인주의를 완성하는 데 가장 필수적인 요소 중 하나가 아티스트 되는 것이다. 


아트는 어원이 arm 에서 비롯된다. arm 은 붙어있다. 즉 연결이며 소통인것이다. 우리가 예술 작품을 보고 감동하는 것은 그것이 우리로 하여금 연결시켜주고 소통시키기 때문이다. 지구 반대편 저쪽의 이름도 성도 얼굴도 모르는 이와 그냥 작품 하나로 연결되었다. 비행기 인터넷으로 연결된 것이 아니라 예술과의 만남을 통해. 이 얼마나 흥분되는 이야기인가.




이제 개인주의는 혼자임에도 혼자가 아닌 셈이 된 것이다. 오히려 함께일 때의 그 이전보다 훨씬 더, 도저히 흉내조차 낼 수 없는 깊이와 넓이와 시간 공간적으로 나는 네트워킹되어있는 존재가 된 것이다. 아니 이미 그런 존재였고 그것이 깨달음으로 주어져 나를 완성시킨 것. 


자, 이제 앞으로 나가는 일만 남았다. 개인주의의 완성을 위해. 그리고 스타일리쉬한 나의 삶을 세상에 내어 놓아야 한다. 

알아주고 말고는 그들의 몫.  난 다만 전 인류단위로 사고하고 바라보기만 하면 된다. 신과 일대일로 마주하자. 맞짱뜨자. 

내가 주인임을, 일등임을 선포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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