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요일 저녁에 쏘나타로 마지막 퇴근을 하며 기름을 채웠다. 웬지 그러고 싶었다. 새차를 사면 그렇게 해주잖아. 그리고 손 세차장에 들러 정성을 다해 안팎으로 차를 씻고 닦았다. 내가 17년동안 사랑한 차를 건네주는데 최대한 단장을 해서 보내고 싶었다.
비록 오래된 중고차 이지만 새 주인이 깨끗한 모습으로 최대한 멋지게 단장한 차를 만나야 하지 않겠나 싶었다. 타이어도 광을 내었다. 패션의 끝은 신발이라고.
그리고 집에 와서 마지막으로 차에 대한 자세한 설명과 상태에 대해, 무엇을 고치고 무엇을 조심해야하는지, 어떤 성능이 좋으며 숨은 기능이 무엇인지 정성스럽게 써서 감사 축하 카드와 함께 동봉했다.
드디어 차를 건네주는 아침. 헤어질 결심을 하기 위해 2년을 보낸후여서인지 가슴이 두근두근했다. 헤어지고 나면 어떤 기분일지 궁금했다. 날씨는 얼마나 청명했던지 인구 160만의 내 사는도시, 캘거리의 맑은 날은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곳 중 하나일 것이다. 푸른 하늘과 부드럽고 맑은 공기.
그 청년이 아내와 함께 왔다. 그리고 bill of sale을 작성하고 키와 돈을 주고 받는 과정.. 그런데 그 청년은 어딘가에서 본듯한 얼굴이었다. 처음 본 날은 미드나잇이어서 얼굴을 자세히 보지 못했었다.
" 에드워드, 나 너를 아는것 같아. 네 얼굴이.. 내가 아는 사람.."
"  너 하는 일이 뭔데?"
"한의사"
" 음.. 그렇다면 우리 엄마가 네게 갔을 수도.."
" 엉? 네 엄마 이름이 뭔데?"
"ㅇㅇㅇ"
"What!!! ㅇㅇㅇ? Omg! She is my patient!"
000은 작년에 1년동안 치료를 위해 나를 찾아왔던 환자였다. 물론 그 이전부터 나의 환자였다.
What a small world!
이럴 수가.. 어떻게 이런 인연이. 내 차를 사는 사람이 내 환자의 아들이라니. 다행히 그 환자는 나를 the nicest doctor이라고 했던 사람이었다. 좋은 관계였던 것이다. 그 아들은 매우 흡족해 했다. 믿을 수 있는 거래라고 생각이 들었겠지. 나 역시 기분이 좋았다.
내가 500불(50만원), 800불(80만원) 이나 더 주겠다는 제안들에 넘어가지 않고 이 청년에게 끌린 이유가 있었던 것이다.
좋은 인연은 돈보다도 더 소중한 법이다. 그로부터 나오는 에너지는 때론 말로 설명할 수 없는 힘으로 우리를 좋은 세상으로 인도한다.
인연은 우연을 가장한 필연의 관계, 네트워킹 되어 살아가는 우리들의 삶 속에 존재하는 통합적, 유기적 관계성을 말한다고 믿는다.우리가 만나는 모든 관계에 마음을 다하고 사랑을 다하며 진실을 다해 대해야하는 이유다.
쏘나타야 새주인에게도 사랑을 듬뿍 받으며, 사고 치지 말고 훌륭한 동반자가 되어주렴!!

17년 함께 해온 그녀를 떠나보내며.. (1편)
인연을 믿는다. 확률이다. 높고 낮음만 있을 뿐 우연을 가장해 놀라운 일들이 우리 삶 주변에서 일어나는 것이다.
관계로 얽혀 살아가며 관계의 물리법칙과 구조에 의해 영향을 주고 받으며.
 
나의 그녀는 이민와서 처음으로 신차로 구입한 쏘나타를 말한다.
NF Sonata V6 3.3L GLSI.
정식명칭이다. 235 마력의 강력한 성능에 ESC, ABS, 선루프, 크루즈 컨트롤, 5단 자동미션에 매뉴얼 모드까지 갖추었다.
쏘나타 사상 전무후무했던 6기통의 최첨단 사양을 갖춘 탑트림의 이 쏘나타는 독삼차 엔트리 모델 뺨치는 수준이었다.
지난 17년간 거의 고장 한번 없이 소모품만 갈며 나와 우리 가족에게 봉사했다. 가끔 쏘고 다니는 내게 스포츠 드라이빙의 즐거움도 선사하며 23만 킬로를 달려왔다.
 
며칠전 밤 11시 나는 그녀를 보내기 위해 이곳 중고 장터에 차의 스펙과 히스토리, 장단점등을 정성스럽게 작성하고있었다. 마음이 애틋했다. 첫정과 오래 맺은 관계를 잘 끊지 못하는 감성때문에 2년전에도 헤어지지 못했는데 여전히 힘들었다.
가격을 얼마로 부를지 고민했다. 마침 같은 싸이트에 거의 비슷한 스펙의 똑같은 차량이 올라와 있었다. 6990불.
 
내것보다 7만킬로를 덜 탔다. 상태도 조금더 나아보였다. 그렇다면 나는 그 반액은 가능하지 않을까 싶었다.
그런데 내가 알려주는 단점들을 고치려면 돈이 들어가지 않겠나 싶었다. 나라면, 얼마라면 살까? 자문했다.
그냥 2200불에 결정했다. 200불은 협상에서 깎아줄 생각이었다. 작성을 마친후 헤어질 결심을 하고 어렵사리
포스팅 클릭을 했다.
 
그런데... 1초도 지나지 않아서 첫 전화가 왔다.
지금 당장 보고 사겠다면서. 젊은 목소리.
" I think it's too late. Please call me back tomorrow morning"
그 젊은이는 지금 가까운 곳에 있다며 5분안에 당장 오겠으니 제발 만나달라고한다. 자기아내에게 줄 차라고했다.
(마음이 약간 짠했음)
 
그래라고 했다. 그런데 전화를 하는 중과 끊고 기다리는 그 짧은 시간에 수많은 택스트와 전화가 온다. 이 밤에. 모두 차를 사겠다는 사람들이다. 그 중에는 그냥 현금들고올테니 자기에게 팔란다. 2200불에. 그리고 또 한 사람, 캐쉬로 2500불 줄테니 자기에게 팔라고 한다.
 
내일 아침 6시에 오겠다는 사람, 1500불에 팔수 있냐고 묻는 사람 등등.. 아무에게도 답장을 하지 않았다. 우선 이 젊은 청년을 만나보고 결정하겠다는 생각에. 웬지 청년에게 마음이 갔고 돈이 중요하지 않다는 생각도 들었다. 5분후 도착한 그 젊은이는 차를 보고 이것저것 지적도 하고 함께 테스트 드라이브도 해보더니 1800불에 안되겠냐고 말한다.
 
이미 2200불 현금으로 주겠다는 사람, 2500불 바로 현금들고 오겠다는 사람, 그 사이에 한명더 2800불 주겠다는 사람까지 있었기에 바로 거절했다. 어둠에 자세히 보진 못했지만 젊은이는 선한 얼굴의 중동쪽 출신으로 보였다. 왜 내 마음이 이 청년에게 끌렸을까. 뭔가 알 수 없는 묘한 기분..
 
"200불 깎아줄게요. 이차가 오래되어 이곳 저곳 손볼덴 있지만 평판이 좋았던 현대 람다엔진의 성능은 여전히 아무 문제가 없으니 그 정도는 과한 요구가 아닐거예요. 지금 2800불까지 주겠다는 사람도 있는데 젊은이가 2000불 주면 차를 줄게요."
청년이 수락하여 딜!! 내가 토요일에 차를 건네 주겠다하고 그렇게 헤어졌다.
 
(2부에서 계속 -진짜 이야기)

 

 

저녁 햇살은 마음을 따뜻하게 합니다.

노을지우는 빛이라 그러하겠지요.

아무 가진 것 없어도

마음에 혹 상처가 있어도

그 해를 안고 바라보며 걷는 것 만으로

위로가 됩니다.

파우더 눈이라고 듣기에도 생소한 캘거리의 흔한 싸락눈같지 않게.. 가끔은 고향생각나게하는 함박눈이 내리는 밤은 쉽게 만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그래서인지 마음이 설레어 마구 닥치는대로 셔터를 눌렀다.

언젠가인지도 잘 생각이 나지 않지만 첫눈이 내릴라치면 괜시리
설레는 마음 어쩌지 못해 미친듯 그녀를 그리워하던 그 풋풋했던 시절..

오랜만에 맛보는 야심한 도심 속 예쁜 함박눈은 어느새 나를 수십년 전 서울 어딘가로 데려다 놓았다.

세월은 흘렀으나 느끼는 감성이 변하지 않음에 스스로 놀라기도 했지만 그게 사실 자연스럽지 아니한가. 지극히 인간적인..

언제나 처음처럼.. 어느 소주회사가 써먹기 훨씬 전부터 내 일기장에 있던 글. 오늘 이 함박스러운 눈송이 보며 새삼 얼라가 되었다..

 


영하 30-40도, 체감온도 영하 50도. 겨울왕국 캐나다의 위엄을 보여주던 북극의 회오리 추위가 캐나다 동부를 강타하고 서서히 서부로 이동해오던 날 밴프국립공원의  Redearth Creek 으로 크로스 컨트리 스키트립을 떠났다.

고속도로는 이미 앞이 잘 안보일 정도로 강풍과 눈에 휩싸여 있고 길가엔 벌써 커다란 트럭 트레일러가 사고로 뒤집어져 있다. 이런 날씨엔 웬만하면나오지 않는 것이 상책이라지만 나는 벌써 마음이 설레고 기분이 한결 나아진다. 이런 혹독한 환경을 피하지 않고 크로스 컨트리 스키를 타러 산에 들어가는 것은 캐나다스러운 맛을 한 껏 느낄 수 있기에 오히려 기분이 좋아지는 것이다.


설경은 어디나 아름답지만 캐나다의 그것은 스케일이 있어 좋다. 3000m 급 석회암 산을 뒤덮은 눈은 알파인 마운틴의 웅장함과 수려함을 선사하며 압도적인 풍경을 자아낸다. 그리고 빽빽히 들어선 침엽수들은 온통 흰눈에 뒤덮여 경외심마저 불러 일으키는데... 


이런 겨울 산으로 들어가는 것은 마치 내가 그들 자연과 일체가 되어 그들의 의연함, 그들의 당당함, 그들의 넉넉함과 카리스마를 내려받는 느낌이어서 뭔가 가슴 뿌듯한 벅차오름을 경험하게 된다.  




크로스 컨트리 스키는 매우 훌륭한 겨울 스포츠이다. 눈이 많은 곳이라면 다운힐 스키와 함께 가히 겨울을 즐기는 레포츠의 꽃이라 불릴만 하다. 아름다운 설경 속 산을 스키를 타고 이리저리 누비고 다는 것은 생각만 해도 환상적이다. 


크로스컨트리 스키는 기본적으로 스키를 신고 눈길을 걷는 것이다. 오르막은 스키를 신은 채 걸어 올라가고 내리막은 활강하며 평지는 킥앤 글라이드로 셋팅된 트랙위를 미끌어지듯 걸어간다. 전신운동이 되며 균형감각과 함께 재미도 한 껏 느낄 수 있는 아주 좋은 레포츠인 것이다.




대부분의 스키트레일은 주정부나 Park Canada에서 스키를 탈 수 있도록 그루밍을 하여 눈 길을 다져놓고 트랙을 셋팅해 놓는다. 오늘은 직전에 내린 눈으로 인해 트랙이 덮여버렸다. 이런날은 조금 힘이 들긴 하지만 선행자들이 만들어 놓은 길을 따라 스키를 즐기는데는 큰 어려움이 없다.



일년에 반은 눈에 덮여 있는 록키산이다.





울창한 나무 숲 사이로 끝없이 난 길을 스키로 가노라면 무념무상, 마음이 비워지는 편안함을 맛보게 된다. 




크릭의 물이 얼지 않은 것이 신기하다. 물살이 세어 그런듯. 근처에 캠프그라운드가 있다. 주차장에서 약 7km 지점이다. 



체감온도 영하 25도의 찬 기온은 얼굴을 얼게 만들지만 몸은 어느새 땀에 젖어 있다. 엣지있는 혹독한 환경의 자연 속에서 온몸을 뒹굴며 부대끼는 이 것이 좋다. 캐나다 록키산 산골 소년의 단순하고 소박한 삶.. 




한 폭의 그림같은 풍경.. 마음이 정화되는 듯하다. 이 기분이 오래가야할터인데..





수북히 쌓인 눈이 사랑스럽기 그지없다. 록키에서 만나는 눈이 부시도록 새하얀 눈은 차가운 유혹이다. 




나오길 정말 잘했다. 손가락은 비록 곱아들어 때론 아프기까지 하지만 





함께한 동료들이 있어 더욱 좋았다. 




자연은 예술의 어머니임을 새삼 깨닫게 한다. 



캐나다.. 재미없는 천국이라 자조하듯 자랑하듯 애매하게 말하기도 하지만 재미는 찾아 누리기 나름. 오늘도 캐나다는 겨울 한복판에서살아 숨쉬는 자연과 그를 사랑하는 사람들이 일체가 되어 살아간다.

제가 좋아하는 아침 식사용 음식 중에 자주 먹지 못하지만 늘 그 맛이 그리운 것이 팬케익입니다.

계란과 밀가루로 만든 케익에 캔케익 시럽(캐나다에선 매이플 시럽) 을 얹어서 먹는 간단한 음식이죠.

사실 제가 캔케익을 좋아하는 것은 빵때문이라기 보다는 시럽의 단맛 때문이 아닐까 싶어요.


그런데 그동안 저는 무식하게도 팬케익이 북미의 음식인줄 알았는데 이 또한 유럽으로부터 건너온 음식일 뿐 아니라

그 역사가 무지하게 오래되어 이미 석기 시대 때도 팬케익이 있었다고.. 그러나 팬케익이라는 이름은 북미에서부터 시작되었다는 군요.


그리스 로마시절에 이미 밀가루와 올리브 오일 우유 꿀 등으로 팬케익을 즐겼다는 이야기에다 세익스피어 희곡에도 등장한다든가 하는 것을 보면 이미 유럽에선 널리 먹던 음식이었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이것이 19세기 미국에서 아침 식사의 하나로 자리잡기 시작하여 

일종의 미국식 아침식사의 하나의 클래식이 되었습니다. 


공부를 조금 해보니 네덜란드 역시팬케익의 본고장 중 하나더군요. Pannenkoeken, 즉 dutch pancake을 말하는데 우리가 흔히 보는 그런 모양의 팬케익외에도 매우 다양한 모양 케익을 만들어 내어놓고 단지 빵만이 아닌 베이컨 햄, 그외 고기등과 함께 요리하여 내놓기도 하고 그들이 쓰는 시럽도 maple syrup 이 아니라 네덜란드식 시럽(stroop)을 사용하며 그외 불루베리 잼등을 함께 제공하는 등 팬케익이 간단한 아침식사의 개념이 아니라 하나의 훌륭한 요리로 제공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캘거리에도 이런 네덜란드 정통 팬케익점이 있었습니다. Pfanntastic Pannenkoek Haus !!

가게 이름만 봐도 뭔가 다르지 않습니까?  아니나 다를까 교통도 약간 불편하고 가게 건물은 오래되어 전혀 세련되어보이지도 않은 곳에

그저 동네 골목 식당처럼 자리잡고 있었지만 그동안 맛본 어느 팬케익보다도 맛있었고 과연 정통네덜란드식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메뉴가 한마디로 상상을 초월했습니다.  아니 팬케익점이 이래도 되는거야? 멋취 멋취 버라이어티 옵 초이스 !! 결정 장애가 있는 분들에겐 어려운 집입니다.


어쨋거나 엄지척 !! 



캘거리에 있는 각국의 정통 요리점처럼 이곳도 과연 오리지널 네덜란드인 가족이 family business 로 운영하고 있었습니다. 브런취 개념으로 갔었는데 약간 늦은 시간이었음에도 거의 만석이었습니다. 가족단위 손님들이 많았고 젊은 연인들도 꽤 보이더군요. 




이것이 바로 그 유명한 Dutch syrup, Stroop 입니다. Van Gilse 사의 Schenk Stroop 인데 팬케익용입니다. 메이플 시럽보다 좀더 짙은 갈색이며 더 뻑뻑합니다. 그런데 단맛이 노골적이지 않으면서 은근히 맛있었는데 팬케익과 환상적인 조합을 이루었습니다. 


네덜란드 시럽, Dutch syrup 하면 대개 stroopwafel 이 유명하더군요. 와플 사이에 넣는 캐러멜시럽을 말하는 데 우리가 오늘 맛본 것은 과일(대개는 사과, 또는 배) 을 오래도록 고아서 끈적한 고형의 시럽으로 만든 것이었습니다. 





주인 아주머니께서 추천하신 Dutch pea soup 입니다. 맛이 기가 막혔어요. 이것 먹으러 또 가야할 정도.. 






비주얼이 그냥 팬케익이 아닙니다. 무슨 파전같기도 하구.. ㅋㅋ 




원래는 불루베리 잼이 얹어져 나오지만 우리는 사이드로 달라고 했습니다. 그냥도 먹어보고 같이도 먹어보고 양도 우리가 조절하고 그러려고요 ㅎㅎ 사이드로 시킨 것이 좋았어요. 





이건 우리가 흔히 보는 그 팬케익이죠.  아마 classic 어쩌고 한 것 같았습니다. 그러나 밀가루 반죽에 우유와 계란 등이 비율적으로 잘 들어갔는지 식감이 매우 좋았습니다. 





아마도 저는 비프나 뭐 이런 것이 들어간 오물렛형 팬케익을 시켰나 봅니다.  아내는 언제나처럼 Plain 한 것.. ㅎ





더취시럽을 약간 얹어서 먹어보니.. 오마이갓 !! 열판이라도 먹을 수 있을만치 질리지 않는 단맛에 고소함까지.. 




불루베리는 왜 이리 큰지.. 그 꽉찬 식감과 맛에 완전히 반해버렸어요 ~~




불루베리 잼이 정말 맛있었습니다. 양도 많이 주고 더 달라면 더줍니다. 그냥 듬뿍 얹어서 먹어보니 입안에서 사르르 녹습니다. 




나중엔 남은 케익을 불루메리 잼에 아예 뒤범벅을 해서 먹습니다. 



어느새 없어졌엉 ㅜㅜ 


지금 이 후기를 쓰는 중에도 입엔 군침이 하나 가득입니다. 정통 네덜란드식 팬케익.. 꼭 한 번쯤은 먹어봐야할 음식입니다. 

식당의 벽엔 암스테르담 사진과 네덜란드 사진이 가득하던데.. 암스테르담 가도 이런 맛일까요?  

이민자의 나라인 미국이나 캐나다에는 굳이 세계를 찾아 떠나지 않더라도 각나라의 정통 음식을 맛볼 수 있는 다문화 음식점이 많다는 것 이 확실히 사는 재미 중의 하나입니다.




정신없이 먹다보니 어느새 식당은 손님들이 거의 다 빠져 나가고 없더라고요. 두시쯤 되었을까요.. 친절한 분들.. 커피 맛도 좋아요~~




식당의 외관입니다. 요가 스튜디오 옆. 멀리 Crowchild Trail 주 간선도로가 보이네요.  어휴 추워라.. 

금요일밤..
오랜만에 기분좋은 과음을 했다.
노란 가로등 불빛이 밤바람에 
꽃잎이 되어 떨어지고 있었다.
내 사는 북촌마을, 까마귀발의 주점은
텅빈 내 가슴만큼이나 썰렁했지만
창백한 맥주잔의 거품은
먼하늘의 별빛만큼이나 따스했다.



.
.
.
그리고 토요일 느즈막히 일어나니
오후 햇살은 어느새 그 짧은 여정을
끝내려 한다. 이거야 원..
목빠지게 기다린 토요일인데.
자전거를 탈까하다 뛰기로 한다. 
다운타운으로 고 !

14.7km / 1 hour 23 min.
숙취후 달리기 치곤 ㅎㅎ





캘거리는 겨울나라, 연중 하늘에서 내리는 것의 대부분은 하얀 눈이라
이골이 날만도 하지만 눈이 내리는 날은 한의원 예약 손님 대부분이 취소합니다.


밤에 눈은 그치겠지만 아침 체감 온도가 영하 33도까지 간다니
내일도 쉬는 날이나 다름없겠네요. 쉬엄쉬엄 일하라고 가끔씩 폭설이 오나봅니다..

지난 일요일 오후 동네 설경이 아름다웠습니다.



이 중에 우리집 있어요^^ 



새로 이사 온 이웃집인데 좋은 분들이기를 ㅎ 



한 폭의 동양화 같은 풍경같아요.



조금 멀리서..



언덕에 올라보니 과연 설국이네요.



추우나 더우나 눈이 오나 부지런한 dog walker 들..



무슨 열매더라..



소담스럽다고 하나요



이웃 동네 가는 길이에요




앙상한 가지만 남은 겨울에 눈이 내리면 훨씬 보기가 좋아요.  오히려 따뜻한 마음이 들죠.



예쁘죠?



조금 떨어진 동네의 연못 풍경입니다. 스케이트장이죠. 


이 눈위에 매플 시럽 얹으면 maple syrup on snow, 즉 maple taffy 가 됩니다. 맞난 눈 사탕이죠.





단풍시럽을 깨끗한 눈위에 부어서 돌돌말면 이렇게 캔디가 됩답니다. 캐나다 특산이에요.^^





캐나다에 와서 가장 좋은 점을 들라면 단연 이것, 캐나다는 Park 의 나라다는 것입니다.
세계에서 세번째로 지정된 국립공원이 Banff National Park 인것만 봐도 일찍부터 공원에 눈을 뜬 나라입니다.

캐나다 전역이 공원이라해도 과언이 아닐만큼 자연 보존에 힘을 쓰는 나라이다 보니 수많은 국립공원에외도

주립공원 시공원 동네공원 등 가히 캐나다는 Park씨 천국입니다.

어렸을적부터 완월폭포, 만날재, 가포 본동 등등 자연을 찾아 놀러다녔습니다. 서울에서 삶의 터전을 잡은 이후 대도시의 복잡함 속에서

늘 탈출을 꿈꾸곤 했었는데 캐나다 이민을 와서 비로소 내 오랜 한가지 꿈을 이룬듯 합니다.

오늘 소개할 곳은 우리집에서 10분 남짓한 곳에 있는 주립공원, Glenbow Ranch provincial Park입니다. 보우강변에 위치하며 공원 면적이

여의도의 약 1.7배 가량 되는 자연그대로의 환경공원이죠.

100여년도 전에 유럽에서 이주하여 목장을 하던 사람이 땅을 기증했고 알버타주는 그 때 그 모습 그대로 이곳을 보존하며 시민 휴식공간으로

내어주었습니다. 아무튼 이 나라 사람들은 돈이든 땅이든 뭐든 공익을 위해 기증을 참 잘하는 데 개인과 사회의 합리적인 상호작용이 살아있기

때문일 겁니다. 양자가 서로 주고 받으며 때론 독립적으로 때론 유기적으로 조화를 이룬다는 것이죠.

이 넓디 넓은 공원은 사방이 뚫려 막힘이 없고 산책하기에 안성맞춤이며 자전거길도 만들어져 있고 피크닉을 즐길 수도 있으며
무엇보다 목초지 언덕에 서서 록키산을 배경으로 흐르는 보우강변의 그림같은 풍경을 바라보는 것은 그야말로 힐링타임이 됩니다.




곳곳에 개인 땅도 있지만 평화로운 목초지의 풍경은 보는 것만으로 마음에 평화가 찾아옵니다.



공원 입구에 팻말 하나도 소박하고 자연스럽게.. 멀리 록키산을 배경으로 강과 목초지와 언덕들.. 그리고 야생의 자연그대로의 공원.



포장된 길도 있어 자전거와 인라인 스케이트를 즐기는 사람들도 많이 찾지만 흙길도 있어 걷는 즐거움을 배가시켜줍니다. 




흰머리 독수리의 서식지임을 안내해주는 데 운이 좋으면 독수리가 사냥하는 장면도 볼 수 있죠. 



알버타의 하늘, 캘거리 하늘은 눈이 시리도록 맑고 푸르릅니다. 하늘만큼은 세계최고가 아닌가 싶을 정도로 천의 얼굴을 지녔어요.




언덕위의 길은 시골길처럼 정겹고 사랑스러워요.




워낙 겨울기운이 강한 캘거리여서 여름에도 금방 가을 기분을 느끼게 되죠. 푸르고 청명한 가을 하늘 같아서 슬플때도 많아요.




역시 야생화도 많아서 산책의 즐거움을 더해줍니다. Yarrow 라는 이름을 가진 녀석이구요



알버타 주화인  wild rose 랍니다. 극우 보수당의 당명이라서 웬지 친근하지가 않아요. 너무 정치적인가요?



옛 목장의 흔적이죠.  길을 벗어나 풀숲으로 들어가면 최고 5000불의 벌금을 매기겠다는 엄포. 이나라의 벌금은 무지막지합니다. 



탁트인 공원길, 인적도 드문 이런 길을 걷는 것만으로도 삶의 행복지수가 팍팍오르는 느낌입니다. 



야생 베리가 아닌가 싶어요. 청초한 아줌마같은 아름다움이 느껴집니다. 




하이킹 길은 이리저리 연결되고 이어져 끝도 없이 걸을 수 있답니다. 오르막 내리막 다 있어서 운동에도 물론 좋구요.




멀리 캘거리 다운타운이 보이네요. 오른 쪽으로 스키점프대가 있는 올림픽 공원이 보이구요. 



반대편으로는 역시 록키산이 멀리 있어요.  캐나다는 재미없는 천국이라는데.. 



글렌보우 공원은 어느 계절에 와도 좋은 곳입니다.


캐나다는 보편적 의료보장 시스템 universal health care system 의 나라다. 즉 전 국민은 누구나(이민 영주권자 포함) 국가로부터 의료혜택을 차별없이 받으며 비용은 전액 국가가 부담한다. 간단한 감기나 복통의 진료에서 부터 암이나 각종 희귀병에 이르기까지 치과 진료를 제외한 모든 병의 검사, 진단,치료는 국가가 책임지고 시행한다.

이에 따라 모든 국민은 패밀리 닥터(가정의) 를 정할 수 있으며 가정의의 진단과 의뢰로 혈액검사, 초음파 xray, MRI 등 진단검사를 무료로 받을수 있고 약과 치료 처방을 받거나 전문의에게 보내진다. 전문의와의 만남을 통해 수술을 포함한 필요한 치료를 받거나 추가 진단 및 검사, 처방을 받게 되는데 물론 모두 무료다.

진단 방사선검사 등은 각 지역마다 있는 정부 의뢰 기관에 예약을 하여 받게 되고 혈액 및 소변, 심장 검사등은 역시 각 지역별로 있는 정부 혈액

검사소에서 받는다. 모두 예약을 하거나 선착순으로 기다려서 받게 된다. 역시 무료다.

예를 들어 위 대장 내시경은 50대 이상에게 흔히 권고 되는 바 패밀리 닥터에게 의뢰하면 우선 대변검사를 하게 되고 헤리코 박터 검사를 병행 하기도 한다. 그 후 내과 전문의와 약속을 하여 상담을 받고 종합병원에 가서 위 대장 내시경을 받는다. 물론 이 모든 과정이 무료다.

부인과의 경우도 마찬가지이나 패밀리 닥터는 2년에 한 번 씩 PAP test를 시행하며 임산부의 경우 산부인과 전문의와 만나 임신 및 출산 케어를 받고 종합병원에서 출산하게 된다. 역시 무료다.

모든 응급환자는 각 도시별로 있는 종합병원 응급실로 간다. 앰뷸런스를 부를 수 있으나 대부분은 본인 부담이다. (30만원 가량청구된다. 이경우 대개 응급실에서 우선적으로 진료 받는다.)캘거리엔 모두 5군데의 종합병원이 있다.

심장수술과 각종 이식 수술 역시 모두 무료이며 누구나 차별없이 받는다. 얼마전 오랜만에 찾아온 한국인 2세 환자가 있었는데 그동안 왜 안왔냐니까 심장 이식 수술을 받았다고 한다. 그 과정이 파란 만장했는데 모든 치료가 무료로 이루어져서 캐나다가 더없이 고마왔다고 말할 때 이 의료시스템의 장점이 극명하게 드러나는 순간이다.

이런 보편적 의료 시스템은 1947년 사회민주주의 당이 사스캣취원 주에서 가장 먼저 시행했고 캐나다 자유당 피어슨 수상이 1966년 캐나다 전역으로 확대했다. 의료보험료 징수는 주마다 다른데 내가 사는 알버타 주는 의료보험료도 무료다. 인근 BC 주는 가정당 3개월에 약 6만원 정도 내게 된다.

여기까지 보면 지상 천국의 의료보장제도를 시행하는 듯 보인다. 그러나..많은 캐나다 시민들은 캐나다 의료보장 시스템에 불만이 많다.

그 첫째 이유이자 심각한 이유이기도한 것은 wait 다. 한국처럼 아플 때 그 즉시 어떤 병원이든 찾아가서 바로 진료받을 수 없다. 가정의를 만날 때도 반드시 예약을 해야하는데 당일 예약은 거의 어렵다고 보아야 한다. 물론 Walk-in 이라고 해서 예약없이 찾아가서 기다리면 당일에 만날 수 있기는 하지만 몇시간을 기다려야 하고 모든 가정의가 다 walk-in 을 받지는 않기 때문에 때로는 임시로 자기 가정의가 아닌 의사를 만나야 하기도 한다.

전문의는 반드시 가정의의 의뢰로 만날 수 있으며 이 역시 길게는 몇개월씩 기다려야할 때도 있다. 응급실의 경우 의사를 만나기까지 최소한 한 두시간, 길게는 4-5시간도 기다려야 한다. 물론 먼저온 순서대로 보는 것이 아니라 위급한 순서대로 의사를 만난다. 따라서 운이 나쁘면 먼저 왔음에도 위급한 정도에 밀려 계속 뒤로 밀리기도 한다. 응급실에는 어떤 병이든 찾아갈 수는 있으나 응급상황이 아닌 병에 대해서는 아무런 처치를 안해주기도 하며 가정의에게 가도록 조치한다.

얼마나 기다리냐 하면 백내장 수술의 경우 1년 정도는 기다린다. 물론 의미는 있다. 백내장 수술이 필요한 환자들을 시급한 정도에 따라 분류하기 때문이다. 시기를 놓치면 실명의 위험이 있기에 최소한 그런 기간 안에는 받을 수 있다. 다만 내가 원하는 날짜에 받을 수 있지 않다는 얘기다. 불편한대로 계속 살아야한다는 것이다.

MRI 촬영 역시 대부분 6개월 정도의 기다림이 필요하다. 허리 디스크로 왔는데 MRI가 필요하다 하면 6개월 후에 촬영한다는 얘기다. 대부분은 그 때가면 증상이 호전되어 있다. 물론 당장 수술이 필요할 만큼의 심각한 상태라면 응급실에서 조치가 가능하겠지만. 그러나 그외 검사는 대체로 수일 안에 받을 수 있다.

공황장애 또는 중증 우울증의 경우 정신과 전문의를 만나야 하지만 그 다음날 당장 볼 수 있는 경우는 드물다. 대개 이런 경우의 환자들은 일분일초가 지옥같은데.. 물론 급한대로 신경안정제같은 것은 바로 처방받을 수 있다.

캐나다에서는 죽을 만큼의 병에 걸리지 않으면 기다려야 한다. 기다리다 보면 저절로 낫기도 하고 그만큼 약을 안먹으니 내성같은 것도 덜생기고 그래서 나같이 돈받고 치료해주는 한의사나 물리치료사 등이 먹고 사는 것 같기도 하고..

그러나 암이나 희귀병의 경우 환자 본인 내지는 가족이 받는 헤택은 이루 말할 수 없다. 비싼 항암치료나 수술, 입원 등 모든 것이 무료이기 때문이다. 유방암의 경우 재건 수술 역시 무료다. 수술후 사후 관리와 모든 처치 및 치료가 무료다.

환자를 돌보는 것 역시 병원에서 책임지기에 한국처럼 보호자가 곁에 있을 필요가 없다. 물론 가족이 하는 것만큼 자상하고 세세하게 돌보진 않지만 보호자가 24시간 붙어 있어야하는 것은 아니다. 따라서 돈주고 간병인을 사는 시스템이 아예없다.


소아병원 역시 부모가 간병하지 않는다. 병원측에서 24시간 치료하고 간병한다. 따라서 부모는 여전히 자신의 일에 종사하며 아이를 치료에 맡길 수 있는 것. 죽음이 임박한 노인들의 경우 역시 널슁 홈에 들어가 24시간 간병을 받는다. 국가가 책임지며 개인이 부담하는 것은 없다. 물론 가족들이 곁에 있는 것은 자유다.

그러나 내가 돈을 내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의사 간호사 및 간호 조무사나 행정업무 종사자들은 결코 친절하지 않다. 그렇다고 함부로 대하는 것은 결코 아니다. 다만 환자나 가족들의 이런저런 요구나 불만은 꼭 필요한 경우외에는 절대 받아들여지지 않는다. 자기들이 필요하다고 여겨 알려주는 것외에 묻지 않는 것에 대해서는 자상하게 이것저것 설명하는 법이 없다.

캐나다에서 과잉진료란 아예없다. 그러나 과소 진료 내지는 소홀 진료는 있는 것 같다. 환자로부터 돈을 받는 것이 아니니까 힘들여 친절할 필요가 없고 병원도 폼나게 지어 놓을 필요없으니 각 의원 급은 우리나라 시골 병원 같고 극히 일부지만 어떤 전문의 병원은 아예 창고같은 데서 하고 있고 그래도 환자로 넘쳐나고 패밀리 닥터들은 환자를 많이 받는다고 돈을 더 많이 버는 것도 아니라서 일정 이상 환자가 차면 아예 예약도 받지 않고 새환자도 받아주지 않는다.

의사들 중에는 경쟁이 없으니 공부를 안해서 아예 뭘 모르는 의사들도 많고 매너리즘에 빠져 맨날 약처방이나 하고 검사 의뢰나 하고 의사짓하는 분들 수두룩. 그래서 의료적체나 낮은 수준의 의료서비스에 대해 국민들의 불만이 높지만 결국은 이게 국가 예산의 문제인데다 환자 자신의 세금으로 개선될 수 있으니 한계가 뚜렷해서 환자들도 그러려니 하는 형국이다.

그래서 일부 국민들은 지속적으로 프라이빗 헬스 케어를 도입하자고 나오지만 대다수 국민들은 이에 대해 심각한 거부감을 가지고 있다. 내돈 내고 우선적으로 질나은 진료를 받을 수 있도록 하면 대다수 서민들은 안그래도 불만인 공적 의료 서비스가 더욱 형편없어질 것이란 점이 명약관화하다고 보기때문이다.

사적 의료시스템 도입은 대개 보수당이 지속적으로 주장하고 있으나 보수당을 지지하는 대다수의 서민 보수주의 국민들은 이 것 만큼에는 결사반대하는 실정이다. 얼마전 보수당 당수 선거에서 당선이 유력했던 한 정치인이 사적 의료 시스템도입을 공약으로 내걸었다가 사적의료제도 반대를 들고 나온 완전히 무명 초짜 여성 정치인에게 어이없어 패배한 케이스를 보더라도..

이웃 미국의 수많은 의료보험없는 사람들이나 낮은 수준의 보험에만 가입한 사람들에게 캐나다는 의료천국처럼 보인다. 그러나 중산층 이상의 회사 복지가 잘되어 있는 사람들 눈에 캐나다 의료제도는 무식한 사회주의 갑갑한 의료제도에 불과하다.저렴한 의료보험료에 국민 개보험을 실시하는 한국에서 온 대다수의 사람들은 캐나다 의료제도를 한결같이 싫어한다. 의료제도와 기술등에서도 불만이 매우 많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아프면 한국 가고 한국에 가서 종합검진도 받고 한다. 심지어 암이 걸리면 공짜로 치료해주는 이곳보다는 보험도 안되는 한국에 가서 암치료를 받는 사람들도 매우 많다. 불신이 낳은 결과다. 그래서 돈만 쓰고 역시 좋은 결과는 얻지 못한 채 말기로 되돌아오는 수많은 케이스를 보았다.

사회주의 의료시스템은 호불호가 명백히 갈린다. 혜택을 입은 사람들에게 캐나다 의료제도는 천국의 제도다. 그러나 느려터진 데다가 친절하지도 않은 의료 서비스로 불이익을 당했다고 여기는 사람들에게는 저주의 대상이다.

내가 생각하기에 의료적체 등의 제도의 개선 여지는 분명히 있으나 공적 의료시스템의 근간은 그대로 유지해야 한다고 본다. 적어도 노인되는데

의료비 걱정은 안해도 되니까. 소득이 좀 없어도 병원 치료 받을 건 다받을 수 있으니까. 어느정도 살만한 가정의 내가 아는 한 여성은 유방암 수술 두 번 받고 재건 수술까지 받고 항암치료에 사후 관리를 모두 받고 지금 10년째 살아 완치 판정을 받았다. 물론 돈이 하나도 안들어가 그 사람은 캐나다 칭찬을 입에 침이 마르도록 한다.

그러나 반대로 자신의 아내가 췌장암에 걸렸는데 초기에 소홀 진료로 발견하지 못하여 한국으로 가서 확진 받고 치료받고 있는 한 친구는 캐나다라면 치를 떨며 욕을 한다.

이를 어찌해야 하나.

나의 예)


아내가 아보카도를 자르다 손가락을 칼에 베었다. 즉시 응급실로 달려갔다. 먼저 분류 간호사를 만나 심각한 정도를 판정 받는다. 출혈이 지속되고 있지만 간단하게 지혈붕대를 감은채 일반 환자로 분류하여 기다리게 한다.

전광판에는 의사를 만나기까지의 대략의 시간이 나와있다. 토요일 저녁이라 다소 바쁘다. 2시간 20분.(이게 요즘 엄청 좋아진 결과다. 옛날에는 5-6시간 심지어 8-9시간도 기다렸다. 그리고 응급실에서 기다리더 죽은 환자도 있었다 헐 !!!)

그러나 그날 따라 급한 내과 환자들이 많이 들어왔다. 우리 뒤에 온 환자들도 먼저 불려 들어갔다. 아내의 손가락은 조금씩이지만 여전히 피가 나고 있다. 세시간이 흘렀다. 드디어 호출. 침대가 배정되고 간호 조무사가 와서 보고 가고 인턴 의사가 와서 보고 갔다. 담당 의사가 곧들어올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또 한시간이 흘렀다. 급한 외상환자가 들어와 또 순번에서 밀렸다. 다시 30분이 지났다.

마침내 의사가 들어왔다. 신경 테스트를 한다. 모든 신경 양호하고 clean cut 이라 다행이라고 말해준다. 젤을 바르는 마취를 할 것인지 주사로 할 것인지 정하라고 한다. 젤마취를 선택했다. 마취될 때까지 다시 40분 기다린다. 모두 5시간 30분을 기다린 끝에 시술이 시작되었다. 자기가 시범을 한 번 보인 후 인턴 의사에게 나머지를 맡긴다.

앳된 인턴의사는 내가 옆에서 빤히 보고 있어서 그런지 긴장감이 역역한채 그러나 최선을 다해서 6바늘을 꿰맸다. 그리고 담당 의사가 와서 보더니 잘 꿰맸다고 칭찬한다. 우리가 있으니 칭찬했겠지. 내가 보기엔 가르쳐 준대로 안하더만. 어쨋든 그런대로 잘 시술된 것 같기는 하다.

담당의사는 간단한 주의사항을 알려준 뒤 10일 후에 가정의를 만나 실을 뽑으라고 한뒤 끝났다며 바이바이. 간호사 들어오더니 파상풍 예방주사 한대 놔주고 모든 치료 끝. 항생제 처방은 없냐니깐 염증도 없는데 무슨 항생제? 하며 집에 가란다. 이건 잘하는 짓이네.

아무튼 돈 든거는 없다. 시간은 6시간. 손가락 자상 꿰매는 데 든 시간이다. 매일 집에서 한 번씩 일회용 밴드 좀 괜찮은 놈 하나 사서 내가 교환해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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