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근 길에 Bowness 라는 오래된 동네를 들렀다. 캘거리 초창기에 형성된 동네이다.

집들은 오래되어 낡았지만 사람사는 정겨운 모습을 느낄 수 있는 곳이다.



흰페인트가 입혀진 나무로 된 낮은 담장들,



그리고 그 아래에 올망졸망 피어 있는 가을 꽃들,

그 중에 단연 돋보이는 꽃이 있었으니..

 


수더분하고 소박한 가을 꽃들 사이로

조금은 요염한 자태로

귀족티를 뽐내는 듯한 이 붉은 꽃을 보자

심장이 갑자기 뛰었다.

 

 



내가 사는 도시를 살짝 벗어나면 
사방팔방으로 인디언 밴드라고 불리는 원주민들의 거주지가 있습니다.
Indian Reservation 이라고도 하지요.
그러나 아무도 그렇게 부르는 사람들은 없습니다.
그것은 백인에게나 원주민에게나 모두 
잊고 싶은 비극의 역사를 상징하는 말이기 때문입니다.




그 중의 한 곳, 스토니 원주민의 Chiniki band 의 한 농가 위로 
휘영청 보름달이 떠 올랐습니다.
달이 무척 크더군요. 
tipi 라고 불리는 원주민의 옛 천막 거주지가 언덕위로 보입니다.
달과 잘 어울리는 그들의 전통 가옥이죠. 
그러나 전신주 위에 얹혀진듯 한 모습이 특이 하면서도 
무엇인가 슬픔을 자아내는 것은 왜일까요.




이 풍요로움의 상징인 보름달

그저 아름답다고만은 할 수 없는 것은 

저 어둠 속에 묻힌 그들의 아픈 기억들 때문이겠죠.








수백 수천만명의 사람들이 너를 보았을테지
록키의 관문 밴프를 오면 반드시 너를 만나니까.
그래서 모두의 연인이자 추억이 되어버린 너
너는 언제나 그 자리에서 지금도 
어떤 누군가의 사진 속에, 마음 속에, 기억 속에 담기고 있겠지.
내가 너를 처음 만났을 때의 그 감동 그대로..

어제도 나는 너를 그냥 지나칠 수 없어
이렇게 다시 내 가슴에 담았다.







버밀리온 레이크의 한쪽 구석으로부터 
봄이 멀지 않았음이 전해온다.
런들 마운틴, 너의 아름다운 모습이 
그 애틋한 봄소식에 실려있다.
언젠가 널 올라보고 싶다는 호기로
혼자서 2948m(표고차 1579m)의 너를 오른 적이 있었지.
가장 행복한 산행 중의 하나였던것을 기억하며
오늘 너를 내 가슴에 다시 담아본다.





 

자연의 위대한 모습을 바라보며

그 압도적이고 놀라운 감동앞에서

인생에 순응하고 욕심을 걷어내게 된다.

록키를 보면 볼수록

자연의 완전함 앞에 나의 존재는 작아지고

집착과 두려움은 사라진다.

세상 무엇으로도 대신할 수 없는 것을 보았고 느꼈으니

모든 것을 비워낼 수 있음이라.

이와같은 것이 또한 제각기 다른 감동으로 

셀 수 없으리만치 존재하고 있으니

그들을 만날 꿈과 희망으로 삶은 이미 충만하다.

무엇을 더 바라겠는가.




 

 

참으로 오랜만에 나선 산행이었습니다.

눈이 키만큼이나 쌓인 산 속을 걸어 간다는 것은 전에는 상상을 못했습니다.

그러나 스노우 슈를 신으면 웨만한 겨울산은 모두 다닐 수 있으니

참으로 고맙고 사랑스런 장비입니다.

 

Chester Lake는 주차장에서 약 5km 정도 떨어져 있고 elevation gain은 375m 정도입니다.

일차대전에 참가했던 전투함의 이름을 따라 명명된 이 곳은 산행이 비교적 쉬워

년중 수많은 하이커들이 찾는 매우 유명한 하이킹 코스입니다.

 

지금은 완전히 얼어 있겠지만 주변의 웅장한 산들에 둘러 쌓여 고고한 자태를 지닌 이 호수는

여름에 보면 주변의 야생화와 푸른 초목이 함께 어우러져 참으로 아름답기 그지 없으며

가을에는 노란 침엽 단풍이 장관을 이루는데 눈이 덮인 주변 산과 함께 환상적인 경치를 보이는 곳입니다.

물론 겨울에는 놀라운 설경을 제공합니다.

 

오늘 우리가 갈 곳은 이 호수에서 약간 더 올라가면 나오는 Elephant Rock 이라는 곳까지입니다.

코끼리 모양의 멋진 바위들이 있는데 깊은 산 중의 설경과 함께 조형미를 감상할 수 있는 곳입니다.

그러나 이 하이킹 코스는 오르내리는 내내 수려한 풍경을 감상할 수 있다는 것이 장점입니다.

지난 며칠 사이에 새로운 눈이 40Cm 가량 더 내려 곳곳에서 설산의 아름다움을 만끽할 수 있었습니다.

 

 

 

이른 아침(그래보아야 벌써 9시입니다. 북위 52도 정도의 해가 늦게 뜨는 북반구의 전형적인 아침 모습이죠) 성에가 낀 차창으로 보이는 카나나스키스의 설산. 이 녀석은 Mt. Kidd (해발 2958m) 입니다.

 

 

눈신을 착용하고 출발하는 동료들의 모습입니다. 현재 기온은 영하 17도 가량 됩니다. 다행히 바람이 없어 오히려 온화한 느낌입니다.

 

 

열심히 오르다 보면 어느새 몸은 후끈 달아 올라 땀이 나기 시작하죠. 50분 정도 천천히 걸어 올랐는데 3.5km 가량 왔습니다. 옷을 갈아 입기 위해 휴식을 취합니다.

 

 

마라톤으로 단련된 강인한 체력의 소유자 앰블러(느림보)님입니다. 닉네임과는 전혀 반대입니다.

 

 

열렬한 진보주의자 사트바님.

 

 

그리고 접니다^^  눈신을 고집하는 이유는 빠른 것이 싫어서입니다. 산에서 걷는 것을 좋아합니다.

 

 

경사를 다 오르자 처음으로 나타나는 개활지가 우리를 감동의 도가니로 인도합니다. 평균 150cm 이상의 깊이로 쌓인 눈밭이 한마디로 장관입니다.

 

 

날씨가 좋은데다 워낙 유명한 산행지다 보니 많은 사람들이 왔습니다. 이정도면 사람들 엄청 많이 온거죠^^ 모두들 아이들마냥 즐거워합니다.

 

 

저 쪽 트레일은 크로스컨트리 스키 트레일이죠. 트랙 set  을 해놓진 않았지만 그루밍은 해 놓은 것 같습니다.  스키어들도 많이 보인 하루였습니다.

 

 

눈밭에서 장난도 치고 눈신이 없었다면 허벅지가 다 빠져버릴 눈 밭을 눈신으로 걸어보기도 하다가 이제 체스터 레이크 쪽으로 발걸음을 옮깁니다.

 

 

함께 산행한 다른 무리들도 off trail 하여 눈신 워킹을 즐기는 분위기입니다. 워낙 날씨가 좋아 최상급의 놀이터가 되었어요.

 

 

모두들 싱글벙글.. 시리도록 푸른 하늘이 멋진 배경이 되어주네요.

 

 

얼어서 눈에 덮힌 체스터 레이크입니다.  뒷편으로 해발 3054m (elevation gain 1150m ) 의 Mt. Chester 가 위용을 드러내고 있습니다.

 

 

레이크로부터 조금더 올라와서 Elephant Rock 지역으로 들어왔습니다.

 

 

Thumb` s Up  바위군요 ^^

 

 

온통 눈에 쌓여 있는지라 코끼리 바위가 왜 코끼리 바위인지는 알수 없었지만 충분히 조형적이었습니다.

자연의 아름다움이 한껏 느껴졌습니다.

 

 

산행 동료의 모습입니다. 겨울 산행은 오늘이 처음이었다고 합니다.

 

이제 코끼리 바위의 조형미를 조금 감상해볼까요?

 

 

 

 

 

아름답고 멋진 풍경에 넋을 빼앗겨 이 자리를 떠나고 싶지 않더군요.. 나의 솟아나는 감성이 멋진 자연과 만나 교감할 때 그곳에 아름다움이 있습니다.

 

 

점심을 맛있게 먹은 후 아쉬움을 뒤로하고 하산을 시작합니다. 여름에 와서뒤에 보이는 저 산도 한 번 올라보아야겠습니다.

 

 

푸른 하늘과 새하얀 눈이 잘 어울리는 가운데 하늘 저멀리 비행기가 지나갑니다.

 

 

크롭해보았습니다.

 

 

자연이 멋진 대비를 이루고 있습니다. 떠나고 싶지가 않군요..

 

 

산을 올랐다 내려올 때는 언제나 마차 발길이 떨어지지 않습니다.

다시 올 수 있을까.. 오늘처럼 멋지고 아름다운 모습 다시 볼 수 있을까..

벌써 그리움이 한가득 가슴에 남겨집니다.

 

 

호수로부터 시작되는 물줄기가 지나가는 곳에 얼음이 얼고 그 위에 하얀 눈이 내려 앉아 자연의 오묘한 조형미를 뽐내고 있습니다.

 

 

눈부신 자태.. 오후의 햇살이 보석처럼 빛납니다.

 

 

호수를 지나 다시 개활지로 나서는데..

 

 

이건뭐.. 입이 절로 벌어지고 감탄이 절로 나오며 가슴은 감동으로 벅차오릅니다. 저 푸른 하늘만이 유일한 유채색일 뿐 온통 새하얗습니다.

짙은 색의 전나무가 하얀눈과 완벽한 조화를 이루어 냅니다.

 

 

돌아가는 사람들의 발걸음이 경쾌합니다. 그들 모두 자연으로부터 그 가치를 가늠할 수 없는 은혜를 받고 돌아가고 있음에 여기가 천국입니다.

 

 

저멀리 아까 우리가 왔던 길로 다른 하이커들이 오가는데 마치 록키를 순례하는 사람들처럼 고귀해 보입니다.

 

 

다시 숲으로 들어오니 고목에 앉은 눈들이 또한 감탄을 자아냅니다.

 

 

스키 트레일로 잘못 들어 스키어들로부터 잔소리를 들어가며 내려갑니다. 그러나 최대한 가장자리로 걸었죠. 트레일에 구멍이나 홈을 안내려고 ^^

 

 

이곳은 크로스 컨트리 스키 타기에도 참 좋은 곳이었습니다.

 

 

그냥 걷기만 하여도 이렇게 좋은 것을요..

 

 

숲 속의 오솔길

풍성한 눈으로 가득한 곳

그대의 꿈과 나의 이상이 만나

오붓하게 데이트를 즐기기에 좋아라

세상이 원래 이럴진대

어디라서 이곳보다 나은 곳이 있을터인가

우리사는 사회가 이 눈길과 같이

풍성한 사랑으로 가득하길

오가는 사람들의 환한 얼굴이

함께 살아가는 이웃의 얼굴에 그대로 나타나기를..

자연이 사회가 되고 사회가 자연이 되길.

 

 

 

마지막 산행을 끝내고 차로 내려오는 사트바님.. 오늘 즐거우셨어요? 그렇다네요 ㅋ

 

 

깊은 오지 산동네이지만 정부에서 주차장을 말끔히 치워 놓았습니다. 모든 조건이 완벽하군요. 

참으로 오랜만에 써본 작은 세상의 산행 후기였습니다.



가을은 이미 지나버린지 오래

그 화려함 뒤의 애틋한 정은 이미 
마른 잎사귀로 변해 버렸지.

흰 눈을 좋아했지만 
쌓일듯 말듯 흩어진 모습은 웬지
다시 오지 않을 너를 생각나게 해.

봄은 아직도 저만치에 있기에
아마도 나는 아직 꿈을 꿀 수 밖에 없는 것.

아무도 귀기울이지 않는 나의 이야기
그저 진부하고 낡아빠진 독백.
마당에 내 꿈이 흩어져 날린다.





  아무도 찾지 않는 2월의 공원, 해가 기울어가는 오후

그래서 더욱 쓸쓸하였겠지요.

영하의 날선 바람을 온 몸으로 받아내며 얼어붙은 서리를 입은 채

그 질기고 오랜 인연을 놓지 않겠다는 듯 어미 몸에 붙어 있는 당신에게서

녹색의 클로로필 보다도 더욱 선연한 생명을 느꼈소.



내일을 향해 저물어 가는 오늘
내일이 또 하나의 오늘될 것이기에

아무것도 새로운 것이란 없다.

다만 그 순간의 아름다움만 빛난다



 


 

저멀리 수억의 역사를 이고 서 있는 산이 있다.
아름다운 새들의 노래와 들짐승들의 울음,
세찬 바람에도 꿋꿋한 들풀과 
당당하고 늘씬한 나무들,
그리고 그렇게 거칠고 험한 세상에서도
가녀린 꽃잎을 펼쳐내어 산과 들을 아름답게 수놓는 야생화,
태고의 신비를 담고 있는 눈부신 호수들까지..

 


사람이 만든 아무런 것도 없으나
세상 모든 것이 존재하는 곳
에너지가 충만한 곳
배낭하나 매면 두다리 두 팔로 내 힘으로 갈 수 있는 곳
그곳으로 가는 길은 이렇게 언제나 나를 기다리는 듯 친근하다.
감동과 설레임을 안고..

 


 

언덕 넘어엔..

 

 

카우보이 마을이 있어요.. 코크레인이죠.




 

  이 길은 제가 사는 캘거리에서부터 록키산으로 가는 #1A 하이웨이입니다.
  주 도로인 트랜스 캐나다 1번 고속도로도 훌륭한 전경이 펼쳐지지만 
  그와 나란히 달리는 이 길은 소박하여 시골스러운 멋이 느껴져 더욱 사랑스럽답니다.


캘거리에서 벤프 가실 땐 이길로도 한 번 가보시길..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