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영화는 2008년 세계 금융위기가 촉발된 서브프라임 몰기지 사태로 인한 미국 금융시장 붕괴에 대한 이야기이지만 또한 자본주의 사회 속에서의 인간 삶의 방향에 대한 성찰을 하게 한다. 즉 돈과 인간성에 대한 생각, 돈이 지배하는 사회 속에서 바른 품성과 자존감으로 살아가야할 사람들의 선택에 관한 화두를 던지고 있다.

미국 뉴욕의 월스트릿과 런던의 더시티는 현대 자본주의의 피라미드 상층부다. 중국이 그 하부구조로서 세계의 생산공장이라면 런던과 뉴욕 월스트릿은 상부구조로 굴뚝없는 세계 자본주의의 금융공장이다.

중국이 전통적인 방식으로 원료를 이용하고 인간의 집단화되고 시스템화된 노동에 의해, 그리고 인간이 개발한 과학 기술에 의해 인간에게 필요한, 또는 필요할 수 있는 상품을 만들어 시장에 내다 팔아 차익(이윤, profit) 을 남겨 돈을 버는 산업 자본주의의 전형이라면 뉴욕을 비롯한 전세계 금융허브(뉴욕, 런던,싱가폴, 홍콩, 등등..)를 두고 있는 국가들은 이런 산업자본주의에 더해 그렇게 해서 버는 돈으로 금융상품을 만들어 돈을 버는, 즉 돈으로 돈을 버는 금융자본주의라 할 수 있다.

산업자본주의는 노동 착취를 기본으로 하며 금융자본주의는 자본 착취를 기본으로 한다. 착취란 영어로 exploit, sweat, underpay, 등등 과격하게 말해서 남의 등을 쳐먹는 행위를 말하는 것으로 자본주의가 이윤을 창출하는 기본적인 패러다임이다. 우리가 젊은 날 사회체제에 대해 싸웠던 것은 이러한 사회 시스템에 대한 것이었다. 착취 시스템에서 발생하고 파생한 온갖 비인간적인 것에 대한 저항이었다.

이 영화를 보면 인간이 돈 앞에서는 도덕이고 철학이고 인간미고 뭐고 너무도 쉽게 아무것도 아닌 존재가 되고마는 것을 본다. 이건 과장이 아니다. 아마 누구나 그런 처지에 놓이면 그렇지 않은 선택을 하기란 쉽지 않을 것이다. 솔직히 말해서 나도 그런 상황에서는 아니요 ! 라고 외치며 파괴적 이기주의에서 빠져나오기 쉽지 않을 지도 모른다.

왜냐하면 그 돈이란 바로 나의 삶에 직결되어 있기 때문이다. 내 일상의 삶 하나하나에, 예를 들어 아이들에게 당장 기숙사비를 보내야 하고 금전적으로 필요하면 언제든지 도와줄 태세가 되어 있어야 하며 고국의 부모형제에게도, 그리고 무엇보다 여기서 인간적인 최소한의 삶의 유지를 위해, 집을 비롯한 나의 현재 모든 소유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그 ‘돈’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영화를 보면 주인공 중의 하나는 그런 자신의 현재적 삶의 유지를 위해 필요한 돈 때문에, 자신이 현재 불어닥친 회사의 위기를 수습하는 방식이 자신의 일반 동료를 비롯한 이웃, 나아가 전세계 수많은 무고한 일반인들에게 엄청난 비극을 안길수도 있음에도 기꺼이 수행하고 만다.

그리고 그는 살아남는다. 미국의 수많은 일선 금융노동자들이 일자리를 잃고 일반 기업이 파산하고 산업노동자들이 직장을 잃고 엄청난 수의 집들이 경매에 넘어가고 그결과 전세계 경제가 휘청되어 세계경제 위기로 이어져, 청년 실업, 도산, 파산, 자살 등등 비극이 몰아닥쳤지만 그 주인공을 비롯한 세계 금융산업의 금융엘리트들은 여전히 페라리를 몰고 고급주택에 살며 럭셔리한 생활을 계속 이어갔다.

나는 지금까지 다행이었는지 능력이 부족했던 지 이런 형태의 삶 속에 있지 않았다. 그 속에 있었다면 일견 잘 해낼 수 있는 그런 자질을 지닌 것도 같지만 어쩌면 나의 성향상, 기질상, 철학적인 갈등으로 인해 내가 그 바닥을 오래 견디지 못하고 그만두었을 것 같다.

그래서 젊은 날에는 이상적인 사회를 위해 헌신했고 그 이후에는 가정의 소박한 가장으로 지극히 평범한 삶을 살아왔다. 그리고 이민을 온 이후는 비록 밥벌이로 하고는 있지만 그래도 사람의 아픔을 다루는 직업을 가져 나름대로의 가치를 느끼며 살아가고 있다.

언젠가 딸이 한의원 비지니스를 좀더 활성화할 수 있는 방안에 대해 내게 조언을 했다. 아마도 때로 재정문제로 허덕이는 모습을 보며 나름 안타까운 생각이 들었나보다. 그래서 내가 아래의 내용으로 딸에게 내 입장을 말해주었다.

나는 앞으로 가능한 점점 일을 줄이려 한다. 솔직하게 말해서 더 바빠지고 싶지 않다. 남은 나의 인생을 지금보다 더 바쁘게 일하며 살고 싶지 않은 것이다. 물론 돈이 필요하고, 아니 더 필요하고 사실 상당히 필요하다. 가족들을 위해서도 그러하고 당장 나의 좀더 여유있는 삶을 위해서 사실 돈이 필요하다. 그리고 나는 가진 돈이 정말 없다. 나올 곳도 없다. 때론 생각하면 이런 현실이 한심할 때도 있고 무섭기도 하고 스트레스를 많이 받기도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더 많은 돈을 벌기 위해 더 많은 힘을 쏟고 싶지 않다.

일견 모순되는 생각같고 한가한 생각인지는 몰라도 결론적으로 말해서 내가 하고 싶고 원하는 것을 다소 줄이고 포기하더라도 나는 돈을 더 벌기 위해 내 소중한 시간, 나의 인간성, 나의 철학, 삶의 모토, 도덕적 자부심, 인간적인 삶 등을 포기하거나 희생하지 않으려 하는 것이다.

예술을 사랑하고 자연을 존중하고 사랑하며 가족을 사랑하며 일상의 소중함에 늘 감사하며 세상의 고통에 연민하고 공감하며 진리의 편에 서며 작은 것에도 최선을 다하며 사는 그런 삶. 이런 삶에 기본적으로는 그리 큰 돈이 필요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물론 돈을 더 벌면 내가 좋아하는 여행도 더 잘 갈 수 있고 가족들이랑 더 즐길수도 있겠고, 이웃들을 조금 더 풍족하게 도와줄 수 있겠지만 미안하게도 나는 그렇게 살고 싶지 않다.

나는 한의원 이외에도 관심있는 분야가 너무 많다. 사실 돈안되는 일이고 그리고 돈이 또 필요한 일이기도 하지만 기본적으로 일하는데 너무 많은 에너지를 쏟고 싶지 않다는 이야기다.

비록 이렇게 시골 촌부로 가진 것도 없고 이름도 없이 살아도 자존감하나만은 잃지 않으려 한다. 아무도 인정 안해줘도(아내와 딸들만 인정해주면 족하다 여기지만) 스스로 진리의 편에 서서 바른 생각으로 살며 그것을 일상 생활 구석구석에서 실천하고 살고, 이웃을 사랑하고 인류를 사랑하고 먼곳의 아픔에도 공감하며 거짓을 행하지 않고 (물론 작은 거짓은 피할 수 없어 괴롭지만) 무엇보다 자연을 존중하고 사랑하며 그 속에서 살아 있음을 자각하고 나름 예술과 스타일을 추구하고 좋은 아빠와 남편으로 살아가고 싶어한다.

이런 삶에 돈이 많이 필요할까? 물론 돈이란 많으면 많을 수록 그만큼 씀씀이에 여유가 생기고 그 돈으로 할 수 있는 영역이 확대된다. 그러나 내가 원하는 그런 삶을 위해서는 돈보다는 여전히 바른 철학과 품성, 의지가 요구되고 절제와 조절이 필요하고 건강한 정신과 육체가 더 중요하다고 여긴다.

요즘 미니멀리즘을 공부하고 있다. 그리고 조금씩 실천하고 있는 데 필요하다면 내가 가진 보잘 것 없는 것들 다 처분하려고 한다. 사는 규모를 획기적으로 줄이고 소비와 소유를 줄여 홀가분하게 살았으면 좋겠다 생각한다. 지금 당장은 아니라도 그런 날이 오겠지 하며 산다.

이야기가 잠시 곁으로 빠졌다. 결론적으로, 이 영화를 보고 아이들에게 해준 말은 이것이다.

“내가 아무리 잘살아도 그것이 다른 사람의 고통에 기반하지 않기를 바란다. 돈이란 필요한 것이며 가치환산의 수단이니 자신의 능력과 재능에 합당하게 돈을 벌 수 있는 일을 찾고 그 돈으로 가치있는 삶을 살아가길 바란다. 그러나 무엇보다 자신이 원하고 좋아하고 스스로 보람있게 여기는 일을 찾아 즐겁게 살아갈 수 있기를 바라고 언제나 인류단위로 사고하며 스스로 자존감있게 살아갈 수 있는 바른 철학과 신념, 인간미를 가지고 살아갈 수 있기를 바란다.

이 영화에서처럼 전직 로켓 과학자인 주인공 중의 한사람이 돈에 의해서 자신의 소중한 커리어를 버리고 곁가지로 나아가는 것은 해서는 안되는 짓. 돈에 인생이 팔려서는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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