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린 시간은 다가올 시간에의 기대와 희망이 있기 때문이다.
새로운 것을 원하지만 현실은 지금 맞닥뜨린 현재와 철저히 얽혀 살아가고 있기 때문이다. 좋든 싫든 그렇다.
화살처럼 빠른 시간은 그만큼 잊고 사는 것이 많다는 이야기이다. 필름이 끊어지듯 단절된 시간의 현재는 마치 시간이 짧아진듯 여겨지는 것이다. 기억의 부재로 인한다. 많은 것을 잊고 살아가는 혹은 꽉짜여진 틀 속에서 기계적으로 살아가야하는 가운데의 상실된 시간들로 인해.
그만큼 세상은 빠르게 돌아가고 변하며 그 가운데서 자신의 자리를 잃어버리고 자기를 잊고 살아가는 21세기 도시인들의 삶.
세상과 마주한 내가 점점 거대한 흐름에 얽혀 하나의 부속품처럼 살아가며 그런 가운데 내가 누구인지 무엇인지 알지 못한채, 내가 현재라는 시간의 운용자가 되지 못한 채, 세상의 공간 구석에 박힌 채, 내가 세상의 주인임을 선언하지 못한채, 분노와 용맹을 잃어버리고 꿈과 이상을 매장시킨 채, 신기루마냥 사라지고 말 부재의 기억들만 양산하며 살기에 여름은 지극히 짧고 눈부신 햇살은 슬픔 속에 빛을 잃어가는 것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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