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치 사랑하는 연인의 품에 안기듯

록키의 품에 안겨들었다.

나는 언제나 그의 앞모습만 보았다.

언제나 내가 앞서고 그는 힘들게 따라왔기에.

그러나 이날 만큼은 그의 뒷모습을 유난히도 많이 보았다.

이날 이렇게 본 그의 뒷모습 그게 마지막이었다.

 

멀리 런들 산이 보인다.

그 늠름함이 오히려 야속하다.

눈 앞의 커먼 해어벨이 흩날리는 모습이

이날 따라 쓸쓸했다.

가을은 멀었지만

마음 속에 가을의 외로운 기운이 스쳤다.

그리고

내게 찾아온 무심한 느낌들.

이 모든 것은 단지 우연의 느낌일까.

 

나는 오늘 그의 천진한 웃음이 그리워진다.


알버타 평원의 새벽

새들도 잠에서 깨지 않은 이른 아침

누군가를 만나기라도 되어 있는 듯

무거운 몸을 일으켜 세웠다.


그리고 무작정 동쪽으로 열린 끝도 없는 길을 따라

목장을 지나고 초원을 가로지르며 달렸다.

안개가 자욱했고 세상은 고요했다.

그리고 나의 짧은 여행은 멈추었다.

오렌지 빛 하늘의 아우라.


더이상 갈 필요가 없었다.




흐르는 시간 속에

알 수 없는 느낌으로 멈추어 선다.

모든 것이 사라질 지라도

기억만은 새롭다

 

가진 것 아무 것도 없으나

가슴엔 가득차 있으니

기억이 만들어준

꿈이다.





도시마다 대표하는 거리가 있다. 쇼핑과 다이닝을 즐기며 문화행사도 맛볼 수 있는 곳.  사람들이 가장 붐비는 그 도시의 

얼굴격인 곳. 한국으로 치면 홍대거리나 명동거리, 경리단 길 등.. 무수히 많지만 날씨등 여러가지 이유로 거리문화가 

빈약한 캘거리에서 그나마 걸을 만한 거리는 켄싱턴 거리와 4번 스트릿 브로드웨이, 그리고 17번 애비뉴와 바로 오늘 소개할 

다운 타운의 스티븐 애비뉴다. 




다운타운 코어에 있으면서 캘거리를 대표하는 거리답게 깔끔하고 현대적인 분위기가 물씬 풍긴다.



캘거리의 대표적인 설치 미술 중 하나다. 문화 불모지 캘거리에는 이곳 저곳에 설치 조형 미술이 꽤 있다는 것. 

그런데 대부분의 이런 조형 미술들이 매우 밋밋하고 투박하다는 느낌이다. 아마도 예술에 대한 시민들의 관심이나 

소양의 반영이 아닐까..  오일과 카우보이 씨티로서의 특징이 만들어낸.



고급 쇼핑이 몰려있는 곳도 이곳이다. 명품점이 건너편에 보인다. 그러나 한국에 비하면 이 또한 소박하고 서민적이다. 



캘거리 역사가 담긴 오래된 건물도 있다. 그래보아야 150여년이지만.. 캘거리 타워는 한 때 성장하는 캘거리의 상징이었다. 



캐나다의 백화점은 한국의 그것에 비하면 정말 비교하기가 민망하지만 다운타운 점은 그런 중에도 차별성이 있다. 캐나다 유일의 백화점인 Bay.  아내가 즐겨 찾는 곳이다. 반품과 환불이 매우 쉬워 부담없이 쇼핑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의도적으로 백화점 광고판에 촛점을 맞춘 것이지만 사실 앞의 이 두아저씨 조형물은 볼수록 이 도시가 주는 건조한 느낌을 

대변하는 것 같아서 개인적으로는 좀 치웠으면 하는 정도로 비호감이다. 캘거리도 성장한 만큼 예술적으로도 성숙해여하지 않을까.



캘거리의 새로 짓는 빌딩은 거의가 유리외벽 트렌드다. 물론 이 양식이 현대적인 흐름이기도 했지만 

겨울이 길고 기온이 낮은 캘거리이기에 유리외벽은 아마도 겨울철 난방비 절감에 상당한 도움을 줄 것이다. 



일요일 이른 아침이어서 사람들이 거의 없다가 하나둘씩 보이기 시작한다. 



가장 부지런한 사람들은 역시 홈리스 아저씨들이다. 일용할 양식과 생활비를 위해 재활용품 수거에 나선 모습. 



아마 오늘도 수많은 보행객들에게 잠시 휴식을 주고 또 만남의 장소로도 제공될 의자가 주인을 기다리고 있다.




어느 도시나 명암이 있고 높고 낮음이 존재 하며 그 모든 차이들이 한데 어우러져 도시 풍경을 나타낸다.

한 때 캘거리에서 가장 높은 위치를 차지했던 명물 캘거리 타워와..



그 아래에서 힘겨운 하루 일과를 시작하는 홈리스 형제들의 바쁜 걸음이 주는 대비는 오늘 다운타운 걷기의

마지막 사진이 되었다.


"산에는 무슨 일이든 일어날 수 있다. 예측산행은 늘 위험이 따른다."


물론 많은 사고가 미리 피할 수도 있지만 갑자기 찾아와 피하기 어려울 때도 있습니다.

원래 산행이란 모든 어려움을 지고 올라가는 것이지요. 그러나 산에서 맞는 어려움은 

평지에서 보다 훨씬 위험하기 일쑤입니다. 오늘 산행을 통해 산행동료가 얼마나 중요한지 

절실히 깨달은 하루였습니다. 


산우는 나의 안전 나의 운명을 잠시 함께 지고 올라가기에 

서로 믿고 의지하며 신뢰할 수 있다는 것이 참으로 소중하며 중요합니다. 

절체절명의 순간에도 서로에게 격려를 해주고 위로를 하며 힘이 되어주는 산행동료를 

가지고 있는 것은 산을 좋아하는 사람으로써 크나큰 행운이 아닐 수 없습니다. 




11월의 카나나스키스 록키는 이미 겨울로 들어갔습니다.  

아침 햇살은 찬란하고 대지는 아직 가을 향을 품은 채 따스한 마음이 일게 했지만 

영도에 가까운 차가운 기온과 함께 볼을 찌르는 듯한 바람은 

오늘 우리들에게 일어날 엄청난 일들에 대한 조용한 복선이었음을 나중에야 알았습니다. 


산이 거기에 있으니 찾아가 오르는 것이지만 일상이 기다리는 곳으로 돌아오는 것은

때로 약속되어 있지 않다는 것, 우리는 오늘 이 사실을 처절하게 경험했습니다.



산아래 Brian Lake 의 아름답기 그지없는 모습. 여기까지 함께했던 산행팀은 정상 도전팀과 귀환하는 팀으로 나뉘어 

일상으로 돌아가는 삶과 모험과 도전하는 삶으로 운명이 갈라졌습니다. 


모험과 도전 .. 하지 않을 수도 있지만 그것은 각자의 삶에 대한 단순한 입장의 차이일 뿐입니다. 

무리한 일은 하지 않는다는 사람이 있을 수 있고 약간의 위험은 감수하며 즐기는 사람이 있습니다.

인생이란 어차피 모험이요 도전의 연속, 누구라서 삶의 위험으로부터 완전히 벗어나 살수 있는가.. 

물론 이 위험이 그만한 가치가 있는지에 대해서는 각자의 생각이 다릅니다. 


그것을 하고 안하고는 철저히 개인의 판단과 결정에 달렸고 그로 인한 결과 역시 개인이 오롯이 감당해야죠.

스스로 책임질 수 있는 신중하고 합리적인 판단이 중요하다고 하겠습니다. 우리는 어른이니까요. 





네명의 정상 도전팀이 출발하여 급경사를 간신히 올라서 정상에 도달했을 때, 눈을 뜨기 어려운 차가운 바람이 불어

한 순간도 지체할 수 없었습니다. 원래의 산행 루트가 되돌아가는 것이 아니라 정상 능선을 타고 계속 진행하여

원래 출발지를 향해 loop 로 돌아가는 것이었기 때문에 우리들은 당연히 계속하여 전진하였습니다.


절벽 밑에서 약간의 요기를 하여 허기를 때운 다음 하산을 시작하는데 뜻하지 않은 부상자가 나왔습니다.

한 동료가 다리에 경직성 통증이 오면서 산행이 지체되기 시작했습니다. 조금걷다 서고 걷다 서고를 반복하며..


지지부진한 속도로 내려오던 중, 로프를 사용하여 통과해야하는 구간이 나타났습니다. 원래는 이 쪽으로 내려갈 계획이었으나 

루트를 면밀히 살펴본 결과 부상자로 인해 통과가 어렵다는 결론을 내고 왔던 길을 도로 올라가 alternative route 를 찾았고

절벽아래로 이어지는 길을 따라 우회통과 하였습니다.



예정보다 당연히 시간이 상당히 많이 초과되었고 이미 초겨울 해는 서산 아래로 기울고 있었습니다. 

이미 정상 루트에서 약간 벗어나 있던 우리는 부상자가 있다는 것으로 인해 마음이 급해진 나머지

일단 눈 앞에 보이는 다운 힐이 평지 크릭으로 이어지는 것을 보고는 그 쪽을 하산길로 결정하였습니다.


그러나 엎친데 겹친다는 것.  흔히 악재는 꼬리를 물고 나타난다는 것.

다소 급한 경사의 설사면을 통과하는 과정에서 또 한명의 동료가 심각한 낙상 사고를 당하였습니다. 

어깨 쪽에 극심한 통증을 호소하는 동료의 팔을 로프로 몸통에 고정시킨 다음 배낭은 나눠서 지었습니다.


날은 더욱 어두워지고 마음은 더욱 급해진 우리는 가급적 빠른 하산을 하기로 하여 고통에 힘들어하는 두 부상자들을

격려하고 독려하며 천신만고 끝에 대개의 경우 평지로 이어지는 자갈 경사면에 도달하여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는데..


그러나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던 것은..



두명의 부상자와 함께 어렵사리 내려온 그 경사면은 안전한 평지로 이어지는 그런 길이 아니었습니다.

우리 모두를 절망으로 인도하려는 듯 깎아지른 듯 끊어진 절벽이었습니다.

이제 날은 거의 어두워져서 전방시야가 확보되지 않았습니다. 산에서의 밤은 일찍 찾아오니까요.


다행히 먼저 발생한 부상자는 하산과 함께 다소 회복되고 있었는데 그래도 여전히 완전하지는 

않은데다가 두번째 부상자는 갈수록 통증이 심해져 한발욱 뗄때마다 극심한 곹총을 호소하기 시작했죠.


이미 7시간 째 차가운 겨울 산을 해매고 있는 중이라 체력들도 바닥을 치기 시작했고 그날따라

우리들을 안전하 평지로 인도할 정보와 장비는 매우 부실했습니다. 농반 진반으로 얘기를 했지만

구조요청을 하고 헬기를 불러야할 것 같은 상황에까지 이르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전화도 안되고 가지고 있는 무전기도 무용지물. 구조 요청자체가 불가능한 상황이었죠.

먼저 돌아간 침들은 아마도 주차장에서 애타게 우리를 기다리고 있을 터.. 우리는 어쨋든 가야했습니다.


여전히 400-500m 정도의 높이를 내려가야하는 우리들은 길을 잃어버린 것이었습니다. 

록키의 겨울 밤은 완전히 어두워졌고 부상자는 심각한 통증으로 점점 걷는 것이 어려웠습니다. 


이미 한 번 절벽을 경험한지라 어둠 속에서 희미한 모습만으로 판단하여 경사면을 무작정 내려갈 수는 

없었습니다.  만약 또 실패하기라도 하면 이제는 도로 올라갈 체력은 없다고 봐야하고 특히 부상자는 

그것을 절대로 감당할 수  없다는 것을 우리 모두가 알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한 번의 배팅.. 우리는 단 한번의 시도로 경사면이 평지에 이르는 길을 찾아야하는 절체절명의

순간을 맞이하고 있었습니다.



겨울산 한가운데서 장비도 없이 비박을 해야할지도 모를 위기의 순간..

칠흙같이 어두운 산 속에서 우리에게는 그나마 희망이 되어주고 위기를 극복하게 해준 '빛'이 둘 있었습니다.


하나는 내가 언제나 들고 다녔던 자가발전 후래쉬였습니다.  네명 중 내가 유일하게 들고 있던 빛이었습니다.

언젠가 코스트코에서 구입했던 마우스 모양의 작은 후래쉬는 우리 네명의 안전하산을 도운 한줄기 '빛'이었습니다.


그러나 그보다 더 중요한 '빛'이 있었습니다.

그것은 바로 끝까지 포기하지 않으며 절망하지 않으며, 한 순간도 유머를 잃지 않은 채

서로를 격려하며 도움주며 서로를 따뜻이 품어준 동료들 마음 속의 희망, 사랑, 우정, 용기, 배려라는 '빛'이었습니다.


되도록 큰소리로 웃고 떠들며 서로를 북돋우었죠. 누구도 불평하지 않고 힘든 내색 않고 짐을 서로 져주며 도왔습니다.

특히 후래쉬를 들고 앞장선 저를 100% 신뢰하며 끊임없이 좋은 말로 격려하며 따라와준 동료들로부터 전해져온 '빛'


특히 우리가 하산을 마무리할 경사면 선책에 주저하는 나에게 용기를 주고 믿음으로 격려해주었던 동료들,

이런 신뢰의 빛이 없었더라면 나는 한발자욱도 내려가지 못했을 것입니다.  산 속에서 조난당할지 모른다는 공포는 

겪어보지 않은 사람은 모를 만큼 대단히 심각합니다. 


나는 눈 앞에 어렴풋이 보이는 계곡경사면을 택하지 않았고 가급적 동쪽으로 치우쳐 하산했습니다. 

매우 가파랐고 눈으로 덮여있는 나무 숲이었지만 그길이 웬지 우리를 안전하게 인도해줄 것 같았기 때문입니다. 

한치 앞도 보이지 않았지만 그 루트외에는 우리를 안전하게 인도해줄 수 없을 것 같은 막연한 믿음..



천신만고 끝에 드디오 우리는 나무 숲 경사면을 내려서 계곡으로 들어섰습니다.

이제 우리에게 마지막 남은 길입니다. 이게 아니라면 더이상의 실패는 바로 조난을 의미하는 것이었죠.


원래 산 속의 계곡이라는것이 처음에 내려갈 수 있는 듯 보여도 대부분은 폭표형식의 절벽으로 이어집니다.

마치 설악산 선녀탕 폭포처럼 말이죠. 앞에서 두 번씩이나 경험했던 것처럼.


그러나 우리에게는다른 선택이란 없었죠.  두려워한다는 것이 의미가 없었어요.  이미 최악의 상황은 각오했기에.

다만 부상자가 고통에 겨운 신음소리를 내뱉을 때마다 마음이 저려왔지만 두부상자는 감사하게도 이 절박한 순간에

거의 초인적이고 놀라운 인내심과 이타심을 발휘해주었어요.


고통을 참아내는 것은 물론이요 어떤 불평과 원망도 없이 묵묵히 따라와주었다는 것은 앞에서 길을 찾으며 

내려가는 저에게는 얼마나 힘이 되었는지 말입니다. 안전 하산을 성공하고 못하고를 떠나 그 두분께 미리 진심으로 

감사와 존경의 마음을 드리지 않을 수 없었어요.


사방이 완전히 새까만.. 가끔씩 핸들을 돌려 충전을 해주어야했던 내가 들고 있는 작은 후래쉬의 빛만이 깜빡이는

그 어둠 속을 우리는 여전히 앞을 분간하지 못한 채 오직 믿음과 희망만을 붙든 채 서로의 기척을 의지 삼아 

계곡을 한발 한발 내려오고 있었습니다.


제발 절벽이 나타나지 말기를..




칠흙같이 어두운 산속에서 쏟아질듯 무수히 반짝이는 별들의 바다를 본적이 있는지요.

천신만고 악전고투 끝에 계곡의 끝에 다다르자 눈 앞에는 드디어 넓디 넓은 평지가 어슴푸레하게 펼쳐졌습니다. 

마침내 우리는 산을 벗어난 것이었습니다. 


밀려오는 안도감과 기쁨 속에서 세상 어느 곳에서보다도 아름답게 빛나던 그 수많은 별들을 온 몸으로, 온 가슴으로 

뜨겁게 받아들였습니다.


눈물이 날뻔 했지만 꾹 참으며 사랑하는 동료들과 하이파이를 나누고 깊은 포옹으로 감사를 표시했습니다.

동료들이 없었다면 절대로 성공할 수 없었던 여정이었기에.. 

비로소 편하게 물도 마셨고 비로소 배가 고파와서 초롤릿도 서로의 입에 넣어주며 무사 귀환을 자축했죠.


그러나 아직 완전히 기뻐하기엔 남아 있는 것이 있었습니다.

우리의 생사를 모른 채 초조히 기다리고 있을 식구들 동료들이 있는 주차장까지 가는 길.

록키의 깊은 산골은 비록 별빛이 쏟아지곤 있다고 해도 1m 앞을 분간하기가 어려울 정도로 깜깜했기에 

평지이긴 했으나 남은 2.5km의 길을 찾아 가는 것이 만만하지 않았습니다.

 

어렴풋한 시야를 뚫고 동료가 가진 지도 덕을 보며 또 한 동료의 뛰어난 감각에 힘입어 우여곡절을 겪으며

한발 한발 나아간 끝에 우리는 저 멀리서 보이는 자동차의 헤드라이트, 세번 째 '빛'을 발견했습니다.

누구랄 것도 없이 우리 모두는 환호를 내질렀고 또 한 번 부등켜 안고 완전한 무사 귀환을 최종적으로 자축했습니다.


아니나 다를까 거의 패닉상태에 이르기까지 초조히 기다리던 동료들은 우리를 보자마자 감격적인 환영의 환호성을 질렀습니다.

모두가 즐거워했고 감사했죠. 기다린 사람들, 부상당한 사람들, 누구하나 불평 불만 없이  진심으로 기뻐하고 그 순간을 

따뜻하게 맞았습니다.





바로 이녀석이 우리를 어둠 속에서 지켜준 그 '빛'이었습니다.  옆으로 보이는 레보ㅓ를 빙빙 돌려

자가충전하며 우리를 산에서 계곡으로, 다시 평지로, 주차장으로 인도해준 소중한 '빛'이었습니다.


에필로그)

첫부상자는 가히 초인적인 정신력으로 양허벅지의 엄청난 경련과 경직, 극심한 통증을 견뎌내었으며

두번 째 부상자는 어깨가 빠졌는데 부목도 없이 빠진 팔을 몸에 동여매 고정한 채 수시간을 고통을

참아내며 그 험난한 길을 기어코 내려왔습니다. 그리고 캘거리 도착하자 마자 바로 풋힐스 응급실로 달려가

빠진 어깨를 다시 집어 넣고 잘 맞추었고 xray 상으로 골절도 없이 잘 처치가 되었음을 확인했습니다. 


그리고 저는 다행스럽게도 끝까지 체력적으로 잘 유지가 되었고 정신적으로도 평심을 잃지 않아

동료들과 무사귀환을 성공해낼 수 있었습니다.



카나나스키스 레이크는 캘거리에서 약 1시간여 떨어진 록키산의 피터로히드 주립공원 내에 자리하고 있는 대단히 큰 규모의 

빙하호수입니다. 캐나다 밴프국립공원을 찾는 대부분의 여행객들은 그 존재조차도 모르는 곳, 그러나 수많은 캘거리언들이 

아름답기로 첫 손에 꼽는 Kananaskis Lakes는 Upper Lake와 Lower Lake 의 두 호수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그림같이 아름다워 유명한 할리우드 영화의 촬영지로도 유명한 카나나스키스 벨리에 자리를 잡고 있는 이 호수는 사계절 모두 환상적인 경치를 보여주며 와서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힐링이 됨을 경험하게 됩니다. 




Upper Lake 의 모습입니다. 호수변을 따라 한바퀴 돌면 약 15km 정도 됩니다. 



보는 장소에 따라 호수의 모양과 물빛이 달라지며 주변 산세와 어울리며 놀라운 감동을 안겨줍니다.



Lower Lake 입니다.  K-lakes 에서는 보트와 요트 카누를 즐길 수 있고 캠핑과 낚시와 하이킹 등 다양한 레저를 경험할 수 있습니다. 



수영? 빙하호 이기 때문에 한여름에도 후덜덜 합니다. 강심장이 아니고는 힘들겠죠. 코발트 빛 푸른 물이 환상적입니다.



  깊은 산중에 자리잡아 맑고 깨끗하며 아무런 위락 시설이 없이 보존되어 자연 그대로의 모습이 압권입니다. 다만 피크닉 테이블과 

  파이어 핏이 마련되어 있어 모닥불을 피울 수 있고 가족단위 소풍을 즐길 수 있습니다. 겨울에는 완전히 얼어 얼음 낚시를 즐길 수도   있어요. 그리고 겨울에는 주변이 크로스컨트리 스키코스로 변하여 많은 스키어들이 찾기도 합니다.



아무런 인공적인 꾸밈없이도 자연그대로의 K-Lake는 가장 완벽한 아름다움을 보여줍니다. 겨울에는 이 곳을 횡단할 수 있죠. 완전히 얼어버리거든요. 겨울에는 완전히 순백의 눈으로 완전히 동화나라가 되죠.




겨울로 들어가는 호수 모습입니다. 대개 11월이면 얼기 시작하여 12월에는 정말 꽁꽁 얼어버리죠. 5월이나 되어야 녹기 시작합니다.



제가 이 호수를 처음 보았을 때 그 이국적이고 생경한 모습에 한동안 움직일 수가 없었습니다. 이 바다같이 넓고 장대하며 멋지며 바다처럼 푸르고 푸른 이곳이 호수라니요. 한 눈에 다 들어오지도 않을 만큼 넓은 호수의 수면은 마치 유리를 깔아 놓은 것처럼 맑고 투명하여 주변의 산들과 푸른 하늘, 흰구름을 모두 담아내며 되비추는가 하면 뭍에 가까운 호안은 바닥이 훤히 보일 만큼 물이 깨끗하였고 그 푸른 호수의 색깔은 아름다운 이국 여인의 눈동자만큼이나 푸르고 맑았습니다.

 


특히 그 주변 산위로 조금만 올라서면 이렇게 환상적으로 변신하는 호수를 만날 수 있습니다. 무어라 표현하기 어려운 감동이 있습니다.




틈만 나면 수도 없이 찾아와 주변 산도 섭렵하고 호수 주변을 일주도 했던 터이지만 겨울로 가는 오늘도 마치 처음 호수를 만난 것처럼 마음이 설레이는 것을 봅니다. 명상하고 사색하기에 이보다 더 좋을 수는 없습니다.  




눈발이 날리는 호수는 아직 얼지 않아 짙푸른 색이며 하늘은 희뿌연 데  무릎깊이로 쌓인 눈 더미 위로 이름모를 관목이 가지를 내뻗고 있습니다. 이런 곳에 서 있으면 그 자체로 매우 드라마틱합니다. 상상력이 날개를 펴는 순간이죠.



가만 바라보자니 마음 깊은 곳에서 알수없는 그리움 같은 것이 하염없이 솟아납니다. 어렸을적 제 고향 마산의 가포 해안가에 앉아 먼바다를 바라보곤 하던 장면이 오버랩되며 순수시대를 떠올리게 됩니다. 




수많은 사람들이 캐나다 록키를 구경하러 옵니다. 밴프를 보고 레이크 루이스를 보며 자스퍼를 보고 갑니다. 정말 좋은 곳이죠. 대단한 곳입니다. 모두가 보고 가는 곳이죠. 그러나 관광객이 찾지 않는 이곳 카나나스키스 록키의 호수를 꼭 찾아 보세요. 그 어느 곳 보다도 오래도록 기억에 남을 것입니다. 여러분만의 매우 특별한 경험이 될것입니다. 




호수주변의 설경입니다. 겨울에는 이보다 더 좋은 눈 세상이 없지요.  Kananaskis  Lake 잊지 마세요. 참 ! 한가지, 여기는 매점이나 

식당 등 편의 시설이 전.혀. 없다는 것. 참고 하세요^^ 



갈라테아는 그리스 신화 속 여인입니다.

피그말리온에 의해 조각되고 그에 의해 사랑받아 마침내 사람이 된 아름다운 여인.

지중해 푸른 바다보다 더 푸른 눈동자에 백옥같이 하얀 살결의 여인이었던 갈라테아..


 

카나나스키스의 깊은 산 중에 이 아름다운 갈라테아가 살고 있습니다.

빙하 녹은 물이 고여 시리도록 푸른 호수물을 만들었고 그 위로 한 여름임에도 채 녹지 않은 백옥처럼 하얀 얼음이 떠다니죠.

 



갈라테아 호수는 록키산의 깊고도 깊은 곳,  1번 고속도로를 빠져나와 40번 도로를 타고 산 속으로 무려 50여 km를 들어가야 

주차장이 나오고 주차장에서부터 800여m의 표고차를 넘어 7km를 걸어 들어가야 만날 수 있습니다.



갈라테아 호수까지 가는 여정은 계곡을 따라 8개의 나무다리를 이쪽 저쪽으로 건너며 오르는 멋진 오솔길이죠 



도중엔 수많은 야생화들이 청초하게 피어있어요. 




갈라테아 호수 바로 아래는 그에 못지않게 예쁜 호수 릴리안이 있답니다. 



갈라테아 호수가 신화적인 아름다움이 있다면 릴리안 호수는 수채화같은 감동을 주는 호수입니다.




릴리안호수를 지나 마지막 언덕을 올라서면 우리가 걸어 들어왔던 갈라테아 계곡의 매력적인 전경이 나타나죠. 


 


아름다움이 지나치면 고통이 되는 걸까요..

숨막힐 듯 아름다운 갈라테아 여인을 사랑하지 않고 바라보는 것이 고통이었을까요.


아니면 갈라테아 여인을 만나러 가는 길이 고통이어서 그런걸까요..

마지막 언덕을 넘어 호수를 대하는 순간 나도 모르게 터져 나오는 것은 심장이 터질듯한 고통 끝에 나오는 소리..

이 호수를 보기 위해 넘어야하는 마지막 언덕은 그 이전 표고차 500여m와 7km의 거리를 이미 걸어 들어온 사람들에게는

환희를 예비한 마지막 고통의 관문이었습니다.



가끔은 이렇게 그리즐리 곰이 우리를 공포로 몰아 넣기도 하죠. 갈라테아 호수는 그리즐리 곰의 서식지입니다.



 

그러나 이 모든 고통과 두려움을 이겨내면

갈라테아 호수는 이 세상 가장 맑고 순결한 여인처럼 놀랍도록 아름다운 모습으로 나타납니다.

한여름 7월에도 호수에는 채 녹지 않은 얼음이 둥둥 떠다니고

백옥처럼 하얀 눈이 쌓여 있어 그리스 신화 속 아름다운 갈라테아 여인의 눈동자처럼이나 푸르른 호수는

그 신비한 색깔로 말미암아 보는 이로 하여금 신음에 가까운 감탄을 자아냅니다.













언젠가 태양이 빛을 잃는다면 얼마나 절망적인가

남은 날들이 얼마나 삭막한 삶이 될 것인가

지난 1주일 기온이 냉동고보다도 더 떨어져 

지나가는 바람도 얼어버리고 하늘은 짙은 구름으로 가득했는데

오늘 마침내 겯히 구름 뒤로 푸른 하늘 나타나고 

어두웠던 집안으로 밝은 햇살 가득 쏟아져 들어왔다


세월호 그날 이후, 

고통보다도 저 아픈 절망 속에서 

짓눌리고 무거운 가슴되어 가냘픈 숨 겨우 내쉬던 나에게

이 햇살은 비록 달라진 것 아무 것도 없지만 

봄날 가득 쏟아져 들어올 따뜻한 세상에의 희망을 품게한다.


새로운 세상 거짓없는 세상,

사람사는 세상, 더불어 사는 세상에의 꿈

나는 그 꿈이 헛된 것이 아니라 현실로 나타나길 소망하며

이 멋진 은혜 가득한 장면을 찾아내었다.


저 어머니의 품과도 같고 얼굴과도 같이 화사한 햇살이

내 어두웠던 집안 구석구석을 만지듯 스며드는 것을 보고

나는 다시 일어서기로 한다. 


사랑하는 사람들 모두에게 위로와 평안, 용기와 희망이 가득하길 소원하며..

세월호 아직 끝나지 않은 슬픔과 비극의 역사에 정의가 강물처럼 흘러들어가길 소원하며..

어이없는 국가 폭력으로 한 많은 생을 마감한 백남기님과 그 보다 더한 고통을 오롯이 받아든

유가족과 이땅의 모든 가슴아파하는 형제 자매님들에게 깊은 연대와 사랑을 전하며... 




한 낮에 꿈을 꾸었지

하얀 겨울의 텅빈 세상이었어

멀어질 수록 희미한 기억처럼

세상은 빛바랜 낡은 사진과도 같았지

누군가를 기다리듯

빈의자만이 선명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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