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낯선 여행자의 눈에 비친 샌프란시스코의 인상을 한마디로 요약하라면
많은 다른 것들이 한 공간에서 평화롭게 공존하고 있는 모습에 대한 감동이었습니다.

아마도 이와같은 화해와 공존의 평화가
성령충만 했던, 그리고 강력한 개혁 의지로 무장한 채
중세시대 세속화되고 부패했던 교회와 맞섰던 성 프란치스코의
기도 정신이 생생하게 살아 있는 도시이기에 가능한 것이라 한다면
지나친 견강부회일런지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샌프란시스코는 분명 다음과 같은 놀라운 기도를 하였던
13세기 개혁적 수도사 성 프란체스코의 이름을 따서 만든
도시인 것은 틀림이 없기에 게이들의 자유로운 성지가 될 수도
있었을 것이라고 생각하고 싶어요.

아마도 이렇게 말하면 읽는 분들 중엔 불편한 사람도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그 모든 차별과 분열은 예수 그리스도의 정신에
어긋난다는 사실입니다.


성프란체스코의 평화의 기도

나를 평화의 도구로 써주소서

미움이 있는 곳에 사랑을
다툼이 있는 곳에 용서를
분열이 있는 곳에 일치를
의혹이 있는 곳에 믿음을
그릇됨이 있는 곳에 진리를
절망이 있는 곳에 희망을
어두움에 빛을
슬픔이 있는 곳에
기쁨을 가져오는 자 되게 하소서

위로받기보다는 위로하고
이해받기보다는 이해하며
사랑받기보다는 사랑하게 하여 주소서
용서함으로써 용서받으며
자기를 온전히 줌으로써
영생을 얻기 때문입니다
인구 75만의 생각보다는 작은 도시였던 샌프란시스코..
그 중 게이 인구가 무려 10만에 달한다는 것을 알면
이 도시가 얼마나 게이들에게는 일종의 메카로서 존재하고 있는지
실감할 수 있을 겁니다.
한마디로 게이들의 천국이라고도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이와 같은 게이들의 천국인 샌프란시스코의 게이 역사에서
빼 놓을 수 없는 인물이 있는데 그가 바로 하비 밀크라는 사람입니다.

Harvey Milk는 게이였고 뉴요커였습니다.
그리고 스스로 자본주의의 하수인이라 여기는 평범한 직장인이었습니다.
그러나 그는 자유를 찾아 샌프란 시스코로 이주하였고
게이들의 자유로운 공간에서 새로운 인생을 살아갑니다.

그는 나중에 단지 성적 취향이 다르다는 이유로 인권을 억압당한 채
정치적, 사회적 차별을 받으며 살아야하는 세상에 대해 항거하기 시작했고
드디어는 시의원에 당선되어 게이로서 미국 최초의 선출직 공직자(elected officer) 가 됩니다.

그는 처음엔 게이들의 인권을 위해 싸웠지만 차츰 모든 억압받고
차별받는 계층들을 위해 투쟁의 범위를 넓혀갔습니다.
그리하여 게이들 뿐 아니라 이민자들과 여성, 노인들의 인권과
생존권의 확보를 위해 사람들을 조직하고 그들의 희망이 되었습니다.

그러나 시의원이 된지 1년만인 1978년
전직 경찰관이었고 전직 시의원이었던 무뢰한에게
하비 밀크는 그를 지지했던 당시 샌프란시스코의 시장과 함께
총을 맞아 살해되었습니다.
오늘날 하비밀크를 기억하고 알고 있는 사람이 그리 많지 않은 가운데
구스 반 산트라는 영화감독이 있습니다.
그는 언제나 사회적 약자들을 향한 따뜻한 시선으로 영화를
찍는 사람입니다.
로빈 윌리엄스 주연의 굿윌 헌팅이 그의 작품입니다.

변방에서 외로이 살아가는 사람들에 대한 연민과 사랑으로
그들의 쓸쓸한 삶을 가감없이 보여주는 영화감독..
그는 하비 밀크의 삶을 영화화하여 우리들에게 거대한 편견의 벽을
과감하게 허물라고 외칩니다.

하비밀크의 마지막 8년간의 생애를 통해
사회에 존재하는 차별의 벽을 허물고 동성애가 어떻게 합법화되어
갔는지를 보여주는 영화가 바로 Milk입니다.
혹시라도 게이들의 삶과 그들의 존재에 역겨움을 가지고 계신 분이라면
동성애에 대한 왜곡된 편견을 잠시 버리고 그들 역시 나와 하나도 다르지 않은 인간임을 이해하면서 이 영화를 한 번 보실 것을 권합니다.

샌프란시스코는 이렇게 사람들이 성적취향이 다르다는 이유로
차별받지 않고 살아갈 수 있다는 한가지만으로도
평화와 자유의 도시라 불리기에 손색이 없다고 생각합니다.
게이 컴뮤니티의 상징인 무지개 깃발입니다. 그들의 꿈과 희망, 자유와 평화가 담겨 있는 듯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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