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나나스키스는 원주민 Cree 족의 용맹한 전사였습니다. 전투중 도끼에 이마를 맞아 쪼개졌지만 살아 남았고 전사로서 계속 살았습니다. 그가 싸운 것은 어떤 여인을 위한 것이었다는 이야기도 있지만 아무튼 그가 용맹한 전사였음에는 틀림이 없는 듯 합니다.


다만 그의 이름을 놓고 다소 논란이 있는데 카나나스키스는 meeting of waters 라는 뜻이라며 원주민 Stoney 족이 수백년전 이일대를 탐험했던 Palliser 탐험대장에게 알려줬다고 합니다. 그러나 카나나스키스는 Cree말로 감사하다는 뜻이랍니다.  도끼에 맞았는데도 살았으니 그가 감사함은 당연한 것이겠죠. 그런데 Stoney 족은 이를 왜곡해서 전달한 것 같습니다. Cree 족이 발끈한 것도 일리가 있겠네요. 스토니족은 Sioux 족의 한갈래로 Cree 족과는 호의적 경쟁관계였다고 합니다. 호의적이라 함은 둘이 때론 힘을 합쳐 Blackfoot 족에 대항하였기에 그러합니다. (아마도 blackfoot 족이 대단한 부족이었던 것 같군요)


아무튼 이런 종류의 전설은 록키산 곳곳에 요묘한 흔적으로 남아 있고 사람들은 재미삼아 각색을 하기도 하죠.  엑스칼리버는 아서왕을 강성케한 보검입니다. 오늘 우리가 오른 산 위엔 그 엑스컬리버가 꽂혀 있습니다. 아서왕이 여기를 왔다갔을리는 만무하고 아마도 이 칼은 카나나스키스의 보검이 아니었을까.. 그래서 그가 죽지 않았던 것은 아닐까.. 어차피 둘다 전설입니다.


오늘 산행을 몇가지 포인트로 나누어 소개하려고 합니다. 

첫째는 카나나스키스의 전설인데 이미 말씀드렸고, 그리고 자연의 꽃들과 야생동물에 대해, 그리고 록키의 자연에 대해서 입니다.



누군가 일부러 꽂아 놓았음에 틀림이 없는 엑스컬리버를 저는 오래전 저혼자 이곳을 산행했을 때 이미 어루 만져주었더랬습니다. 

칼집을 만져야 불사신이 된다고 해서 거기다 칼집을 만들고 충분히 만진 다음 마음에 담아왔었죠. ㅎㅎ  저는 대부에서 말론브란도가 말햇던것처럼 "I`m a superstitious man" 이거든요^^ 오늘 산행에서는 그저 이렇게 카나나스키스의 전설을 덧입혀 제 맘대로 상상을 해보았습니다.  




오늘 산행은 몇년 전 혼자 가본 곳을 다시 찾는다는 설레임이 있었는데 과연 그 때처럼 Raw한 느낌이 압권이었습니다. 그중에서도 혹독한 환경 속에서 곱고 우아한 자태를 마음껏 뽐내고 있는 많은 야생화들을 발견하여 마음에 담아내는 것은 가히 록키 산행의 최대 보람 중 하나라고 해도 지나치지 않습니다. 



그리고 야생동물들.. 대자연이 살아있는 증거들이죠. 그들이 주인입니다. 우리는 방문자죠.  카나나스키스는 Big horn ship의 좋은 보금자리입니다. 



록키의 여름은 정말 아름답습니다. 설경이 제아무리 놀랍다한들 여름의 그것에 비할바는 아니지 않나 생각합니다. 오늘 이 여름 록키의 찬란한 풍경을 사진으로 담아올 수 있음에 '카나나스키스 !'  감사할 따름입니다. 




록키 산행의 즐거움 중 하나죠. 적당한 스크램블링은 스스로를 뿌듯하게 하기도 하죠. 긴장 속에서 재미를 느낄 수 있는 등산의 좋은 요소 중 하나입니다. 이전에 비해 난이도는 확실히 낮은 곳을 선호하게 된 것을 보면 과연 세월이 느껴집니다. 



겨울의 눈이 채 녹지 않은 채로 여름을 맞았습니다. 산빙고인 셈이죠. 록키의 여름 산에는 이렇게 겨울이 곳곳에 남아 있죠.  그 눈이 녹아 산정에서 첫 내를 이룬 것이 흐르고 흘러 바다를 이룬다고 생각하니 대견하고 장하군요. 

  


그러나 록키의 여름은 이 시리도록 푸른 색감에 있지요. 은둔자의 모습이 아닌 마음껏 자신의 최고조의 모습을 드러내는 존재들.. 



산행의 큰 즐거움은 역시 친구들과의 동행이죠.  


이제 본격적인 오늘 록키 여행을 따라와 보실래요?

Highwood  Pass 는 #40 도로상에 있는 해발 2206m 의 고개로 주변에 절경이 펼쳐져 있습니다. 밴프같은 관광지는 보여주는 아름다움을 보는 곳이라면 이런 곳은 찾아가 발견하는 아름다움이 있는 곳이지요. 



산행의 시작은 숲길 하이킹입니다. 숲을 지나 개활지로 나오면 길 양쪽으로 작은 관목들과 함께 수많은 야생화들이 우리를 반깁니다.  산행 초반에는 구름이 끼어 차분한 하이킹이 되었어요. 이런 분위기 참 좋죠.  여기 사람들이 흔히 I`m grounded 라고 말하는 것. 그 동기를 얻을 수 있는 기회죠. 


 

먼저 비교적 아래쪽에 사는 꽃들을 보자구요. 습기도 있고 나무 그늘도 있는 곳.. montane 지역이라고 하지요. 



키가 큰 알파인 포겟미낫입니다. 키가 낮은 녀석은 더 높은 곳에 있어요.



Cow parsnip 이라는 멀대같이 키큰 꽃입니다. 이런 것들이 당근과라고 하더군요. 소가 먹는지는 모르겠지만 곰이 먹는다는 것은 알아요. 그러니까 요녀석들이 많은 곳이라면 얼른 자리를 피하는 것이 좋겠지요. 



포겟미낫이 싱그러운 느낌의 young lady 같다면 이 분은 성숙하면서도 우아한 자태가 있는 미시같습니다.  이녀석의 이름은 다소 찾는데 어려움이 있었습니다. 비슷한 모양의 꽃이 많고 같은 이름으로는 노란꽃이 다수여서 말이죠. 그러나 제 아마추어 지식에 의해, 꽃잎의 수와 잎사귀 모양으로 내린 결론은 White Globe Flower 입니다.  다소 습기가 많은 그늘진 곳에서 볼 수 있는 예쁜 꽃입니다. 

 

 

Hippie on a Stick 이라는 닉네임을 가진 녀석, Western Anemone,Anemone occidentalis 죠.  히피족처럼 머리칼을 흩날리는 이녀석은 봄에 일찍 꽃을 피웠다가 씨를 품은 채 머리카락으로 변하죠. Shaggy heads, blond wigs 등으로 불리기도 합니다. 아네모네 홀씨~~ 

 

이제 산 중턱을 지나 고개(pass, Col) 를 향해 갑니다.

 

 

오늘의 일차 분기점인 Grizzly Col 을 향해 오르막 경사를 오르기 시작합니다. 뒤로 포카테라 릿지가 보이는군요. 저곳도 좋은 하이킹 코스라고 하더군요. 아마 시야가 더 넓게 트여 사방을 볼 수 있을 듯해요. 오르기도 쉽고.. 가벼운 하이킹으로 딱이네요.  

 

 

록키의 여러가지 멋스러움 중에 이런 단순함이 있는데 그 특징은 오래보아도 질리지가 않는다는 것입니다. 그렇지만 기억에 오래 깊이 남는다는 것입니다. 볼수록 좋아지는 풍경이거든요. 고요하고 잔잔한 가운데 자기도 모르게 슬며시 압도당하는 느낌이죠.  


 

 

 

아마도 처음엔 animal trail 이었을 법한 길. 산 허리를 가로 질러 고개에 이르는 길. 저 언덕 넘어엔 또 어떤 세상이 있을까..

 

 

채 눈이 녹지 않은 곳을 즈려 밟고 지나갑니다.  

 

 

드디어 고개에 도착합니다. 포카테라 릿지가 눈높이 아래로 내려 앉았습니다.

 

 

작은 고개지만 충분히 성취감을 누릴만 하죠.  얼굴에 힘든 오르막의 흔적이 보기에 좋습니다. 이분 역시 전설이죠. 록키를 가장 사랑한 사람 중 한사람으로 남을 겁니다. 언제나 한결같이 새로운 발견을 한 마냥 변함없는 감동을 표현하는 그 열정과 순수한 사랑. 


 


 


우리 산행대장과 그 부인입니다.

 

 

 

Mt. Tyrwhitt  입니다. 고개에서 우리가 가는 반대편의 산이죠. 누군가 한사람이 내려오고 있습니다. 나중에 우리와 합류하게 되는 분.

사진에선 그냥 점으로 보이네요^^

 

 

간간히 햇살도 비추이니 알파인 산행 중의 멋진 여유가 느껴지는 군요. 자유로운 시간이죠..

 

 

다음에 소개할 꽃들은 산중턱과 고갯마루의 작은 grass 와 황량한 바위들 틈에서 사는 녀석들입니다.

 

 

앞에서 본 글로브 꽃과 비슷하지만 이분은 Mountain Avens 라는 꽃입니다. 흰색과 노란색이 있어요. 이 또한 우아하고 고운 자태를 뽐내는 멋진 야생화입니다. 언제나 높은 곳에서만 거하시는 분이에여. 

 

 

정말 고운 꽃.. 알파인 물망초에요. Alpine forget me not . '나를 잊지 말아요' 꽃이랍니다. 그 고운 자태는 이름이 아니더라도 잊기 힘들지요. 세월이 흐른다고 잊히리야.. 이미 처음 보았을 때부터 예사롭지 않았기에.. 이 놀라운 푸른 색은 그야말로 원초적이에요. 

 

 

버터컵 입니다. 버터를 담은 것 때문인지 때깔이 반짝반짝 좋은 꽃이죠. 


 

Prickly saxfrage 라는 꽃인데... 이녀석의 꽃말이 Stone braker 에요. 뿌리가 돌을 부스러뜨려 흙을 만들고 그게 다른 식물들의 터가 되게 한다는 거예요. 의식적으로 그렇게 하는 것은 아니겠지만 자연의 이치가 오묘합니다. 서로 영향을 주며 돕고 살게한다는 거죠.

 

 

Moss campion 이라는 이름을 가진 이녀석은 툰드라형 서식지에 사는 알파인 플라워입니다. 황량한 바위들 가운데 자리를 잡고 전혀 어울리지 않는 색으로 화려하게 꽃이 피어납니다. 생명이 살기에 적합하지 않은 환경 속에서, 그것도 지극히 화려한 색감으로 군락을 이루어 피어있는 것이 뭔가 기적이 일어난 듯한 느낌이란 말이죠. 거의 산꼭대기에 다왔음을 알려주죠. 이녀석들 보면 힘든 내색 하는 것이 사치죠.

 

 

보기에 조금 징그러운 이녀석.. 그렇다고 예쁘지 않은 것은 아니지만 뭔가 비호감.. 역시 이름도.. Scolpionweed 네요.

 

 

그런데 한송이만 따로 떼어 자세히 보면 괜찮습니다. 특이한 모양의 매력이 있어요.

 

 

이것은 common chickweed 가 아닐까 합니다. 일반적인 chickweed 완 좀 다르게생겼는데 chickenworts 라고도 부르는군요. 정말 산 정상의 칼바람 부는 곳에서도 청아하게 이쁩니다

 

 


짙은 분홍 색이 강열한 매력을 풍기는 이 꽃은 nothern willow herb, alpine fireweed 입니다.  흔히 보는 fireweed 보다는 키가 낮고 

꽃잎은 넓고 큽니다. 알파인 지역의 바위 틈에서 이런 꽃을 피워낸다는 것이 믿기지 않아요. 생명은 자체로 아름답기 그지없습니다.



해바라기과의 이 노란꽃은 Golden fleabane으로 산에서 흔히 만날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극히 일부 지역에서만 서식하기 때문인데 

오늘은 운이 좋은 날이군요. 



이제 Grizzly col 을 지나 릿지로 올라섭니다. 



열심히 우리가 갈 길을 설명하는 산행 대장님.. 무슨 특공대 같네... 



저 멀리 릴이 혼자 부지런히 우리를 쫒아 오네요. 대단한 분입니다. 오늘 원래 포카테라 일주 산행을 하려고 했다는데 바람때문에 그냥 내려왔다고.. 나이는 59세. 



그리즐리 릿지와 하이우드 릿지가 만나는 지점인가요.. 우리가 점심 브레이크를 가집니다. 존 바에즈 음악 들으며.. 수다에.. 

 


우리가 쉬는 곳에 다소 곳이 꽃피울 때만 기다리고 있던 이 야생화.. 내일이면 활짝 필 것 같아요. 



40번 도로를 따라 하이우드고개로 올라올 때 만나는 파도처럼 굽이치는 형상의 지층을 지닌 산이 바로 이 산이죠.  지층에 따라 다르겠지만 수천만년에서 1억년이상은 족히 되었겠죠. 여기가 옛날 바다였으니까요. 



건너편 Mt. Arethusa 입니다. 록키의 속살이 그대로 드러나 보이는군요. 자연이 빚은 조각품. 제가 종주했던 산입니다. 



Mt. Rae 의 어마무시한 모습입니다. 해발고도가 3200m 를 넘는 산이죠. 석탄광물인듯 시커먼 산이 매우 야성적입니다. 



산 위의 바위에 새겨진 세월의 흔적입니다. 돌이끼, lichen 이 이정도 크기가 되기 위해서는 최소 1000년이상의 세월이 필요합니다. 

우리의 삶은 그저 방금 스쳐 지나간 바람에 불과하군요. 




릿지를 타는 즐거움에 푹빠진 타고난 산꾼입니다.  산행 대장의 대장이죠. 



작은 조각들을 이어붙인듯한 모습들이 신기하기만 합니다. 



일부러 포개놓은 듯 차곡차곡 쌓여있는 암석들이 이채롭고 재미있어요. 



풍화 침식작용으로 만들어진 지형이 하나의 멋진 조각작품같군요. 예술품을 보는 듯 그 아름다움에 깊이 빠져듭니다. 



그런 바위 틈에서 자라는 야생화들은 그래서 더욱 사랑스럽고 소중합니다. townsendia ?



색종이로 오려붙여 만든 꽃 같아요. king devil hawkweed ?




산의 색깔들이 참 다양하고 서로 오묘한 조화를 이루고 있어요. 하늘이 맑았다면 어땠을까요.. 



Beardtongue 입니다. 보랏빛으로 꿈틀대는 듯한 꽃의 모습이 마치 고흐의 그림처럼 강열하더군요. 



하.. 바위들도 이렇게 아름다운 색감을 지녔어요.. 일부러 칠한 것처럼. 이것으로 지층연대를 파악하기도 하겠죠.



세월이 만든 자연의 모습이 말해주는 것은 지구는 살아 숨쉬고 끝없이 움직이며 변하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노천 석탄같았어요. 불을 붙이면 금방이라도 탈 듯.



어떻게 이런 환경에서 저리도 아름다운 모습의 꽃을 피워내며 살아가는지 말입니다.  눈물이 다 날 지경입니다. 



아마도 직업상 눈이 발달되었을 법한 우리 산행 동료께서 아까 그 나홀로 산행족, 릴과 함께 바위 언덕을 스크램블링하고 있습니다. 



카나나스키스의 엑스 컬리버는 여기를 찾는 모든 사람들에게 행운을 안겨다 주지 않을까요.  명색이 엑스 하고도 컬리버인데. 



형형색색의 바위 사이를 타고 내려오는 동안 고운 색감과 오묘한 형상으로 눈은 호강을 합니다.


 

앞에서 본 그 꽃입니다. 마운틴 파이어위드.  거친 록키의 여린 꽃잎, 묘한 대조를 이루고 있죠. 



 

하이우드 릿지의 평범한 듯 매력적인 모습. 목가적이라고 할 수 있겠네요.



어느새 주차장 바로 위까지 도달했군요. 그러나 내려가는 길이 만만치 않습니다. 



우리거 온 길 리뷰. 헐.. 저기를 우리가 왔단 말인겨.. 




하산 전 인증 사진 입니다. 역광인데... 하고 누군가 말하니 또 다른 누군가 사진을 좀 아시는 분이 

' 사진가는 역광 같은 거 상관안해 !!'  흠.. 흠..  상관이 많네요^^ 



그냥은 내려갈 수 없다 !! 열정의 왕언니가 저기 보이는 언덕에 갔다 내려가자는 반강제적 제안에 의외로..

YYSA님이 선뜻, 열렬히 찬성을 하셔서 아무소리 없이 따라 나서고 있는 나머지 분들입니다. 선두는 저 앞에 까마득히 가고 있네요.



alpine rosewort 가 돌이끼 사이에서 피어오릅니다. 피어난다기 보다는 만들어지는 느낌. 




고산의 이상하게 생긴 장미, Rosewort 입니다. 




엘로우 인디언 페인트 브러쉬에요.  




우리가 걸어왔던 릿지와 그 뒤쪽의 Mt. Tyrwitt. 산 정상에 사람들이 보이네여. 그들에게도 우리가 보일까요? 당연히 안보이죠. 




어느새 먹구름은 다 걷히고 BC 산불의 연기도 없으니 전형적인 록키의 여름하늘이 열립니다. 하늘과 땅과 산과 숲, 그리고 사람이 한데 어울려있으니 이어찌 아름답지 않을까요



이제 하산입니다. 구름이 푸른 하늘도화지에 마음껏 자신을 표현하고 있군요.  하늘이 가장 아름다울 때죠.



핑키 인디언 페인트 브러쉬군요.



고산 릿지 워킹은 오픈된 공간을 걷는 시원함에 약간은 찬기운이 감도는 서늘함, 그리고 멋진 전경을 품을 수 있음에 매우 환상적이죠.



산위에서 누우면 마치 하늘 바다에 떠 있는 듯한 느낌입니다. 




록키는 정말 아름답다..



주차장으로 돌아왔어요. 오늘 여행이 끝났습니다. 멋진 산과 지층, 암석, 꽃들, 산양, 하늘과 구름과 바람, 그리고 멋진 사람들까지.. 

정말 훌륭한 트렉킹이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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