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금이라하던가요.. 불타는 금요일.. 저도 은근히 바라죠.

와인 한잔 하며 한 주간의 시름을 잊는 시간.. 비록 대부분은 혼자지만.

그런데 어제 금요일엔 이곳 캐나다 의료제도의 놀라운 면을 몸소 경험한 날이었어요.

사실 이런 경험은 하지 않는 편이 더 낫지만.

 

캐나다는 의료가 무료인 나라죠.
물론 외래 처방약은 본인 부담으로 사야하지만 병원 진료,즉 각종 진단과 검사와 처치,수술, 
원내투약에 이르기까지 일체의 본인 부담이 없습니다. 제가 사는 알버타주는 개인이 내던 의료보험료도 
수년 전에 없어져 완전히 무료입니다.

물론 의료 적체문제는 있어서 MRI 검사같은 경우는 상당히 오랫동안 대기해야하지만
(저는 무릎 반월판 손상 때는 8개월 기다렸고 ㄷㄷ 허리 디스크는 1개월 정도 기다렸습니다.) 
대개 초음파나 CT 같은 경우는 예약후 검사까지 2-3일 정도 소요되고 XRay 는 당일 검사가 가능합니다. 
그리고 그외 각종 피검사 대소변 검사는 지정 패밀리 닥터또는 walk-in 닥터로부터 의뢰서를 받아서 하는데 
당일 대기로 검사 가능하고 예약을 할 경우 기다림 없이 검사가 가능합니다. 물론 이 모두가 모두 무료입니다. 

저는 지난 10년간 캐나다에 살면서 캐나다 사회의 가장 훌륭하고 가장 탁월한 장점을 꼽으라면 
바로 이 무료 공공 의료시스템이라고 자신있게 말 할 수 있습니다. 
물론 케이스에 따라, 사람에 따라 불편하고 억울한 경우도 있지만 일반적으로 보아서 장점이 훨씬 많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대다수 많은 서민들, 노인들, 싱글맘같은 사회적 약자들에게 캐나다의 무료공공의료는 
공공복지의 최후보루로서 매우 뛰어난 사회적 안전장치로서의 역할을 해왔는 데 
이에 대한 수많은 감동적인 예가 주변 곳곳에 있으며 
가끔씩 터지는 불합리하고 어이없는 의료사고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캐나다 공공의료는 단점보다는 장점이 많은,
무엇보다 사회통합에 결정적인 역할을 하는 매우 중요한 정치적 장치로서도 그 의의를 간과할 수 없습니다. 

빈곤계층에게 암이나 휘귀병같은 것이 찾아올 때, 아니 중산층이라도 마찬가지입니다. 
이런 병이 왔을 때 진료비 걱정을 하지 않으며 치료를 받을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큰 축복인지 
직접 당해보지 않으면 모르죠.

저와 제 가족 역시 그동안 이러한 캐나다 의료혜택을 상당히 많이 받고 누려왔다는 것을 고백할 수 있습니다.
제가 비록 한의사이지만 양의학의 도움과 이점을 무시할 수는 없습니다. 
양의학과 한의학은 상호보완적으로 운용할 때그 시너지 효과가 최대로 발휘된다는 것을 몸소 깨달아 오고 있지요.

이제 본론으로 들어와서..그저께밤.. 
2층에서 와인 한 잔 하며 영화를 보다 1층 서재로 물건을 가져 내려갔습니다.
약간은 어둑한 계단을 내려가는데.. 제가 성질 급하기로 둘째가라면 서러울 정도.
두세계단씩 성큼성큼 내려가다 다 내려오지도 않았는데 몸은 이미 서재문쪽으로 향하고..
결국 헛딛으며 바닥으로 꼬꾸라졌죠. 어이쿠 !! 머리끝이 삐죽 서는 단말마의 고통 !!! 

뭔가 발이 이상했습니다.(당연히 !!) 그래도 워낙 아픔을 잘 참는 데다가 명색이 한의사인지라..
바로 사혈하고 시침을 하고 냉찜질.. 그 다음날 걸을만해서 한의원으로 출근해서 절뚝거리며 환자를 보았습니다.
그리고 이튿날.. 통증이 심해졌습니다. 제가 만져보고 판단하기에는 분명 골절이된 것같다는 느낌이었지만
그냥 이대로 붙지않을까 생각하며 하루를 더 근무했지요. 이날 금요일 이라 여차하면 일 마치고 응급실을 갈 생각으로..

결국은 응급실 유혹을 못이기고 ㅋㅋ 사실은 통증이 점점 심해져서 ㅋ 저녁에 풋힐스 병원으로 갔습니다. 
요즘 캘거리 남쪽에 큰병원이 새로 생겨 제너럴 하스피탈 응급실 적체가 상당히 해소되었다는 데 과연..
"지금부터 의사 만나기까지 1시간 25분 !! " 전광판 안내입니다. 이정도면.. 모.. 양호하죠. 무료니까ㅋㅋ

제일 먼저 병의 경중과 종류를 구분하는 곳에서 간단한 혈압검사를 받고 내원한 이유를 들은 후 
1응급실과 2응급실로 나뉘어 보내집니다. 저는 비교적 가벼운 외상이라 2 응급실로 가서 순번을 기다립니다.
오늘은 금요일인데도 별로 사람들이 많지 않군요. 럭키 !!

그래도 응급실 답게 근무하는 사람들이 매우 바쁘게 움직입니다. 
그리고 지나가면서 눈만 마주쳐도 웃어주고 인사를 하네요. 드디어 제 차례가 왔습니다.
응급닥터를 만납니다. 저로부터 히스토리를 듣고 간단하게 시진과 촉진을 한다음
바로 Xray로 보냅니다. Xray 실에 근무하는 분들은 대부분 여자입니다. 왜 그런지..

근무자들이 매우 친절하고 상냥하고 헌신적입니다. 그냥 미안할 정도로.. 
발 사진 찍고 얼마전 타박상을 입은 가슴도 찍고 가벼운 관절염 소지가 있는 손가락까지 사진 찍었죠.
그리고 다시 진료실로 돌아와 의사와 함께 XRay 보면서 의견을 나눕니다.

에구구 !! 새끼발가락 중족골 지골이 제대로 부러졌네요. 그것도 사선으로 !!! 
EM 닥터가 바로 정형외과 전문의를 컨택합니다. 의견을 들은 후 다시 Xray 실로 보냅니다.
정밀하게 몇장 더 찍어오라는군요. 

그런데 순식간에 상황이 바뀌어 아까는 제가 직접 걸어서 갔는데 지금은 중환자가 됩니다.
발과 다리에 air walker 를 부착하고 crutch 를 사용하게 합니다. 그리고 중장거리 이동시에는
휠체어 대령!! 보조원의 도움을 받으며 앉아서 이동합니다.

이번에는 세명의 방사선 기사가 들러붙어서 전문의가 요구하는 까다로운 사진을 만들어냅니다. 
각도와 방향을 매우 창의적으로 만들어서 찍더군요..

그리고 다시 진료실로 돌아왔고 전문의 소견이 나올 때까지 기다립니다.
조금 초조해집니다. EM 닥터가 '응급수술' 이라는 뉘앙스도 비치고.. 수술로 뼈를 맞추겠다는 것인지...
야단났네요.. 

1시간 남짓 기다리니 드뎌 전문의 소견이 나왔습니다.
수술은 안해도 될 듯.. 그냥 2주간 석고 깁브스를 하고 다시 사진 찍어서 예후를 보자고 합니다.
오마이갓.. 석고붕대를 한쪽 다리에다가 !!! 

한의원에서 환자 침은 어떻게 놓으라고..
2 주간 크럿취를 써서 다녀야 한다니.. 오른발인데 운전은 어떻게.. ㅠㅠ

초조히 기다리던 아내에게 전화해서 데리러 오라고 하고 저를 치료한 응급의사와 간호사, 
석고붕대 감아준 친절했던 아줌마, 수련의까지 모두에게 인사를 했습니다..그분들 모두 진심으로 쾌유를
빌어주고.. 내가 한의사라는 것을 알고는 명함도 달라하고 침맞으러 오겠다며..ㅎㅎ
힘들고 어려운 응급실 근무를 보람으로 하는 사람들.. 그 따뜻한 마음들을 느꼈죠.
그러면서 에어워커와 크러취는 원래 본인부담이지만 석고붕대로 바뀌는 바람에 모두 공짜로 얻어왔습니다.
담당자가 130불 인보이스 찢어버리더군요. 

그리고..
이 많은 검사와 치료와 진료를 받았는데 모두 무료였습니다. 그리고 밤이 늦으니 주차장 문도 개방하여
주차비도 안내고 집으로 돌와왔죠. 비바 캐나다 !!

그나저나 앞으로 2주간 .. 이런 모양으로 다닐 생각을 하니 눈 앞이 깜깜하네요.


(물론 이 글을 옮겨 포스팅하고 있는 지금은 완전히 나았습니다. 그 후 약 6개월 간 전문의로부터 추적 검사를 받았죠.

당연히 모든 비용은 무료입니다. 그런데 정작 필요한 치료는 제가 스스로 침을 놓아서 했어요ㅋ  ) 

유난히 길고 춥고 눈이 많은 2013-2014 겨울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불평 속에서 겨울과의 힘겨운 줄다리기를 하고 있습니다.

사흘이면 멀다하고 내리는 눈도 눈이지만 예년에 비해 더욱 잦은 횟수로 영하 20도 이하를 예사로 기록하며  사람들을 절망에 빠트리기 일쑤.

그러다 보니 많은 사람들이 쉽게 울적한 기분에 빠져들고 무기력증에 시달리고 그렇습니다.

 

저는 원래가 눈도 좋아하고 극한 날씨를 오히려 즐기는 이상한 성격이 있어서 날씨에는 크게 좌우되진 않지만

이 번 겨울은 숨쉴틈을 주지 않고 연일 추워대니 조금 지겹기는 합니다.

아내는 언젠가부터 겨울 이때만 되면 다소 기분이 저하되면서 신체적인 불쾌감이 더해지고 건강이 다소 나빠지곤 하는데

근래 많이 좋아지긴 했지만 몇주 전까지만 해도 많이 힘들어 했습니다.

 

이럴 때 방안에만 틀어박혀 움직이지 않거나 야외활동을 중단하는 것은 오히려 문제를 악화시키기가 쉽습니다.

억지로라도 나가야 하는데 처음 움직이는 것이 힘들 뿐 일단 나가보면 기분도 전환되고 적당한 운동도 되어 긍정적인 효과가 있지요.

그래서 옆에 누군가 이런 활동을 부추키고 독려하며 함께하는 사람이 필요하죠.

 

원래가 하얀 겨울에 태어나 겨울에 더 아름다웠던 아내입니다.

유달리 추위를 타고 싫어했던 사람이지만 연애시절에도 하얀 겨울이면 늘 제가 이곳 저곳으로 데리고 다니며

겨울을 더욱 가까이 사랑하게 했죠. 그래서 겨울여행을 좋아했죠. 추운 겨울의 여행은 오히려 따뜻한 컨셉입니다.

 

집 근처에 Glenbow Provincial Park, 주립공원이 있습니다.

보우 강변을 따라 빙하기의 흔적이 남아 있는 지역인데 매우 스펙터클하고 자연그대로의 모습이 장쾌한 느낌마저 들게하는 아름다운 곳입니다.

캐나다의 멋은 정녕 자연에 있음을 이 공원을 통해서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상세하고 재미있게 기술된 공원 안내문입니다. 작고 평범한 것 마저에도 세세한 설명을 붙여 사랑하는 마음이 저저로 들게 만들어 놓았습니다.

 

 

역광을 받아 공원 전경이 매우 몽환적이었습니다.


 

 

 이 넓고 자연스러운 광경을 보고 있노라면 저절로 마음이 열리고 시원해지며 모든 마음의 장막들이 걷히는 것을 경험합니다.

 

 

아내가 금새 기분이 좋아졌습니다. 아내가 기분이 좋아지면 나도 기분이 저절로 좋아집니다.

 

 

아내가 사준 빨간 빵모자. 제게 잘어울린다며 또 좋아하는군요.

 

 

공원과 붙어 있는 개인 목장도 있어 멀리 알버타산 AAA 소들이 보이네요. 그들의 겨울도 길고 힘들겠지요.

 

 

숲이 없는 듯 하지만 군데군데 지형에 따라 작은 숲도 형성되어 있습니다.

 

 

지금은 앙상하지만 여름이면 초록이 무성할 겁니다. 그때 다시 와보기를 기약하며..

 

 

사진은 때로 지나치면 함께하는 시간에 방해가 되기도 하지만 적절히 활용하면 이런 산책을 더욱 맛깔나게 해주는 좋은 도구가 되기도 합니다.

 

 

하루종일 해를 받아 극심하게 건조한 건너편 언덕엔 나무가 거의 없습니다.

 

 

반면 그늘진 이쪽엔 나무가 무성하고요..  자연의 이치는 참으로 오묘하죠.  서로 다른 이유가 단순합니다. 해가 있고 없고..

 

 

이날 다소 추워서 기온이 영하 10도 이하였는데 그럼에도 제법 많은 사람들이 산책을 즐기고 있었습니다.

 

 

캐나다 CPR 기차길이 소박한 아름다움을 다해줍니다.

 

 

이곳의 보우강은 거의 얼어 있군요.

 

 

눈이 없으면 많은 자전거족들이 다니는 길이기도 합니다. 캘거리 시내까지 연결되어 있지요.  올해는 나도 자전거를 시작하고 싶은데..

 

 

마침 기차가 지나가는군요.

 

 

현대가 보입니다. 반갑기도 하지만 그만큼 쓸쓸하기도 합니다. 이역만리 친구들과 가족들을 떠나와 있기 때문인가요. 

 

 

캐나다 횡단열차.. 영화에서나 나옴직한 장면을 보며 드라마틱한 기분에 젖어 봅니다.

 

 

공원 내의 길은 평범합니다. 그런데 이런 길을 걷는 재미가 쏠쏠합니다.  일단 평화롭고 고요해서 아무런 방해될 것이 없다는 것. 사색하며 명상하기에 그만입니다. 복잡한 곳을 다니는 즐거움도 있겠으나 시간이 지날 수록 소중하게 간직하고 싶은 것은 ' 느림의 미학' , ' 나홀로 시간' , ' 고요와 안정'  같은 것들입니다.

 

 

이 공원 안엔 유적지 같은 곳도 있습니다. 대단히 특별한 것은 아니지만 130여년 전 영국으로부터 한 사내가 사랑하는 여자 엘리자베스를 데리고 이곳으로 와서 목장을 일구고 정착해 살았다는 얘기입니다. 지금 보는 것은 그 때의 집터이며 집 안의 굴뚝만이 원래의 모습대로 남아 있습니다.

 

 

그 남자와 젊은 부인 엘리자베스입니다.

 

 

겨울은 이렇게 앙상하지만 또한 깨끗하며 굳센 의지의 계절이기도 합니다.

 

 

반드시 돌아올 여름을 기다리며 겨울을 묵묵히 온몸으로 받아내고 있습니다.  이들 한낱 미물들도 이럴진대..

 

 

우리도 씩씩해야지요.  길이 얼어 많이 미끄러웠는데 아내가 스파이크를 신고 있어 전혀 미끄러워하지 않더군요.

역시 장비는 좋고봐야한다는 것.

 

 

모델이 되어달라고 했더니 뭘 가리키는 시늉을.. ㅎ 그래요 건강하게.. 행복하게.. 평화롭게..  

 

 

때론 이런저런 스트레스로 많이 힘들기도 합니다. 마음에 풀지 못한 숙제들을 안고 가야하기에 무겁기도 하구요..

그러나 내가 어쩌지 못하는 것에 대한 고백과 인정, 그리고 가능하면 모든 미망들 다 내려놓고 아둥바둥거리지 않으며 살고 싶습니다.

 

 

오늘의 이 미소와 온기와 작은 소망과 감사를 잊지 않고..

 

 

주어진 삶과 그 시간들을 있는그대로 받아 소중하게 간직하며 살수 있기를 소망합니다.

 

우리들의 하얀 겨울..  

비록 힘들고 혹독하지만 그런 겨울이 있어 사랑이 더욱 따스한 것이니

아름다움으로 받아 더욱 사랑하며 살기를 다짐해봅니다.




쌍무지개가 떳습니다. 기다림끝에 만난 연인같습니다.

신기한 것은 서로 마주보고 있는 것이 두번 째 무지개는 색깔이 역순입니다.

무지개가 일종의 반영일 터인데 쌍무지개는 반영이 또 한차례 더 일어난 것이지요
그렇게 마치 연인처럼 얼굴을 마주한 채 
서로를 바라고 의지하며 세상을 이어주었습니다.

 

캘거리에 이민와서 신기했던 것 중의 하나가 쌍무지개를 쉽게 볼 수 있었다는 것입니다.

아마도 캘거리 공기가 깨끗하니 그런가 보다 했죠.

그런데 원래 대부분의 무지개는 쌍무지개라고 하는군요.

다만 두번 반사되 만들어진 제 2 무지개는 빛의 세기가 약해 잘 안보이는 경우가 많을 뿐.

한국에 있을 때는 자세히 관찰하지 않고 무심히 보았거나

또는 공기가 탁한 서울의 빌딩들에 막힌 좁은 시계로 인해 잘 안보였거나겠지만.

 

그리고 한가지더,

빨주노초파남보의 7가지 무지개 색, 과연 7색이 맞나요?

영어로는 Roy G. Biv 라는 이름으로 외우더군요. Red,Orange,Yellow, Green, Blue, Indigo, Violet.

여기에는 과학적인 면과 인문적인 면이 있겠지요.

빛의 속성과 굴절각도의 차이, 인간의 가시광선의 한계 등등의 과학은 다소 건조한 얘기고

무지개에 대해 사람들이 흔히 아는대로의 상식이나 각나라마다의 색깔에 대해 부여하는 전통의 차이에 의한 이해는

다분히 인문적이니 더욱 친숙합니다.

감마선, 자외선, 적외선 등의 분류와 빨강의 굴절각도가 어쩌고 하는 이야기로 무지개를 바라보는 사람 있을까요?

 

대신, 무지개 동산이니 무지개 마을이니 하면서 우리들은 이상향을 그리고 꿈꾸죠.

모든 사람들을 기쁘게하는 더 나은 세상 혹은 무지개의 화려하고 예쁜 색처럼 아름다운 세상이 있을 것만 같은..

그리고 아치형으로 다리와 같은 이미지를 만들어 마치 내가 있는 이곳과 그 꿈의 세상으로 이어줄 것만 같은 느낌을 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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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가을을 사랑한다면 그것은 색에 있습니다.

가슴을 요동치게 하는 강열한 그 붉은 기운은 나를 일깨워줍니다.  

내 안의 열정은 이 신비한 붉은 기운으로 인해 언제나 뜨거워지고 내 의식은 깨어나죠..

 

붉은 단풍이 거의 없는 알버타에서 이런 강열한 붉은 색의 단풍을 만나는 것은 흔치 않은 일입니다.

Mt. Burgess 를 오르던 중 나의 발길을 붙들어 매더군요.

한동안 자리를 뜨지 못하고 사진만 계속 찍어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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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아내와 함께 여자들의 아지트같은 카페엘 다녀왔습니다. 기브스한 발로, 목발을 짚고.. ㅎ 
카페에 들어가면 98%가 여자들입니다. 남자는 저처럼 코가 꿰어 끌려온 남자들..

캘거리에 새롭게 성장하는 스프링뱅크, 아스펜 지역에 있는
매우 팬시한 레스토랑이죠. 여자들이 좋아할 만한 장식에 메뉴에.. 분위기가 딱 여성들의 놀이터같아요.

아내가 이런 걸 발견하면 나는 무조건 따라가줘야죠.. 근데 벌써 세번 째입니다^^
여자친구들끼리 가서 먹고 수다떠는 것도 좋지만 이렇게 남자친구들을 데리고 오는 것도 한 즐거움이겠죠.

그렇게 생각하고 암말없이 따라갑니다. 아니 마구 즐거워하면서 ㅎㅎ 
카페이름요? A Ladybug bakery & cafe 라네요.

 


 

하얀 식탁에 하얀 그릇, 장미 두송이.. 환한 자연광으로 더욱 화사합니다.

 

 

아내가 시키는 라떼엔 언제나 다른 그림이 그려져 오죠. 오늘은 포트레이트.

 

 

제가 좋아하는 아메리카노 블랙. 부드러운 일색에 다소 남성적인 멋의 추구라고나할까..

 

 

CHICKEN MUSHROOM CREPE 라는 메뉴.. 고상한 맛입니다.

 

 

아내가 레스토랑에서 가끔씩 먹는 햄버거인데 수제 햄버그라 자연산입니다.

 

 

양 옆자리가 비어서 그저 사진만 열심히 찍는다는.. ㅎ장식이 별것은 아닌데 사진을 찍어놓고 보니 좋네요

 

제 레이디버그죠.. 
그냥 앉아만 있어도 좋은가봐요^^ 여자들이란 참 분위기를 좋아해요.

아내와 함께 놀아주기는 남편의 기본적인 임무 중 하나입니다. 그것만으로도 아내라는 여자들은 흡족해하니까요.




 


 

은밀한 길이었으면 좋겠다

아무에게도 방해받지 않고 걸을 수 있도록.

그러나 적당한 햇살이 있으면 좋을 것이다.

희망을 떠올릴 수 있을테니까.


단풍은 너무 화려하지 않은 않은 것이 좋겠지.

나의 생각에 온전히 집중할 수 있도록.

약간은 구부정한 길이면 더할 나위없을 거야.

돌아가면 어떤 모습이 기다리고 있을지 상상하는 즐거움이 있으니..


 

이 길은 캘거리 보우강의 강변을 따라 가는 오솔길입니다.

Edworthy Park 에서 시작하여 캘거리 시내로 들어가는 강 남쪽의 산책길이지요.

꽤 깊은 숲길이 상쾌한 기분을 갖게 하며 길게 꼬불꼬불 이어지는 길이 

높낮이가 있어 걷는 운동하기에도 좋습니다.

예쁜 다리도 있고 전망대도 있으며 많은 야생화가 피어 

눈이 즐겁고 오고가는 사람들의 반가운 인사가 있어 마음이 따뜻해지는 곳,

도심의 훌륭한 휴식처요 행복한 일상의 친구같은 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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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든 날들을 뒤로한 채 다녀온 산, 나일 마운틴.

산의 스펙은 이렇습니다.


Mt. Niles 

Elevation 해발 2979m 
Round trip distance 왕복 24km
Height Gain 등산 높이 1450m 

발부상이후 올해 처음으로 정상에 올랐습니다.  많이 힘들었습니다. 

숨이 가쁘지는 않았는데 다리가 내 다리가 아니더군요..너무 무거웠어요.
왕복 24km 를 1,450m 높이를 오르내리니 거의 10시간 정도 걸렸습니다. 
정상까지 가는 도중 마음이 힘들어 몇번의 고비가 있었는데 정상에서 만년 빙하지대를 보고 싶은 일념으로 
이를 악물고 오르고 또 올랐죠. 

타카카우 폭포를 만드는 Daly 빙하와 빙하의 원천인 와푸틱 빙원은 그야말로 장관 !!
마음에 많은 위로를 얻고 감사한 하루였습니다.


 

 

 Castle mountain 입니다. 내 친구의 영혼이 잠든 곳이죠. 산을 사랑하여 산과 함께 영원히 살고자..  지날 때마다 생각나는 녀석입니다.

 


오늘 오를 산의 주차장에 도착했더니 반대편의 빅토리아 마운틴 방향을 가리키는 푯말이 있군요. 레이트 루이스 뒷편의 산인데 

한 번 꼭 올라보았으면 하는 산입니다.

 


사랑스러운 록키의 모습.. 산은 볼수록 바다보다 깊은 맛이 느껴집니다. 무섭고도 정겨운 느낌. 바다에서는 느낄 수 없는 느낌입니다. 


 

이산 주변에 지천으로 발견되었던 야생화입니다. Fireweed 죠. 산불후에 가장 먼저 피어난다는 꽃. 그래서인지 꽃색이 불타는 듯 강열합니다.


 

산행 시작후 3km 정도 걸으면 산중에 자리잡은 이 호수가 나타납니다. Sherbrooke  Lake죠. 


 

야트마한 관목들이 울창한 지역을 지나는 것은 매우 특별한 경험이죠. 시야는 트이고 비록 키는 작지만 숲 속을 지나는 즐거움이 있답니다. 멀리 빙하로 

덮인 나바로 픽을뒤로한 채 한 여름의 하이킹을 만끽합니다. 


 

지천에 만개한 야생화들은 꽃밭을 이루고 있습니다. 사이를 걸어가는 즐거움은 무엇과도 비교불가입니다.



.Globe Flower


 

목표로 한 산 바로 아래에 펼쳐진 너른 초지가 또한 장관입니다. 병풍처럼 둘러쳐진 산아래 분지처럼 자리한 이곳은 Niles Meadow 입니다.

우리가 오를 산은 아직도 꽤~~~~~ 높네요.


 

빙하가 녹은 물이 이처럼 작은 내를 이루어 초지를 아름답게 수놓았어요.  눈부신 여름 햇살에 반짝반짝 빛나는 얕은 내는 얼마나 사랑스러웠던지..



                 오늘 오를 산을 뒤로 한 채 한 컷                         

 

                     

                    메도우에서 점심을 가볍게 해결한 후본격 산행을 합니다.                         

 

 

 

뒤로 돌아 보면 눈을 떼기 어려울만치 아름답습니다. 



일단은 저 위로 보이는 능선 고개까지 가야하는데 오랜만에 하는 산행이어서인지 무척 힘이 듭니다. 숨은 가쁘지 않은데 다리가 내다리가 아니라는.. 



함께한 산행 동료들도 열심히 산을 오르고..


 

이곳은 고산 트레킹의 즐거움을 두루 갖추고 있어 록키산 등산의 즐거움을 한 껏 느낄 수 있었습니다. 멀리 보이는 빙하지대, 울창한 숲, 초원지대 등등...

 

 

능선 고개에 다 이르렀습니다.



와푸틱 빙하지대가 눈에 희끗들어옵니다. 이제 여기서부터 1시간 정도 더 올라야 합니다. ㅜㅜ



본격적인 스크램블링 등산입니다. 바위 길을 올라야 하죠. 때론 손도 쓰고.. 


 

건너편 산의 위용이죠. 구름이 얹힌 모습이 장관이네여.

 

 

저 멀리 건너편이 지난 해 다녀왔던 Iceline hiking trail 입니다. 그리고 바로 아래에 보이는 호수같은 것이 Daly  Glacier 달리 빙하가 녹아서 만들어진 산중 연못 같은 것이구요.  이 물이 저 아래로 떨어져 유명한 Takakakkaw fall  을 만들어내죠.

 


바로 타카카우 폭포입니다. 엄청난 수량을 자랑하는 서부 캐나다에서 두번 째로 높은 폭포죠. 380여m입니다. 우리는 지금 이 폭포 위 건너편에 있지요.

 


이사진은 몇년전 건너편 아이스라인에서 바라본 오늘 올랐던 산과 빙하의 모습이죠. 폭포도 힐끗 보이고요..


 

그건 그렇고.. 오늘 오르는 산은 거리도 긴데다 표고차가 커서 산행이 그리 쉽지만은 않습니다. 올해 처음 높은 산에 오르는 것이어서 개인적으론 무척 힘이 듭니다.


 

그래도 정상에 서야겠다는 일념으로 이를 악물고 오르고 또 오릅니다.


 

멀리 우리가 지났던 호수가 까마득히 보이는 것으로 보아 이제 정상엔 다왔습니다. 웬만한 산을 발아래에 두는 뿌듯함..



드디어 정상입니다. 역시 빙하에 덮여있군요. 만년빙하입니다. 35000-15000년 전의 지구상 마지막 빙하기였던 위스콘신 빙하기의 흔적이죠.

 


다시 한 번 건너편의 아이스라인 트레일. 그리고 에메랄드 글래시어 모습입니다. 그 뒤의 산이 Vice president  Mt. (부회장 산) 이죠. 물론 회장산 도 뒤에 있습니다. 



Waputik Icefield 와푸틱 빙원입니다. 



줌인하여서 보면 무시무시합니다. 크레바스의 위용..



인증사진.. 정상엔 바람도 많이 불고 제법 쌀쌀하죠. 



하산길입니다.



oss Campion 이라는 툰드라 지대에 사는 알파인 야생화죠. 



이 역시 해발고도가 높은 곳에 사는 알파인 야생화입니다.



돌아오는 길의 셜부룩 레이크는 아침과는 또 다른 모습을 보여주네요.

 

왕복 24km의 짧지 않은 길에 총 표고차가 1500여  미터에 달하는 산을 거의 첫 산행지로 다녀온 것은 다소 무리였지만 

그럼에도 말로 형언키 어려운 뿌듯함을 안겨준 좋은 산행이었습니다. 멋지고 아름다운 자연의 완전함에 새삼 놀랐으며 

그 속에 녹아들어가 일체감을 느낄 수 있었음에 감사한 하루였습니다. 마치 고향으로 돌아온 느낌같은..




밤새 폭우가 쏟아졌는데 아침이 되니 눈으로 바뀌어 버렸습니다. 그럴줄 알았죠..



일마치고 집에 오니 세상은 온통 겨울로 변했습니다.



자동차에 쌓인 눈을 보면 오늘 하루 얼마나 많은 눈이 내렸는지 알수 있습니다.


 

아직 2-3주는 더 볼 수 있어야 함에도 이 꽃들은 아마도 이 눈에 살아남기 어려울 듯 합니다.


 

 

그렇지만.. 첫눈은 아름답습니다.

 

신비한 모습으로 겨울 설국의 모습을 제대로 보여주는군요..

 

출근하다 말고 사진 찍는..

 

눈이 내리니 소나무는 제 세상을 만난듯 푸릇푸릇해지는 느낌입니다.

 

 

뒷마당의 모습.. 잔디도 다 얼게 생겼네요.. 깻잎.. 모두 돌아가신 듯.. 아까워라.. 

 

 

어제까지만 해도 이랬는데 이 예쁘고 청초한 꽃들이 모두 한 해를 마감해버렸어요. 슬퍼 ㅜ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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