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우더 눈이라고 듣기에도 생소한 캘거리의 흔한 싸락눈같지 않게.. 가끔은 고향생각나게하는 함박눈이 내리는 밤은 쉽게 만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그래서인지 마음이 설레어 마구 닥치는대로 셔터를 눌렀다.

언젠가인지도 잘 생각이 나지 않지만 첫눈이 내릴라치면 괜시리
설레는 마음 어쩌지 못해 미친듯 그녀를 그리워하던 그 풋풋했던 시절..

오랜만에 맛보는 야심한 도심 속 예쁜 함박눈은 어느새 나를 수십년 전 서울 어딘가로 데려다 놓았다.

세월은 흘렀으나 느끼는 감성이 변하지 않음에 스스로 놀라기도 했지만 그게 사실 자연스럽지 아니한가. 지극히 인간적인..

언제나 처음처럼.. 어느 소주회사가 써먹기 훨씬 전부터 내 일기장에 있던 글. 오늘 이 함박스러운 눈송이 보며 새삼 얼라가 되었다..

 

빔 벤더스는 독일의 영화감독이자 사진작가이기도 합니다. 7살 때부터 사진을 찍기 시작한 이 분의 영화로 유명한 것이 1984년작 Paris,Texas 입니다.

2년전 작고한 해리 딘 스탠턴이라는 연기파 배우의 황폐한 연기, 어렸을 적의 나스타샤 킨스키의 불 뿜는 듯한 매력과 함께 마치 예술사진처럼 펼쳐지는 영상이 여운을 남기는 스토리와 함께 드라이하면서도 강렬했던 기억이 납니다.

평생 음악 또한 사랑했던 빔벤더스는 파리텍사스의 도입부와 마지막 장면에서 멋진 기타음악을 선보이는데 이 기타를 연주한 이가 90년대 후반에 빔이 만든 다큐멘터리 큐바 음악영화, '부에나비스타 소셜클럽' 의 음악 기획자인 라이쿠더입니다.

빔벤더스는 사진 책을 집필하기도 했는 데 ' 한번은' 이라는 걸출한 사진 책이죠. 사진 작가는 세상에 들려주고 싶은, 외치고 싶고 드러내고 싶은 내면의 얘기를 이미지로 보여주는 사람들이죠.

시간의 정지성을 통해, 포착된 순간을 통해 그 이전과 이후로 나뉘는 삶과 죽음, 대상과 나의 관계, 유한한 존재의 자각을 통한 세상과의 소통이 곧 사진 예술이라는 그의 이야기에는 세상 여행의 목적과 의미도 담겨 있습니다.

사진을 사랑하기에 '한 번은' 읽어보고 그리고 가끔씩 펼쳐보는 즐거움이 있는 책입니다.

 

 

이 커피샵은 밴쿠버 베이스의 Artigiano 인데 커피 맛이 좋고 분위기도 있는 곳입니다. 가끔 휴일같은 날 나가서 커피 한잔 시켜 놓고 책을 읽어도 좋죠. 오늘 같이 눈 내리는 날..

 

할리우드의 차 안에서 빔벤더스가 찍은 해리 딘 스탠턴의 모습이죠. 인물 사진의 정수를 보여주는 명작입니다.

 

 

'사진 > 포토에세이' 카테고리의 다른 글

겨울낭만  (0) 2023.04.08
어느 눈부신 날의 아침에  (0) 2020.03.16
Stephen Avenue 를 걷다  (0) 2019.07.07
웨스트 밴쿠버 등대  (0) 2019.07.07
사우곡  (0) 2019.07.07

once upon a time in Vegas, the city that never sleeps, walking on the streets of lights

 

in the memory of travel at the end of the year

 

 

언젠가 뉴욕아닌 뉴욕 거리를 걸었죠
불빛 속에 갇힌 거리를 그림자되어 걸었어요
쏟아지는 별빛들이 거리의 불빛이 된곳
아무도 잠들지 않는 그곳을
그미와 함께 걸었지요

Opal Ridge South 는 왕복 7km 정도의 짧은 거리임에도 해발고도 2620m, 산행높이가 1060m 정도 되어서 오르기 만만한 곳이 아니었습니다. 산행 내내 이어지는 급한 경사길과 짜증 만땅 자갈 스크리에다 도중에 약간의 스크램블링(손발써서 바위 타고 넘기)도 해야하고 정상 부근 릿지에서의 칼바람까지, 정상까지의 여정은 상당한 챌린지가 필요하였습니다. 

 

그래서인지 요즘 웬만한 산행지마다 사람들로 붐비는 그런 복잡함이 없어서 때론 혼자되어 외로움을 느낄 만큼 호젓하게 산행에 몰입할 수 있어 좋았습니다. 시시각각 변하는 하늘의 구름들과 눈 앞에 펼쳐진 록키의 압도적인 산들이 주는 장엄함, 그런 중에도 가을로 곱게 물들어가는 알파인 메도우의 그림같은 풍경들 속에서 말이죠.

 

터질듯한 심장 박동, 비오듯 쏟아져 내리는 땀으로 범벅인 채 순전히 발품팔아 올라야 하고 있는 그대로의 자연외에는 인공적인 조화가 전혀 없어 가끔씩 살짝 아쉽기도 하지만 그만큼 원시적이며 때묻지 않은 야생을 오롯이 느낄 수 있음에 이런 산행은 중독이될 만큼 묘한 매력을 지니고 있습니다. 

 

오팔 릿지 사우스 픽에서 바라본 경치입니다.  

Dr. George Dawson 이라는 지질학자이자, 인류학자 및 고생물학자이면서 교수이자 저술가였던 이 분이 록키를 현장 답사하던 중 이 일대에 오팔이 입혀진 석영(Quarts Crystal)들이 많은 것을 보고는 Opal Range 라는 이름이 붙여졌습니다. 오팔은 물을 품어 빛을 내는 특이한 보석인데 건조한 지역에는 물기를 잃어버려 그 빛도 사라진다 하는군요. 

 

오늘의 산행은 왼쪽 숲을 지나 능선을 타고 오르며 가운데 뒤로 보이는 봉우리 오른쪽으로 통과하여 옆으로 난 오팔 릿지를 걸어서 오른쪽봉우리까지 갔다가 돌아오는 여정입니다. 

 

경사를 오르는 중에 간간히 만나는 작은 암벽들을 일부러 타고 넘을 때 산행의 재미를 더해 주기도 하죠.

 

상당한 높이를 올랐음에도 아직 갈 길이 멉니다. 산행 동료가 길을 벗어나 바위벽으로 올라오는군요..

 

산행 내내 Rawson 마운틴이 뒤에서 배경이 되어 주니 뭔가 든든한 느낌입니다.  이제 40번 도로는 까마득해졌습니다.

 

예보와 달리 남쪽 하늘은 비구름이 많아 오후 날씨가 걱정이 되기도 했고 정상에서의 뷰가 걱정되기도.

 

9월로 접어 들었으니 록키를 수놓았던 야생화들은 모두 시들었지만 이녀석들 만큼은 여전히 꿋꿋이 버티고 있었습니다. Yarrow 입니다. 트로이 전쟁에서 아킬리스 병사들의 치료를 위해 쓰였다는 전설이 있다죠.

 

바위벽 사이를 오르기도 하며

 

잠깐 쉬려고 앉았던 이 바위가 무려 1억 년 이상은 되었으리라 짐작케해주는 조개화석들입니다.  약 1억년 전후로 이 일대는 내해였습니다. Western Interior Seaway 로 북미대륙을 가르는 세개의 내해 중 하나였다는군요. 

 

록키산은 석회암 산으로 수목한계선 위로는 억겁의 세월동안 켜켜히 쌓인 지층들의 생생한 모습들을 볼 수가 있습니다. 

이 기묘하게 생긴 바위들도 그러한 지구 역사의 일부일 것이기에 잠시 경이로움에 빠져보기도. 

 

오늘 구름은 매우 바쁜 날입니다. 서로 뭉쳤다 풀어졌다를 반복하며 해가 났다 들어갔다 하늘이 시시각각 다른 모습을 보여줍니다. 

 

가을은 빛이 바래는 것으로 우리를 슬픔의 감정 속으로 이끌죠. 그래서 산에는 즐거움과 함께 슬픔과 쓸쓸함이 같은 아름다움으로 존재하고 있습니다.

 

이제 7부 능선으로 올라섭니다. 이제부터는 알파인 지역의 아름다운 풍광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건조한 데다 뿌리를 깊이 내릴 수 없기에 나무가 자라지 못하고 작은 풀들과 추위를 견디는 일부 꽃들만 살아있는 곳. 그래서 더욱 애처롭지만 오히려 엣지있는 생기를 느낄 수 있습니다.

 

이 7부 능선길은 짧지만 기막힌 백뷰를 선사합니다. 오른 쪽으로 Mt. Kidd 가 위풍당당히 서있고 카나나스키스 밸리가 그림처럼 자리잡고 있네요.  이 능선은 예전에 안젤라님께서 도달했던 곳이지요. 예까지 올랐던 기억 되살려서 쾌유하시길 빌어봅니다. 

능선을 걸어오는 산 친구의 모습은 언제나 멋져서 매우 드라마틱한 느낌을 줍니다.

 

Mt. Kidd 의 모습을 가까이 잡아 보았습니다. 떡하니 누운채 지옥의 오르막임을 알려주는 경사면만 보아도 다리가 아파오는 듯 ㅋ  카나나스키스 록키의 아이콘 중의 하나이기에 더욱 뿌듯했던 기억.

 

릿지 하이킹은 언제나 즐거운 일이죠. 알파인산행의 느낌을오롯이 느끼며..

오늘은 중간에 쉬지도 않고 예까지 쉼없이 올라왔는데 이제 한 숨을 돌려야겠습니다.

 

알파인의 가을색은 따스한 햇살로 인해 마음을 따뜻하게 채색하고 부드럽게 어루만져 주는군요  

 

 

 

찬 서리에 바래고 시들어가는 중에도 힘을 잃지 않은 고고함이란..

 

세상을 굽어보며 당당히 겨울을 견뎌내겠죠.

 

 

 

그 기상을 배우며 호연지기로 세상을 크게 품어봅니다. 일상에 돌아가면 다시 바뀌는게 문제지만 ㅋㅋ 

마치 자연 요새처럼 양쪽으로 난 바위가 Gate 가 되어주는 곳.

 

계속하여 Opal Ridge South 의 최종 목적지를 향해 갑니다. 돌아본 장면이구요 Wedge Mt. 이 거대하게 솟아 있네요.

 

Opal Ridge 남쪽 모습입니다. 

 

오른 쪽 끝의 South Peak 이구요. 

능선에는 엄청난 바람이 불었어요. 몸이 다 휘청거릴 정도. 

 

드뎌 정상에 도착 !! 오랜만의 산행이었지만 좋은 핏치에 매우 기분 좋은 등산이었습니다.  

 

정상에 서면 언제나 안도감과 성취, 경외와 기쁨이 힘든 여정을 모두 잊게 합니다.

 

정상 뷰입니다. Mt. Evan Thomas 와 Mt. Packenham, Mt. Hood 도 보입니다. Grizzly Col 도 살짝 보이고요.

 

Mt. Denny  (Center Right) 뒤로는 Bragg Creek  Kananaskis 입니다. 

 

The Lower Kananaskis Lake 와 그 일대를 당겨서 보았습니다. 

 

봉우리에서 아래로 내려다보니 까마득한 절벽이군요. 다리가 후들거려 초점이 날아갔어요^^ 오른편에 우리가 차를 세운 Gas Station 주차장이 보이네요. 

 

멀리 lower Kananaskis Lake 가 보이고요.. 왼쪽 편에 살짝 Grizzly Col 이 보입니다.

이제 하산합니다. 하산은 언제나 아쉬움과 함께 또다른 긴 여정에의 부담을 지고 내려가지만 올라올 때 놓친 뷰를 감상할 수 있으니 즐거운 일이죠. 

 

오늘은 우리들 외에 서너팀 정도 더 올라온 것 같습니다.  한 두 그룹 정도 더 온다면 산행이 복잡하지 않고 또 외롭지도 않고 적당한 듯 합니다.  산행 중 사람을 만나면 무섭다는데 여기서는 무척 반가운 일입니다.  곰에 대한 두려움을 잊을 수 있으니까요..^^

 

하산길도 조심조심. 자갈 스크리를 타고 내려오는 것은 (자갈 스키라고들 합니다) 는 편리하지만 자칫 사고로 이어질 수 있으니 약간의 기술과 함께 신중함이 필요합니다^^ 

 

오랜 세월의 산행으로 다져진 트레일. 숱한 세월 사람들의 흔적들입니다. 

 

하산 길 중 동료 한 분이 사라졌습니다. 길을 잃어버린 듯 합니다. 그래도 계속 하산하면 길을 만나니 위험한 상황은 아니지만 문제는 곰이죠. 이런 숲 속에 혼자 떨어져 버리면 약간의 공포가 엄습하기도 합니다. 특히 곰이 설치는 동네니까요. 

 

파워라인입니다. 길잃은 산친구의 눈에는 그 짧은 시간의 아마도 이런 흑백사진같은 모습이 아니었을런지 ㅋㅋ 

 

주차장의 아스펜 한그루는 단풍이 절정을 이루고 있었습니다. 

 

비록 많은 친구들이 함께하지 못했으나 옛추억을 되살린 산행이었으며 멋진 풍경과 힘찬 도전이 어우러진 훌륭한 산행이었습니다. 록키산은 언제나 최고의 기쁨과 즐거움을 안겨다주는 신이 내린 선물이라는 생각을 합니다. 무엇보다 좋은 친구들과 우정을 나눌 수 있어 더욱 행복하다는 것이고요. 

 

이제 남은 사진들 나누며 오랜만의 후기를 마칩니다. 

 

Grizzly Col 의 모습을 이곳에서 보니 색다릅니다. Mt Packenham, Mt. Hood, Mt. Brock 등이 보입니다.

 

 

Opal Ridge 북쪽 방향입니다.

 

정상에서는 누구나 잠시라도 상념에 빠지곤 하죠.

 

사진을 위한 포즈이긴 하지만 ^^

 

알파인 메도우의 멋진 장면 

 

주차장에 세워둔 누군가의 빨간 승용차가 노란 단풍으로 인해 더욱 섹시해 보입니다.^^

이미 분주해야할 일상은 아직 시작조차도 멀었다.

휴일 아침의 도심은 어디나 시간이 멈춘듯 잠들어 있으니

텅빈 거리를 활보하며 걸어보는 것은 특별한 경험이다.

Stephen Avenue 에서 내 사는 곳의 100여년 전의 흔적을 느껴본다. 


흐르는 시간을 여행하는 느낌 속에

알 수 없는 두려움같은 것이 밀려와 문득 오늘의 시간 앞에 멈추어 선다.

모든 것이 사라질 지라도

긴긴 외로움의 시간 속에서도 

함께한 기억만은 늘 새롭다

 

 




'사진 > 포토에세이' 카테고리의 다른 글

어느 눈부신 날의 아침에  (0) 2020.03.16
한번은...  (0) 2019.12.28
웨스트 밴쿠버 등대  (0) 2019.07.07
사우곡  (0) 2019.07.07
노랗게 물들어가는 7월의 캐나다 유채밭  (0) 2019.07.07








- 웨스트밴쿠버의 lighthouse 에서 사랑과 추억에 취해



바닷가 목이 좋은 곳은 항상 이들의 차지.

사람들을 꼬이는 경치 좋은 곳에 아주 오래전부터 있어온 낭만의 등대들.

홀로 넓은 바다를 바라보며 우뚝 선 채 깊고 아득한 얘기들 쏟아낸다.


그들 하얀 색은 어둠과 절망과 고통에 대한 밝음이요 희망이요 치유의 상징이렸다
또한 바다가 푸르니 그러려니 했지만 원래는 다 뜻이 있다한다.

흰 등대는 왼쪽에, 붉은 색은 오른 쪽에 장애물이 있다는 뜻이라나..

지금에야 다들 GPS로 다니니 색깔이 무의미할테다.




'사진 > 포토에세이' 카테고리의 다른 글

한번은...  (0) 2019.12.28
Stephen Avenue 를 걷다  (0) 2019.07.07
사우곡  (0) 2019.07.07
노랗게 물들어가는 7월의 캐나다 유채밭  (0) 2019.07.07
캐나다의 야생화 - Common Fireweed  (0) 2019.01.13

 

 

사월도 이만큼에 

영하의 기온

 

어슴푸레한 캐나다의 저녁에

갈곳잃은 나그네 마냥

먼산 먼하늘 홀로 바라본다

 

문득 옛친구의 얼굴이

하늘 저편에 걸려

가슴에 울컥하니

저녁 노을 술 한잔으로 부어 마실테다.

 


여름은 차마 머물러 있지 못하네 

인생이 짧은 것처럼 
시간의 주인으로 살던날 
그날은 다시 못올 기억 저편의 꿈이런가 이제 
여름은 단지 분리장애를 겪는 환자의 슬픈 신기루같고
가는 시간은 바늘 끝처럼 아프기만 하다.




커놀라 오일을 만드는 원료인 캐나다 유채밭.

오래보고 있으면 현기증이 날듯한 이 노란 유채밭은 7월의 알버타를 상징하는 것 중의 하나다.


땅이 넓은 캐나다, 끝도 없이 펼쳐진 유채밭에서 지평선을 만난다.  

                           








'사진 > 포토에세이' 카테고리의 다른 글

웨스트 밴쿠버 등대  (0) 2019.07.07
사우곡  (0) 2019.07.07
캐나다의 야생화 - Common Fireweed  (0) 2019.01.13
8 애비뉴에서 전철을 기다리며  (1) 2018.04.23
옛친구가 그리워  (2) 2018.04.23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