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하 30-40도, 체감온도 영하 50도. 겨울왕국 캐나다의 위엄을 보여주던 북극의 회오리 추위가 캐나다 동부를 강타하고 서서히 서부로 이동해오던 날 밴프국립공원의  Redearth Creek 으로 크로스 컨트리 스키트립을 떠났다.

고속도로는 이미 앞이 잘 안보일 정도로 강풍과 눈에 휩싸여 있고 길가엔 벌써 커다란 트럭 트레일러가 사고로 뒤집어져 있다. 이런 날씨엔 웬만하면나오지 않는 것이 상책이라지만 나는 벌써 마음이 설레고 기분이 한결 나아진다. 이런 혹독한 환경을 피하지 않고 크로스 컨트리 스키를 타러 산에 들어가는 것은 캐나다스러운 맛을 한 껏 느낄 수 있기에 오히려 기분이 좋아지는 것이다.


설경은 어디나 아름답지만 캐나다의 그것은 스케일이 있어 좋다. 3000m 급 석회암 산을 뒤덮은 눈은 알파인 마운틴의 웅장함과 수려함을 선사하며 압도적인 풍경을 자아낸다. 그리고 빽빽히 들어선 침엽수들은 온통 흰눈에 뒤덮여 경외심마저 불러 일으키는데... 


이런 겨울 산으로 들어가는 것은 마치 내가 그들 자연과 일체가 되어 그들의 의연함, 그들의 당당함, 그들의 넉넉함과 카리스마를 내려받는 느낌이어서 뭔가 가슴 뿌듯한 벅차오름을 경험하게 된다.  




크로스 컨트리 스키는 매우 훌륭한 겨울 스포츠이다. 눈이 많은 곳이라면 다운힐 스키와 함께 가히 겨울을 즐기는 레포츠의 꽃이라 불릴만 하다. 아름다운 설경 속 산을 스키를 타고 이리저리 누비고 다는 것은 생각만 해도 환상적이다. 


크로스컨트리 스키는 기본적으로 스키를 신고 눈길을 걷는 것이다. 오르막은 스키를 신은 채 걸어 올라가고 내리막은 활강하며 평지는 킥앤 글라이드로 셋팅된 트랙위를 미끌어지듯 걸어간다. 전신운동이 되며 균형감각과 함께 재미도 한 껏 느낄 수 있는 아주 좋은 레포츠인 것이다.




대부분의 스키트레일은 주정부나 Park Canada에서 스키를 탈 수 있도록 그루밍을 하여 눈 길을 다져놓고 트랙을 셋팅해 놓는다. 오늘은 직전에 내린 눈으로 인해 트랙이 덮여버렸다. 이런날은 조금 힘이 들긴 하지만 선행자들이 만들어 놓은 길을 따라 스키를 즐기는데는 큰 어려움이 없다.



일년에 반은 눈에 덮여 있는 록키산이다.





울창한 나무 숲 사이로 끝없이 난 길을 스키로 가노라면 무념무상, 마음이 비워지는 편안함을 맛보게 된다. 




크릭의 물이 얼지 않은 것이 신기하다. 물살이 세어 그런듯. 근처에 캠프그라운드가 있다. 주차장에서 약 7km 지점이다. 



체감온도 영하 25도의 찬 기온은 얼굴을 얼게 만들지만 몸은 어느새 땀에 젖어 있다. 엣지있는 혹독한 환경의 자연 속에서 온몸을 뒹굴며 부대끼는 이 것이 좋다. 캐나다 록키산 산골 소년의 단순하고 소박한 삶.. 




한 폭의 그림같은 풍경.. 마음이 정화되는 듯하다. 이 기분이 오래가야할터인데..





수북히 쌓인 눈이 사랑스럽기 그지없다. 록키에서 만나는 눈이 부시도록 새하얀 눈은 차가운 유혹이다. 




나오길 정말 잘했다. 손가락은 비록 곱아들어 때론 아프기까지 하지만 





함께한 동료들이 있어 더욱 좋았다. 




자연은 예술의 어머니임을 새삼 깨닫게 한다. 



캐나다.. 재미없는 천국이라 자조하듯 자랑하듯 애매하게 말하기도 하지만 재미는 찾아 누리기 나름. 오늘도 캐나다는 겨울 한복판에서살아 숨쉬는 자연과 그를 사랑하는 사람들이 일체가 되어 살아간다.

제가 좋아하는 아침 식사용 음식 중에 자주 먹지 못하지만 늘 그 맛이 그리운 것이 팬케익입니다.

계란과 밀가루로 만든 케익에 캔케익 시럽(캐나다에선 매이플 시럽) 을 얹어서 먹는 간단한 음식이죠.

사실 제가 캔케익을 좋아하는 것은 빵때문이라기 보다는 시럽의 단맛 때문이 아닐까 싶어요.


그런데 그동안 저는 무식하게도 팬케익이 북미의 음식인줄 알았는데 이 또한 유럽으로부터 건너온 음식일 뿐 아니라

그 역사가 무지하게 오래되어 이미 석기 시대 때도 팬케익이 있었다고.. 그러나 팬케익이라는 이름은 북미에서부터 시작되었다는 군요.


그리스 로마시절에 이미 밀가루와 올리브 오일 우유 꿀 등으로 팬케익을 즐겼다는 이야기에다 세익스피어 희곡에도 등장한다든가 하는 것을 보면 이미 유럽에선 널리 먹던 음식이었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이것이 19세기 미국에서 아침 식사의 하나로 자리잡기 시작하여 

일종의 미국식 아침식사의 하나의 클래식이 되었습니다. 


공부를 조금 해보니 네덜란드 역시팬케익의 본고장 중 하나더군요. Pannenkoeken, 즉 dutch pancake을 말하는데 우리가 흔히 보는 그런 모양의 팬케익외에도 매우 다양한 모양 케익을 만들어 내어놓고 단지 빵만이 아닌 베이컨 햄, 그외 고기등과 함께 요리하여 내놓기도 하고 그들이 쓰는 시럽도 maple syrup 이 아니라 네덜란드식 시럽(stroop)을 사용하며 그외 불루베리 잼등을 함께 제공하는 등 팬케익이 간단한 아침식사의 개념이 아니라 하나의 훌륭한 요리로 제공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캘거리에도 이런 네덜란드 정통 팬케익점이 있었습니다. Pfanntastic Pannenkoek Haus !!

가게 이름만 봐도 뭔가 다르지 않습니까?  아니나 다를까 교통도 약간 불편하고 가게 건물은 오래되어 전혀 세련되어보이지도 않은 곳에

그저 동네 골목 식당처럼 자리잡고 있었지만 그동안 맛본 어느 팬케익보다도 맛있었고 과연 정통네덜란드식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메뉴가 한마디로 상상을 초월했습니다.  아니 팬케익점이 이래도 되는거야? 멋취 멋취 버라이어티 옵 초이스 !! 결정 장애가 있는 분들에겐 어려운 집입니다.


어쨋거나 엄지척 !! 



캘거리에 있는 각국의 정통 요리점처럼 이곳도 과연 오리지널 네덜란드인 가족이 family business 로 운영하고 있었습니다. 브런취 개념으로 갔었는데 약간 늦은 시간이었음에도 거의 만석이었습니다. 가족단위 손님들이 많았고 젊은 연인들도 꽤 보이더군요. 




이것이 바로 그 유명한 Dutch syrup, Stroop 입니다. Van Gilse 사의 Schenk Stroop 인데 팬케익용입니다. 메이플 시럽보다 좀더 짙은 갈색이며 더 뻑뻑합니다. 그런데 단맛이 노골적이지 않으면서 은근히 맛있었는데 팬케익과 환상적인 조합을 이루었습니다. 


네덜란드 시럽, Dutch syrup 하면 대개 stroopwafel 이 유명하더군요. 와플 사이에 넣는 캐러멜시럽을 말하는 데 우리가 오늘 맛본 것은 과일(대개는 사과, 또는 배) 을 오래도록 고아서 끈적한 고형의 시럽으로 만든 것이었습니다. 





주인 아주머니께서 추천하신 Dutch pea soup 입니다. 맛이 기가 막혔어요. 이것 먹으러 또 가야할 정도.. 






비주얼이 그냥 팬케익이 아닙니다. 무슨 파전같기도 하구.. ㅋㅋ 




원래는 불루베리 잼이 얹어져 나오지만 우리는 사이드로 달라고 했습니다. 그냥도 먹어보고 같이도 먹어보고 양도 우리가 조절하고 그러려고요 ㅎㅎ 사이드로 시킨 것이 좋았어요. 





이건 우리가 흔히 보는 그 팬케익이죠.  아마 classic 어쩌고 한 것 같았습니다. 그러나 밀가루 반죽에 우유와 계란 등이 비율적으로 잘 들어갔는지 식감이 매우 좋았습니다. 





아마도 저는 비프나 뭐 이런 것이 들어간 오물렛형 팬케익을 시켰나 봅니다.  아내는 언제나처럼 Plain 한 것.. ㅎ





더취시럽을 약간 얹어서 먹어보니.. 오마이갓 !! 열판이라도 먹을 수 있을만치 질리지 않는 단맛에 고소함까지.. 




불루베리는 왜 이리 큰지.. 그 꽉찬 식감과 맛에 완전히 반해버렸어요 ~~




불루베리 잼이 정말 맛있었습니다. 양도 많이 주고 더 달라면 더줍니다. 그냥 듬뿍 얹어서 먹어보니 입안에서 사르르 녹습니다. 




나중엔 남은 케익을 불루메리 잼에 아예 뒤범벅을 해서 먹습니다. 



어느새 없어졌엉 ㅜㅜ 


지금 이 후기를 쓰는 중에도 입엔 군침이 하나 가득입니다. 정통 네덜란드식 팬케익.. 꼭 한 번쯤은 먹어봐야할 음식입니다. 

식당의 벽엔 암스테르담 사진과 네덜란드 사진이 가득하던데.. 암스테르담 가도 이런 맛일까요?  

이민자의 나라인 미국이나 캐나다에는 굳이 세계를 찾아 떠나지 않더라도 각나라의 정통 음식을 맛볼 수 있는 다문화 음식점이 많다는 것 이 확실히 사는 재미 중의 하나입니다.




정신없이 먹다보니 어느새 식당은 손님들이 거의 다 빠져 나가고 없더라고요. 두시쯤 되었을까요.. 친절한 분들.. 커피 맛도 좋아요~~




식당의 외관입니다. 요가 스튜디오 옆. 멀리 Crowchild Trail 주 간선도로가 보이네요.  어휴 추워라.. 

올해 캘거리는 아직까지는 눈이 많이 내리지 않아 생활하기엔 많이 불편하지 않은 겨울을 보내고 있습니다. 

그런데 저같이 눈을 좋아하여 설경과 겨울 스포츠를 기다리는 사람에겐 약간 실망이지만 우리에겐 비장의해결책이 있지요. 

록키산 주립,국립공원입니다. 아무리 눈이 없다해도 한두시간 남짓 그 속으로 들어가면 여기완 딴판의 세상, 설국을 만날 수 있죠. 


추운 겨울 도시의 길엔 사람들이 없어도 록키산에는 여전히 사람들이 많습니다. 겨울을 사랑하는 사람들, 케네디언들입니다.

물론 설경을 보러 겨울 관광을 오신 분들도 많습니다. 록키산의 설경은 언제나 특별한 자연의 감동을 안겨다 주기 때문이죠.

두툼한 방한복으로 무장한 채 그냥 먹어도 될 듯이 깨끗하고 새하얀 눈 속 풍경으로 들어가면 마치 현실을 떠나 어떤 동화나, 

꿈 속의 세상으로 들어온 듯한 착각을 불러 일으킨답니다. 


레이크 루이스는 가히 여름 록키산의 제왕이라고 말할 수 있지만 겨울에도 여전히 최고의 감동을 안겨다 줍니다. 

압도적으로 아름다운 레이크루이스와 주변 산들의 설경,

눈과 얼음으로 덮인 호수를 한눈에 바라볼 수 있는 Fairview Look out, 

스케이팅과 아이스 하키를 즐길 수 있는 호수 위의 아이스링크, 

샤또 레이크 루이스 호텔 정원과 호수 위에 펼쳐진 얼음조각축제,

주변 산 속에서의 크로스 컨트리 스키나 다운힐 스키,

호텔 라운지에서의 따뜻한 차 한잔,

가고 오는 파크웨이 하이웨이의 멋진 설경들까지.. 


레이크루이스 혹은 밴프로 하루 여행을 다녀오는 것만으로도 삶은 충분히 재충전되는 것 같습니다. 

에너지는 자연으로부터. 진정한 여행은 자연으로 돌아가는 것. 문명의 출발은 곧 자연이었다는 것을 깨닫게 되죠.



록키로 가는 길은 감동의 시작을 알리는 길입니다



밴프의 아이콘 Castle mountain 입니다.



빙하감상은 겨울이 제격이죠. 겨울 레이크 루이스는 자연의 완전함을 만날 수 있는 곳, 가히 절경 중의 제왕입니다.





보트 렌탈 하우스가 겨울이면 크로스 컨트리 스키 강습소로 바뀝니다.



크로스 컨트리 스키는 배운 그날 바로 탈수 있는 레저 스포츠입니다. 장비 렌탈도 가능하니 특별한 준비없이 누구나 즐길 수 있죠.




샤또 레이크 루이스 호텔의 멋진 설경



레이크 루이스와 주변을 한눈에 내려다 볼 수 있는 곳,Fairview Lookout으로 올라갑니다. 약 40분이면 왕복이 가능한 코스입니다. 



화려한 설경을 감상하며 숲속을 걷는 즐거움을 만끽할 수 있어요. 이분들은 퀘벡 주에서 오신분들이에요.

같은 캐나다라도 록키산같은 웅장한 산세가 없는 동부 사람들에게 이곳은 별천지이죠





목적지에 다다랐습니다. 



언제 어느때 보아도 레이크 루이스는 특별합니다. 단순한듯 스케일이 크고 깊고 원시적입니다. 진정한 아름다움이죠.  



호텔 주변의 풍경입니다. 자연 속의 절묘한 인공미가 있는 모습입니다. 더이상의 개발이 없기에 가능하죠.



숙박료가 대단히 비싼 호텔이어서 자보긴 쉽지 않지만 사진을 찍는 것만으로도 충분합니다.



샤또 레이크루이스 바로 아래에 있는 Lodge입니다. 여기도 성수기엔 방구하기가 하늘의 별따기




저도 여기까지 왔으니 크로스 컨트리 스키를 한 번 타고 가려합니다. 





모레인 호수로 가는 길이 겨울에는 차단되고 눈도 치우지 않습니다. 야생을 보호하려는 목적이지만 시민들의 겨울 레저를 위해 왕복 20km 정도의 도로에 크로스컨트리를 할 수 있도록 관리를 해줍니다.




그리 어렵지 않은 경사도에 길도 넓어서 많은 스키어들이 찾는 곳이죠. 스노우 슈잉도 가능합니다. 





도중의 설경이 그야말로 자연그대로의 모습으로 예술입니다. 




여기가 모레인 호수 주차장 조금 못가서 크로스 컨트리 스키종점입니다. 이후 지역은 눈사태 다발 지역이라 출입을 금하고 있죠.  






스키를 마치고 잠깐 들른 옛 레이크 루이스 기차역입니다. 옛날 기차를 전시하고 있죠.  서부시대의 흔적입니다.






식당 칸은 지금도 시즌에 따라 레스토랑으로 사용하고 있습니다. 옛추억을 되살려 멋진 식사를 해볼 수 있죠. 바깥에 눈이라도 내린다면 더 멋지지 않을까요?





돌아오는 길 도로가에서 만난 북미 사슴 엘크입니다. 이 사슴의 녹용은 정말 품질이 좋습니다. 한국에서 많이 쓰는 뉴질랜드산 보다도 상급입니다. 중국산(보통 깔깔이라고 하죠) 보다도 더 좋습니다. 녹용은 추운데서 나는것이 제격이기 때문이죠. 그래서 시베리아산(원용이라고 하죠) 을 최고로 쳐주죠.




그러나 이곳의 야생엘크는 보호종입니다. 그래서 도로에서도 여유로운 사슴들.. 캐나다의 멋 중의 하나죠. 야생의 보호가 철저하기에 사람들과 공존이 가능합니다. 그러나 곰이나 쿠거들은 면허없이도 얘네들을 잡아 먹죠.


이녀석들이 로드킬도 많이 당하기에 캐나다의 도로를 다닐 때는 늘 운전에 조심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이녀석들의 서식지가 마을에 가까워서 때론 집 마당으로 들어오곤 합니다. 심지어 우리집 앞 놀이터에까지도 출몰한 적이 있죠. 


오늘은 레이크 루이스 1일 여행을 다녀온 후기를 올려보았습니다. 




봄과 함께 가을엔 향이 있다.

흔히 봄타고 가을타니 봄내음 가을 향 때문이다.

여름과 겨울은 그 기세가 너무 강해 내음도 없고 향도 나지 않는다.

가을향은 그 컬러로 인해 더욱 짙어진다.

그러나 가을은 지극히 짧기도한데다 여운도 있으니 

오는 듯 가버리고 가는 듯 남아 있다.

커피 한잔에 담을 수 있는 가을

비라도 내릴라치면 커피 향은 더욱 깊어지니 역시 가을향



가을이 깊어갈 때 비내리는 밴쿠버는 최상의 여행지다.

살고 싶다는 생각은 없었지만 짧은 방문엔 제격인곳

흐린 계절답게 온 도시를 휘감은 안개와 내리는 듯 아닌 듯한 비

그러나 회색 빛 하늘과 바다는 가을의 짙은 컬러를 위한 최상의 조건,

노랗고 붉은 잎사귀는 빗물을 머금은 채 마음껏 저를 드러내었다.




스탠리 공원이 가을을 담은 채 

안개 비에 촉촉히 젖는다.

하염없이 바라보는데

지나는 산책객이

나를 무거움의 상념에서 깨웠다.




붉은 낙엽이 화려하게 깔려있는 길을 걷는 것은 

삶에 대한 애착을 불러일으킨다.  또한

그 길을 걷는 이들을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삶을 사랑하지 않고는 배길 수 없다.

특별히 사랑하는 사람을 그리워할 때는 더욱.




밴쿠버 스탠리 공원의 등대에 비와 함께 가을이 찾아 왔다

촉촉히 젖어 가는 대지에 낙엽이 구르는데

등대는 숱한 세월을 견뎌왔듯 의연하구나



흐린 가을의 붉은 단풍은

아련한 추억을 선사하는 놀라운 선물이다.

죽어도 아니 잊혀질 사랑이다.




스탠리 공원의 크고 작은 나무들에 가을이 입혀져 있고

밴쿠버 바다를 바라보는 빈 의자엔 기다림이 앉아 있다.




그곳엔 그렇게..
가을이 깊어가고 있었다.
그리고 나의 가을도 놀라 잠을 깨
다시 영글어 갔다.



산 불이 난 곳에서 가장 먼저 피어난다는 꽃이다.

화려한 분홍색이 화기를 머금은 것인가

멀리서 보면 그 이름 그대로 마치 불이 난 것처럼 보인다.

 

꽃잎은 식용이 가능해 시럽이나 젤리를 만들어 먹고

인디언들은 잎으로 차를 끓여 위통을 가라앉히거나 불면증에 썼다.

 

그러나 분홍 예쁜 이 꽃은 보는 이로 하여 마음을 설레게 하기에 충분하다.

바라만 보고 있어도 핑크 빛 연정이 솟아나 누군가를 사랑하지 않고는 못배길 것만 같다.

보는 모든 이로하여 마음에 불을 지르는 꽃.. 그래서 COMMON FIREWEED 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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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으로부터 200여년 전 깊은 가을 날씨의 쌀쌀한 10월 어느날이었습니다. 거친 대서양을 미끄러지듯 달려온 두개의 멋진 돛을 단 범선은 노바스코샤 St. Margaret 만에 이르러 거센 풍랑을 만났습니다. 이곳 해안은 단단한 화강암 바위가 수억년의 역사를 이고지고 있는 곳이었는데 성난 파도를 이기지 못한 범선은 마침내 Halibut Rock 이라는 이름의 거대하고 넓은 바위에 부딪혀 침몰해버렸습니다. 


순식간에 일어난 이 안타까운 재난에서 한 아리따운 젊은 여인이 기적적으로 살아 남았는데 그녀는 그 사고의 유일한 생존자였죠. 그녀의 이름은 Margaret이었습니다. 


아름다운 Margaret은 그 작은 어촌 마을의 따뜻한 보살핌으로 사고의 충격으로부터 회복하여 그림처럼 아름답고 조용한 그 마을에 정착하게 되었고 멋진 마을청년과 결혼하게 되었습니다. 


이후 사람들은 이곳을 Pegyy`s Cove 라고 부르기 시작했습니다. Peggy는 Margaret의 애칭입니다. 




노바스코샤는 대서양 연안 주에 걸맞게 160개가 넘는 등대가 있습니다. 그 중에서도 그림처럼 아름다운 어촌마을과 함께 아름다운 전설과 예술의향기까지 어우러져 빛을 발하는 Peggy`s Cove Light House는 가장 많은 여행객들을 불러 모으는 명소입니다. 



노바스코샤의 주도 Halifax 로부터 약 40km 정도 떨어져 있는 이 아름다운 등대마을은 30여명의 주민들이 어업과 관광으로 살아가는 작은 마을이지만 한해 수십만명의 여행객들이 찾습니다. 




오늘날 GPS 시스템의 정착으로 항해에서 더이상 등대가 필요없는 시대가 되었지만 적지않은 유지비용에도 불구하고 등대는 그 지역을 상징하는 아이콘으로서 사람들의 향수를 불러 일으키는 로맨틱한 특성으로 인해 적극적으로 보존되고 있습니다.




날씨가 맑아서 푸른 하늘이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요..여행의 반은 날씨인 듯 합니다. 




한가지 특이한 점은 Peggy`s Cove 해안은 이렇게 화강암 바위로 되어 있었다는 것입니다.



이 일대는 약 3억 팔천만년 전 바다속 화산활동으로 마그마가 분출되어 형성된 화강암 지대입니다. 그런데 해마다 이 곳에서 많은 인명사고가 난다는 군요.





해안의 화강암 바위는 멋진 비주얼을 보여주다보니 관광객들이 바다 가까이 다가가서 사진을 찍고 감상을 하다 거센 파도에 휩슬리거나 화강암 바위에서 미끄러져 일어나는 사고가 끊이질 않는다는군요. 






Peggy`s Cove 등대마을의 전경입니다. 전에는 랍스터등을 잡는 어부들이 많아서 한 때 300명이 넘는 거주자가 있기도 했다는군요.  그러나 근래 상업적 어업은 완전히 쇠퇴하여 약 30여명 정도로 인구가 줄었습니다. 관광객이 늘어나는 여름에는 상주 인구가 약간 늘어난다고 하는군요. 




마을에서 바다로 나가는 입구입니다. 쉴새없이 큰 파도가 몰아치는 인근 바다와는 달리 지형적으로 이렇게 천혜의 항구가 만들어져 대서양의 거친 파도로부터 보호되고 있으니 신기할 따름입니다. 




마을의 폐선과 폐어구들은 역사적 유물로 그대로 두고 있다고 합니다. 더이상 사용하지 않는 건물과 폐어구들..




원래는 학교 건물이었다고하는데 이제는 관광객들을 위한 식당으로 바뀌었습니다.



사람들의 거주지 중 상당수는 상점으로 바뀌었습니다. 이것은 보석가게




한 때 어민 300여명이 거주했다는 마을답게..



William Degarthe 라는 지역예술인의 추모 갤러리입니다. 핀랜드 출신의 이 예술가는 1920년대에 캐나다로 이민와서 마침내 이곳에 정착하여 많은 작품활동을 하였습니다. 시간이  늦어 폐관한 바람에 안에 들어가지 못했습니다. 



이분이 직접 이곳의 화강암 바위에다 조각한 것입니다. 길이 30m에 이르는 대작입니다. 지역 어부들과 그 가족들을 조각했다는군요.




서서히 어둠이 밀려듭니다.  등대를 전망하기 좋은 곳에 의자가 놓여있습니다.



바다 바람이 제법 차가운데도 로맨틱한 모습의 등대 주변엔 연인들이 많이 자리 잡고 있습니다.



노을이 지자 푸른 하늘이 살짝 드러나는근요. 







거친 파도의 대서양 바다를 바라보며 빨간 지붕의 하얀 등대, 그리고 알록달록한 색깔의 집들이 해안가에 자리잡고 있는 작은 어촌, 그 속에 담긴 이야기들.. 

Peggy`s Cove Light House 는 시골의 작은 등대 마을이지만 가히 아름다운 캐나다의 멋을 한 껏 느길 수 있는 숨은 진주와도 같은 곳입니다. 그래서 많은 사진가들도 끊임없이 이곳을 찾고 있다고 하네요. 





노바스코샤 케이프 브리턴 섬여행의 특별함은 하이랜드 국립공원의 멋진 자연과 함께 수백년 역사가 오롯이 재현되어 있는 곳, 바로Fortress of Louisbourg National Historic Site 를 경험하는 것입니다. 북미 식민지 시대 캐나다 역사의 한 축을 이루었던 18세기 프랑스의 흔적을 보고 느낄 수 있는 이 요새는 1713년 프랑스에 의해서 건설되었으나 이후 영국과의 두번에 걸친 전투결과 대부분 파괴된 것을 1960년에서야 캐나다 정부가 복원을 결정하여 오늘의 모습을 갖추게 되었습니다.


오늘 우리가 만날 이 유적지는 원래 요새 규모의 4분의 1만이 복원된 것이라는 사실을 감안한다면 18세기 당시 이곳이 얼마나 큰 주둔지였고 요새였는지 가히 놀라지 않을 수 없습니다. 여기서 말하는 Fortress 는 Fort 보다 규모가 커서 단지 군사적 목적의 요새(Fort) 를 넘어 배후 마을 town을 수반한 일종의 군사기지마을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복원된 규모만으로도 북미의 비슷한 옛 요새마을 중 세번 째에 들어갈 정도로 꽤 넓고 큰 유적지입니다.  지금은 많이 쇠퇴하고 사라졌지만 당시 대규모 명태 어업의 전진기지이기도 해서 매우 번성한 지역으로 이름을 날렸다고 합니다. Louisbourg는 태양왕으로 불리는 프랑스 루이 14세의 이름을 기려 명명되었습니다. 


이 매력적인 역사 유적지는 1년 내내 방문이 가능하며 시즌 별로 럼주 시음회, 인형극, 대포발사, 옛생활 재현 등 다채로운 행사가 열리고 주변에는 아름다운 대서양 바다를 따라 하이킹이 가능하여 해마다 수많은 여행객들이 찾는 곳입니다. 시리도록 푸른 대서양 바닷물을 바라보며 18세기 프랑스 식민지 요새의 정취를 맛보는 것은 캐나다 여행에서만 느낄 수 있는 또 다른 멋이 아닐까요. 





일정상 폐관할 무렵이어서 충분히 섭렵하지 못한 아쉬움은 있지만 외딴 바닷가에 동그마니 자리잡고 있는 300여년 전의 프랑스 요새는 그 고즈넉한 모습만으로도 마음 속에 깊은 인상을 남겼습니다. 지금 보는 모습이 그 때 당시의 4분의 1 규모라하니 실제는 어땠을까 상상하면 놀랍기 그지 없습니다.





요새 입구를 막 통과한 후의 전경입니다. 군인들의 막사 사령부 병기창등이 있는 곳입니다. 



입구에 바로 들어서면 교회가 있죠. 아담하고 소박하지만 정신적 위안을 얻기에 충분해 보입니다. 



당시 프랑스 위병의 복장을 한 근무자로부터 설명을 들을 수도 있어요. 



막사 앞 연병장이겠죠? 여름이면 이곳에서 캠핑 체험도 할 수 있다고 합니다. 멋지겟네요. 저멀리 파도소리에 깜깜한 밤하늘에 빛나는 별들, 그리고 은은한 막사의 불이 있는 곳에서 모닥불을 피워놓고... 

https://www.pc.gc.ca/en/lhn-nhs/ns/louisbourg/activ/nuit-night




시설들마다의 용도가 있을텐데요 시간이 부족하여 충분히 둘러보지 못하여 아쉬웠습니다.



성곽 위로 올라가볼까요





마을을 지키는 요새니 만치 바다를 향해 조준되어 있는 대포들..



당시 포병 복장을 한 근무자의 모습입니다. 



 자연환경이 아름다운 대서양 연안에 푸른 하늘과 바다를 배경으로 붉은 창문의 2층 막사가 있는 루이스부르그 주둔지. 화려하진 않지만 역사의 숨결이 느껴지고 소소한 이야기거리가 있어 소박한 매력이 있는 방문지입니다.



이중창을 한 막사는 혹독한 대서양 바람이 불어오는 겨울을 견뎌내기 위함이겟죠.



막사의 망루에서 바라본 모습. 저멀리 뒤로 루이스부르그 등대가 보입니다.   주차장 바로 옆에는 피크닉을 할 수도 있군요.  




성의 높이와 두께가 각각 약 10 m 가량 되는 매우 견고한 기지입니다. 이 대포는 여름 시즌에는 발사시범을 보인답니다.




막사안의 병사들의 거주지입니다.



옛프랑스 군의 휘장이 새겨진 모포




병사 복장을 하고 관광객들을 맞이하는 이 분은 동네 이웃처럼 친절하고 따뜻했습니다. 총을 들어 보았는데 엄청 무거웠어요^^




루이스부르그 병영에서 나오면 이렇게 주둔지 마을이 있죠. 일부만 복원되었지만 당시의 사는 모습들이 재현되어 있었어요. 




각각의 집들이 다른 모양으로 지어졌고 저마다 다른 일들을 하며 공동체를 이루어 살았답니다.





집마다에는 옛모습을 재현하고 설명하는 분들이 일하고 있었어요.



마을 공동체이니 만큼 종교인들도 있었겠죠. 수녀들의 주거 공간입니다.




거의 모든 것이 자급자족이었겠죠. 자수를 하는 부인..



마을 투어는 아기자기하면서 특별한 느낌을 갖게 합니다. 300여년 전 사람들의 살아간 흔적들..











색채가 참 예뻣습니다. 이국적인 느낌이 물씬 풍겼어요




루이스부르그 역사가 담고 있듯 캐나다는 영국과 프랑스의 다툼과 화해 속에서 생긴 나라죠. 진정한 다문화 복합문화의 나라입니다. 그런 배경 속에서 우리같은 아시안들을 비롯한 세계각국의 사람들이 함께 모자이크처럼 어우러져 살아가고 있는 것이고요. 캐나다 역시 이런 저런 문제가 있지만 미국과 달리 참 좋은 인간공동체의 모델임에는 틀림이 없습니다. - 이날 루이스부르그 투어를 마친 다음 소감.



루이스부르그..오래도록 기억에 남을 것 같습니다.



루이스부르그 등대가 보이는 곳에 엣 사람들의 묘지가 바다를 바라보며 만들어져 있네요. 두고온 유럽, 그네들의 고향을 그리며 죽어서라도 돌아가고 싶었겠죠.



석양을 뒤로 둔채 역사의 향기를 가슴속에 담은 채 루이스부르그를 떠났습니다. 



보기에 멋진 산, 오르기 어려운 산이 반드시 훌륭한 뷰를 제공하는 것은 아닙니다.  

오히려 보기에 밋밋하고 오르기 쉬운 산이지만 그 특별한 로케이션으로 인해 숨이 막힐 듯한 정상 뷰를 제공하는 산들이 있죠. 


오늘 다녀온 Cirque Peak이 바로 그런 산이 아닐까요?  개인적으로 세번 째 방문이었던 이 산을 또다시 설레임으로 다녀온 것은 정상에서 만나는 장면들과 정상에 이르기까지의 트레일 주변이  보석과도 같은 캐네디언 록키의 진수를 담고 있기 때문입니다. 


깎아지른 듯한 절벽과 뾰족한 봉우리, 온갖 풍상 속에 기기묘묘한 모습을 한채 억겁의 세월을 견뎌온 산들과 순백의 눈들이 수만년간 켜켜히 쌓여 거대한 얼음덩어리로 변하여 마치 강처럼 흘러내리는 빙하, 그리고 그 빙하 물이 모여 만든 신비로운 색깔의 호수들이 록키의 하드웨어라면 그 속에서 생명을 잉태하여 그 웅장한 자연을 생명의 보금자리로 만든 울창한 숲과 탁트인 메도우, 그 속의 야생화와 동물들은 록키의 소프트웨어라고 할 수 있을까요? 


Helen Lake, Cirque Peak 하이킹은 록키 최고의 하드웨어 소프트웨어를 만날 수 있는 곳 중의 하나입니다. 



Cirque Peak 정상에서는 이와같이 Bow Lake의 발원지를 한눈에 볼 수 있습니다. 캘거리를 지나는 보우강이 시작되는 지점이죠. 

거대한 빙원, Wapta Icefield 가 Bow Glacier 가 되어 흐르기 시작, 푸른 빙하호수를 하늘 바로 아래에 만들어 놓았습니다.  흔히 

Upper Bow Lake 라고 하나 원래 명칭은 Iceberg Lake인 하늘 아래 이 작은 호수는 오직  Cirque peak 에 올라와야 만날 수 있습니다. 



Bow Lake 입니다. Upper Bow 작은 호수 물이 흘러 이 크고 아름다운 호수를 만든 다음 장장 587km의 보우강이 시작됩니다. 



Cirque Peak, Helen Lake 하이킹에서 만나는 가장 스펙터클한 산, Dolomite Peak 입니다. 케네디언 록키에서 아주 독특한 지형의 산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태리 알프스 돌로마이트의 케네디언 버전입니다. 



원래 이곳 하이킹 트레일은 야생화들로 뒤덮인 초지입니다. 그러나 지금은 가을의 초입이라 대부분이 시들어 한 해를 마감하고 있습니다. 그나마 군락을 이룬 웨스턴 아네모네가 찬란했을 여름을 짐작하게 할 뿐. 




오늘 우리는 이런 장면들을 만나러 갑니다. 


이제 여정을 따라 함께 가보시죠. 




하이킹이 시작되는 Trail Head 입니다.  숲길을 따라 꽤 힘든 경사를 계속 올라가야 합니다. 숲길의 즐거움은 천천히 걷는데 있는 것인데 우리는 언제나 거의 이런 길을 그저 통과하는데 이용할 뿐이죠. 언젠간 좋은 숲길을 천천히 음미하며 걷고 싶기도 합니다.




산행 동료와 함께 사진을 찍은 이곳은 숲길 경사를 막 벗어나 본격적인 Meadow 초원으로 들어서는 지점, 이일대 아이콘 중 하나인 Dolomite Peak을 만나는 곳입니다. 



Helen Lake에서 내려온 물이 멋진 내를 이루어 작은 계곡을 만들었죠. 




이곳은 돌로마이트를 배경으로 멋진 사진을 찍을 수 있는 곳입니다. vantage point.



본격적인 Meadow walking, 초지 워킹을 즐기는 시간이죠. 이럴 때 가끔 뒤를 돌아보며 뒷경치도 즐길 줄 알아야 합니다.

인간의 눈은 대상에 쉽게 적응을 하는 편이라 좋은 경치도 한 참 보면 그게 그거죠. 그래서 내려올 때 보는 것 보다 이렇게 가끔 뒤돌아 보는 경치가 감동을 줍니다. 뒤로 보우 픽이 살짝 보이고 왼편에 Mt Andromache 와 구름에 가린 Hector Mt. 이 보이는 군요.



여름엔 야생화 천국인 곳인데 지금은 모두 지고 없군요. 하긴 이제부터 자연은 겨울대비로 분주해질 때죠.



헬렌 레이크와 그 뒤로 Cirque peak 입니다. 언뜻 평범해 보이지만 실제론 보이는 이상입니다. 



실제에 가까운 모습이네요^^  지극히 맑고 수정처럼 빛나는 호수죠. 보는 시기와 각도와 시간과 날씨에 따라 천차 만별입니다. 



잠깐의 휴식을 마친 후 이제 본격적인 정상 도전에 나섭니다. 600m 의 높이를 2km 가 채 안되는 거리로 올라야 하기 때문에 매우 힘든 오름이 될겁니다. 초행자는 아직은 모른다는 ㅎㅎ 



한해를 마감하는 길가의 야생화, 웨스턴 아네모네를 바라보면 웬지 쓸쓸함이 더해집니다.



록키의 지형은 매우 거친 듯 원시적입니다. 암석 산이 가진 특징이 아닐까요. 때론 풀한포기 없는 암반층, 오직 바람과 비와 눈과 바위와 흙이 오랜시간 어우러져 일군 모습 속에서 지구 역사를 밟고 가는 것을 느끼는 것. 



돌로마이트 픽, 보우 픽, 헥터 마운틴은 오늘 원도 없이 보았습니다. 왼쪽으로 Katherine Lake 가 있네요. 



어김없이 나타나는 자갈 스크리.. 그러나 여느 산과는 달리 미끄러짐이 그리 심하진 않았습니다. 정상이 멀지 않았습니다.



유일하게 Four wheel  모드로 오른 구간. 정상 바로 직전에 스크램블링 한 번 했습니다. 그러나 이 산의 rate가 easy 이기 때문에 이런 구간이 있으면 안되는 것.  사실 여기서 오른 쪽으로 돌아서 정상까지 two wheel로 걸어 올라갈 수 있습니다. 내려올 때는 그리로 내려왔어요.



드디어 정상을 찍었습니다. 제 1 정상입니다. 뒤로는 깎아지른 절벽이며 그 아래에는 빙하가 자리잡고 있습니다. 둥근 모양, 즉 cirque 형태를 이룬 채. 그래서 이 산이름이 Cirque peak 입니다. 



Wapta Icefield, Bow Glacier, Upper Bow Lake(Iceberg Lake), Bow Lake, Mt Thomson on right, Crowfoot Mt on left



Dolomite Peak, Mt. Andromache, Little Hector, Mt. Hector 가 왼쪽에 줄줄이 있고 그 넘어로 멀리에 레이크 루이스 산군들이 있을 테고 그 뒤 어딘가에 Assiniboine 이 있겠죠. 날이 맑으면 여기서도 보인답니다. 그리고 오른 쪽으로 Bow peak, Bowcrow peak, 그 뒤로 Balfour Mt.  앞쪽에 Crowfoot Mt. 뷰에 들어오는군요. 



헥터 마운틴 정상은 구름에 가려 보이지 않고 헥터 빙하는 당당한 자태를 뽐내는군요. 우리가 올랐던 리틀 헥터는 여기서보니 존재감이 없다는 ㅠㅠ



정상에서 굽어보니 이 산의 경사가 만만치 않음을 알 수 있습니다. 헬렌 네이크가 마치 절벽아래에 있는 것처럼 보입니다.



제 1정상 뒤의 제 2정상이 True Summit 입니다. 약간 더 높고 여기를 오르는 것이 기술적으로 어려워보여 많은 사람들이 가지 않는데 그런 정도는 아닙니다. 그 뒷편의 경치를 보기 위해서는 이 곳을 올라가는 것이 필요합니다. 



도로에서 멀어서 오르는 사람들이 많지 않지만 바로 앞에 보이는 몇몇 산들은 일부의 매니아들이 도전하는 산이기도 합니다. Watermelon Mt. 그 중의 한 산 이름인데 수박잘라놓은 듯한 모습이어서? 

그 훨씬 뒤로 보이는 눈 덮인 산이 해발 3373 m 의 Mt. Willingdon 입니다. 그리 어렵지 않은 알파인 등산으로 오를 수 있는 산이라 산꾼들 사이에선 꽤나 유명한 산이죠. 우리는? ㅎㅎ 



제 1 정상에 선 하이커들이 멀리 건너편의 경치를 바라보는 이 장면이야말로 오늘 산행의 압권 중 하나 아닐까요.



그 유명한 Peyto Lake가 살짝 보이네요. 사진 오른편 앞쪽 잘린 부분은 Observation Peak 이겠죠?



살짝 보이는 호수가 Isabella Lake 입니다.




Jimmy Simpson Mt. 이 Cirque Peak 제 1 정상 뒤로 보입니다. 페이토 호수 뒤 Mistaya Mt. , 오른 쪽의 Chephren Mt. 은 구름에 가렸습니다. 



이 걸 빼 놓을 수 없죠. Crowfoot Glacier, 까마귀 발 빙하입니다. 안타깝게도 발 모양을 점점 잃어가고 있습니다. 지구 온난화는 이미 1900년대 초 부터 진행되어 왔습니다. 



Dolomite Peak 바로아래의 Katherine Lake 역시 아름답기는 어느 호수에 못지 않습니다. 



원시 지구의 모습같기도 하고요..



위에서 바라본 헬렌 레이크는 푸른 눈이군요. 이쪽 wall 위쪽의 Tarn 역시 고고한 자태를 뽐내는 중.



정상 뷰를 감상하는 중에 산친구가 정상에 올랐네요. You Made it !!



시간에 따라 날씨가 약간 변화를 보이자 경치도 달라집니다.  역광의 강한 콘트라스트가 록키를 더욱 장엄하게 표현해주는 듯 합니다.



오전에 잔뜩흐렸던 날씨가 이렇게 화창하게 바뀌었습니다. 산을 찾은 우리들에게는 놀라운 축복이죠. 스모크도 많이 사라져 다행이엇습니다.



제 2정상에서의 친구들. 저만 뺀 단체 사진^^



점심도 먹었고.. 내려가긴 싫지만 하산합니다.   



하산 중의 여유..



스크램블링으로 하산 중



록키 산행의 큰 매력 중 하나. 암반 ridge 를 걷는 즐거움.. 록키마운틴이 주는 분명 색다른 경험입니다. 



이 잘생긴 산은 정말 봐도 봐도 질리지 않아요. 수년전 올랐던 기억이 새록새록..



결혼을 앞둔 커플이 백팩 매고 지고 웨딩 포토 찍으러 온 것을 하산 중에 목격합니다. 여기까지 거진 500m 높이 6km를 웨딩 드레스 입은 채 백팩 매고 걸어들어왔다는 것이 대단하네요. 



두분의 앞날을 축복하며..



호수로 돌아왔습니다. 




헥터 마운틴과 리틀 헥터가 선명하게 들어옵니다. 



돌로마이트 한 번 더가고 싶네요.





가을이 시작되는 즈음의 멋진 산행이었습니다.




오늘 함께했던 산친구들입니다.  다들 참 좋은 사람들.  부에나비스타 알파인클럽입니다.  



스코틀랜드 사람들의 링크스 골프코스에 대한 종주국으로서의 자부심은 대단합니다. The Open, 즉 PGA의 The British Open 을 일컫는 말로 골프에 대한 그들의 약간은 오만한 자존심을 함축하고 있지요. 그런데 그들의 골프에 대한 고집과 애정은 또한 이와같은 Links 골프장에도 녹아있습니다. The Open은 오로지 스코틀랜드에 있는 8군데의 Links Course 에서만 해마다 돌아가며 개최되니까요.


강한 바람, 깊은 러프와 항아리 벙커로 유명한 스코틀랜드해안의 그 골프장에서 치루는 The Open 경기를 보면 프로들도 쉽게 언더파를 치지 못할 때도 많지만 제가 이번에 제대로 된 링크스 골프장을 경험해보니 과연 이곳이야말로 영국인들이 그 옹골찬 자부심을 고집할만한 골프의 역사와 전통을 고스란히 느끼게 해주는 진짜 골프장이구나 하는 느낌을 가졌습니다.


해안가 모래가 강한 바람에 쓸려 곳곳에 둔덕을 만들어 내륙과 바다사이에 독특한 지형을 형성했습니다. 쌓인 모래에 남아 있는 염분은 비에 씻겼지만 여전히 식물이 자라기엔 너무나 척박한 땅이지요. 그러나 이곳에서도 생명은 잉태되고 자리를 잡습니다.  페스큐(Fescue)와 가시금작화(Gorse) 라고 하는 풀과 관목입니다. 모래땅에 깊이 뿌리를 박고 억센 잎으로 바람과 갈증을 견디는 녀석들. 이 곳에 공이 빠지면 찾는 것이 거의 불가능한 그런 환경이 만들어져 있습니다. 


대신 잔디는 바다바람을 맞고 자라니 서로 촘촘히 박혀 양탄자처럼 매끈합니다. 그러나 곳곳에 도사리고 있는 벙커는 깊은 항아리 벙커죠. 모래는 그 곳의 그 모래들입니다. 스코틀랜드 사람들은 벙커의 모래를 외부에서 가져오면 링크스 골프장으로 쳐주지 않죠. 그만큼 원래의 지형과 지세를 그대로 유지한 채, 배수관이나 통로등을 따로 만들지 않은 채 골프코스를 개발했기에 자연 그대로의 모습을 유지하고 있어 주변 경관도 매우 아름답습니다. 


Cabot Links Golf Course 는 노바스코샤, 즉 뉴스코틀랜드 해안가에 자리 잡은 전통적인 형태의 그림처럼 아름다운 Links 코스로 골프 다이제스트가 선정한 세계 Top 100 골프 코스에서 당당히 9위에 랭크된 세계적인 골프장입니다. 




멀리 수평선을 배경으로 1번홀을 출발합니다.



바닷가를 따라 코스가 진행됩니다.  


골프를 치지 않고 걷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즐겁습니다. 보기보다는 코스가 매우 어려워 아내들은 골프를 하지 않았습니다.



곳곳에 항아리 벙커. 멀리서 동반자가 샷을 하는 모습을 보노라니 뭔가 찡한 느낌이 오네요. 골프는 사실 홀로하는 개인플레이죠. 




정해진 목표에 도달하고 싶은 인간의 의지. 그러나 룰에 따라 정정당당히 해야하죠. 아무도 보지 않아도 지켜야합니다. 

          저멀리 해가 지는 바다를 향해 샷을 날리는 기분은 두려움과 설레임이 교차하는 그것.



아무 인위적인 꾸밈이 없어 좋은 골프코스였어요. 자연 속에서 생겨난 목동들의 놀이.  그러나 지금은 돈이 많이 드는 놀이가 되었네요.




Red Fox 가 아닐까 싶어요. 여우는 이런 지형에 매우 익숙한 것 같아요.  우릴 전혀 무서워하지도 않고 ㅎㅎ 



캐봇 링크스 골프장은 캐나다 3위, 세계 9위의 골프장이라고 합니다.




여행 중 유서깊은 곳에서의 골프는 특별한 느낌을 갖게 해주었습니다. 캐나다 대서양연안 세인트 로렌스 만을 바라보며 라운딩을 한 추억은 아주 오래도록 사라자지 않을 것 같네요.



 망망대해 대서양과 세인트로렌스 만을 바라보며 자리잡고 있는 Highland National Park 은 Cape Briton Island의 진수요 뛰어난 자연환경입니다. 1932년 국립공원으로 지정되었으며 100km 에 이르는 해안도로를 따라 수려한 풍경이 펼쳐지고 프렌취, 쎌틱문화가 곳곳에 남아 그 흔적을 맛볼 수 있습니다. 또 26개에 이르는 하이킹 트레일이 곳곳으로 뻗어 있어 연중 여행객들이 끊이지 않는 곳입니다. 


낚시와 고래구경, 자전거 하이킹과 골프, 하이킹을 취미에 따라 즐길 수 있는 곳, 곰과 사슴 등 많은 야생동물들의 안식처이자 단풍으로 유명한 울창한 숲이 있는 이 곳은 도시에서 멀어 내왕객이 덜해 호젓한 여행의 기회가 되기에 꼭 한 번 더 방문해보고 싶어요.




Cabot Trail은 운전하는 것만으로도 여행의 즐거움이 느껴집니다. 한적한 도로지만 캐나다 특유의 평화롭고 의연한 멋이 있는 길.



거칠고 장엄한 가운데의 고요함이 있는 곳. 비록 이름이 알려져있진 않지만 그 어떤 유명한 곳보다도 좋은 곳입니다. 



초기 프렌취 정착민의 역사가 느껴지는 마을입니다. 



그 길가에 있는 카페였는데 소박하면서도 정겨운 모습. 음식도 맛있었고 커피도 맛있어 정담을 나누기에 안성맞춤인 곳.



프렌취 풍 소보레와 수프가 아주아주 맛있었어요.



국립공원 안을 하이킹을 해야했지만 우리는 그냥 지나가는 여행객이었습니다. 제가 가장 싫어하는 형태 ㅎ 



저 푸른 대서양 바다를 바라보며 하이랜드 국립공원의 산 능선을 하이킹을 하지 못한 것이 두고두고 아쉬웠습니다. 그래서 다시 한 번 더 갈 구실이 생겼지만요.



단풍 역시 10월도 중순에 이르렀지만 올해는 상당히 늦어져서 절정이 아니었습니다. 이래저래 우리는 캐나다 동부의 제대로 된 단풍을 여지껏 못보고 있군요. 이 또한 동부 단풍 여행을 한 번 더 가야한다는 구실을 남겨 놓는 것이라 꿈이 있는 셈이네요.


제가 사는 캘거리와 노바스코샤의 핼리팩스는 세 시간의 시차가 있습니다. 그리고 비행시간이 약 5시간 정도 되기 때문에 거의 하루 나절이 걸리는 셈입니다. 아침에 출발하면 저녁에 도착하는거죠. 캐나다에서 국내여행은 해외여행이나 마찬가지입니다. 

그나마 직항편은 여름에만 운영되어서 나머지 계절에는 한 번 갈아타고 가야하는데 도착하면 거의 12시간이 지나가버리는 거죠. 


이러다보니 캐나다 서부와 동부는 말이 한 나라이지 거의 다른 나라처럼 살아가고 있다는 말이 실감이 납니다. 그래도 비행기를 타고 내릴 때 세관 검사 없고 출입국 검사 없으니 국내선 맞고 하나의 나라가 맞긴하네요.  지난 15년 이민 생활 중 이번에 세번째 동부 여행입니다. 


아침에 출발하여 핼리팩스에 오니 이미 저녁.  선배님 내외분이 반갑게 맞아 주셨구요. 맛난 저녁상까지 준비해서 멀리서 온 친구들을 행복하게 해주었습니다.  




하늘에서 내려다 본 노바스코샤.. 산은 거의 없고 대신 숲으로 뒤덮여 있음에 막 들기 시작한 단풍이 우리를 반겼습니다.  단풍은 원래 붉어야 제격이니 이민 15년만에 이제야 비로소 캐나다 단풍을 맛보는 순간입니다. 제가 사는 서부 캐나다의 가을색은 노란색, 황풍이죠.



도착한 첫날은 Dartmouth의 친구분의 집에서 여장을 풀었습니다. 바다 건너보이는 도시가 노바스코샤 주도인 헬리팩스입니다. 저녁풍경이 아름다웠습니다. 이곳과 저곳은 다리로 연결되어 있지만 Ferry로도 오갑니다. 



정성이 깃든 저녁상입니다. 



우리로 치면 불볼락 같은 붉은 생선인데 너무너무 맛있었어요^^ 



이제 본격적인 노바스코샤 여행을 시작합니다. 일정은 동쪽의 Cape Briton Island 일대를 둘러보고 오는 것인데 Highland National Park 과 역사 유적지인 Louisbourg 요새를 방문할 것입니다. 그리고 캐나다 넘버 3에 들어간다는 아름다운 골프장에서의 라운딩도 예정되어 있습니다. 우선 1 박을 할 케니프 브리튼의 멋진 펜션으로 출발을 했습니다.



동쪽으로 가는 하이웨이가 시원하게 뻗어 있습니다. 



대개의 동부 캐나다가 그러하듯 높은 산은 없지만 온통 숲으로 덮여 있어서 막 물들기 시작한 동부 단풍이 드라이빙의 즐거움을 안겨주는 그런 길이었습니다.



섬의 동쪽 끝으로 다가갈 수록 전망과 함께 그림처럼 아름다운 풍경이 펼쳐지더군요.



우리가 묵을 펜션입니다. 방두개짜리 아담한 집이었어요.



방명록입니다.



침실. 비취 하우스 답게 화이트에 불루톤이 살짝 입혀진. 



욕실 딸린 또하나의 침실 



거실겸 주방입니다. 세탁기와 건조기도 갖춰져 있고 냉장고엔 음료까지 있어 1박이지만 완벽한 주거환경입니다. 



소품들




식탁의 초



여행객들^^


이 집의 주인은 핼리팩스에 사는 은퇴자들인데 노후생활 보장으로 운영하고 있었어요. 이제 인근의 세계적인 골프장으로 가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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