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년 함께 해온 그녀를 떠나보내며.. (1편)
인연을 믿는다. 확률이다. 높고 낮음만 있을 뿐 우연을 가장해 놀라운 일들이 우리 삶 주변에서 일어나는 것이다.
관계로 얽혀 살아가며 관계의 물리법칙과 구조에 의해 영향을 주고 받으며.
 
나의 그녀는 이민와서 처음으로 신차로 구입한 쏘나타를 말한다.
NF Sonata V6 3.3L GLSI.
정식명칭이다. 235 마력의 강력한 성능에 ESC, ABS, 선루프, 크루즈 컨트롤, 5단 자동미션에 매뉴얼 모드까지 갖추었다.
쏘나타 사상 전무후무했던 6기통의 최첨단 사양을 갖춘 탑트림의 이 쏘나타는 독삼차 엔트리 모델 뺨치는 수준이었다.
지난 17년간 거의 고장 한번 없이 소모품만 갈며 나와 우리 가족에게 봉사했다. 가끔 쏘고 다니는 내게 스포츠 드라이빙의 즐거움도 선사하며 23만 킬로를 달려왔다.
 
며칠전 밤 11시 나는 그녀를 보내기 위해 이곳 중고 장터에 차의 스펙과 히스토리, 장단점등을 정성스럽게 작성하고있었다. 마음이 애틋했다. 첫정과 오래 맺은 관계를 잘 끊지 못하는 감성때문에 2년전에도 헤어지지 못했는데 여전히 힘들었다.
가격을 얼마로 부를지 고민했다. 마침 같은 싸이트에 거의 비슷한 스펙의 똑같은 차량이 올라와 있었다. 6990불.
 
내것보다 7만킬로를 덜 탔다. 상태도 조금더 나아보였다. 그렇다면 나는 그 반액은 가능하지 않을까 싶었다.
그런데 내가 알려주는 단점들을 고치려면 돈이 들어가지 않겠나 싶었다. 나라면, 얼마라면 살까? 자문했다.
그냥 2200불에 결정했다. 200불은 협상에서 깎아줄 생각이었다. 작성을 마친후 헤어질 결심을 하고 어렵사리
포스팅 클릭을 했다.
 
그런데... 1초도 지나지 않아서 첫 전화가 왔다.
지금 당장 보고 사겠다면서. 젊은 목소리.
" I think it's too late. Please call me back tomorrow morning"
그 젊은이는 지금 가까운 곳에 있다며 5분안에 당장 오겠으니 제발 만나달라고한다. 자기아내에게 줄 차라고했다.
(마음이 약간 짠했음)
 
그래라고 했다. 그런데 전화를 하는 중과 끊고 기다리는 그 짧은 시간에 수많은 택스트와 전화가 온다. 이 밤에. 모두 차를 사겠다는 사람들이다. 그 중에는 그냥 현금들고올테니 자기에게 팔란다. 2200불에. 그리고 또 한 사람, 캐쉬로 2500불 줄테니 자기에게 팔라고 한다.
 
내일 아침 6시에 오겠다는 사람, 1500불에 팔수 있냐고 묻는 사람 등등.. 아무에게도 답장을 하지 않았다. 우선 이 젊은 청년을 만나보고 결정하겠다는 생각에. 웬지 청년에게 마음이 갔고 돈이 중요하지 않다는 생각도 들었다. 5분후 도착한 그 젊은이는 차를 보고 이것저것 지적도 하고 함께 테스트 드라이브도 해보더니 1800불에 안되겠냐고 말한다.
 
이미 2200불 현금으로 주겠다는 사람, 2500불 바로 현금들고 오겠다는 사람, 그 사이에 한명더 2800불 주겠다는 사람까지 있었기에 바로 거절했다. 어둠에 자세히 보진 못했지만 젊은이는 선한 얼굴의 중동쪽 출신으로 보였다. 왜 내 마음이 이 청년에게 끌렸을까. 뭔가 알 수 없는 묘한 기분..
 
"200불 깎아줄게요. 이차가 오래되어 이곳 저곳 손볼덴 있지만 평판이 좋았던 현대 람다엔진의 성능은 여전히 아무 문제가 없으니 그 정도는 과한 요구가 아닐거예요. 지금 2800불까지 주겠다는 사람도 있는데 젊은이가 2000불 주면 차를 줄게요."
청년이 수락하여 딜!! 내가 토요일에 차를 건네 주겠다하고 그렇게 헤어졌다.
 
(2부에서 계속 -진짜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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