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하 30-40도, 체감온도 영하 50도. 겨울왕국 캐나다의 위엄을 보여주던 북극의 회오리 추위가 캐나다 동부를 강타하고 서서히 서부로 이동해오던 날 밴프국립공원의  Redearth Creek 으로 크로스 컨트리 스키트립을 떠났다.

고속도로는 이미 앞이 잘 안보일 정도로 강풍과 눈에 휩싸여 있고 길가엔 벌써 커다란 트럭 트레일러가 사고로 뒤집어져 있다. 이런 날씨엔 웬만하면나오지 않는 것이 상책이라지만 나는 벌써 마음이 설레고 기분이 한결 나아진다. 이런 혹독한 환경을 피하지 않고 크로스 컨트리 스키를 타러 산에 들어가는 것은 캐나다스러운 맛을 한 껏 느낄 수 있기에 오히려 기분이 좋아지는 것이다.


설경은 어디나 아름답지만 캐나다의 그것은 스케일이 있어 좋다. 3000m 급 석회암 산을 뒤덮은 눈은 알파인 마운틴의 웅장함과 수려함을 선사하며 압도적인 풍경을 자아낸다. 그리고 빽빽히 들어선 침엽수들은 온통 흰눈에 뒤덮여 경외심마저 불러 일으키는데... 


이런 겨울 산으로 들어가는 것은 마치 내가 그들 자연과 일체가 되어 그들의 의연함, 그들의 당당함, 그들의 넉넉함과 카리스마를 내려받는 느낌이어서 뭔가 가슴 뿌듯한 벅차오름을 경험하게 된다.  




크로스 컨트리 스키는 매우 훌륭한 겨울 스포츠이다. 눈이 많은 곳이라면 다운힐 스키와 함께 가히 겨울을 즐기는 레포츠의 꽃이라 불릴만 하다. 아름다운 설경 속 산을 스키를 타고 이리저리 누비고 다는 것은 생각만 해도 환상적이다. 


크로스컨트리 스키는 기본적으로 스키를 신고 눈길을 걷는 것이다. 오르막은 스키를 신은 채 걸어 올라가고 내리막은 활강하며 평지는 킥앤 글라이드로 셋팅된 트랙위를 미끌어지듯 걸어간다. 전신운동이 되며 균형감각과 함께 재미도 한 껏 느낄 수 있는 아주 좋은 레포츠인 것이다.




대부분의 스키트레일은 주정부나 Park Canada에서 스키를 탈 수 있도록 그루밍을 하여 눈 길을 다져놓고 트랙을 셋팅해 놓는다. 오늘은 직전에 내린 눈으로 인해 트랙이 덮여버렸다. 이런날은 조금 힘이 들긴 하지만 선행자들이 만들어 놓은 길을 따라 스키를 즐기는데는 큰 어려움이 없다.



일년에 반은 눈에 덮여 있는 록키산이다.





울창한 나무 숲 사이로 끝없이 난 길을 스키로 가노라면 무념무상, 마음이 비워지는 편안함을 맛보게 된다. 




크릭의 물이 얼지 않은 것이 신기하다. 물살이 세어 그런듯. 근처에 캠프그라운드가 있다. 주차장에서 약 7km 지점이다. 



체감온도 영하 25도의 찬 기온은 얼굴을 얼게 만들지만 몸은 어느새 땀에 젖어 있다. 엣지있는 혹독한 환경의 자연 속에서 온몸을 뒹굴며 부대끼는 이 것이 좋다. 캐나다 록키산 산골 소년의 단순하고 소박한 삶.. 




한 폭의 그림같은 풍경.. 마음이 정화되는 듯하다. 이 기분이 오래가야할터인데..





수북히 쌓인 눈이 사랑스럽기 그지없다. 록키에서 만나는 눈이 부시도록 새하얀 눈은 차가운 유혹이다. 




나오길 정말 잘했다. 손가락은 비록 곱아들어 때론 아프기까지 하지만 





함께한 동료들이 있어 더욱 좋았다. 




자연은 예술의 어머니임을 새삼 깨닫게 한다. 



캐나다.. 재미없는 천국이라 자조하듯 자랑하듯 애매하게 말하기도 하지만 재미는 찾아 누리기 나름. 오늘도 캐나다는 겨울 한복판에서살아 숨쉬는 자연과 그를 사랑하는 사람들이 일체가 되어 살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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