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요일 저녁에 쏘나타로 마지막 퇴근을 하며 기름을 채웠다. 웬지 그러고 싶었다. 새차를 사면 그렇게 해주잖아. 그리고 손 세차장에 들러 정성을 다해 안팎으로 차를 씻고 닦았다. 내가 17년동안 사랑한 차를 건네주는데 최대한 단장을 해서 보내고 싶었다.
비록 오래된 중고차 이지만 새 주인이 깨끗한 모습으로 최대한 멋지게 단장한 차를 만나야 하지 않겠나 싶었다. 타이어도 광을 내었다. 패션의 끝은 신발이라고.
그리고 집에 와서 마지막으로 차에 대한 자세한 설명과 상태에 대해, 무엇을 고치고 무엇을 조심해야하는지, 어떤 성능이 좋으며 숨은 기능이 무엇인지 정성스럽게 써서 감사 축하 카드와 함께 동봉했다.
드디어 차를 건네주는 아침. 헤어질 결심을 하기 위해 2년을 보낸후여서인지 가슴이 두근두근했다. 헤어지고 나면 어떤 기분일지 궁금했다. 날씨는 얼마나 청명했던지 인구 160만의 내 사는도시, 캘거리의 맑은 날은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곳 중 하나일 것이다. 푸른 하늘과 부드럽고 맑은 공기.
그 청년이 아내와 함께 왔다. 그리고 bill of sale을 작성하고 키와 돈을 주고 받는 과정.. 그런데 그 청년은 어딘가에서 본듯한 얼굴이었다. 처음 본 날은 미드나잇이어서 얼굴을 자세히 보지 못했었다.
" 에드워드, 나 너를 아는것 같아. 네 얼굴이.. 내가 아는 사람.."
"  너 하는 일이 뭔데?"
"한의사"
" 음.. 그렇다면 우리 엄마가 네게 갔을 수도.."
" 엉? 네 엄마 이름이 뭔데?"
"ㅇㅇㅇ"
"What!!! ㅇㅇㅇ? Omg! She is my patient!"
000은 작년에 1년동안 치료를 위해 나를 찾아왔던 환자였다. 물론 그 이전부터 나의 환자였다.
What a small world!
이럴 수가.. 어떻게 이런 인연이. 내 차를 사는 사람이 내 환자의 아들이라니. 다행히 그 환자는 나를 the nicest doctor이라고 했던 사람이었다. 좋은 관계였던 것이다. 그 아들은 매우 흡족해 했다. 믿을 수 있는 거래라고 생각이 들었겠지. 나 역시 기분이 좋았다.
내가 500불(50만원), 800불(80만원) 이나 더 주겠다는 제안들에 넘어가지 않고 이 청년에게 끌린 이유가 있었던 것이다.
좋은 인연은 돈보다도 더 소중한 법이다. 그로부터 나오는 에너지는 때론 말로 설명할 수 없는 힘으로 우리를 좋은 세상으로 인도한다.
인연은 우연을 가장한 필연의 관계, 네트워킹 되어 살아가는 우리들의 삶 속에 존재하는 통합적, 유기적 관계성을 말한다고 믿는다.우리가 만나는 모든 관계에 마음을 다하고 사랑을 다하며 진실을 다해 대해야하는 이유다.
쏘나타야 새주인에게도 사랑을 듬뿍 받으며, 사고 치지 말고 훌륭한 동반자가 되어주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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