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w River, Calgary


영상 9도의 맑은 날
포근한 봄날씨 같았던 날
참을수 없는 존재의 무거움을
등짐으로 진 채
그렇게 열린 하늘 속을
날아가듯 자전거를 탔다.


세상은 아름다웠고
삶은 무심히 흐르는 강물
같았다




72km bike ride on Saturday.

3 hours trip with 700m total elevation gain.


 

카나나스키스 록키의 언덕 한켠에서

엘보강을 내려다 보며 

애처로운듯 피어있는 한 무더기의 보랏빛 꽃

바람부는 가파른 언덕에 애처로운 듯 

옹기종기 모여 꽃을 피워낸 녀석들의 모습에서

이름모를 존재의 아름다움을 발견한다.


흔해빠졌기에 Common이라고 이름 붙였겠지만

그래서 더욱 친근하고 사랑스럽다. 

그들의 단순한듯 단아하고 청순한 자태 

귀해보이기까지 우아하고 고운 보라색은 

전혀 천박하지 않은 깊은 매력을 지녔다.


험하고 거친 자연 속에 아무렇게나 피어 

세상의 평범한 존재로 살아가지만 

지천에 있어 오히려 더욱 사랑스러운 

이 아름다운 아가씨의 이름은 

Common hare bell  이다. 


* 한국이름으로는 잔대꽃입니다. 이 녀석의 뿌리는 사삼이라는 한약재로 쓰입니다.

  가래 기침 해소에도 좋고 음기가 허한 데 좋은 효능을 가지고 있지요. 지혈작용도 해요. 


마치 사랑하는 연인의 품에 안기듯

록키의 품에 안겨들었다.

나는 언제나 그의 앞모습만 보았다.

언제나 내가 앞서고 그는 힘들게 따라왔기에.

그러나 이날 만큼은 그의 뒷모습을 유난히도 많이 보았다.

이날 이렇게 본 그의 뒷모습 그게 마지막이었다.

 

멀리 런들 산이 보인다.

그 늠름함이 오히려 야속하다.

눈 앞의 커먼 해어벨이 흩날리는 모습이

이날 따라 쓸쓸했다.

가을은 멀었지만

마음 속에 가을의 외로운 기운이 스쳤다.

그리고

내게 찾아온 무심한 느낌들.

이 모든 것은 단지 우연의 느낌일까.

 

나는 오늘 그의 천진한 웃음이 그리워진다.


알버타 평원의 새벽

새들도 잠에서 깨지 않은 이른 아침

누군가를 만나기라도 되어 있는 듯

무거운 몸을 일으켜 세웠다.


그리고 무작정 동쪽으로 열린 끝도 없는 길을 따라

목장을 지나고 초원을 가로지르며 달렸다.

안개가 자욱했고 세상은 고요했다.

그리고 나의 짧은 여행은 멈추었다.

오렌지 빛 하늘의 아우라.


더이상 갈 필요가 없었다.






언젠가 태양이 빛을 잃는다면 얼마나 절망적인가

남은 날들이 얼마나 삭막한 삶이 될 것인가

지난 1주일 기온이 냉동고보다도 더 떨어져 

지나가는 바람도 얼어버리고 하늘은 짙은 구름으로 가득했는데

오늘 마침내 겯히 구름 뒤로 푸른 하늘 나타나고 

어두웠던 집안으로 밝은 햇살 가득 쏟아져 들어왔다


세월호 그날 이후, 

고통보다도 저 아픈 절망 속에서 

짓눌리고 무거운 가슴되어 가냘픈 숨 겨우 내쉬던 나에게

이 햇살은 비록 달라진 것 아무 것도 없지만 

봄날 가득 쏟아져 들어올 따뜻한 세상에의 희망을 품게한다.


새로운 세상 거짓없는 세상,

사람사는 세상, 더불어 사는 세상에의 꿈

나는 그 꿈이 헛된 것이 아니라 현실로 나타나길 소망하며

이 멋진 은혜 가득한 장면을 찾아내었다.


저 어머니의 품과도 같고 얼굴과도 같이 화사한 햇살이

내 어두웠던 집안 구석구석을 만지듯 스며드는 것을 보고

나는 다시 일어서기로 한다. 


사랑하는 사람들 모두에게 위로와 평안, 용기와 희망이 가득하길 소원하며..

세월호 아직 끝나지 않은 슬픔과 비극의 역사에 정의가 강물처럼 흘러들어가길 소원하며..

어이없는 국가 폭력으로 한 많은 생을 마감한 백남기님과 그 보다 더한 고통을 오롯이 받아든

유가족과 이땅의 모든 가슴아파하는 형제 자매님들에게 깊은 연대와 사랑을 전하며... 




한 낮에 꿈을 꾸었지

하얀 겨울의 텅빈 세상이었어

멀어질 수록 희미한 기억처럼

세상은 빛바랜 낡은 사진과도 같았지

누군가를 기다리듯

빈의자만이 선명했어






내가 사는 도시를 살짝 벗어나면 
사방팔방으로 인디언 밴드라고 불리는 원주민들의 거주지가 있습니다.
Indian Reservation 이라고도 하지요.
그러나 아무도 그렇게 부르는 사람들은 없습니다.
그것은 백인에게나 원주민에게나 모두 
잊고 싶은 비극의 역사를 상징하는 말이기 때문입니다.




그 중의 한 곳, 스토니 원주민의 Chiniki band 의 한 농가 위로 
휘영청 보름달이 떠 올랐습니다.
달이 무척 크더군요. 
tipi 라고 불리는 원주민의 옛 천막 거주지가 언덕위로 보입니다.
달과 잘 어울리는 그들의 전통 가옥이죠. 
그러나 전신주 위에 얹혀진듯 한 모습이 특이 하면서도 
무엇인가 슬픔을 자아내는 것은 왜일까요.




이 풍요로움의 상징인 보름달

그저 아름답다고만은 할 수 없는 것은 

저 어둠 속에 묻힌 그들의 아픈 기억들 때문이겠죠.







가을은 이미 지나버린지 오래

그 화려함 뒤의 애틋한 정은 이미 
마른 잎사귀로 변해 버렸지.

흰 눈을 좋아했지만 
쌓일듯 말듯 흩어진 모습은 웬지
다시 오지 않을 너를 생각나게 해.

봄은 아직도 저만치에 있기에
아마도 나는 아직 꿈을 꿀 수 밖에 없는 것.

아무도 귀기울이지 않는 나의 이야기
그저 진부하고 낡아빠진 독백.
마당에 내 꿈이 흩어져 날린다.





  아무도 찾지 않는 2월의 공원, 해가 기울어가는 오후

그래서 더욱 쓸쓸하였겠지요.

영하의 날선 바람을 온 몸으로 받아내며 얼어붙은 서리를 입은 채

그 질기고 오랜 인연을 놓지 않겠다는 듯 어미 몸에 붙어 있는 당신에게서

녹색의 클로로필 보다도 더욱 선연한 생명을 느꼈소.



내일을 향해 저물어 가는 오늘
내일이 또 하나의 오늘될 것이기에

아무것도 새로운 것이란 없다.

다만 그 순간의 아름다움만 빛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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