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사는 캘거리는 올림픽으로 한국과 제법 인연이 있다.
1988년 하계 서울 올림픽때 캘거리는 같은 해에 동계올림픽을 개최했었다.
그리고 이제 평창에서 동계올림픽이 개최되는데 캘거리 역시 2026 동계올림픽
유치신청을 놓고 갑론을박 중이다. 엄청난 돈이 들어가는 데 비해 경제적 효과는
미미하고 대회 기간 중 불편 사항도 많은 데다가 올림픽에 대한 관심과 호응도 옛날같지 않아서이다.

올림픽은 다분히 정치적이다. 스포츠는 정치와 무관하며 그래야한다고 떠들곤 있지만 대개는 헛소리. 역대 거의 대부분의 올림픽이 국내외적으로 정치에 이용당하고 휘말렸다. 사실 근대 올림픽의 시작부터가 정치적이었다.

지독한 인종주의자 쿠베르탱 영감탱이는 백인들의 우월성과 남성들의 우월성을
과시하기 위한 일환으로 올림픽을 창시했다. 다분히 정치적 의도를 가진 올림픽 창시였다. 그리고 "계집애들이 무슨 올림픽인가.." 라고 말하기까지 한 쿠영감탱이는 여성차별주의자였으며 세상엔 1등 백인 종족과 그외 2등종족이 있을 뿐이라고 외친 인종주의자였다.

그 전통에 따라 올림픽은 인종주의가 끊임없이 표출되어왔다. 심지어 레슬링 퇴출위기는 인종주의의 극명한 본보기다. 남자는 이란이 휩쓸고 여자는 일본이 휩쓸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의 독보적 종목인 양궁에서 오직 한국만을 겨냥하여 룰을 수없이 바꾸는 짓거리를 하는 것을 보아도 올림픽은 백인들의 우월성을 과시하는 잔치여야하는 것을 알 수 있다.

베를린 올림픽은 인종주의 올림픽의 표본이었다. 아리안 족의 위대함을 알리는 올림픽으로 이용되었다. 그러나 제시 오웬스라는 탁월한 인물과 손기정님에 의해 히틀러의 자존심은 팍팍 구겨져 버리고 만다. 그리고 여성운동의 약진에 따라 여성 올림피안들도 획기적으로 늘어갔다. 인종 및 성 차별적 성격은 인류진보의 물결을 타고 희석되어갔다.

즉 정치적 인종적 한계를 가졌음에도 올림픽은 지구촌의 잔치로 발전해왔다. 그러한 올림픽 진보의 힘은 올림픽 정신에 있다. 많이 훼손되긴 했으나 여전히 고귀한 정신으로 추앙받는 순수한 아마추어리즘과 세계평화에 기여하는 인류 화합의 잔치라는 점 말이다.

그런 점에서 이번 평창 올림픽의 남북 동시 입장과 여자 하키 단일팀은 올림픽 정신에 매우 부합하는 의미를 지닌 결정이었다고 생각한다. 전쟁 위기를 해소하고 상호 긴장을 풀어내는 것에 이보다 더 극적인 이벤트가 어디 있었겠나. 평창올림픽을 이명박정권이 유치할 때 한반도의 통일염원을 담아 세계평화에 기여한다는 명분으로 표를 받았다. 과거 여당이 단일팀 구성 등에 적극찬성한 것도 바로 이와같은 올림픽 정신이 한반도 평화에 기여하는바가 크기 때문이다.

여자 하키 팀의 일부 선수들의 실망이 컸다는 점 이해가 간다. 그러나 솔직히 말해 여자하키도 평창 올림픽으로 인해 비로소 세상 구경하게된 것 아닌가. 그동안 여자 아이스하키가 한국 스포츠계에서 무슨 존재감이 있었으며 올림픽 이후 스포츠의 대중적인 지속성 역시 거의 난망하다고볼 때 이정도로 국민적 관심 속에서 뜬 것만 해도 감지덕지해야할 것 아닌가 싶다.

결과적으로 여자 아이스하키가 좋은 스포츠임을 국민들에게 소개하는 좋은 기회가 되었으니 단일팀은 좋은 결정이었다. 마찬가지로 우리가 원래 잘했던 종목외 많은 생소한 종목들에 우리 선수들이 참가하는데 하키와 함께 이런 종목들에 관심을 가지고 저변을 확대하는 계기로 삼는 것도 필요하다.

예기치 않은 남북 단일팀 결성으로 선수 구성과 출전 시간에 변화가 생겼지만 결국은 한반도 평화정착을 위한 작은 출발로서의 의미, 즉 대승적으로 해결되었으니 그들이 비록 전패를 하였으나 이미 크게 승리한 것이나 다름이 없다.

올림픽은 다분히 정치적이다. 펜스 극우 기독주의자 가 보여준 어처구니없는 행동이나 아베의 똘만이 짓, 그리고 이 두 극우분자들이 개회식 때 단일팀에 대해 보인 무례함은 스포츠를 정치에 이용한 대표적인 케이스다.

그러나 그럼에도 우리는 올림픽 정신을 말하는 것에 인색하지 말아야한다. 여자아이스하키팀이 올림픽 정신에 맞추어 참가에 큰 의의를 두고 특히 남북이 하나로 뭉쳐 나온다는 것이 주는 상징성을 크게 부각시킨 것처럼.

그러면서도 올림픽이 주는 정치적 도움 역시 외면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 무엇보다 남북 단일팀으로 오랫동안 북핵문제로 전쟁위기 속에 힘들었던 시간들을 뒤로하고 한반도 평화정착을 위한 큰 걸음을 내딛는 좋은 기회로 삼아야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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