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피자의 대단한 팬은 아니다.
레스토랑에서 먹기엔 뭔가 가볍고 허전하다고 여기는데다 불에 녹인 치즈의 느끼함을 그리 좋아하지 않기에.
그런데 오늘 따라 갑자기 피자가 아닌 핏짜가 생각났다.
언젠가 캘거리 해럴드에서 읽은 나폴리탄 핏짜 기사가 떠올랐는데
“ 은애야(난 아직 아내를 이름으로 부른다) 우리 오늘
주말 브런취로 핏짜 먹을래?”
“ 어머..나도 며칠전부터 피자가 생각났는데.. ㅎㅎ“
” OK!! 그러면 오늘 피자 말고 핏짜 먹으러 가자”
피자와 핏짜의 차이는 뉴욕과 나폴리만큼 멀다!
내가 처음 피자를 접한 것은 대구 캠프 워커에서 카투사로 복무할 때였다.
패트롤카에 타서 미군 파트너와 영내 순찰을 돌던중 파트너 마이클이 Hilltop 레스토랑에서 피자를 주문해
차 안에서 먹는 것이었다.
처음 맡아본 구수한 냄새가 진동했고 침이 고이기 시작했지만 마이클은 한국인이 아니었다.
먹어보란 말없이 아무렇지도 않게 그 울긋불긋 신기한 모양의 느끼 고소해 보인 피자를 혼자서 다 먹어치웠다.
나는 그 후로도 피자란 것을 오랫동안 먹지 않았다. 묘한 자존심도 있었다.
이민 오기전 1997년 미국에 갔을 때 처음으로 동료들과 피자헛에서 피자를 먹었다.
크기가 장난 아니었고 피자 빵의 두께는 5센티는 되어 보였다.
그리고 햄과 치즈가 범벅이된.. 한조각 먹은 다음 그만두었다.
’내가 그때 혼자먹는 마이클의 모습 흘깃흘깃 훔쳐보며 입맛다시던 그 음식이 이것이었다고?‘
이후 이민 와서 아내의 음식 솜씨가 날로 일취 월장하며 아이들이 좋아하는 핏짜를 집에서 만들어서 먹었다.
얇은 핏짜 빵에 붉은 토마토, 모짜레라 치즈, 바질까지 얹어 맛있게 구워내 맛과 풍미가 좋은 그 핏짜가
바로 나폴리 마게리타 핏짜라는 것을 최근에야 알았다.
이태리 나폴리 아래 쪽에 Italy’s 50 Top Pizza 라는 피자레스토랑 가이드 단체가 있다.
대단한 권위를 가진 것은 아닌듯 하나 이들이 전세계를 대상으로 찐 나폴리 핏짜를 먹어불 수 있는
훌륭한 정보를 제공해주는 것임은 의심할 바가 없다.
이단체는 2017년 이래 매년 이태리 포함 전세계의 핏짜 레스토랑을 심사하여 100위까지 순위를 매겨 발표한다.
‘100 best pizzerias in the world’
적어도 전통 나폴리 핏짜 레스토랑 순위로는 의미가 있는 듯하다.
이 순위에 들기 위해서는 몇가지 필수 요건이 있는데
이태리의 제빵용 밀가루, 이태리산 천연 효모, 산마리노의 토마토, 캄파냐, 부팔라 치즈를 써야하고
수백년 노하우의 이태리에서 제작한 장작용 화덕에서 구워야하며 나폴리 핏짜의 레시피대로,
빵두께는 0.3mm로 만들어야 한다는 조건이 붙는다.
그리고 레스토랑의 분위기, 직원의 친절함 등까지 고려하여 종합적으로 순위를 매겨 발표하는데
올해 이 순위에 캐나다에서는 두개의 핏짜 레스토랑이 선정되었고 그 중 하나가 놀랍게도 캘거리에 있었다.
나머지 하나는 BC 주 빅토리아 씨티에 있다.
세계 1위는 놀랍게도 이태리가 아닌 미국 뉴욕에 있고 미국과 스페인이 단골 1등인듯 하다. 3위는 도쿄에 있다.
한국에는 딱 한 곳이 100위안에 들었다. 66위. Spacca Napoli, 합정동에 있다.
Pizza Culture. 이 단체가 선정한 캐나다 1위, 캘거리의 정통 나폴리탄 핏짜 레스토랑이다.
2020년에 오픈한 이 식당은 모든 재료를 이태리에서 직접 가져오고 식당안에 놓인 커다란 화덕은
이태리에서 제작하여 들여왔다. 그들이 제공하는 와인과 맥주 역시 죄다 이태리에서 직접 수입해온 것들이다.
가격은 당연히 비쌌다. 그러나 오픈 하자마자 들어갔던 레스토랑은 이내 완전히 만석이 되었다.
맛은 어땟을까? 그 비싼 가격의 값어치를 했다. 거기다가 맥주 맛이 일품이었다. 놀랍도록!
한국에 치맥이 있다면 이태리엔 피맥이 있을 법하다고 생각해려도 좋을 만큼.
피자 광팬이 아닌 내가 다음에 한 번 더 오고 싶다할 정도로 피자가 맛있었다. 대개 피자 빵의 가장자리 부분은 잘 안먹게 되는데 이 곳의 피자는 하나 남김없이 모두 다 먹었다. 얇은 빵과 두꺼운 가장자리 모두 맛있었다. 확실히 밀가루의 질이 달라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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