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과 풍경. 

풍경이 있는 곳에 항상 사람이 있습니다. 

사람이 없고서야  풍경이란 무의미하지 않을까요. 

아름다움이란 곧 사람의 시선, 생각, 느낌일 겁니다. 



그동안 다닌 산에 비해 상대적으로 밋밋했던 길이었음에도 

함께한 사람들로 인하여 산행이 즐거웠으며 

혼자였다면 도중에 포기하고 돌아왔을 만큼 성가시기도 한 조건이었음에도

좋은 동반자들이 있었기에 곳곳에 숨은 즐거움을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오늘 오른 산은 Exshaw Mountain. 록키가 시작되는 Bow Valley  Kananskis 입구에 어떤 광물을 뽑아내는 공장과 시멘트 공장이 있는 그 곳에 Exshaw라고 불리는 작은 마을(hamlet) 이 있고 이 산은 바로 그 뒤에 다소곳한 모습으로 자리하고 있었습니다.




Exshaw는 19세기 후반과 20세기 초반에 걸쳐 살았던, 1900년 파리 올림픽 요트 금메달 리스트였고 장인을 도와 시멘트 공장을 이곳에 만든 사람이라고 하는군요. 그 장인이 사위 이름을 이곳 마을에 붙였군요.(위키 피디어)


Hamlet 이란 village 보다도 규모가 작은, 일반적으로 church 가 없는 작은 거주지를 말하는데 중세 영국으로부터 유래된 명칭입니다. Hamlet of Exshaw 는 약 400명 정도의 사람들이 거주하는데 아마도 대부분은 시멘트 및 광업 플랜트와 관련된 사람들이겟죠.



이제 아침의 시작이 많이 늦어 졌습니다. 캘거리는 아름다운 아침의 도시입니다.



엑쇼 마을이 채 잠에서 깨기전 산행은 시작됩니다.  산행의 첫번째 장애물인가요?  




오늘도 산행 대장만 믿고 아무런 공부도 없이 따라온 대책없는 산친구들을 위해 길찾고 안전하게 인도하느라 내내 애쓰신 산행대장님. 오늘따라 든든한 모습입니다. 




시멘트 공장입니다. 최고의 자연속에 공장이 있으니 불협화음인데 이게 또 뭔가 묘한 늬앙스를 풍기는 것 같단 말이에요.세계 최고의 자연을 찾는 사람들이 처음 보는 것은 산이 아닌 공장, 자연의 보고 앞에서 산을 깎아내는 현장이란 말이죠. 




보우 강을 품고 록키산에 둘러쌓인 엑쇼 마을은 아늑한 느낌보다는 뭔가 황량한 분위기, 건조하고 차가운 느낌이 드는 것은 아마도 바로 옆의 공장 때문일까요? 


원래는 밴프 국립공원의 Entrance 가 엑쇼 마을 동쪽에 있었는데 그것이 현재의 위치로 옮겨졌답니다. 그만큼 엑쇼 마을 주변 역시 국립공원만큼 멋지고 훌륭한 자연환경을 자랑하며 많은 하이킹 코스와 호수, 강이 잘 어우러져 있습니다. 



오늘 구름이 아침부터 심상찮습니다. 바람도 많이 불었는데 아마 그것과 관련이 있었던 것 같습니다. 



이곳을 지나는 보우강은 meander 라고 하죠? 구불구불 구부러진 모양을 이루고 있습니다. 그래서 매우 아름다운 곡선을 이루며 곳곳에 호수와 폰드를 만들어 놓았죠. 여전히 매우 푸른 강이구요. 




산을 오르는 중, 투박한 비탈면에 시들어 있는 이름모를 풀을 발견합니다.  어쩌면 가을의 참아름다움은 시든 가운데서 찾아낼 수 있지 않을까요.



지오 캐슁 함을 발견했네요.  이것 찾는 사람들은 온 천지를 지피에스로 찾아 해매죠. 



산 중턱부터는 겨울을 걷기 시작합니다. 새로 내린 눈이 얼마나 폭신하든지 그 부드러운 감촉이 지금도 생생하게 느껴집니다. 



함께하는 산친구들의 경력은 대단합니다. 이미 록키의 험산준령 100개를 넘긴 분들, 산행경력 15년 이상의 베테랑들이죠.












빛이 그려내는 풍경은 역광이 될 때 인간의 시선을 더욱 세밀하게 만들어주지요. 카메라는 단지 그것을 잡아내는 도구일 뿐. 





그리고 주변 작은 자연은 초상화의 프레임이 되기도 합니다.










겨울산행은 흑백의 짙은 콘트라스트가 주는 아름다움을 한껏 감상할 수 있게합니다.



오늘 산행은 길을 한참 벗어나 그냥 파르티잔처럼 설산을 기어 오릅니다. 



아직 10월 초, 눈이 그리 깊지 않기에 가능한 산행입니다.




솔방울들이 겨울잠으로 들어가는 시기죠.



동료들이 있었기에 투박하고 지루한 숲 속 눈길을 걸어 올라왔고 그래서 이런 장면을 만나는 거죠.




소복하게 쌓인 눈, 적당한 바람, 눈부신 햇살이 만들어내는 겨울 산의 아름다움입니다.




그렇습니다. 우리 모두에게 희열할 자격은 충분하죠. 



정상에 오르느라 수고 많으셨습니다.





산 정상의 고목나무는 세월의 흔적이죠. 아름다운 풍경입니다.  맑은 하늘과 하얀 눈, 그리고 눈 덮인 록키의 봉우리가 훌륭한 배경이 되어주었습니다.





로히드 마운틴, 윈드 타워, 림월 마운틴의 웅장한 모습을 잘 볼 수 있었어요. 



맥도날드 산이 멀리 보입니다. 



정상에서는 바람도 많이 불고 다소 추웠어요.



아침에 보았던 그 구름이 좀더 발전하여 역동적인 모습이 되어 있었어요




적란운과 lens cloud 등..잘은 모르지만 그런 것 같고.. 




구름을 쫒아 다니는 사진가들도 있던데.. 그럴만 하죠



부부산악인이라 칭해도 좋을만큼 록키산에 관한한 둘째가라면 서러울 그런 부부죠. 150개 이상의 록키 봉우리를 올랐습니다.




제 사진 한 장더




가을은 눈 속에서도 살아 남아 그 빛나는 세상의 한 존재로서의 당당함을 외치고.. 



아침 뿐 아니라 오후 햇살 역시 빛그림의 아름다움을 만들어냅니다. 





이제 거의 평지로 들어섰어요. 이 숲길은 정말이지 걷기에 최고였어요. 상큼한 박하향처럼 머리를 맑게해주고 몸을 씻겨주는 듯 청량하였습니다.




마운틴 바이크 라이딩의 흔적들.. 



함께 산행했던 동료들입니다.



즐겁게 마무리^^


남은 가을이 마음을 애틋하게 해주네요.




비록 초점을 흐렸지만 멋진 추억을 간직하게해주는 사진입니다.  


아름다운 풍경은 아름다운 사람들에 의해서 완성된다.  오늘 산행이 주는 의미라고 할까요.. 





1916년 5월, 제 1차 세계대전이 한창 치열한 때 독일제국은 그 때까지 철옹성으로 영국 해군이 장악하고 있던 

북해의 해상권을 뺏기위해 100여척에 달하는 대 선단을 이끌고 영국 해군과의 일전에 나섰습니다.

영국은 북해 제해권을 지키기 위해 150여척에 달하는 초대형 선단을 동원해 이에 맞섰습니다.


양쪽 선단에는 Dreadnought  라고 불리는 대구경 함포 장착 전함이 수십대씩 포함되어 
역사상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이 전함들 사이에 대격돌이 일어나게 됩니다. 원거리 포격전을 
주전술로 하는 이 거함들은 그때까지의 해전 양상을 바꾸어 놓은 획기적 전함입니다. 

이 해전에 참여했던 그 수많은 전함들이 Indefatigable, Warspite, Galatea, Sparrowhawk 등등으로 그 이름들이 카나나스키스 록키의 산들에 붙어있습니다. 
이 역사적인 해전이 곧, 6000여명의 전사자를 낸 영국이 전술적으로는 패했으나 전략적으로는 제해권을 계속 지키게된 Jutland sea battle, 즉 유틀란트 해전입니다. 

1차 세계대전이 끝나자 캐나다에 애국열풍이 불어닥쳤고 그 결과의 하나로  카나나스키스의 수많은 산들에 이해전에 참여했던 전함과 군인들, 그리고 그 부속 인물들의 이름이 명명되었습니다. 당시 알버타 인구는 50만이 채 안되었지만 1차 세계대전에 참전한 군인이 5만명에 이를만큼 원래 애국열풍은 강열했습니다. 아마도 이런 분위기는 웅장한 카나나스키스 록키의 봉우리들에 영국전함들의 이름을 붙이는 것을 자연스럽게 했겠지요. 

Upper Lake 위쪽 Kananaskis Range에 위치한 Mt. Invincible 도 그중의 하나이며 그 전함을 지휘했던 제독이
바로 오늘 우리가 오를 산이름의 주인공 Hood Horace입니다. 그는 인빈서블호와 함께 북해 바다에 가라앉았습니다.  그외 주변의 산들, 크릭에서 바로 보이는 웅장한 석회암산인 Mt. Blane, 그 왼쪽의  Mt. Broc, 그리고  Mt. Hood 바로 앞의 Mt.Packenham, 그리고 Mt Evan-Thomas 등 이 모두가 Jutland 해전에 참여했던 영국해군의 전함을 지휘한 장교들이었습니다.

Mt. Hood는 근처 오팔 산군의 몇 안되는, 일반인 스크램블링이 가능한 산중의 하나로 해발 2900m / 게인 1200m / 왕복 11km 의 Moderate 코스 입니다. 
Mt. Hood 산행은 수해로 처참하게 파괴되었으나 곳곳에 그 아름다움이 남아 있는 Creek walking, 영화 속 한 장면같은 Grass ridge walking, 적당한 난이도로 즐거움을 주는 scrambling, 그리고 정상에서 맛보는 카나나스키스 벨리와 산군, 오팔산군의 놀라운 파노라마 경치까지 마치 4부작 드라마같은 산행이었습니다. 

1부 크릭워킹 



킹크릭의 초입부 멀리 보이는 산은 Mt. Blane 입니다. 날씨 좋을 땐 새하얀 석회석의 정상부분이 마치 여름에도 눈이 내린듯 하지요. 얼마나 아름다운지 모릅니다. 
이 산 이름 역시 유트란트 해전의 영국군 함장이었습니다.  그러나 그렇게 아름다웠던 킹크릭은 몇년전 수해의 상흔으로 여전히 아픔 속에 신음하고 있었어요.


수해로 인해 쓸려 내려온 나무들이 여전히 이러저리 흩어져 있고 물길도 바뀌어 있었어요. 이전에는 이 계곡이 나무 징검다리가 놓인 정말 예쁜 계곡이었는데 이제는 
걷기에는 장애물들이 너무 많아 통과하는 데 다소 성가시기까지 했습니다. 


그런 중에도 만나는 자연의 작품들은 여전히 이 계곡이 귀한 유산임을 보여줍니다. 언젠간 자연이 지닌 위대한 회복력으로 옛 모습을 찾을 것이라 믿으며..


평소라면 즐거운 마음으로 통과했을 계곡이 오늘은 가장 힘든 코스 중의 하나가 되었습니다. 안으로 제법 깊이 들어왔습니다. 


그런 중에도 이렇게 좁은 계곡에 걸쳐있는 나무 징검다리를 건너는 순간엔 어렸을 적의 추억을 떠올려 즐거움 마음이 되었습니다.


베인 베리라는 앙증맞은 빨간색의 베리 종류입니다. 먹을 수 없어요. 


계곡물가에 핀 이끼식물은 매우 선명한 채 우리 눈을 시원하게 해줍니다. 


fireweed 라는 야생화입니다. 


겨울이 매우 혹독하기에 변온동물인 뱀이나 개구리가 겨울을 넘기지 못해 살지 못한다고 알고 있었는데 두꺼비로 보이는 이녀석을 발견했습니다. 신기했어요. 캘거리와 록키산 일대에는 뱀이 없다고 보아도 무방하고 또 바퀴벌레가 없습니다. 시궁쥐도 없고.. 추운 날씨로 인해 햠오 동물 중 없는 동물들이 많은 것은 좋은 점이죠. 


하산시에 계곡에 다시 접어들자 안개비가 촉촉히 내렸어요


2부 릿지 워킹



지난 봄에 이곳을 찾았을 때는 온통 무릎까지 빠지는 눈을 헤치며 걸었었는데 어느새 풀들이 무릎이상으로 자라 있습니다.  자연은 이렇게 오묘한 변화 속에서 자신의 모습을 끝없이 지켜나가고 있어요. 


마치 자유와 평화를 찾아 넘어가던 알프스의 그 언덕처럼  관목과 잡풀로 우거진 능선을 올라가는 마음은 새로운 세상을 만나러 가는 설레임 그 자체였습니다. 


그런데 자유도 좋고 평화도 좋지만 이 경사가 장난이 아니었어요. 계곡을 지나오느라 진이 어느정도 빠진 다음이니 경사를 오르는 것은 매우 힘든 여정이었습니다.
그러나 문득 뒤를 돌아보면 놀라운 세상의 멋지고 아름다운 모습에 이내 곧 넋을 잃고 말죠. 


내려올 때는 이 장면을 가슴에 안고 내려가기에 가슴에 차오르는 감동의 깊이는 말로 다하기 어렵답니다. 숨도 차지 않고 즐거움이 가득한 순간이죠.


관목 들 역시 가을색으로 이미 변하여 아름다운 작품을 만들어 주고 있어요. 이런 예쁜 가을을 찾는 기쁨은 릿지워킹의 잊을 수 없는 매력 중 하나입니다. 


3부 스크램블링



동료들이 힘겹게 오르는 능선 바로 뒤로 보이는 가로고 길게 뻗은 언덕이 유명한 킹크릭 릿지입니다. 사계절 오르내릴 수 있는 멋진 하이킹 코스죠. 
오늘 우리와 함께 다니던 팀의 일부 멤버들이 저 산을 하이킹 중에 있습니다. 


록키산 등산의 빼놓을 수 없는 매략중의 하나가 바로 이 스크램블링에 있습니다. 손과 발을 써서 바위경사와 암벽을 넘어가는 것을 말합니다. 물론 위험한 구간도 있기에
오르는 산마다 등급을 나누어 놓았습니다. 오늘 오르는 산의 등급은 중급입니다.  경사가 다소 급한 것 빼놓고는 그리 위험하지는 않았습니다.


스크램블링 구간에서 만나는 주변의 풍경은 대개 드라마틱합니다. 그만큼 위로 오를 수록 더욱 험한 지형을 하고 있는 것이 록키산의 일반적인 모습이니까요.


이제 정상을 향한 일차 관문의 목표점인 COL 이라고 불리는 고개마루가 가까워지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 사진의 경사도는 우리가 올라가는 구간의 실제경사도와 거의
비슷하게 표현해주고 있습니다. 


잠시 주변을 돌아보니 카나나스키스 밸리의 장관이 눈에 들어옵니다. 이 장면을 처음 보았을 때의 감동만큼은 아니지만 여전히 제 가슴을 두근거리게 합니다. 
오늘은 구름이 잔뜩 끼어서 푸른 하늘 배경을 볼 수가 없는 점이 아쉽긴 하지만 대신 구름사이로 쏟아지는 빛내림이 있어 충분한 보상이 되고도 남음이 있네요.


힘든 바위 및 자갈 경사를 오른 끝에 COL 이라고 부르는 두 산 봉우리 사이의 고개마루에 올라선 동료들입니다. 대개 여기서 한숨을 돌리지만 남은 구간이 여전히 만만치 않기에 긴장을 풀 수는 없습니다. 뒤로 보이는 산은 아까 말한 Mt. Packenham 입니다. 역시 유트란트 해전 참전 장교죠.  이 산의 형태가 특이합니다.  지층이 세로로 세워져 있습니다. 이런 형태를 dogtooth  Mt. 이라고 합니다. 


이 쪽은 우리가 오늘 올라야하는 최종 목표 Mt. Hood 입니다. 


돌이끼의 색깔이 매우 요염합니다.  rock lichen 이라고 부릅니다. 


4부 on the top


어느덧 정상이네요.정상 마지막 부분은 자갈 경사가 거의 서있는 벽처럼 느껴질 만큼 가파라서 힘들었습니다. 


카나나스키스 호수가 그림같이 아름답네요.. 호수 오른편에 있는 산이 인디패티거블, 가을에 오르면 좋은 바로 그 명산입니다. 


주변 산들의 모습이 정말 멋지고 훌륭합니다. 자연의 조각이 신비롭기 그지 없습니다. 


 알파인 목초지의 초록색이 아직도 선명한 산의 모습이 정말 깊은 감동을 자아냅니다.


끝도 없이 이어지는 록키의 이 산들이 미국 남쪽의 리오그란데 강 까지 장장 4000km 를 내려간다니 놀랍기만 합니다. 


바닥을 친자만이 정상에 오를 수 있고 정상에 선자 만이 최고를 볼 수 있다. 정말 그러합니다. 


날씨가 좀 추웠습니다. 바위 벽에 숨어 식사를 하는 동료들.. 그래도 정상에 오른 보람을 느끼는 순간이죠. 그러면서도 낭만적이엇어요.  록키의 정상에서 느끼는 희열..


카나나스키스 호수 위로 내려앉는 빛내림은 오늘 산행의 화룡정점.  마운트 후드는 계곡을 통과하고 릿지를 올라 암벽을 기어오른다음 정상에 서는 과정 모두가  록키산 등산의 모든 매력을 보여주기에 아무런 모자람이 없는 최고의 산행지 중의 하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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