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과 함께 가을엔 향이 있다.

흔히 봄타고 가을타니 봄내음 가을 향 때문이다.

여름과 겨울은 그 기세가 너무 강해 내음도 없고 향도 나지 않는다.

가을향은 그 컬러로 인해 더욱 짙어진다.

그러나 가을은 지극히 짧기도한데다 여운도 있으니 

오는 듯 가버리고 가는 듯 남아 있다.

커피 한잔에 담을 수 있는 가을

비라도 내릴라치면 커피 향은 더욱 깊어지니 역시 가을향



가을이 깊어갈 때 비내리는 밴쿠버는 최상의 여행지다.

살고 싶다는 생각은 없었지만 짧은 방문엔 제격인곳

흐린 계절답게 온 도시를 휘감은 안개와 내리는 듯 아닌 듯한 비

그러나 회색 빛 하늘과 바다는 가을의 짙은 컬러를 위한 최상의 조건,

노랗고 붉은 잎사귀는 빗물을 머금은 채 마음껏 저를 드러내었다.




스탠리 공원이 가을을 담은 채 

안개 비에 촉촉히 젖는다.

하염없이 바라보는데

지나는 산책객이

나를 무거움의 상념에서 깨웠다.




붉은 낙엽이 화려하게 깔려있는 길을 걷는 것은 

삶에 대한 애착을 불러일으킨다.  또한

그 길을 걷는 이들을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삶을 사랑하지 않고는 배길 수 없다.

특별히 사랑하는 사람을 그리워할 때는 더욱.




밴쿠버 스탠리 공원의 등대에 비와 함께 가을이 찾아 왔다

촉촉히 젖어 가는 대지에 낙엽이 구르는데

등대는 숱한 세월을 견뎌왔듯 의연하구나



흐린 가을의 붉은 단풍은

아련한 추억을 선사하는 놀라운 선물이다.

죽어도 아니 잊혀질 사랑이다.




스탠리 공원의 크고 작은 나무들에 가을이 입혀져 있고

밴쿠버 바다를 바라보는 빈 의자엔 기다림이 앉아 있다.




그곳엔 그렇게..
가을이 깊어가고 있었다.
그리고 나의 가을도 놀라 잠을 깨
다시 영글어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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