꾸바 여행기 2편에 이어 여행정보에 대한 포스팅입니다.


먼저 꾸바 국기에 얽힌 이야기 하나.





다른 나라의 국기를 볼 때마다, 그들의 국기 사랑을 대할 때마다 우리 태극기를 대하는 내 마음 한구석의 서글픔을 감추지 못한다.
국가의 상징 속에 들어 있는 치욕과 오욕의 뿌리를 외면할 수가 없기 때문이다.

한 나라의 국기에는 건국의 역사와 정신이 담겨 있어야 한다. 그것이 곧 국가 정통성과 통합의 상징이 된다. 그러나 아쉽게도
우리 태극기에는 그런 정신과 역사적 전통이 부족하다.

그런 것이 없으니 태극기의 의미를 찾아보면 죄다 음양이 어떠하고 건곤이감 팔괘가 어떠하며 등등의 뜬구름 잡는 이야기만 말한다.
그러나 국민들 대다수는 관심도 없고 잘 모른다. 외울 수가 없다. 그런 것은 국기의 의미로서 재미도 없고 의미도 없기 때문이다.

우리 국기에는 오히려 친일의 뼈아픈 뿌리에다 개발 독재의 망령이 뿌려져 있다. 가슴 아프다. 하루 빨리 통일이 되어 그 통일국가의
정신과 역사적 정통성이 새겨지는 새롭고 자랑스러운 국기가 만들어지길 희원한다.

꾸바 국기는 혁명 이전 스페인으로부터의 오랜 독립운동의 산물이자 그들의 꿈과 이상, 역사와 전통이 서린 상징이다.
독립을 상징하는 별, 그를 위해 흘린 피의 붉은 색, 자유와 평등과 박애의 삼각형, 순수한 애국심의 흰색 등..
이 쯤되면 국기는 자랑스러운 국가의 상징이 된다. 저절로 공경하게 된다. 의미도 쉽게 익혀진다.

한가지 재미있는 것은 이 국기와 파란색 빨강색 만 바뀐 채 완전히 닮은 꼴의 다른 나라 국기가 있는데, 뿌에르 또리꼬 국기이다.
역시 스페인의 식민지였던 이나라가 꾸바를 따라 독립전쟁을 일으키며 국기도 본뜬 데서 유래.했다고 한다.




꾸바는 콜럼부스가 아메리카 신대륙을 발견한 이후 스페인의 오랜 식민지로 있었다. 초창기 스페인 식민주의자들의 무자비한 탄압과 비인간적인 압제로 타이노 족을 비롯한 원주민들은 단기간에 멸종되었고 그결과 식민지의 노동력을 위해 아프리카로부터 흑인들이 노예로 대량 유입되었다.


바로 이들이 스페인 본국으로부터 차별받던 이주 백인들과 함께 소수의 중국 노동자가 더하여 오늘날 꾸바 다원주의 사회의 근간을 이루게 된 것이다.정치적으로는 말할 것도 없고 꾸바 문화의 근간을 이루는 음악과 미술 분야는 이와같은 다원주의의 극치를 보여주는 매우 훌륭한 예가 된다.

특히 아프로 쿠반 뮤직이나 볼레로, 맘보, 차차차, 살사 등 모든 꾸바 음악은 서로 다른 문화가 충돌하거나 한 쪽이 다른 쪽을 흡수하거나 하지않고 상호 존중되는 가운데 절묘한 조화를 이루고 창조적으로 어울리며 자연스럽게 탄생했다.

사회주의 국가인 꾸바 사회가 경직된 이념편향과 함께 계획경제가 지닌 비효율성에도 불구하고 북한과 달리 사람들은 전혀 경직되어 있지 않고 오히려 분방하기까지 하며 자유로운 것은 까리베 해의 낙천적인 환경과 함께 꾸바 음악의 이와같은 탄생 배경과도 관련이 있다고 보여진다. 그 점이 바로 꾸바 사회의 한 매력이자 큰 특징이라고 말할 수 있다.

호텔정문에 걸려 있는 캐나다 국기


지구 반대쪽 한국에서 꾸바를 여행하기란 그리 만만하지 않다.오래도록 적성국가였던데다 여전히 미수교국이라 영사업무가 없으니 유사시 여행안전에도 의문이 들고 상대적으로 여행정보도 부족하여 그런 것 같다.

요즘은 여러가지 여건이 많이 나아진 데다 부에나비스타 소셜클럽으로 대표되는 꾸바음악과 은둔의 공산국가라는 특색으로 점점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가지고 꾸바를 여행하고 있으며 후기도 심심찮게 대할 수 있게 되었다.

대체로 캐나다를 많이 경유하는 것 같고 간혹 남미 여행 중에 멕시코 등지에서 꾸바 항공을 이용하여 들어가는 여행객들도 많은 것 같다. 캐나다는 오래 전부터 미국의 압력에도 불구하고 꾸바와 좋은 관계를 지속해왔다. 그 결과 매우 많은 캐나다인들이 해마다 꾸바 휴양지를 찾고 있다.

겨울이 6개월 이상으로 길어 한 번 쯤은 Winter Break Vacation을 다니는 캐나다 사람들이 완벽한 기후조건에 가격도 저렴한 꾸바를 여행하는 것은 자연스런 일이기도 하다. 캐나다에서의 꾸바 여행은 대체로 패키지 여행으로서 항공과 숙박,교통,식음료(술 포함),레저까지 모두 포함되어 있다.
가격은 시즌과 호텔 옵션에 따라 달라서 가장 저렴한 것은 500~600 불 정도에서 부터 1200~1500불까지 다양하다.한국으로 치면 사이판 괌 여행이나 태국 필리핀 여행 쯤 된다고 보면 될 듯 하다.




보통 한국에서 꾸바를 여행하면 토론토를 거쳐 아바나를 들어가고 그 이후로는 교통과 숙박, 음식을 자체적으로 해결한다.
숙박은 대개 위 사진과 같이 Casa 까사라고 불리는 곳, 정부에서 허가받은 민박집에서 1박당 20 CUC 내외로 해결하고 교통은
도시간의 이동은 Viazul 비아술 이라고 하는 외국인 전용 시외버스를 이용하며 시내에서는 택시를 흔히 이용한다.

음식은 다양하게 해결하는데 까사에서 먹을 경우 추가 비용을 내야 한다. 까사는 스페인어로 원래 집이라는 뜻이지만 여행객들을 위해 꾸바 정부가 고안해낸 제도다. 주인은 숙박료의 일정 금액을 정부에 내고 나머지로 살아가지만 국영기업의 월급보다는 훨씬 수입이 좋은 편이다.

까사를 미리 예약하는 싸이트도 있는데 이것은 꾸바 바깥에서 하는 비지니스 같고 당연히 수수료를 물어야 한다. 요즘은 까사가 도시들마다 차고 넘쳐서 성수기에도 어렵지 않게 빈방을 구할 수 있다고 한다. 꾸바의 실생활을 접해볼 수 있다는 점에서 나도 다음에는 까사를 이용해보고 싶다.






꾸바는 외국인과 내국인이 사용하는 화폐가 다른 이중 화폐제도의 나라다. 여기에는 약간의 역사적인 고찰이 필요한데 대체로 혁명후 미국과의 단절, 소련경제권으로의 편입과 함께 미국 달러 사용이 중지되었다가 소련 붕괴후 위기의 시절 미국 달러가 재 사용되면서 미국 달러와 1대1로 맞교환되는 CUC 쎄우쎄라고 불리는 태환화폐(peso convertible)를 발행했고 외국인이 사용하는 화페가 되었다.

물론 꾸바인들도 CUC 를 월급으로 받기도 하고 사용도 한다. 주로 가전제품같은 국제 무역 제품을 구매할 때 필요하다. 대체로 캐나다 1불과 1CUC는 거의 등가 교환된다. 미국 달러의 경우 10%의 수수료를 별도로 물어야 했는데 수교후에는 달라지지 않았을까..




이것은 꾸바인들이 사용하는 꾸바 뻬소, CUP 다. MN 에메녜라고도 하는데 Moneda Nacional, 즉 국가 화폐란 뜻이다. 물론 외국인들도 사용할 수 있다. 주요 관광지를 벗어나 꾸바인들의 삶 한가운데 들어가 그들의 시장을 이용하거나 관광지라도 길거리 음식 같은 것을 사먹을 때 사용할 수 있다.

1 CUC 는 24 CUP. 따라서 꾸바 뻬소 가게에 가면 놀라울 정도로 저렴한 꾸바의 물가를 실감할 수 있다. 보통 꾸바인들의 월급이 500 CUP 안팎이니까 캐나다 달러 20불 정도, 한국 돈 20000원 정도 되는 셈이다.


이중 화폐제도는 가끔씩 재미와 혼란을 불러일으킨다. 아이스크림 가게에 꾸바인들이 길게 줄을 서있다. 꾸바인들은 아이스크림에 환장하는 사람들이다. 유명한 집은 30분은 족히 기다려야 한다. 꾸바 페소로7- 10CUP 정도. 그러나 같은 맛의 외국인 전용 가게에는 줄이 없다. 대신 3 CUC 정도로 7배의 폭리다. 관광객들이 있는 곳의 물건 값은 언제나 이중가격이다. 그러나 그네들이 살아가는 곳, 뒷골목 시장이나 카페같은 곳에서는 저렴한 꾸바페소의 놀라운 가격을 맛볼 수 있다.

사실 배급제의 나라인 사회주의 국가이니 상품에 대해 단위 가치를 다르게 적용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인지도 모른다. 그러나 CUC를 내고 CUP로 거스름돈을 받는 황당한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신경을 바짝 세워야할 필요는 있다. 내국인용 CUP는 인물 도안, 외국인용 CUC는 사물 도안이다. CUC에는 Peso Convertibles 란 글이 인쇄되어 있다.





많은 사람들이 꾸바의 치안에 대해 묻는다. 대부분은 위험하다고 알고 있는 듯하다. 심지어 관광지역을 벗어나면 매우 위험하다고 알고 있는 사람도 있다. 결론부터 말하면 꾸바의 치안은 매우 좋다는 것이다. 우선 대부분의 꾸바 사람들은 매우 친절하고 낙천적이며 상냥하다. 특히 나라 전체가 관광객들에게 지극히 호의적이다. 호객행위가 심하긴 하나 거절하기가 쉽다.

꾸바는 자국의 범죄율 또한 매우 낮으며 관광객에 대한 강력 범죄는 거의 없다고 보아도 무방하다. 그러나 좀도둑은 점점 늘고 있다고 하니 조심하는 것이 좋겠다. 차량 속의 물건을 훔치는 것도 늘고 있으며 카메라같은 고가의 장비를 잃어버리는 사람들도 많아지고 있다고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행하기에 매우 편안하고 안전한 나라임에는 틀림없다. 많은 이유가 있겠으나 우선 경찰의 힘이다. 관광지 곳곳에 경찰이 포진하고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그들의 존재가 마음을 매우 편하게 해주었다. 꾸바인들이 경찰을 매우 존중하고 있음이 느껴졌다.




인터넷.. 내가 여행할 때만 해도 객실에서는 인터넷 사용이 불가능했고 호텔 로비에서 WIFI 가 가능했지만 정말 느렸다. 돈을 주고 id와 비번을
구입해야하는데 두시간 이용에 14 CUC 로 우리돈 14.000 원 정도.. 무지하게 비싼 편이었다. 그리고 호텔내에 인터넷방 같은 것이 있어
이용할 수도 있다. 그러나 여행중에는 거의 인터넷을 하지 않았다. 그러고도 살 수 있다는 것이 일단 신기했지만 이게 딱히 좋은 것은 아닌 것 같다.
국제 전화는 전화방에서 거는데 즉석에서 시간당 요금을 계산하여 사용할 수 있었다. 전화카드도 있다는데 이용해보지는 않았다.


이제 본격적인 여행으로 들어가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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