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난히 길고 춥고 눈이 많은 2013-2014 겨울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불평 속에서 겨울과의 힘겨운 줄다리기를 하고 있습니다.

사흘이면 멀다하고 내리는 눈도 눈이지만 예년에 비해 더욱 잦은 횟수로 영하 20도 이하를 예사로 기록하며  사람들을 절망에 빠트리기 일쑤.

그러다 보니 많은 사람들이 쉽게 울적한 기분에 빠져들고 무기력증에 시달리고 그렇습니다.

 

저는 원래가 눈도 좋아하고 극한 날씨를 오히려 즐기는 이상한 성격이 있어서 날씨에는 크게 좌우되진 않지만

이 번 겨울은 숨쉴틈을 주지 않고 연일 추워대니 조금 지겹기는 합니다.

아내는 언젠가부터 겨울 이때만 되면 다소 기분이 저하되면서 신체적인 불쾌감이 더해지고 건강이 다소 나빠지곤 하는데

근래 많이 좋아지긴 했지만 몇주 전까지만 해도 많이 힘들어 했습니다.

 

이럴 때 방안에만 틀어박혀 움직이지 않거나 야외활동을 중단하는 것은 오히려 문제를 악화시키기가 쉽습니다.

억지로라도 나가야 하는데 처음 움직이는 것이 힘들 뿐 일단 나가보면 기분도 전환되고 적당한 운동도 되어 긍정적인 효과가 있지요.

그래서 옆에 누군가 이런 활동을 부추키고 독려하며 함께하는 사람이 필요하죠.

 

원래가 하얀 겨울에 태어나 겨울에 더 아름다웠던 아내입니다.

유달리 추위를 타고 싫어했던 사람이지만 연애시절에도 하얀 겨울이면 늘 제가 이곳 저곳으로 데리고 다니며

겨울을 더욱 가까이 사랑하게 했죠. 그래서 겨울여행을 좋아했죠. 추운 겨울의 여행은 오히려 따뜻한 컨셉입니다.

 

집 근처에 Glenbow Provincial Park, 주립공원이 있습니다.

보우 강변을 따라 빙하기의 흔적이 남아 있는 지역인데 매우 스펙터클하고 자연그대로의 모습이 장쾌한 느낌마저 들게하는 아름다운 곳입니다.

캐나다의 멋은 정녕 자연에 있음을 이 공원을 통해서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상세하고 재미있게 기술된 공원 안내문입니다. 작고 평범한 것 마저에도 세세한 설명을 붙여 사랑하는 마음이 저저로 들게 만들어 놓았습니다.

 

 

역광을 받아 공원 전경이 매우 몽환적이었습니다.


 

 

 이 넓고 자연스러운 광경을 보고 있노라면 저절로 마음이 열리고 시원해지며 모든 마음의 장막들이 걷히는 것을 경험합니다.

 

 

아내가 금새 기분이 좋아졌습니다. 아내가 기분이 좋아지면 나도 기분이 저절로 좋아집니다.

 

 

아내가 사준 빨간 빵모자. 제게 잘어울린다며 또 좋아하는군요.

 

 

공원과 붙어 있는 개인 목장도 있어 멀리 알버타산 AAA 소들이 보이네요. 그들의 겨울도 길고 힘들겠지요.

 

 

숲이 없는 듯 하지만 군데군데 지형에 따라 작은 숲도 형성되어 있습니다.

 

 

지금은 앙상하지만 여름이면 초록이 무성할 겁니다. 그때 다시 와보기를 기약하며..

 

 

사진은 때로 지나치면 함께하는 시간에 방해가 되기도 하지만 적절히 활용하면 이런 산책을 더욱 맛깔나게 해주는 좋은 도구가 되기도 합니다.

 

 

하루종일 해를 받아 극심하게 건조한 건너편 언덕엔 나무가 거의 없습니다.

 

 

반면 그늘진 이쪽엔 나무가 무성하고요..  자연의 이치는 참으로 오묘하죠.  서로 다른 이유가 단순합니다. 해가 있고 없고..

 

 

이날 다소 추워서 기온이 영하 10도 이하였는데 그럼에도 제법 많은 사람들이 산책을 즐기고 있었습니다.

 

 

캐나다 CPR 기차길이 소박한 아름다움을 다해줍니다.

 

 

이곳의 보우강은 거의 얼어 있군요.

 

 

눈이 없으면 많은 자전거족들이 다니는 길이기도 합니다. 캘거리 시내까지 연결되어 있지요.  올해는 나도 자전거를 시작하고 싶은데..

 

 

마침 기차가 지나가는군요.

 

 

현대가 보입니다. 반갑기도 하지만 그만큼 쓸쓸하기도 합니다. 이역만리 친구들과 가족들을 떠나와 있기 때문인가요. 

 

 

캐나다 횡단열차.. 영화에서나 나옴직한 장면을 보며 드라마틱한 기분에 젖어 봅니다.

 

 

공원 내의 길은 평범합니다. 그런데 이런 길을 걷는 재미가 쏠쏠합니다.  일단 평화롭고 고요해서 아무런 방해될 것이 없다는 것. 사색하며 명상하기에 그만입니다. 복잡한 곳을 다니는 즐거움도 있겠으나 시간이 지날 수록 소중하게 간직하고 싶은 것은 ' 느림의 미학' , ' 나홀로 시간' , ' 고요와 안정'  같은 것들입니다.

 

 

이 공원 안엔 유적지 같은 곳도 있습니다. 대단히 특별한 것은 아니지만 130여년 전 영국으로부터 한 사내가 사랑하는 여자 엘리자베스를 데리고 이곳으로 와서 목장을 일구고 정착해 살았다는 얘기입니다. 지금 보는 것은 그 때의 집터이며 집 안의 굴뚝만이 원래의 모습대로 남아 있습니다.

 

 

그 남자와 젊은 부인 엘리자베스입니다.

 

 

겨울은 이렇게 앙상하지만 또한 깨끗하며 굳센 의지의 계절이기도 합니다.

 

 

반드시 돌아올 여름을 기다리며 겨울을 묵묵히 온몸으로 받아내고 있습니다.  이들 한낱 미물들도 이럴진대..

 

 

우리도 씩씩해야지요.  길이 얼어 많이 미끄러웠는데 아내가 스파이크를 신고 있어 전혀 미끄러워하지 않더군요.

역시 장비는 좋고봐야한다는 것.

 

 

모델이 되어달라고 했더니 뭘 가리키는 시늉을.. ㅎ 그래요 건강하게.. 행복하게.. 평화롭게..  

 

 

때론 이런저런 스트레스로 많이 힘들기도 합니다. 마음에 풀지 못한 숙제들을 안고 가야하기에 무겁기도 하구요..

그러나 내가 어쩌지 못하는 것에 대한 고백과 인정, 그리고 가능하면 모든 미망들 다 내려놓고 아둥바둥거리지 않으며 살고 싶습니다.

 

 

오늘의 이 미소와 온기와 작은 소망과 감사를 잊지 않고..

 

 

주어진 삶과 그 시간들을 있는그대로 받아 소중하게 간직하며 살수 있기를 소망합니다.

 

우리들의 하얀 겨울..  

비록 힘들고 혹독하지만 그런 겨울이 있어 사랑이 더욱 따스한 것이니

아름다움으로 받아 더욱 사랑하며 살기를 다짐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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