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가 주는 즐거움 중 으뜸은 영화속 세상을 여행하는 것이다.
지리를 만나고 사람들을 만나며 그 속의 그들의 삶을 경험한다.
그리고 인간은 서로 다른 환경과 조건에서 살아가지만 인간으로서의
동일한 공명 속에서 서로 호응하고 있음에 놀란다.

인간은 누구든지 인간답게 살 권리가 있고
있는 그대로의 존재가 존엄하며
우리는 서로를 그렇게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야 한다.

누구에게도 나와 다르다는 이유로
차별하고 개조하고 단죄할 권리가 없다.
인간이 인간인 것은 나에게 있는 권리는 모두에게도 있고
모두에게 있는 존엄은 나에게도 예외가 아니라는 데 있다.

터키 영화 I saw the Sun 이 호소하는 메시지는 이제 어쩌면
더이상 새로울 것도 없는 클리쉐일지도 모르겟다.
테러와 전쟁으로 인한 비극, 그로 인한 인간성의 파괴, 비극적 가족사등은
오히려 영화가 나온 그 때보다도 더하면 더했지 조금도 나아지지 않았기에.

그럼에도 영화는 거칠고 야성적인 터키어의 발가벗은 듯 강열한 느낌에 힘입어
보는 이의 감성과 이성을 두드려 깨우고 인간 존재의 존엄함을 회복하기 위한 감독의 의도를 멋지게 표현했다.

영화는 우리에게 그림같이 아름다운 쿠르드 족의 고산 빌리지와 터키 제일의 도시 고도 이스탄불,
지극히 이성적이고 인간적이며 현대적인 노르웨이의 풍경을 대비적으로 보여주며 자기들 뜻과는 상관없이
격랑에 이리저리 내몰리는 쿠르드 가족의 비극적이고 격정적인 삶을 보여준다.

그리고 영화의 비극적 주제와 맞물려 전개되는 그들 가족에 포함된 성적 소수자의 또다른 비극적 삶을 통해
인류가 이뤄내야할 진보의 강물은 아직도 가야할 길이 한참 멀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유럽 최대 도시 이스탄불... 로마제국, 비잔틴 제국을 거쳐 오스만 터키의 수도였던 인구1500만에 이르는 거대도시..
비록 영화는 필요에 의한 보여줄 것만 보여주었으나 한 눈에 보아도 아름다운 도시임을 알 수 있었다.

그리고 너무도 이성적이며 인간적이며 별천지 세계로 살아가는 노르웨이의 오슬로..
평화롭고 깨끗하며 지성적이나 그들만의 세계.. 언제나 흐려 태양을 그리며 살아야하는 곳.

분명 나은 조건의 삶을 누릴 수 있는 곳이나 낯선 이방인의 땅.
그러나 그들 쿠르드 족의 하늘 아래 고산 마을은 언제나 해가 있어 아름답고
또한 차별과 다툼없이 그들이 원래 살아온 그대로 살 수 있는 곳이라 익숙한 곳.

"비록 전쟁통의 척박한 땅이지만 늘 불러왔던 노래 그대로 부르며
내땅에서 서로를 품고 사랑하며 살아온 그대로 살아갈 수 있다면 이 어찌 사랑스럽지 않을것인가.."

그들이 고향으로 돌아가며 우리에게 주는 메시지다.

영화를 보고 나니 이스탄불을 여행한 기분. 안가봐도 될 듯 ㅎㅎ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