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기에 좋은 산이 있는가 하면 좋은 뷰를 보여주는 산이 있죠. Mt. Roberta 는 보기에도 좋고 360도 파노라마 뷰를 완벽하게 보여주는 그런 산이었습니다. 이 일대 산들이 대부분 3000m 언저리의 고도를 자랑하고 있으나 이산은 정상 높이가 2500m 가 되지 않으면서도 주변의 명산들과 호수 계곡 등 카나나스키스의 모든 것을 보여주는 매우 이타적인, 아낌없이 주는 산입니다.


다만 접근성이 좋지는 않은데 산 아래 부분이 길이 없이 숲으로 막혀서 부쉬웨킹이라는 성가신 과정을 거쳐야했습니다. 아마도 멋지고 훌륭한 풍경을 쉽게 보여주지 않으려는 록키 산신령의 몽니일까요? 


이제 어느덧 찬란했던 스모키했으나 여름답게 더웠던 2017년의 여름이 지나가고 가을의 문턱에 들어섰습니다. 나이를 먹다보니 괜히 마음도 쓸쓸해지고 작은 일에도 쉬 슬퍼지는 그런 계절이 되어버렸습니다. 아침 기온은 한 자리 숫자를 가리키며 겨울의 쌀쌀함도 맛보게하는 데 이럴때 카나나스키스를 여행하듯 좋은 산을 오르는 것은 캘거리언들의 특권 중의 하나 아닐까요.


Mt. Roberta 는 거의 무명에 가까우리만치 알려지지 않은 산이어서 책에도 소개되어 있지않고  트립 리포트 역시 제한적이지만 그래서 더욱 매력적이며 훌륭한 산행지로서 조금도 손색이 없었습니다. 


 

40번 도로 피터로히드 갈림길에서 약 8km 정도에 트레일 헤드가 오른쪽에 있고 대개 문으로 닫혀 있는 그 곳에 주차하고 산행을 시작합니다. 정면의 Roberta는 잘생긴 록키산의 전형을 보여주고 있군요.( 이 사진은 내려와서 찍은 것.)


주변 일대 대부분의 산이 고도 3000m를 넘거나 약간 모자라거나인데 이 산은 2500m가 채 안되는 낮은산입니다. 그럼에도 360도 파노라마가 압도적이어서 " 아낌없이 주는 산" 으로 명명했습니다. 제가요 ㅋ

 

 

아침의 모습입니다. 멋진 시골길이 기다리고 있더군요. 

 

 

 워밍업하기 딱 좋은 거리의 너른 길을 걷는 모습은 정겨운 동무들의 소풍길 같습니다.  

 


수컷 무스 입니다. 저는 수컷은 처음 보았어요. 엄청 크더라구요. 정면 사진을 찍을 수가 없었습니다.  

 

 

이 산은 산행 초반에 길이 없습니다. 그냥 숲속으로 들어가 숲을 헤집고 올라가죠. 부쉬웨킹bushwhacking 이라고 하죠. 

아침 숲향이 좋았습니다.  

 

 

막바지 꽃가루를 날리는 녀석들.. 계절의 변화는 어김없고..우리는 또 나이가 들어가는군요.   

 

 

여전히 트레일을 놓친 채 가파른 언덕을 힘겨운 숨 토해내며 올라갔어요. 산행은 우리를 겸손하게 한다.. 누구라 할 것없이 모두 고개를 숙이니까.. ㅎ  

 

 

 

 

잠시 숨을 고를 때 지나온 나무의 바다를 내려다 보며 마음을 정화하죠. 산과 하나가 되어가는 중입니다.   

 

 

 

 

멀리 카나나스키스 레이크가 서서히 그 모습을 드러내고 Sarrail Mt.과 그 아래 제가 몇주전 다녀왓던 Sarrail Ridge 가 멋진 모습 보여줍니다.   

 

 

Mt. Roberta가 바로 코 앞까지 가까워졌네요.  

 

 

 

저멀리 Mt. Kidd 와  40번 도로와 카나나스키스의 웅장한 풍경 역시 그 모습을 드러 냅니다.   



 a lonesome tree on the col .. 고개위의 외로운 나무 한그루..
  

 

 

이제 산 봉우리 부분만 남았습니다. 취향에 따라 코스를 달리하며 스크램블링을 하며 마지막 정상을 향합니다.  

 

 

 

해발 3,215m 의 Mt.Rae 가 눈 앞에 나타나는군요... 캘거리에서도 보인다는.. 

 

 

 

 로버타 산의 깎아지른 듯 수직 절리와 그 아래 곡선의 40번 하이웨이가 절묘하게 조화를.. 

 

 

약간 다른 각도로... 

 

 

산허리에  만물상 같은 봉우리들을 수없이 거느린 Elpoca Mt. 이 눈 앞에 있네요. 제가 참 좋아하는 산이지요. 올라가보진 않았지만 보기에 참 좋은 산입니다.   


 

Pocaterra ridge와 그 아래 계곡..  

 

 

 산 정상에 도착하는 친구들.. 

 

 

정상에서 보는 래 마운틴과 뒤로 저멀리 스톰 마운틴 

 

 

오른 쪽의 포카테라 마운틴과 릿지와 계곡..  

 

 

 산정상에서의 여유로운 시간.. 가장 편안하고 보람된 시간이죠. 사색도 가능하고 참된 휴식이 있는 시간입니다. 때론 찬바람이 불었으나 정상에서의 여유를 만끽합니다. 멋진 뷰를 앞에 놓고 밥도 먹고 차도 마시고 수다에.. 이건 정말 돈으로 살 수 없는 즐거움입니다. 정상에 오른 자들만이 누리는 잔치죠.  

 

 

이런 경치는 백만불짜리 아닌가요. 정말로 카나나스키스 레이크를 볼 수 있는 가장 좋은 앵글과 거리에 로베르타 산이 있는 것 같습니다.    

 

 

해발 3,095m Storm mountain입니다.   

 

 

힘든 여정의 산행에서 항상 뭔가를 찾으려하는 이 것 역시 버려야할 욕심일까요..


 

신비함을 더하는 것은 쌓인 눈 때문입니다. 산이 지닌 굴곡이 온전히 드러나 그래픽한 풍경이 되었어요. 

 

 

 아쉬움을 남겨두고 하산합니다. 오늘은 하산 전에 또 한군데의 봉우리를 더 올랐다가 내려갈 겁니다. 

 

 

 겨울에 크로스 컨트리 스키를 타는 지역이 눈 아래로 보입니다. 언덕 정상이 룩아웃으로 스키어들이 쉬었다가는 목표지점이죠. 이번 겨울에 오게 될 겁니다.


 

릿지를 걷는 동료의 모습에서 저는 언제나 아득한 태고의 순수함을 발견합니다. 


 

스톰 마운틴이 더 가까이 보입니다. 설경이 정말 아름답군요.

 

 

친구가 정말 멋진 곳에 서 있었어요. 

 

 

 이제 정말 하산길입니다. 정면으로 카나나스키스의 장관을 보며 가슴에 안고 내려가는 길은 정말 경험해보지 않으면 모를 거예요.

이런 장면은 살아가는 내내 가슴에 남죠. 그리움으로.



칼날처럼 날카로운 바위 끝에 마치 녹이 슨것처럼 리켄이 앉아 있는 모습이 특이했어요.   

 


바람이 차가웠지만 산 능선을 따라 걷는 것은 정말 즐거운 일입니다. 하루종일 걸으래도 걷겠어요. 

 

 

외로운 소나무의 고개에서 숨을 고른다음.. 아래로 내려가야죠. 

 

 

 내려가는 길은 잘익은 가을과 함께 즐거운 하이킹이었어요.


 

다시 숲속으로 들어와 폭신폭신한 땅을 밟으며 숲향을 맡으며.. 

 


서비스 도로로 나왔어요. 마침 하이킹 족 한 커플이 지나가는데 모습이 보기 좋았어요.  

 

 

 산행 동료의 홀로 걸어가는 모습에서 뭔가 가을의 쓸쓸함이..


 

힐링 올레길처럼 편안하고 상큼하며 깨끗한..  

 

 

 오다가 가을을 커피와 함께 마시러 휴게소에 들렀어요

 

 

멀어지는 화려했던 시간을 잔잔한 시선으로 바라보는 시간. 정녕 가을입니다.  

 

 

사색도 가능하고.. 

 

 

 

가을을 함께 섞어 마셨던 산행후의 커피 한잔.. 진한 여운이 남았습니다. 

 

 

무엇보다 잊지 못할 숨막힐 듯 아름다운 이 풍경 역시 가슴 속에 남겨졌고.. 

 


마지막 정상을 오르던 친구의 모습에서 함께하는 인생을 느끼고..

 

 

 가을은 그림처럼 아름다웠어요.




산행후의 짧은 시 하나



아픔은 인생의 변곡점.
지나온 길은 앞으로의 길을
밝혀주는 등불일진대
그 속의 아픔은 구원의 이정표같은 것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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