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여년 전 이민와서 3년만에 처음으로 오른 록키산, Ha Ling Peak 입니다.
5월달이었어요. 밴프에서 혼자 캠핑을 하고 집으로 돌아오던 중 문득 이 산에 올라가보고 싶었지요. 한국에 살 때는 동네 뒷산 한 두번 오르고 관악산과 청계산을 올라본 것이 전부였는데 험한 바위산을 적절한 장비도 없이 물 한 병 달랑 들고 올랐어요.
그런데 이날 이후 나는 록키의 마법같은 세계에 홀라당 빠져들게 되었고 이후 17년 동안 100여개의 록키 고봉을 섭렵하며 대자연의 놀라운 풍경에 포로가 된 채 살아왔습니다.
하링 픽은 마운틴 타운 캔모어의 아이콘입니다. 130여년전 중국인 이민자였던 하링에 의해 최초 등정되었고 그의 이름이 붙여졌습니다. 그러나 처음에는 Chinaman`s Peak으로 불렸습니다. 그리고 이런 명명에는 다분히 인종차별적 어두운 역사가 숨어 있습니다.
하링은 당시 캔모어 광산의 요리사로 일하고 있었습니다. 캔모어는 석탄광산으로 유명한 곳이었고 캐나다 횡단 철도가 만들어지는 시기와 맞물려 수많은 중국인들이 이민노동자로 일하고 있었습니다.
그 시절 중국인들은 캐나다 사회에서 사람취급을 받지 못했습니다. 형편없는 저임금에 위험한 고강도의 노동을 강요받으며 수많은 중국노동자들이 목숨을 잃었습니다, 그들은 이름이 있음에도 Chinaman 1, 2, 3, 4 등으로 숫자로 불렸습니다.
하링은 노동자 1년치 월급에 해당하는 돈인 $50불이 걸린 내기 등산을 하게 됩니다. 길도 없고 제대로 된 등산 장비도 없이 아무도 가본 적 없는 산을, 지금처럼 등산로 입구까지 자동차로 갈 수 있는 것도 아닌데 10시간 이내로 등정을 완료하는 것이었습니다.
하링은 보란듯이 성공했습니다. 아마도 저라도 반드시 성공시켰을 것 같습니다. 사람이 아닌 소떼(Cattle)로 취급당하며 백인들과 같은 식당, 같은 상점을 이용할 수도 없었고, 임금은 다른 백인들의 1/3 수준에도 못미치는 등 극심한 차별을 받아왔다면 내기돈과 상관없이 자존심을 걸고 죽을 힘을 다할 것 같습니다.
하링이란 이름이 있음에도 차이나맨 픽으로 명명한 것은 사람을 이름대신 차이나맨 숫자로 구분했던 역사에 비추어볼 때 명백히 인종차별입니다. 그러나 캐나다는 지난 날의 흑역사에 대해 하나씩 둘씩 과오를 뉘우치고 진심어린 사과를 하며 여러가지 조치로 잘못을 되돌리고 있는 나라입니다.
그 결과 차이나맨 픽으로 명명한지 100년만에 이 산의 이름은 그 중국인의 이름을 따서 Ha Ling Peak으로 명명되었습니다.
하링 픽은 해발 2409m 로 비교적 낮은 산입니다. 그러나 700여m의 가파른 경사를 쉼없이 올라야 합니다. 눈도 깊고 마지막 봉우리 부분은 첫 산행자에게는 아찔한 경험을 선사합니다.
그럼에도 하링픽은 록키산 중에서도 가볍게 올라갈 수 있을 뿐 아니라 정상에서의 경치가 뛰어나며 비교적 적은 노력으로 알파인 겨울 등산의 묘미를 맛볼 수 있기에 가성비가 매우 좋은 사랑스러운 산입니다.
이 시기에 록키를 여행 오면 한 번쯤 올라가볼만합니다.
 
정면에 보이는 산입니다.
록키는 아직 겨울입니다.
도중에 만나는 뷰 포인트에서 잠깐 휴식합니다.
반대편 모습입니다. 저 너머에 밴프가 있습니다.
이제 산의 정상이 보이기 시작합니다.
하링 픽 옆으로 Miner`s Peak이 있습니다. 눈이 깊어 조심해야합니다.  1타 2피로 함께 오릅니다만 오늘은 생략합니다.
이제 조금만 오르면 하링 픽입니다.
새벽에 와서 일출을 보고 내려가는 사람들입니다.
이 구간은 왼뽁으로 경사가 꽤 가파릅니다. 아찔합니다
드디어 하링픽 정상입니다.  아래로 캔모어 타운이 보입니다.
캔모어 타운과 캐나다 대륙 횡단 1번 고속도로가 보이네요.  건너편의 록키가 웅장하고 아름답습니다.
반대편 산세도 멋있습니다.
정상에서의 뷰는 정말 환상적입니다.
멀리 Miner`s Peak을 오르는 사람들입니다.
아쉬움을 뒤로 한 채 하산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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