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은 록키산을 좋아하는 사람들에겐 아쉬움과 기대가 교차하는 계절입니다. 여름산과 겨울산에 대한 편애할 수 없는 사랑이 

기로에 서기 때문입니다. 그러면서도 또한 가을만이 주는 즐거움에 흠뻑 젖어 드는 계절이죠. 

너무나 짧아서 야속하리만치 가을산은 특별한 감동을 선사합니다.

 

오늘은 그 중에서도 가깝고도 먼 곳, 카나나스키스의 명산 Indefatigable Mt. 에 오른 이야기를 소개해드리겠습니다.

이 산은 제가 혼자도 오르고 여러 산우와 함께도 올랐던 그래서 가장 많이 올라갔던 산 중의 하나입니다.

 

south peak 과 north peak 두 봉우리를 가지고 있고 높이는 대략 2640m 산행 높이는 1000m  

산행 왕복 거리는 10km 정도입니다. 두 봉우리를 각각 오르기도 하지만 한 쪽을 오른 다음 두 봉우리 사이를 

ridge walking 으로 건너기도 하는데 이 구간이 칼능선과 절벽크럭스를 포함하기에 약간의 위험이 존재합니다. 

주로는 더 쉬운 북봉에서 남봉으로 횡단하지만 오늘은 남봉에서 북봉으로 횡단하기로 합니다.

 

이 일대는 가을이면 라르치라고 하는 침엽 단풍이 유명하여 장관을 이루고 산 위에서 내려다보는 카나나스키스 호수의 

절대 아름다움과 카나나스키스 밸리의 전경이 놀랍도록 장엄해서 산행을 숱하게 다녀도 갈 때마다 새로운 즐거움이 

있는 곳이지만 그리즐리 곰의 서식지이기도 해서 산행에 각별한 주의가 요구되는 곳입니다.

 

 

오늘 산행이 더욱 특별했던 것은 그동안 한 번도 시도되지 않았던.. 산행후의 즉석 뒷풀이입니다. 맛난 바베큐 파티를 가진 다음 

우리 모두는 오랜만에 옛노래들을 가물가물한 가사를 더듬어 가며 모두 한곡씩 불러제꼈다는 것입니다. 자유롭고 쿨한 부에나비스타 알파인 클럽의 멋스러움 중 하나 아닐까요.  오래도록 잊지 못할겁니다.


 

카나나스키스는 인디언 전사의 이름입니다. 전투에서 도끼에 이마를 맞아 머리가 깨지고도 살아남아 전설이 되었던.. 

그는 아마도 용감무쌍한 기상과 함께 맑은 영혼을 지닌 청년이었을 것입니다. 카나나스키스는 '두 물이 만나는 곳' 이라는 뜻이니 

그는 정녕 이곳 카나나스키스를 사랑한 사람이었음에 틀림이 없습니다.

 

캐나다 록키의 진수는 세계 최대 자연 유산에 등재된 밴프와 재스퍼를 비롯한 국립공원에 있지만 카나나스키스는 국립공원 바깥에 있음에도 그들에 못지 않은 비경을 자랑합니다. 캘거리에서 40분~ 1시간 거리에 있어 가깝지만 일반 관광객으로부터 떨어져 있어 

상대적으로 조용하고 따라서 덜 상업적이며 야생상태가 잘 보존되어 있는 편입니다.
 


 

오늘의 산행 시작은 양쪽에 도열한 호수의 열병을 받으며 시작합니다. 인터레이크의 아름다움은 여기서 오른 쪽 호수까지를 

포함할 때 가운데에 인디페티거블 산이 떡하니 자리잡은 균형잡힌 모습이죠.  앞에 보이는 산이 오늘 산행의 목표지이고 남봉이 

보입니다. 함께 가는 사람 들 중 4명이 횡단 산행에 함께했습니다.

 

 

 

Lower 레이크 탁트인 전망과 함께 넓은 어머니의 마음처럼 따뜻하고 포근합니다. 한없는 위로와 평화가 찾아 오죠.

 

 


 

Lower Lake 건너편에 있는 산군을 오팔 레인지라고 하는 이유를 오늘은 유감없이 보여줍니다. 하늘과 호수가 맑고 깊고 푸르른 날..  

건너편 오팔레인지 역시 Lower Lake의 신비한 물빛으로 깊고 푸른 색조가 입혀집니다. 이 일대가 곧 카나나스키스 밸리라 일컬어지는

가깝지만 숨은 비경입니다
 

 

 

이 아름다운 곳을 보았으니 세상을 다 본 것이나 다름없죠. 최고는 언제나 하나로 통하니까요. 그러니까 이미 나는 세상을 가진 

것이나 진배없다고 여겨도 되지 않을까요.  upper 레이크는 그 원시적 위용과 수정처럼 맑고 투명한 정신으로 우리에게 용기를 주고 꿈을 꾸게합니다. 

 

 

주차장을 떠나 방파제를 지나면 바로 숲으로 들어갑니다. 숲은 우리에게 살아 숨쉬는 교훈을 주죠. 

"아낌없이 주는 것에 겸손히 답하라" 

쉼이 있고 에너지가 있으며 그로인한 새로운 시작이 있는 곳.그러나 숲은 그만큼 존중받아야합니다. 그 숲은 나무와 이끼와 풀과 
꽃들과 돌과 흙과 바위와 그 안의 온갖 살아 움직이는 것들로 충만하죠. 그들이 주인입니다. 우리는 영원한 손님일 뿐.

 

 

Upper Lake 의 신비한 물색은 이미 주변의 모든 호위하는 산들을 푸른 색조로 물들입니다. 그리고 하늘과 구름.. 그러나 이 위대한 

자연은 또한 인간에 의해 비로소 그 가치가 드러나니 사람이 곧 아름다움이 완성이 아닐까요. 

 

 

주차장에서 이곳 view point 까지 오르는 것만으로도 대단한 경치를 볼 수 있죠. 그러나 짧은 거리에 경사가 매우 급해서 숨이 턱밑에까지 찹니다. 장쾌하고 시원하며 놀랍도록 훌륭한 경치입니다. 이를 볼 수 있음에 행복할 뿐..

 

 

이제 정상 도전하는 사람들은 하이킹 트레일을 벗어나 본격 산행을 시작합니다.

 

 

 

Lyall` larch 라고 부르는 이녀석들은 해발 고도 2200m 부근에만 서식하는 수종으로 침엽수입니다.
그러나 다른 침엽수와는 달리 단풍이 지고(황풍) 잎이 떨어집니다. 침엽단풍 낙엽수죠.

 

 

가을 색은 화려함과 차분함의 조화인 것 같습니다. 한 시대가 저무는 것이 결코 슬프지만은 않다는 듯.   사철 푸른 소나무 전나무들 틈새에서 이들이 황금빛으로 물들어 가는 모습은 곧 우리 사는 세상의 다양성의 하나. 달라서 아름다운 것. 


 

허드러진 라르치의 향연입니다.  산 능선을 노랗게 물들이고 있는 모습이 소박하니 편안한 감동을 줍니다. 처음엔 노란 색 일색인 

것이 단조로운 듯 했지만 이제 보다보니 익숙해져서인지  이또한 나쁘지 않고 나름의 운치가 있습니다..  

노오란 가을색은 파란 하늘과 완벽한 조화를 이뤄냅니다.  등산 길이 노오란 라르치 터널을 지나는데 특별한 느낌이 덜더군요. 

 

 

이렇게 산 중턱에 올라 주변 경치를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다 이룬 느낌이 들정도로 충분히 아름답지만 그래도 정상을 고집하는 

이유는 뭔가 다른 것이 있기 때문이죠



다시 오른 쪽으로 희끗보이는 정상을 향해  출발합니다.

 

 

오를 수록 시야는 넓어지고 점점 뷰가 장엄해집니다. 마치 조경이라도 한 듯 어쩌면 이렇게 완벽한 조화를 이뤄내는지.. 건너편 산 넘어에 제가 사는 캘거리가 있죠.

 


노오란 잎의 라르치 소나무 가지가 푸른 카나나스키스를 배경으로 살짝 내밀어 있는 이모습은 추억이 절로 생각나게 합니다.  




이제 트리라인을 지나 하늘로 향하는 길을 따라 마지막 능선을 오릅니다. 아름답고 사랑스러우니 그저 보고 또 보는 수 밖엔..

캐나다 록키의 아름다움을 완벽하게 구사하며 우리가 캘거리에서 살아가는 특권을 다시금 일깨워줍니다.



먼저 오른 산우가 마지막 능선을 올라서는 모습..



제가 여기에 서서 노랠 불렀습니다. 그동안 산에 올라 한 번 해본 적이 있지만 그땐 누워서 하늘보며 불렀고 오늘은 이 자리에 서서 

카나나스키스 밸리를 가슴에 품으며 멋지고 훌륭한 청중들, 산과 나무와 호수와 하늘, 그리고 함께한 산행동료들의 박수를 받으며 

멋지게 노래를 불렀습니다. 잘 불렀는지는 모르겠지만 마음껏 소리를 내어 불렀지요. 


" 저하늘에 구름 따라.. 흐르는 강물 따라.. 정처없이 걷고만 싶구나.. 바람을 벗삼아 가며..~~"



마지막을 힘차게 오르는 왕언니.. 언제나 그 도전 정신과 산행 기술과 꾸준한 체력, 밝고 맑은 영혼.. 을 존경하고 사랑합니다.


 

 

정상에 선 놀라운 체력과 경륜의 부부 산악인입니다. 제가 이 분들을 처음 우연히 만난 것이 6년전 이 산 중턱에서 였는데 

근래 다시 산우로 인연을 맺었고 오늘 이산을 함께 올랐습니다. 부부가 같은 취미로 함께 하니 이보다 더 아름답고 좋을 수 없죠.  

험한 세상 서로 다리가 되어주듯 산행 중 부부합심하여 모든 어려움 극복하면서 삶의 초미한 긴장과 건강한 아름다움을 함께 즐기는 모습 보기가 참 좋습니다.



정상에서의 파노라마 뷰 Lower Upper Lake 와 interlake 주차장, 카나나스키스 밸리와 오판 레인지, 그리고 하늘까지 모든 것을 아우르는 장면입니다.



어느덧 해가 오른 쪽으로 기울며 upper lake 에 신비한 반사광을 만들어내었습니다.



 lower lake 의 아름다운 모습..



upper lake 뒷편, 산 정상 아니면 결코 볼 수 없는 장면이죠. 



하이킹 팀이 저 아래에 있군요. 보이나여? 숨은 그림찾기..



따뜻한 햇살의 어루만짐 속에 약간은 차가운 듯 그러나 부드럽게 다가오는 바람을 느끼며 록키의 품 속에서 삶의 환희를 만끽합니다.



김광석의 ' 서른 즈음에'  MP3  로 들으며 맛난 점심을 먹습니다. 햐.. 이 기분.. 지금도 느껴집니다. 산 꼭대기에서 햇살 따뜻하니 포근하고 노래 좋아 분위기 부드러운데 한가한 오후의 흔한 일상인듯한 착각 속에서 마치 꿈을 꾸는 듯 행복했습니다..




이제 다시 오늘의 mission 완수를 위해 출발합니다.  봉우리와 봉우리 사이를 건너가는 ridge walking 이죠. traverse walking 이라고 

합니다. 구간별로 양쪽이 절벽인 칼날 능선이 있고 가다가 루트가 끊기는 절벽 crux 가 있어 위험이 노출된 exposure 산행입니다.


고소공포증이나 균형 감각에 문제가 있으면 절대 해서는 안되겠죠.  

이런 산행에서는 팽팽한 삶의 긴장감을 충만하게 느끼죠. 죽음의 공포를 가볍게 체험하면서 살아있음에 대한 또렷한 자각을 가지게 

되죠. 삶에 대한 긍정적이고 진취적인 마인드를 섭렵하게 됩니다.



우리가 지나온 능선이 장난 아니죠? 때로 바람도 불어 한시도 긴장을 늦추면 안되죠.



이곳이 마의 Crux 죠. 모두 무사히 잘 내려왔습니다.



가끔 아래를 바라보는 여유도 필요합니다. 순간순간을 즐기는 자세. 기쁘고 즐거운 것이야 말할 것도 없지만 모든 어려움과 고통마저도 긍정적으로 즐기는 태도가 필요하지 않을까 싶고요..


그리고 우리가 통과해온 장애물을 돌아다 보면서 스스로 대견해 하고 뿌듯한 마음으로 앞을 바라보는 거죠.



능선에 서면 양쪽을 동시에 볼 수 있는 재미가 쏠쏠합니다. 일종의 팜므파탈인가요..



North peak 북봉에 도달하여 Traverse 성공입니다. 두번째입니다.  전에는 솔로 횡단이었는데 이번에는 그룹으로.. 산우들 사진 찍어주는 색다른 즐거움이 있군요.



하이킹 팀이 아직도 기다리고 있군요.. 아마 아내가 제가 걱정이 되어 먼저 가지 못하게 했겠죠.



이제 하산합니다. 하산은 언제나 등산보다 위험합니다. 대부분의 산행 사고는 하산시에 일어난다는 것. 끝까지 긴장을 늦추어서는 

안되죠. 이런 하산은 올바른 루트를 찾아 내려오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그러나 특별한 고난도의 기술 없이, 특수한 장비없이도 바위타는 즐거움을 충분히느끼게 해주니 록키 스크램블링은 가히 축복이라 생각이 듭니다. ..



가파른 경사지만 날으는 다람쥐같이 내려갑니다.



아름다운 산, 내 마음의 명산이여... 안녕.. 



평화와 자연주의가 절로 생기는 장면.. 



다시 평지로 들어서며 라르치 숲을 지납니다.



허스키 개가 아름답습니다. 간단한 복장의 하이커입니다. 전에는 이런 하이킹 족들이 많았는데 최근 이곳을 곰 서식지 보호구역으로 한 다음 많이 줄었습니다.



본격 라르치 숲으로 들어가기전..



뷰티풀..



이제 다시 등산 초입의 능선으로 되돌아 왔습니다.



코발트색 물감을 풀어 놓은 듯..



정상조와 하이킹조로 나뉘는 바람에 오늘 아내와 함께 한 유일한 사진 ..


사실 여태까지만 해도 앞으로 무슨 일이 일어날 지 몰랐죠 ㅋㅋ 어떤 이유로 인해 아내와 헤어져 내가 먼저 내려오고 

뒤에 처진 아내가 다른 두명의 동료와 함께 길을 잃어 깊은 숲 속에서 완전히 헤메는 일이 일어났습니다. 

결국 무사히 귀환하기는 했지만 아내가 죽음의 공포를 느끼며( 원래 겁이 많아 ㅎ) 곰이 사는 숲 속을 헤메다 겨우 빠져 나왔죠. 

그만큼 록키는 매순간 방심을 허용하지 않는다는 귀한 진리를 깨우쳐 준 하루였습니다.




이렇게 우리의 즐거웠고 행복했던 또 하나의 날이 지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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