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96년에 캔모어라는 록키산 입구의 작은 타운에 Ha Ling 이라는 이름의 China man 중국인이 살고 있었죠.

그는 캐나다 대륙횡단철도회사, CPR의 Cook 이었습니다.

당시 캔모어는 록키관광과는 거의 관계가 없었으며 다만 캐나다 횡단 철도의 중요한 기착지였고

부근의 석탄 광산의  배후 도시였습니다.  아마도 그는 철도 건설 노동자로 일했던 수많은 중국노동자들 중 하나였을 것입니다.

 

그가 어느날 사람들에게 바로 앞에 보이는 툭 튀어나온 봉우리를 가리키며 저기를 10시간 이내에 다녀오겠다고 했습니다.

작고 볼품없이 생긴 중국인이 자신들도 하기 어려운 일을 하겠다고 나오니 사람들은 모두 콧웃음을 치며 조롱하듯 바라보았겠죠.

그리고 자신있게 내기를 걸었습니다.

당시에는 지금처럼 이 산으로 올라가는 길도 없었고 신발 등 장비도 시원찮은데다가 등산 시작도 지금보다는 훨씬 아래 쪽인 타운에서부터

(지금은 산 바로 아래 입구까지 도로가 만들어져 있습니다) 해야했기 때문에 10 시간 내에 다녀온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해 보였습니다.

 

그러나 그 차이나맨은 보란듯이 그것도 10시간 보다 훨씬 빠른 6시간만에 성공을 했고

정상에 꽂은 그의 깃발이 후에 이 곳을 오른 다른 사람들에 의해 발견됨으로써 그의 놀라운 등정이 증명되었습니다.

그 이후 사람들은 Ha Ling을 축하하며 이 봉우리를 Chinaman`s Peak 이라고 불렀습니다.

 

그러나 1980년도에 이르러서야 비로소 공식적인 이름이 되었고 그가 이 산을 오른지 100년이 지난 1997년 비로소 그의 이름을 따서

Ha Ling Peak 이 되었습니다. 이와같은 명명이 의미가 있는 것은 대개 산봉우리에 사람과 관련한 이름을 붙일 때는

그의 이름을 따서 명명하는 것이 보통인데 Chinaman`s Peak  이라고 한 것은 그의 인종적 배경을 비하하는 뜻이 담겨있기 때문입니다.

100년이란 세월이 지나 차이나맨이라는 모호한 명명을 버리고 원래 이름을 되찾아준 것은 만시지탄이나 사필귀정입니다.




Ha Ling Peak은 공식적으로는 2408m, 오르는 등산 높이는 820m 정도의 비교적 낮은  산입니다.  아직은 눈이 채 녹지 않아 어려운 점을 제하고는

정상까지 누구나 쉽게 오를 수 있는데다 정상에서의 경치가 너무나도 환상적이어서 연중 수많은 사람들이 찾는 산입니다.

이 산은 제가 6년전 록키산을 오르기 시작할 때 처음으로 선택했던 산이어서 언제나 기억에 남고 그 후로도 두번이나 더 올라 매우 친근한 산이죠.

이번에는 하링 픽 옆에 있는 Miners Peak 까지 다녀와 기쁨이 더하였습니다.




록키가는 길.. 5월인데도 벌써 RV 들이 보입니다. 이제 부터 약 5개월간.. 캘거리 및 록키산 일대는 천국의 모습을 보여줄겁니다.



이 목가적인 모습의 평화로운 풍경은 제가 가장 사랑하는 알버타만의 보물입니다.  록키산과 대평원이 만나는 지점에 있기에 가능하죠. 





캘거리를 벗어나 약 40분이면 록키의 관문도시 캔모어가 나타납니다. 왼쪽으로 삐죽 솟아 나와 있는 봉우리, Ha Ling Peak 입니다.





캔모어 타운 벗어나 비포장 도로로 들어서면 어김없이 만나는 Big Horn Ship 암놈입니다. 보통은 떼로 몰려 다니죠. 겨우내 부족한 미네랄을 흙바닥에서 찾아 핥아 먹어요. 일종의 염분 보충이죠. 




Ha Ling Peak 을 옆에서 본 모양입니다.  등산은 오른 쪽으로 올라갑니다. 저수지가 맑군요.



 

주차장에 도착한 후 산을 오르기 전 셀프로 한 컷.


 

등산 초입부터 눈이 얼어서 빙판이군요. 이 때를 대비해서 아이젠을 들고 왔는데 매우 유용하게 사용했습니다.




지그재그로 난 길을 따라 한참을 오르면 이렇게 수목한계선이 나타나고 그 때부터는 돌산을 오르게 됩니다. 그런데 이 구간의 눈이 아직 녹지 않아 허벅지까지 푹푹 빠집니다. 구간이 넓지 않았으나 좀 힘들었어요. 



그리고 고맙게도 선행자들이 길을 내 놓아 통과하기가 한결 수월했죠. 




눈이 쌓인 구간을 통과하고 돌아보면 록키의 산군들이 늠름하게 서 있는 모습이 장엄합니다.



그러나 아직도 정상까지는 꽤 올라가야 합니다. 여전히 경사도 가파르고 간간히 스노우 팻취가 남아 있어 주의가 필요합니다.





Ha Ling Peak 과  바로 옆의 Miner`s Peak 사이의 고개입니다. 등산 용어로 Col 이라고 하는데 불어에서 왔겠죠. 영어로는 pass 에 해당되겠고요.. 




이 쪽이  Miner`s peak 입니다. 이 일대가 옛날에는 광산지대여서 아마도 이런 이름이 붙었겠죠. 




이제 오늘의 주 봉, Ha Ling peak 을 향해 마지막 핏취를 내어야겠습니다. 오른 쪽은 천길 낭떠러지요, 왼쪽은 가파른 경사면인데 여기를 가로 질로 올라갑니다. 처음에는 약간의 고소공포증이 들만큼 왼쪽 편 시야가 아찔하죠. 위험하지는 않습니다. 



푸른 하늘을 배경으로 줄줄이 오르내리는 등산객의 모습.. 멋집니다.




여기도 이런 몰상식한 사람이 있습니다.. 산 봉우리에서 아래로 돌 던지지 말라는 안내져. 오른 쪽 천길 낭떠러지 아래는 하이킹 트레일이 있어 사람들이 오고 갑니다. 




정상에 도착했습니다. 오르기에 매우 쉬운 산이라 저만해도 예닐곱차례 왔습니다. 쉬운 산이지만 정상의 감동은 작지 않습니다. 



캘거리 방향입니다. 저 아래 고속도로가 보이네요.



밴프 방향입니다, 정상엔 언제나 바람이 많이 붑니다. 보온 방한에 특별히 유의해야죠. 



연도 날리고



엎드려 아래를 구경합니다. 건너편 산군들과 사이로 난 이 통로갘은 지형이 Bow Valley 이고요 수만년전 빙하가 밀고 내려온 공간이죠. 빙하가 녹자 이 지형은 사람과 동물들에게 이동과 거주의 공간을만들어 주었습니다. 





미니어춰로 찍어 본 것이지만 여기만 올라와서 보아도 인간들의 살아가는 모습은 보이지 않습니다. 아둥바둥 다투며 살 이유가 있을까요? 




점심 도시락입니다. 소박하죠. 현미 콩밥에 멸치볶음, 김치가 전부. 그러나 꿀맛이죠. 





이제 다시 col로 내려와 miner`s peak 으로 갑니다. 




이 쪽으론 아직 눈이 많습니다. 북동 사면이어서 해를 충분히 받지 못해서겠죠. 가로 질러 갈 수는 없습니다. 설사면 아래 어떤 위험이 있을지도 모르니까요.. 크레바스라도 있으면.. 



다행히 눈이 녹은 경계면을 따라 갈 수 잇었어요. 먼저간 사람들의 발자국은 이래서 소중합니다. 



돌아보니.. 아까 올랐던 하링픽이 저만치에 있군요. 



하링픽과 붙어있는데다 높이도 비슷하고.. 특별하진 않았지만 색다른 느낌은 있었어요. 늘 이 곳은 그냥 지나갔었기에..



캔모어 타운과 건너편 산군입니다. 그라토 마운틴과 맥도날드 산, 그리고 스콰시 팃까지..



마침 여기에 나왼 아무도 없네요. 조용한 시간, 약간의 외로움과 함께 적막한 분위기에 젖어봅니다.



거칠고 척박한 환경의 록키산 정상에서 칼바람 맞으며 눈보라에 파묻히며 여름 뜨거운 햇살에 노출되며 수천 수만년을 견뎌온 흔적이 lichen 이라는 이끼로 남았습니다. 곰팡이와 조류의 공생관계라 하는 신비한 생물입니다. 



태고의 에너지, 신비한 자연의 무한한 기운을 온몸과 정신으로 느낍니다. 저를 새롭게 만들어주는 힘이죠.




스노우 벵크에 앉아 사색에 잠기기도 합니다.  자연의 신비로움에 감동하며 멀리 하링픽에 있는 사람들의 모습을 바라봅니다. 멋진 세상이군요..


이제 하산할 시간.. 오늘 만난 자연의 친구들 소개하죠.





소나무.. 정말 깨끗하죠. 건강하고 씩씩해 보입니다. 




이 작은 식물들이 여름 옷으로 갈아입기까지는 아직 멀었음을 그들의 가을 옷으로 알 수 있습니다.




바위 틈 돌이끼들의 강렬한 색감이 좋습니다.



kinickkinick  이라고 부르는 Bear berry 입니다. 여름에는 정말 깜찍한 모양의 예쁜 꽃을 피워내죠.




송진이 굳은 건데.. 색깔과 모양이 먹음직하기까지 하네요.





숲은 다시 여름의 활력을 되찾으려 준비하고 있습니다. 그 맑고 새로운 에너지가 느껴지는 하루였습니다. 



하링픽 이웃의 three sisters mountains 입니다. 세자매봉. 캔모어 록키의 대표 아이콘이죠.  언제 보아도 멋진 산입니다. 


하링픽 산행후기 어떠셨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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