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16년 5월, 제 1차 세계대전이 한창 치열한 때 독일제국은 그 때까지 철옹성으로 영국 해군이 장악하고 있던 

북해의 해상권을 뺏기위해 100여척에 달하는 대 선단을 이끌고 영국 해군과의 일전에 나섰습니다.

영국은 북해 제해권을 지키기 위해 150여척에 달하는 초대형 선단을 동원해 이에 맞섰습니다.


양쪽 선단에는 Dreadnought  라고 불리는 대구경 함포 장착 전함이 수십대씩 포함되어 
역사상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이 전함들 사이에 대격돌이 일어나게 됩니다. 원거리 포격전을 
주전술로 하는 이 거함들은 그때까지의 해전 양상을 바꾸어 놓은 획기적 전함입니다. 

이 해전에 참여했던 그 수많은 전함들이 Indefatigable, Warspite, Galatea, Sparrowhawk 등등으로 그 이름들이 카나나스키스 록키의 산들에 붙어있습니다. 
이 역사적인 해전이 곧, 6000여명의 전사자를 낸 영국이 전술적으로는 패했으나 전략적으로는 제해권을 계속 지키게된 Jutland sea battle, 즉 유틀란트 해전입니다. 

1차 세계대전이 끝나자 캐나다에 애국열풍이 불어닥쳤고 그 결과의 하나로  카나나스키스의 수많은 산들에 이해전에 참여했던 전함과 군인들, 그리고 그 부속 인물들의 이름이 명명되었습니다. 당시 알버타 인구는 50만이 채 안되었지만 1차 세계대전에 참전한 군인이 5만명에 이를만큼 원래 애국열풍은 강열했습니다. 아마도 이런 분위기는 웅장한 카나나스키스 록키의 봉우리들에 영국전함들의 이름을 붙이는 것을 자연스럽게 했겠지요. 

Upper Lake 위쪽 Kananaskis Range에 위치한 Mt. Invincible 도 그중의 하나이며 그 전함을 지휘했던 제독이
바로 오늘 우리가 오를 산이름의 주인공 Hood Horace입니다. 그는 인빈서블호와 함께 북해 바다에 가라앉았습니다.  그외 주변의 산들, 크릭에서 바로 보이는 웅장한 석회암산인 Mt. Blane, 그 왼쪽의  Mt. Broc, 그리고  Mt. Hood 바로 앞의 Mt.Packenham, 그리고 Mt Evan-Thomas 등 이 모두가 Jutland 해전에 참여했던 영국해군의 전함을 지휘한 장교들이었습니다.

Mt. Hood는 근처 오팔 산군의 몇 안되는, 일반인 스크램블링이 가능한 산중의 하나로 해발 2900m / 게인 1200m / 왕복 11km 의 Moderate 코스 입니다. 
Mt. Hood 산행은 수해로 처참하게 파괴되었으나 곳곳에 그 아름다움이 남아 있는 Creek walking, 영화 속 한 장면같은 Grass ridge walking, 적당한 난이도로 즐거움을 주는 scrambling, 그리고 정상에서 맛보는 카나나스키스 벨리와 산군, 오팔산군의 놀라운 파노라마 경치까지 마치 4부작 드라마같은 산행이었습니다. 

1부 크릭워킹 



킹크릭의 초입부 멀리 보이는 산은 Mt. Blane 입니다. 날씨 좋을 땐 새하얀 석회석의 정상부분이 마치 여름에도 눈이 내린듯 하지요. 얼마나 아름다운지 모릅니다. 
이 산 이름 역시 유트란트 해전의 영국군 함장이었습니다.  그러나 그렇게 아름다웠던 킹크릭은 몇년전 수해의 상흔으로 여전히 아픔 속에 신음하고 있었어요.


수해로 인해 쓸려 내려온 나무들이 여전히 이러저리 흩어져 있고 물길도 바뀌어 있었어요. 이전에는 이 계곡이 나무 징검다리가 놓인 정말 예쁜 계곡이었는데 이제는 
걷기에는 장애물들이 너무 많아 통과하는 데 다소 성가시기까지 했습니다. 


그런 중에도 만나는 자연의 작품들은 여전히 이 계곡이 귀한 유산임을 보여줍니다. 언젠간 자연이 지닌 위대한 회복력으로 옛 모습을 찾을 것이라 믿으며..


평소라면 즐거운 마음으로 통과했을 계곡이 오늘은 가장 힘든 코스 중의 하나가 되었습니다. 안으로 제법 깊이 들어왔습니다. 


그런 중에도 이렇게 좁은 계곡에 걸쳐있는 나무 징검다리를 건너는 순간엔 어렸을 적의 추억을 떠올려 즐거움 마음이 되었습니다.


베인 베리라는 앙증맞은 빨간색의 베리 종류입니다. 먹을 수 없어요. 


계곡물가에 핀 이끼식물은 매우 선명한 채 우리 눈을 시원하게 해줍니다. 


fireweed 라는 야생화입니다. 


겨울이 매우 혹독하기에 변온동물인 뱀이나 개구리가 겨울을 넘기지 못해 살지 못한다고 알고 있었는데 두꺼비로 보이는 이녀석을 발견했습니다. 신기했어요. 캘거리와 록키산 일대에는 뱀이 없다고 보아도 무방하고 또 바퀴벌레가 없습니다. 시궁쥐도 없고.. 추운 날씨로 인해 햠오 동물 중 없는 동물들이 많은 것은 좋은 점이죠. 


하산시에 계곡에 다시 접어들자 안개비가 촉촉히 내렸어요


2부 릿지 워킹



지난 봄에 이곳을 찾았을 때는 온통 무릎까지 빠지는 눈을 헤치며 걸었었는데 어느새 풀들이 무릎이상으로 자라 있습니다.  자연은 이렇게 오묘한 변화 속에서 자신의 모습을 끝없이 지켜나가고 있어요. 


마치 자유와 평화를 찾아 넘어가던 알프스의 그 언덕처럼  관목과 잡풀로 우거진 능선을 올라가는 마음은 새로운 세상을 만나러 가는 설레임 그 자체였습니다. 


그런데 자유도 좋고 평화도 좋지만 이 경사가 장난이 아니었어요. 계곡을 지나오느라 진이 어느정도 빠진 다음이니 경사를 오르는 것은 매우 힘든 여정이었습니다.
그러나 문득 뒤를 돌아보면 놀라운 세상의 멋지고 아름다운 모습에 이내 곧 넋을 잃고 말죠. 


내려올 때는 이 장면을 가슴에 안고 내려가기에 가슴에 차오르는 감동의 깊이는 말로 다하기 어렵답니다. 숨도 차지 않고 즐거움이 가득한 순간이죠.


관목 들 역시 가을색으로 이미 변하여 아름다운 작품을 만들어 주고 있어요. 이런 예쁜 가을을 찾는 기쁨은 릿지워킹의 잊을 수 없는 매력 중 하나입니다. 


3부 스크램블링



동료들이 힘겹게 오르는 능선 바로 뒤로 보이는 가로고 길게 뻗은 언덕이 유명한 킹크릭 릿지입니다. 사계절 오르내릴 수 있는 멋진 하이킹 코스죠. 
오늘 우리와 함께 다니던 팀의 일부 멤버들이 저 산을 하이킹 중에 있습니다. 


록키산 등산의 빼놓을 수 없는 매략중의 하나가 바로 이 스크램블링에 있습니다. 손과 발을 써서 바위경사와 암벽을 넘어가는 것을 말합니다. 물론 위험한 구간도 있기에
오르는 산마다 등급을 나누어 놓았습니다. 오늘 오르는 산의 등급은 중급입니다.  경사가 다소 급한 것 빼놓고는 그리 위험하지는 않았습니다.


스크램블링 구간에서 만나는 주변의 풍경은 대개 드라마틱합니다. 그만큼 위로 오를 수록 더욱 험한 지형을 하고 있는 것이 록키산의 일반적인 모습이니까요.


이제 정상을 향한 일차 관문의 목표점인 COL 이라고 불리는 고개마루가 가까워지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 사진의 경사도는 우리가 올라가는 구간의 실제경사도와 거의
비슷하게 표현해주고 있습니다. 


잠시 주변을 돌아보니 카나나스키스 밸리의 장관이 눈에 들어옵니다. 이 장면을 처음 보았을 때의 감동만큼은 아니지만 여전히 제 가슴을 두근거리게 합니다. 
오늘은 구름이 잔뜩 끼어서 푸른 하늘 배경을 볼 수가 없는 점이 아쉽긴 하지만 대신 구름사이로 쏟아지는 빛내림이 있어 충분한 보상이 되고도 남음이 있네요.


힘든 바위 및 자갈 경사를 오른 끝에 COL 이라고 부르는 두 산 봉우리 사이의 고개마루에 올라선 동료들입니다. 대개 여기서 한숨을 돌리지만 남은 구간이 여전히 만만치 않기에 긴장을 풀 수는 없습니다. 뒤로 보이는 산은 아까 말한 Mt. Packenham 입니다. 역시 유트란트 해전 참전 장교죠.  이 산의 형태가 특이합니다.  지층이 세로로 세워져 있습니다. 이런 형태를 dogtooth  Mt. 이라고 합니다. 


이 쪽은 우리가 오늘 올라야하는 최종 목표 Mt. Hood 입니다. 


돌이끼의 색깔이 매우 요염합니다.  rock lichen 이라고 부릅니다. 


4부 on the top


어느덧 정상이네요.정상 마지막 부분은 자갈 경사가 거의 서있는 벽처럼 느껴질 만큼 가파라서 힘들었습니다. 


카나나스키스 호수가 그림같이 아름답네요.. 호수 오른편에 있는 산이 인디패티거블, 가을에 오르면 좋은 바로 그 명산입니다. 


주변 산들의 모습이 정말 멋지고 훌륭합니다. 자연의 조각이 신비롭기 그지 없습니다. 


 알파인 목초지의 초록색이 아직도 선명한 산의 모습이 정말 깊은 감동을 자아냅니다.


끝도 없이 이어지는 록키의 이 산들이 미국 남쪽의 리오그란데 강 까지 장장 4000km 를 내려간다니 놀랍기만 합니다. 


바닥을 친자만이 정상에 오를 수 있고 정상에 선자 만이 최고를 볼 수 있다. 정말 그러합니다. 


날씨가 좀 추웠습니다. 바위 벽에 숨어 식사를 하는 동료들.. 그래도 정상에 오른 보람을 느끼는 순간이죠. 그러면서도 낭만적이엇어요.  록키의 정상에서 느끼는 희열..


카나나스키스 호수 위로 내려앉는 빛내림은 오늘 산행의 화룡정점.  마운트 후드는 계곡을 통과하고 릿지를 올라 암벽을 기어오른다음 정상에 서는 과정 모두가  록키산 등산의 모든 매력을 보여주기에 아무런 모자람이 없는 최고의 산행지 중의 하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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