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는 멀지만 여기서는 가까운 쿠바에 25주년 기념으로 다녀온 여행기인데 앞으로 한국과 쿠바가 수교되면
쿠바 여행에 관심있는 분들이 더 많아 지지 않을까 싶다.

여행을 싫어하는 사람이 있을까만은 싸돌아다니길 지극히 좋아했던 나는 날마다 여행을 꿈꾸다 못해 언젠가부터 일
상의 삶을 여행처럼 살자고 모토로 삼았다. 출퇴근 길을 여행길처럼 여기며, 날마다 보는 주변의 풍경을 여행자의 시선으로 바라보며
자칫 일상에 눌린 삶에 신선함을 불어 넣고 새로운 세상을 향한 로망을 위로해왔다.



이런 눈물겨운 노력에도 불구하고 잠재울 수 없는 어디론가 떠나고 싶은 마음...여행의 참맛은 바로 자신의 세계를 벗어나 새로운 곳, 낯선 곳으로 떠난다는 데에, 즉 탈출에 있기 때문이다.


늘 가던 출근 길, 등교길을 벗어나 한 번도 가보지 않았던 길을 가며
늘 먹던 음식의 지루함으로부터도 벗어나 전혀 새로운 맛을 탐험하며
늘 잠자던 방을 떠나 낯선 잠자리에서 마음껏 어질러도 보며 지내는 해방감.
직장에서 혹은 학교에서 일상적으로 반복하는 재미없는 일의 의무감에서 벗어나
순전히 나 자신의 기호를 위해, 자신의 완전한 만족을 위해 창조적으로 일정을 짤 수 있는 자유. - 여행이 주는 자유다.

캐나다로 이사온 후 캐나다 서부 록키산 일대와 밴쿠버, 동부 토론토, 몬트리올, 퀘벡 등을 여행하고
미국의 LA와 샌프란시스코, 시애틀 등지를 다니며 제법 여행을 다니긴 했으나 우리나라로 쳐서 해외 여행은 이번 쿠바 여행이 처음이었다.

카리브해의 그림같은 풍경에 더하여 세계적인 살사 춤과 쿠바 음악, 그리고 월드 유네스코로 지정된 하바나, 트리니다드 같은 고도(古都), 시가와 야구와 사탕수수, 체게바라로 유명한 혁명의 나라 쿠바는 나의 캐나다에서의 첫 해외 여행지로, 특히 결혼 25주년 기념으로 안성맞춤이었다.

오랜 기다림 속에서 꿈꾸어온 내 마음 속의 여행이었다.

그들의 음악과
그들의 열정과
그들의 역사
그들의 삶을 만나고 싶었지.
그러나 첫 만남이어서인지
참 많이 서툴렀던 것 같아.

비록 사전에 많은 공부를 하고 떠난 여행이었지만
지나치게 사전 계획에 따라 움직이진 않아야 한다는 다짐을 잊어 버리고..
보는 것과 체험하는 것을 목표로 삼으면 여행의 참맛을 잃어버릴 수 있다는 것.

그리고 사진이 나의 꿈을 앞서가지 않기 바랬지만
이미 여행 시작 전부터 여행의 절반을 차지해버린 사진.

그러나 다녀와 그 많은 사진들을 정리하다 보니 나름 고마운 점도 있어.
내 여정을 스쳐간 수많은 쿠바의 살아 꿈틀거리는 느낌들을
2000여장의 사진들이 꽤 보여주고 있으니...

그런 중에 여행은 우리로 삶에 경외심을 갖게 하며 마치 할일을 한 것처럼
여겨지니 참으로 인생이 여행길임에 틀림이 없어.

내 카메라가 지금 바라보고 있는 곳은 Castillo del Morro, 즉 모로요새이다.
수백년 전의 역사를 내 사랑스런 카메라가 바라보고 있는 것과
그것을 내가 또한 함께 바라보고 있음에 감격하며 쿠바를 가슴에 품는다.


오랫동안의 꿈이었어
너를 만난 것은 운명이었지.
푸른 바다를 사랑하여 보기만 해도 눈물 흘릴 줄 아는 소년이었기에
화려하고 세련된 곳보다 허름하고 낡은 풍경에 늘 마음이 편했기에
바다를 보면 언제나 숫총각의 설레는 가슴 마냥했고
하릴없어도 뒷골목 시장 다니기를 좋아했어.

음악을 들으면 그림이 그려지고 글이 떠올라 언제나 연인처럼 사랑했던
지나온 삶에 더하여 신기하고 낯선 풍경에 넋을 빼앗기기 일쑤여서
새로운 곳이면 무조건 좋아하는 사람이기에

이 여행은 내겐 더도 말고 덜도 말고의 여행, 한 번으론 결코 충분치 않고
두 번 세 번도 모자랄 만남이 되었지.


그러나 무엇보다
25년을 함께 살아오며,
34년을 사랑하며 살아온 지나온 날들이 내겐 꿈같았고
세상 모든 것들이 너로 인해 비로소 의미가 되었기에
이 번 여행의 가장 큰 행복은 너와 함께 했다는 것이야

꾸바는 모든 것이 낡았다. 오래되었다는 뜻이다. 아바나 거리에는 Ford와 GM 의 4-50년대 차량들로 가득한데 지난 50년간 미국이 주도한 경제봉쇄로 인한 것이지만 이것이 수많은 관광객들을 불러모으는 한 요소이니 또한 아이러니다.
그들의 가난이 오히려 세계인들을 불러 모으고 있다고나 해야하나.

여기서 명칭이야기 하나.
앞으로 쿠바(특히 큐바) , 하바나, 카리브 해가 아니라 꾸바, 아바나 그리고 까리베 해라고 쓸것이다. 당연하다. 서울이 쎄울이 아니며 최씨지 초이씨가 아닌 것과 동일하다.

Cuba 를 쿠바, 심지어 큐바로 읽고 부르며 Habana 를 하바나로 부르며 Havana로 철자까지 바꾸는 것에서 나는 제국주의의 잔재가 느껴졌고 제국주의와의 오랜 투쟁의 결과 세워진 나라에 대한 예의가 아니라고 여겼다.

꾸바는 에스파냐어를 쓰는 나라이며 꾸바, 아바나는 그들의 고유 명칭이자 원래의 발음이다. 세상의 모든 존재는 있는 그대로 존중받아야 한다. 그것은 원래의 이름을 제대로 불러주는 것으로부터 시작된다.

꾸바를 쿠바나 큐바로 부르는 것은 마치 독도를 다께시마로 부르는 것과 같은 늬앙스로 여겨지니 지나친 견강부회인가.




꾸바는 스페인의 수백년에 걸친 잔혹한 통치와 미국의 야비한 침탈과 맞서며 세워진 나라이다. 스페인의 차별 받던 백인과 아프리카로부터 사냥해온 흑인 노예들이 함께 아름다운 연합을 이루어 독립을 쟁취하고 혁명을 성공시켜 오늘에 이르렀다. 세계에서 유례가 없는 흑백 통합국가이며 차별없는 혼합인종국가이다.

세계적인 그들의 음악 역시 이와같은 역사를 고스란히 반영해 지역과 삶의 각기 다른 요소들이 자연스럽게 혼합하여 만들어졌다.
손, 룸바, 살사, 맘보, 차차차 등 다양한 꾸바의 음악 장르는 죄다 서로 다른 것들이 만나 섞이며 자연스럽게 재창조된 형식이다. 자유롭다. 관대하며 밝고 명랑하다.

서로 다른 것들이 만들어 내는 절묘한 조화와 어울림이 있다. 바로 꾸바 음악의 특성이다.

아바나 비헤아 광장에 있는 Cafe Tabernet 에서는 매주 토요일 부에나비스타 소셜 클럽의 공연이 열린다.

내가 본격적으로 꾸바를 동경하기 시작한 것, 부에나 비스타 소셜 클럽을 음반과 영화로 만나고 난 다음부터다. 그리고 아바나에서 그들, 부에나 비스타 소셜클럽을 만났다.

물론 오리지널 멤버는 하나도 없지만 원래의 명성과 재능과 자긍심에 걸맞는 연주실력과 무대 매너로 꾸바여행의 기쁨을 만끽하게 했다.

척박한 삶의 힘겨운 날들 속에서도 어둡고 칙칙한 슬픔을 노래하기 보다는
까리베 해의 찬란한 태양과 쪽빛 바다에서 느껴지는 희망과 꿈을 소박하지만 아름답게 있는그대로 표현해내는 그들의 음악은 내가 그토록 원하는 인간 본성의 자유롭고 긍정적인 면에 완벽하게 들어맞았다.

꾸바 여행 최고의 매력은 그들의 음악에 취하는 것이다.


전쟁 직후의 페허같은 모습이 세계적인 관광지가 되는 아이러니. Habana Vieja, 아바나 비헤아, 즉 올드 하바나 지역이다. 야릇한 매력이 넘치는 아바나 여행의 성지인 이 곳이 꾸바 관광의 핵심 중 하나이니 우리는 그들의 가난을 구경하러 온 것인가.

3000여개 가 넘는 중세 시대의 건물들이 대부분 아무런 보수도 받지 못해 페인트는 다 벗겨지고 창문틀과 문짝은 너덜거리며
마치 금방이라도 무너질 듯 낡고 부실하지만 여전히 사람들이 살고 있어 관광 이전에 있는 그대로 그들의 열악한 삶의 한 단면을 목도한다.

그러나 이 것이 월드 유네스코로 지정되어 세계인들을 부르는 관광자원이 된 것은 분명 시대의 아이러니다.

아바나 대극장의 모습이다. 고전 바로크 양식의 건물과 매우 잘 어울리는 거리를 질주하는4-50년대의 올드카가 매우 이색적이다.

예술을 사랑하는 아내.. 특히 조형미가 뛰어난 건축물에 매력을 느끼기에 고전 바로크 양식의 건물이 즐비한 아바나 여행은 그녀에게 행복할 수 밖에 없었다.



쿠바는 체게바라의 나라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곳곳에 그의 사진과 그의 기념물이 있다. 골목마다 게바라의 얼굴이 보인다.

40년이 지났지만 게바라는 아직도 쿠바 민중의 가슴 속에 살아 혁명을 이끌고 있는 듯 하다. 생각해 보았다. 아무리 체 게바라의 업적과 그 인간성이 뛰어나다고 한들 40여년의 세월을 변함없이 지속되는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을 것이라고..

전설적인 인물의 지극히 높고 지순한 꿈과 이상, 그 가운데의 헌신적이며 드라마틱한 삶.. 그리고 극적인 죽음까지. 체게바라는 혁명 동지였던 카스트로에게 신이 내린 은총이었고 죽어서까지도 그 역할을 다하고 있는것이다.

아스따 라 빅또리아 시엠쁘레 !! 승리의 그날까지 !!

바나를 여행하는 사람이면 누구나 매료되는 곳이 있다. 말레꼰이라 불리는 방파제 길이다. 다큐벤터리 영화 부에나 비스타 소셜 클럽의
인트로 부분에 나오는 명장면..

꾸바의 아이콘 중의 하나인 올드카가 말레꼰 도로를 달리고 방파제를 넘어 지나는 차를 덮치는 까리베 해의 파도..
그러나 이번에 나는 이 장면을 찍지 못했다. 여행은 언제나 아쉬움을 남기는 법.

아바나의 말레꼰 방파제 길에는 꾸바인의 여가, 무료한 삶과 함께 그들을 보러온 관광객들의 여가, 분주한 여행이 공존한다. 아바나에 머무는 동안 하루에 한 번 이상은 찾게 되는 곳, 말레꼰에는 많은 이야기가 있다.
그리고...
맹구와 까끼로 서로 사랑하다 결혼하여 25주년. 그리고 함께한 꾸바 여행 . 신나게 시작해보자.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