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기에 멋진 산, 오르기 어려운 산이 반드시 훌륭한 뷰를 제공하는 것은 아닙니다.  

오히려 보기에 밋밋하고 오르기 쉬운 산이지만 그 특별한 로케이션으로 인해 숨이 막힐 듯한 정상 뷰를 제공하는 산들이 있죠. 


오늘 다녀온 Cirque Peak이 바로 그런 산이 아닐까요?  개인적으로 세번 째 방문이었던 이 산을 또다시 설레임으로 다녀온 것은 정상에서 만나는 장면들과 정상에 이르기까지의 트레일 주변이  보석과도 같은 캐네디언 록키의 진수를 담고 있기 때문입니다. 


깎아지른 듯한 절벽과 뾰족한 봉우리, 온갖 풍상 속에 기기묘묘한 모습을 한채 억겁의 세월을 견뎌온 산들과 순백의 눈들이 수만년간 켜켜히 쌓여 거대한 얼음덩어리로 변하여 마치 강처럼 흘러내리는 빙하, 그리고 그 빙하 물이 모여 만든 신비로운 색깔의 호수들이 록키의 하드웨어라면 그 속에서 생명을 잉태하여 그 웅장한 자연을 생명의 보금자리로 만든 울창한 숲과 탁트인 메도우, 그 속의 야생화와 동물들은 록키의 소프트웨어라고 할 수 있을까요? 


Helen Lake, Cirque Peak 하이킹은 록키 최고의 하드웨어 소프트웨어를 만날 수 있는 곳 중의 하나입니다. 



Cirque Peak 정상에서는 이와같이 Bow Lake의 발원지를 한눈에 볼 수 있습니다. 캘거리를 지나는 보우강이 시작되는 지점이죠. 

거대한 빙원, Wapta Icefield 가 Bow Glacier 가 되어 흐르기 시작, 푸른 빙하호수를 하늘 바로 아래에 만들어 놓았습니다.  흔히 

Upper Bow Lake 라고 하나 원래 명칭은 Iceberg Lake인 하늘 아래 이 작은 호수는 오직  Cirque peak 에 올라와야 만날 수 있습니다. 



Bow Lake 입니다. Upper Bow 작은 호수 물이 흘러 이 크고 아름다운 호수를 만든 다음 장장 587km의 보우강이 시작됩니다. 



Cirque Peak, Helen Lake 하이킹에서 만나는 가장 스펙터클한 산, Dolomite Peak 입니다. 케네디언 록키에서 아주 독특한 지형의 산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태리 알프스 돌로마이트의 케네디언 버전입니다. 



원래 이곳 하이킹 트레일은 야생화들로 뒤덮인 초지입니다. 그러나 지금은 가을의 초입이라 대부분이 시들어 한 해를 마감하고 있습니다. 그나마 군락을 이룬 웨스턴 아네모네가 찬란했을 여름을 짐작하게 할 뿐. 




오늘 우리는 이런 장면들을 만나러 갑니다. 


이제 여정을 따라 함께 가보시죠. 




하이킹이 시작되는 Trail Head 입니다.  숲길을 따라 꽤 힘든 경사를 계속 올라가야 합니다. 숲길의 즐거움은 천천히 걷는데 있는 것인데 우리는 언제나 거의 이런 길을 그저 통과하는데 이용할 뿐이죠. 언젠간 좋은 숲길을 천천히 음미하며 걷고 싶기도 합니다.




산행 동료와 함께 사진을 찍은 이곳은 숲길 경사를 막 벗어나 본격적인 Meadow 초원으로 들어서는 지점, 이일대 아이콘 중 하나인 Dolomite Peak을 만나는 곳입니다. 



Helen Lake에서 내려온 물이 멋진 내를 이루어 작은 계곡을 만들었죠. 




이곳은 돌로마이트를 배경으로 멋진 사진을 찍을 수 있는 곳입니다. vantage point.



본격적인 Meadow walking, 초지 워킹을 즐기는 시간이죠. 이럴 때 가끔 뒤를 돌아보며 뒷경치도 즐길 줄 알아야 합니다.

인간의 눈은 대상에 쉽게 적응을 하는 편이라 좋은 경치도 한 참 보면 그게 그거죠. 그래서 내려올 때 보는 것 보다 이렇게 가끔 뒤돌아 보는 경치가 감동을 줍니다. 뒤로 보우 픽이 살짝 보이고 왼편에 Mt Andromache 와 구름에 가린 Hector Mt. 이 보이는 군요.



여름엔 야생화 천국인 곳인데 지금은 모두 지고 없군요. 하긴 이제부터 자연은 겨울대비로 분주해질 때죠.



헬렌 레이크와 그 뒤로 Cirque peak 입니다. 언뜻 평범해 보이지만 실제론 보이는 이상입니다. 



실제에 가까운 모습이네요^^  지극히 맑고 수정처럼 빛나는 호수죠. 보는 시기와 각도와 시간과 날씨에 따라 천차 만별입니다. 



잠깐의 휴식을 마친 후 이제 본격적인 정상 도전에 나섭니다. 600m 의 높이를 2km 가 채 안되는 거리로 올라야 하기 때문에 매우 힘든 오름이 될겁니다. 초행자는 아직은 모른다는 ㅎㅎ 



한해를 마감하는 길가의 야생화, 웨스턴 아네모네를 바라보면 웬지 쓸쓸함이 더해집니다.



록키의 지형은 매우 거친 듯 원시적입니다. 암석 산이 가진 특징이 아닐까요. 때론 풀한포기 없는 암반층, 오직 바람과 비와 눈과 바위와 흙이 오랜시간 어우러져 일군 모습 속에서 지구 역사를 밟고 가는 것을 느끼는 것. 



돌로마이트 픽, 보우 픽, 헥터 마운틴은 오늘 원도 없이 보았습니다. 왼쪽으로 Katherine Lake 가 있네요. 



어김없이 나타나는 자갈 스크리.. 그러나 여느 산과는 달리 미끄러짐이 그리 심하진 않았습니다. 정상이 멀지 않았습니다.



유일하게 Four wheel  모드로 오른 구간. 정상 바로 직전에 스크램블링 한 번 했습니다. 그러나 이 산의 rate가 easy 이기 때문에 이런 구간이 있으면 안되는 것.  사실 여기서 오른 쪽으로 돌아서 정상까지 two wheel로 걸어 올라갈 수 있습니다. 내려올 때는 그리로 내려왔어요.



드디어 정상을 찍었습니다. 제 1 정상입니다. 뒤로는 깎아지른 절벽이며 그 아래에는 빙하가 자리잡고 있습니다. 둥근 모양, 즉 cirque 형태를 이룬 채. 그래서 이 산이름이 Cirque peak 입니다. 



Wapta Icefield, Bow Glacier, Upper Bow Lake(Iceberg Lake), Bow Lake, Mt Thomson on right, Crowfoot Mt on left



Dolomite Peak, Mt. Andromache, Little Hector, Mt. Hector 가 왼쪽에 줄줄이 있고 그 넘어로 멀리에 레이크 루이스 산군들이 있을 테고 그 뒤 어딘가에 Assiniboine 이 있겠죠. 날이 맑으면 여기서도 보인답니다. 그리고 오른 쪽으로 Bow peak, Bowcrow peak, 그 뒤로 Balfour Mt.  앞쪽에 Crowfoot Mt. 뷰에 들어오는군요. 



헥터 마운틴 정상은 구름에 가려 보이지 않고 헥터 빙하는 당당한 자태를 뽐내는군요. 우리가 올랐던 리틀 헥터는 여기서보니 존재감이 없다는 ㅠㅠ



정상에서 굽어보니 이 산의 경사가 만만치 않음을 알 수 있습니다. 헬렌 네이크가 마치 절벽아래에 있는 것처럼 보입니다.



제 1정상 뒤의 제 2정상이 True Summit 입니다. 약간 더 높고 여기를 오르는 것이 기술적으로 어려워보여 많은 사람들이 가지 않는데 그런 정도는 아닙니다. 그 뒷편의 경치를 보기 위해서는 이 곳을 올라가는 것이 필요합니다. 



도로에서 멀어서 오르는 사람들이 많지 않지만 바로 앞에 보이는 몇몇 산들은 일부의 매니아들이 도전하는 산이기도 합니다. Watermelon Mt. 그 중의 한 산 이름인데 수박잘라놓은 듯한 모습이어서? 

그 훨씬 뒤로 보이는 눈 덮인 산이 해발 3373 m 의 Mt. Willingdon 입니다. 그리 어렵지 않은 알파인 등산으로 오를 수 있는 산이라 산꾼들 사이에선 꽤나 유명한 산이죠. 우리는? ㅎㅎ 



제 1 정상에 선 하이커들이 멀리 건너편의 경치를 바라보는 이 장면이야말로 오늘 산행의 압권 중 하나 아닐까요.



그 유명한 Peyto Lake가 살짝 보이네요. 사진 오른편 앞쪽 잘린 부분은 Observation Peak 이겠죠?



살짝 보이는 호수가 Isabella Lake 입니다.




Jimmy Simpson Mt. 이 Cirque Peak 제 1 정상 뒤로 보입니다. 페이토 호수 뒤 Mistaya Mt. , 오른 쪽의 Chephren Mt. 은 구름에 가렸습니다. 



이 걸 빼 놓을 수 없죠. Crowfoot Glacier, 까마귀 발 빙하입니다. 안타깝게도 발 모양을 점점 잃어가고 있습니다. 지구 온난화는 이미 1900년대 초 부터 진행되어 왔습니다. 



Dolomite Peak 바로아래의 Katherine Lake 역시 아름답기는 어느 호수에 못지 않습니다. 



원시 지구의 모습같기도 하고요..



위에서 바라본 헬렌 레이크는 푸른 눈이군요. 이쪽 wall 위쪽의 Tarn 역시 고고한 자태를 뽐내는 중.



정상 뷰를 감상하는 중에 산친구가 정상에 올랐네요. You Made it !!



시간에 따라 날씨가 약간 변화를 보이자 경치도 달라집니다.  역광의 강한 콘트라스트가 록키를 더욱 장엄하게 표현해주는 듯 합니다.



오전에 잔뜩흐렸던 날씨가 이렇게 화창하게 바뀌었습니다. 산을 찾은 우리들에게는 놀라운 축복이죠. 스모크도 많이 사라져 다행이엇습니다.



제 2정상에서의 친구들. 저만 뺀 단체 사진^^



점심도 먹었고.. 내려가긴 싫지만 하산합니다.   



하산 중의 여유..



스크램블링으로 하산 중



록키 산행의 큰 매력 중 하나. 암반 ridge 를 걷는 즐거움.. 록키마운틴이 주는 분명 색다른 경험입니다. 



이 잘생긴 산은 정말 봐도 봐도 질리지 않아요. 수년전 올랐던 기억이 새록새록..



결혼을 앞둔 커플이 백팩 매고 지고 웨딩 포토 찍으러 온 것을 하산 중에 목격합니다. 여기까지 거진 500m 높이 6km를 웨딩 드레스 입은 채 백팩 매고 걸어들어왔다는 것이 대단하네요. 



두분의 앞날을 축복하며..



호수로 돌아왔습니다. 




헥터 마운틴과 리틀 헥터가 선명하게 들어옵니다. 



돌로마이트 한 번 더가고 싶네요.





가을이 시작되는 즈음의 멋진 산행이었습니다.




오늘 함께했던 산친구들입니다.  다들 참 좋은 사람들.  부에나비스타 알파인클럽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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